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 [제80장] 지성자 4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빼 들었다.
그가 펼칠 검초는 바로 매화검법의 최후 초식 매화지성이었다.
혈우마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보니 충격이 너무 커서 실성했구나. 좋다. 사실 이런 경우까지 생각해서 대비했다. 모두 들어라! 내가 놈을 공격하면 모두 일제히 공격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백십육만 병력이 일제히 병장기를 뽑았다.
심지어 서약봉 주위를 돌고 있던 악마새마저 내려와 합공 대열에 가담했다.
“공격하라!”
혈우마제가 그의 평생 공력이 담긴 혈우신장(血雨神掌)을 날렸다.
동시에 그의 수하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 모든 공격의 목표는 바로 백리사초였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여전히 태연했다.
그리고 무명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매화지성 초식이 펼쳐진 것이었다.
동시에 왼손으로 옥황선도 부쳤는데, 옥황광풍이 일었다.
꽈아앙.
서약봉 전체가 흔들리는 거대한 폭발음.
그 속에 수많은 비명이 난무했다.
마치 지옥에서나 들릴 것 같은 비명들이었다.
얼마 후 먼지구름이 사라지고 드러난 광경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리사초를 공격했던 사백만이 넘는 병력이 몰살당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악마새도 포함인데, 그들의 시체는 이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구천마녀도 백팔마신도 그 누구도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혈우마제 한 명뿐이었다.
“으으······ 네놈이 나를 속였구나. 언제 지성을 이룬 것이냐?”
“지성이 아니오. 다만 거의 지성에 다다르면 부작용 없이 매화지성 초식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오.”
“그 초식이 매화검법의 최후 초식이냐?”
“그렇소.”
“역시 그랬군. 매화 문양이 하나에 불과했지만 정말 강력하긴 했다.”
“보이는 것만 하나였을 뿐이오.”
“후후후! 아무튼 나는 건재하다. 이 정도 내상은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지성자니까. 그리고 너는 스스로 밝혔듯이 지성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마지막 대결은 내가 승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네놈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가족을 포함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충격이 클 터. 설사 네놈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그들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후회하느냐?”
“후회는 없소. 그리고 귀하가 말한 사람들은 죽지 않았소.”
“뭣이라고? 당장 저기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이 보이지 않느냐?”
혈우마제가 쓰러져 있는 악대범과 초웅, 임설, 악소소를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마계와 흑반선회, 마물연합, 요괴연합, 북해빙궁 병력과 달리 시신이 훼손되지 않은 게 이상하긴 했다.
조금 전의 폭발력이라면 벌써 가루가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그들은 시체가 아니오.”
백리사초가 우수를 한번 흔들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악대범과 초웅, 임설, 악소소의 시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을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그들 네 사람은 죽은 게 아니라 이 안에 있소.”
백리사초가 허리에 차고 있는 신선호리병을 가리켰다.
“그게 정말이냐?”
“그렇소.”
“그럼 서약벌에서 혈우에 의해 녹아내린 병력도 그 호리병 안에 있다는 말이냐?”
“물론이오. 그들 중에는 내 가족도 있는데 어찌 두고만 볼 수 있었겠소? 혈우마제 그대가 수하들을 순식간에 이곳으로 불렀듯이 나 또한 이동을 시켰을 뿐이오.”
“그럴 수가! 분명 녹아내렸는데······.”
“못 믿겠다면 다시 보시오.”
백리사초가 우수를 한번 흔들자 서약봉 주위를 감쌌던 붉은 안개가 사라졌다.
혈우마제가 봉우리 밑에 있는 서약벌을 쳐다봤다.
한데 조금 전까지도 혈우 때문에 피로 물들었던 대지가 깨끗하지 않은가.
“으으······ 네놈이 환영을 만들어 나를 속였구나.”
“내가 속인 게 아니라 그대 스스로 속은 것이오. 욕심 때문에······.”
“욕심이라. 후후후! 네놈의 내력이 바닥난 것을 다 알고 있다. 아무래도 좋다. 네놈을 죽이고 그 호리병을 파괴하면 결과는 같아지니까. 수하들이 죽은 것이 아쉽지만 그까짓 수하들은 다시 구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네놈을 죽이는 것이지.”
“그대는 이미 졌소. 다시 말하지만 그대는 지성자가 아니오. 그리고 사실 지성자가 될 수도 없소.”
“무슨 말이냐? 이미 내상도 회복했고 이렇게 멀쩡한데······.”
혈우마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쩍쩍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으윽! 어찌 이런 일이!”
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혈우마제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며 이내 가루로 변해버렸다.
완전히 소멸한 것이었다.
“휴우!”
백리사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뭔가 잠시 생각하던 그가 신선호리병 안에 있던 사람들을 꺼냈다.
의념을 발동한 것인데, 곧바로 악대범과 초웅, 임설, 악소소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기한 것은 네 사람 모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악대범과 초웅의 경우 혈우마제의 미혼술에서 벗어난 듯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임설과 악소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두 사람은 혈우마제에 의해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백리사초가 그런 그들에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해주었음은 물론이었다.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팔십만에 달했던 병력 모두 완벽하게 복구되었으며, 사실 그들은 처음부터 혈우에 당하지도 않았다.
단지 백리사초가 이동대법으로 그들을 신선호리병 안으로 옮겨뒀을 뿐이었다.
아무튼 백리사초로부터 모든 설명을 들은 무사들이 기쁨의 함성을 지른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모든 싸움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와아아.
다만 백리사초는 여전히 주위를 둘러보며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 * *
석 달 후. 화산.
연무장에 백여 명의 연습제자들이 모여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왕팔과 천소옥도 있었다.
땀을 흘리며 마보를 연습하고 있는 두 사람.
연무장 한쪽 구석에서 그들을 개인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백리사초였다.
“왕팔! 힘을 빼라. 지금 이 실력으로는 운기토납법도 힘들다. 천 소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을 빼세요.”
“사초. 너무한 것 아니냐? 네가 비록 무림제일인으로 추앙을 받는다고 해도 내 요리 솜씨를 따라올 수 없지 않으냐?”
“무공을 배우는데 무슨 요리 타령이냐? 그대로 한시진만 있도록 해.”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은 후 연무장에서 나왔다.
그런 그를 한 소녀가 따라왔다.
바로 악소소였다.
“백리 오라버니. 매화정(梅花亭)에 쉬러 가는 건가요?”
“그래. 같이 갈까?”
“네. 조금 있으면 임 소저와 백화선자님, 천상옥녀님도 오실 테니 그곳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
“그게 좋겠군.”
백리사초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매화정으로 향했다.
매화정은 화산파 총단 내에 있는 정자로 백리사초가 휴식을 취할 때 종종 들르는 곳이었다.
참고로 석 달 전 중원무맹 무사들과 함께 무림으로 돌아온 백리사초는 맹주로서 여러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열흘 전 휴가를 내서 이곳 화산파에 들렸는데, 악소소가 새롭게 단장한 화산파 총단에 한번 오라고 졸라댔기 때문이었다.
다만 주위의 이목을 생각했는지 임설과 백화선자, 천상옥녀도 초청을 했고 조금 있으면 그녀들 모두 모일 예정이었다.
얼마 후 매화정에 도착하자 악소소가 물었다.
“왕 공자와 천 소저의 자질은 어떤 편인가요?”
“제법 괜찮더군. 하지만 자만할 수 있어 마보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내가 있을 동안 고생 좀 해야 할 것이다.”
“호호. 제 생각도 같아요. 초 사형은 어디에 갔어요?”
“웅이는 화음현에 순찰을 하러 갔다. 해지기 전까지 올 테니 나중에 임 소저 등과 함께 보면 되겠군.”
“네. 오늘 저녁엔 소소한 잔치를 벌이도록 해요.”
“그래. 소소가 직접 요리해준다면 언제든 환영이지.”
“호호. 제 요리 솜씨는 천하제일이지요. 한데 전부터 한가지 궁금한 게 있었어요.”
“뭐가?”
“지난번에 오라버니가 혈우마제를 제거했을 때 말이에요.”
“그게 왜?”
“모든 적을 섬멸했는데 오라버니를 보니까 뭔가를 찾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다른 적을 찾고 있었던 건가요?”
“그래. 하지만 기우였던 것 같아. 내가 너무 과민했었지.”
“원래는 무얼 걱정했었는데요?”
“으음, 혈우마제가 산산조각이 나서 죽기 전에 그의 눈빛을 봤었거든. 한데 지난번에 내 손에 소멸한 양신과 닮았더라고. 그래서 혹시 본신이 있는가 해서 주위를 살폈던 것이지.”
“아! 그랬었군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을 거예요. 양신이 그렇게 강할 리가 없지요.”
“그렇겠지? 한데 손님들이 오는데 음식을 준비 안 해도 되겠어?”
“아! 맞다. 특별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 지금 바로 가볼게요.”
악소소가 서둘러 식부 건물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백리사초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본 후 품속에서 책자 하나를 꺼냈다.
한데 그것은 바로 무자천서가 아닌가.
백리사초가 무자천서의 마지막 장을 펼친 후 손가락에 기를 담아 원을 하나 그렸다.
그러자 마지막 장에 금빛 원이 하나 생겨났다.
바로 그때였다.
백리사초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초야. 드디어 완성한 것이냐?”
백리사초가 고개를 돌려보니 한 노승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아! 사부님.”
백리사초가 기뻐하며 무명노승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 나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들고 있는 것이 무자천서냐?”
“네. 부족하지만 제자가 마지막 장을 완성해봤습니다.”
“잘했다. 내가 한번 볼 수 있을까?”
“네.”
백리사초가 무자천서를 무명노승에게 줬다.
바로 그때였다.
무자천서를 받은 무명노승이 갑자기 지풍을 날려 백리사초의 혈도를 찍었다.
“으윽!”
백리사초가 쓰러졌다.
단순해 보이는 점혈이었지만 무명노승 본인이 아니면 절대 풀 수 없는 특수 점혈법이었다.
“사부님. 왜 이러십니까?”
백리사초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황을 조금도 예견 못 했기 때문이었다.
무명노승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애석해하지 말아라. 애초에 네 목숨은 내가 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
“절 죽일 생각입니까?”
“그렇다. 정확하게 말하면 몸만 취하는 것이지. 내 육신의 수명이 다해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필생 숙원인 지성자가 되기 위해 사초 너의 몸이 필요하다. 이제 잠시 후면 너의 혼백은 사라지고 내가 너 대신 백리사초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지성자에 근접할 정도로 수행에 매진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
무명노승이 말을 한 후 삼매진화를 일으켜 들고 있던 무자천서를 한 줌 재로 만들어버렸다.
“후후후! 이제 이딴 것은 필요 없다. 너의 몸만 취하면 지성자가 바로 될 것이니까. 그래도 한번 물어볼까? 무슨 이유로 원을 그린 것이냐?”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오.”
“이놈! 내가 널 속였다고 사부로 여기지 않는 것이냐? 말투가 불량하군. 바로 죽여줄까?”
“그대는 내 사부가 아니오.”
“하하하! 어떻게 알았지? 궁금하군. 좋다. 그럼 내가 누구냐?”
“그대는 혈우마제요. 석 달 전에 내 손에 죽은 자는 바로 그대의 양신이었소. 내 말이 맞지 않소?”
“후후후! 그렇게 어리석은 놈은 아니었구나. 나는 네놈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때를 기다린 것이다. 특히 너는 내 손에 죽은 무명노승 그자를 만날 때 모든 경계를 푸는 습성이 있었지. 이는 내가 무명노승 그자의 기억을 흡수한 후 알아낸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 점이 승패를 결정한 것이다. 안 그랬다면 우리 두 사람은 몇 달을 싸워도 승부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지성자에 근접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네놈이 죽었다가 살아난 이유도 사실 모른다. 다만 무명노승 그자가 천기를 읽고 네놈이 지금 가지고 있는 옥패를 줬다는 사실만 알고 있지.”
“남의 기억은 한계가 있는 법이니 당연한 일이오. 그리고 사부님은 아직 살아계시오. 비록 그대에게 몸을 빼앗기셨지만, 그 정신만은 살아계신다오.”
“무슨 헛소리냐? 지금 네가 살아날 유일한 방법은 지성자가 되는 것뿐이다. 지성자는 비급에 원을 하나 그린다고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다르지. 나는 이미 궁극의 깨달음을 얻었고 무자천서 따위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다만 필요한 것은 깨달음에 최적화된 싱싱한 육체뿐이지.”
“그대가 무자천서를 불태운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내가 깨달음을 얻어 지성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오. 그래서 내가 원을 그리자마자 나타난 것이오. 그게 바로 그대의 첫 번째 실수였소.”
“설마 내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냐?”
“그렇소. 지난 석 달간 그대는 내 주위에 숨어 있으면서 기회를 노렸소. 나는 그대를 유인하기 위해 무자천서에 원을 하나 그렸던 것이오. 다만 내가 그린 원이 정답은 아니었소.”
“후후후! 그랬었구나. 사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네놈 역시 실수를 했다. 인정하느냐?”
“그렇소. 나는 그대가 내 사부님 행세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소.”
“솔직하구나. 밤이 길면 꿈이 긴 법. 이제 혼백을 소멸시켜주마.”
“잠깐! 그대의 두 번째 실수를 알고 싶지 않소?”
“듣기 싫다. 시간을 끌려는 것 같은데, 이만 죽어라.”
혈우마제가 우수를 들어 백리사초의 정수리 백회혈을 내리쳤다.
그때였다.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혈도를 찍혔던 백리사초가 오히려 혈우마제의 혈도를 제압한 후 그의 백회혈을 누르고 있지 않은가.
“으윽! 회회술!”
혈우마제가 불신의 표정으로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그대의 두 번째 실수는 바로 무자천서를 불태웠다는 것이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소?”
“설마 무자천서 마지막 장의 내용을 알아냈다는 것이냐?”
“그렇소.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한 가닥 남은 집착을 벗어내는 것이었소. 한데 그 집착심이 바로 무자천서였던 것이오.”
“그럼 지금 너는 지성자가 된 것이냐?”
“······.”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한데 그 미소는 지난번에 중간지대에서 봤던 석상의 미소와 같은 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같이 죽자!”
혈우마제가 잠력을 일으켜 몸을 폭발시키려는 순간, 백리사초가 무명노승의 몸에서 붉은 기운을 끄집어냈다.
백회혈을 통해 빠져나온 그것은 바로 혈우마제의 원신이었다.
백리사초가 힘을 주자 붉은 기운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혈우마제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무명노승이 깨어났다.
“아미타불. 사초 네가 마침내 지성자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사부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물론이다. 나는 네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줄 알고 있었다. 내게 완벽한 매화지성 초식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
“네. 사부님.”
백리사초가 고개를 숙인 후 무명검을 허공을 향해 한번 휘둘렀다.
순간 무수히 많은 매화가 화산 전체를 덮는 게 아닌가.
단순한 매화 문양이 아니라 실제 매화였다.
“허허허. 대단하구나. 손님들이 온 것 같으니, 이 사부는 나중에 또 오마.”
무명노승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백리사초가 기뻐했다.
‘사부님의 도력이 더 높아지셨구나. 어쩌면 이 모든 게 사부님의 안배였을 수도 있겠군.’
백리사초가 잠시 무명노승이 있었던 자리를 쳐다본 후 고개를 돌렸다.
악소소와 임설, 백화선자, 천상옥녀 네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매화를 신기한 표정으로 보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백리 오라버니! 전설의 매화우(梅花雨)가 내리고 있어요. 어떻게 된 건가요?”
악소소의 들뜬 목소리에 백리사초가 하늘을 쳐다봤다.
무수히 떨어져 내리는 매화가 마치 가을비와도 같았다.
매화들 사이에 간간이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 푸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