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60
459화
U.M.A라고 해서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모두 똑같은 것만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는 개체들이 많았다.
인간으로 치면 다른 사람보다 키가 큰 편이거나 피부의 색이 조금 다른 정도.
인간이라는 종에서 벗어나지 않는 큰 틀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그래서 강신이 가지고 있는 U.M.A의 정보만으로도 수많은 U.M.A를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변이종은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흔히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이 개체는 원래라면 그 종이 가질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걸 말했다.
그리고 U.M.A중에도 그런 변이종은 존재했다.
U.M.A의 변이종은 다른 생물의 변이종보다 위험했다.
강신도 몇 번 변이종과 마주쳤을 때, 곤혹을 치렀을 정도였으니까.
‘잠식하고 흐르며 증식하는 검은 액체.’
회사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난 U.M.A를 떠올렸다.
이런 U.M.A의 변이종은 U.M.A 국제회의에서도 상당히 주의 깊게 살피는 일 중 하나였다.
다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U.M.A를 포획했을 때, 해당 개체가 변이종인지 아닌지는 쉽게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런 어려움때문에 국제회의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일까, U.M.A 국제회의에서는 드물게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률 중에는 강신이 말했던 법률이 포함되어 있었다.
-U.M.A를 인위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는 걸 금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과거 같은 인간을 대상으로 인체실험까지 자행했었다.
그러니, U.M.A라고 해서 다를 리가 없었다.
물론 의도치 않게 연구를 진행하다 돌연변이가 되었을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럴 때는 그 즉시 U.M.A 국제회의에 이 사실을 알리고, 그곳에서 파견한 조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했다.
U.M.A 국제회의에서 U.M.A를 인위적으로 변이종으로 만드는 걸 막는 이유는 그 과정이 잔혹해서가 아니었다.
‘그게 잔혹하다 느꼈다면 U.M.A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모든 연구는 중단되어야 할 테니.’
그들이 그것을 막는 이유는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U.M.A가 등장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점을 극복한 네피림같은 게 나타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겠군.’
어쨌든 U.M.A 변이종이 자연 발생한 게 아닌 인위적인 조작으로 탄생했다면 큰 문제였다.
“어…. 그러니까, 돌연변이라니요? 저게 돌연변이였나요?”
그녀는 뒤늦게 표정을 수습하고 모르는 척 발뺌하려고 했다.
U.M.A의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 저렇게 우겼다면 조금은 통했을지도 모른다.
그야 돌연변이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U.M.A의 정보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있는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강신이었다.
성신에서 정보꾼으로 불리는 남자.
“애초에 손가락 크기만 한 개체가 저렇게 크다는 것은 변이종으로 봐야겠죠.”
“아, 그렇군요. 그건 몰랐네요…. 원래 크기가 그렇게 작았을 줄은….”
끝까지 발뺌하려는 그녀를 보며 강신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승부수를 띄워봤다.
“모르셨군요? 저 개체를 원해서 이곳까지 오셨다고 하셔서 아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나 보네요. 그저 순수하게 저 개체를 원하신 거라면 정상적인 개체로 거래를 하시죠. 변이종은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강신은 포획하지도 않은 개체를 들먹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여도 강신은 상관이 없었다.
그녀가 정말 강신의 말대로 거래를 한다면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를 잡으면 그만이었다.
강신은 그간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를 잡지 못했던 게 아니라 잡지 않았던 것이니까.
‘거래를 받아들이면 하나 잡아서 넘겨주면 되겠지.’
김나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강신의 제안을 받으면 에코하이가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사실을 발뺌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 돌연변이와 연구소에 있는 U.M.A 중 하나를 빼앗기게 되겠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기업의 약점을 고스란히 들어내는 게 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손해를 보고 안전을 택할까, 아니면 위험한 도박을 할까.’
강신은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김나래의 선택을 기다렸다.
여기서 그녀를 다그친다면 상황을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강신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그녀의 고민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죄송하지만 잠시 전화 좀 하고 와도 될까요?”
그녀는 결국 혼자서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러시죠.”
강신이 흔쾌히 수락하자, 그녀는 잠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한참을 통화하고 다시 돌아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녀와 에코하이가 선택한 것은 바로 후자였다.
“이미 예상하고 계신 것 같으니, 숨기지 않고 말하죠. 현재 포획하신 U.M.A는 저희 회사에서 만든 개체가 맞습니다.”
만약 강신이 이 사실을 U.M.A 국제회의에 알린다면 엄청난 벌금과 큰 제재를 받을 걸 알면서도 그녀는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지,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쥐고 있었다.
‘저 개체가 그만큼 큰 가치가 있다는 건가?’
큰 페널티를 감수하고 소유를 주장할 정도로 에코하이가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상당한 이득이었다.
에코하이가 저렇게 나온 이상, 이제 강신이 무엇을 요구해도 어지간해서는 들어 줄 게 분명했다.
“일단 협상 전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에코하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변이종을 만든 겁니까?”
강신이 묻자 김나래가 크게 한숨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요. 이야기해드리죠. 에코하이가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신가요?”
“네, 물론이죠.”
중견 기업이라고는 하나, 에코하이도 국내에서는 충분히 큰 기업이었기에 강신도 알고 있었다.
에코하이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에 들어가는 장비를 주로 다루는 기업이었다.
“저희는 요즘 배터리, 정확히는 에너지를 보관하는 장치를 주력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것과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가 무슨 상관일까.
강신이 의문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아시겠지만, 현재 세상은 옛날보다 더 빠르게 뛰어난 발명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을 감당할 에너지원의 개발이 뒤처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강신은 거기에 동의해 줄 수가 없었다.
그야 강신은 이미 성신에서 개발한 미친 효율과 작은 크기를 자랑하는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U.M.A의 소재를 사용해 단가도 함께 미쳤다는 게 문제지만….’
굳이 이 사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기에 강신은 그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희는 현재 개발된 소재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회사에서 한 U.M.A를 포획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크게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개체였습니다.”
크기도 작고 딱히 강한 것도 아닌 모습을 숨기는 게 전부인 U.M.A였다.
“그나마 편한 것은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이었죠. 아무도 그 개체로 연구를 진행하지 않자, 회사 회장님이 U.M.A라는 특별함이 좋아서인지 관상어로 가지고 갈 정도였죠.”
그런 취급을 받는 U.M.A와 별개로 그들이 하는 연구 진척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새로운 소재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부터 차근차근 다시 탑을 쌓아 올린다는 것이었다.
이는 큰 비용과 많은 인력, 긴 시간까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회사에서 에코하이로 어떤 연구원이 이직해 왔다.
그리고 그 연구원은 회장과 면담 중, 회장실에 있는 U.M.A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어차피 관상어로 쓰고 있던 U.M.A였던지라 에코하이 회장은 연구를 해보겠다는 연구원에게 흔쾌히 U.M.A를 내어주었다.
반면, 다른 회사 사람은 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소재 연구만 해도 바쁜데, 다른 곳에 신경을 쓴다며 싫어했어요.”
회사 여론은 좋지 않았지만,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연구원은 업무 시간을 준수하고 그 외 시간을 이용해 U.M.A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U.M.A가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지고 놀듯이 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렇게 그는 해당 개체가 그저 단순히 몸을 숨기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게 되자, 그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숨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직책 높은 연구원들에게 공개했다.
“거의 폭탄급 발표였습니다. 손가락만 했던 U.M.A가 팔뚝만 해진 괴물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결국, 강신이 포획한 차원에 걸친 미꾸라지는 한 연구원의 일탈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U.M.A를 인위적으로 변이종으로 만들다니, 당연히 회사 사람들은 그를 지탄했다.
하지만 그가 연구한 내용은 그런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해당 개체가 다시 이곳으로 넘어올 때, 입 안쪽에 따로 보관하고 있는 점액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점액질은 전기가 이동할 때, 손실되는 걸 막는 역할을 하고 추가로 보관까지 해주는 신소재였습니다.”
우연히 발견되었지만, 회사 사람들은 그 점액질에 대해 열광했다.
그들이 그토록 찾던 꿈에 물질이었으니까.
“그리고 저희는 욕심을 냈습니다.”
그들은 최대한 많은 점액질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래서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은 그 점액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얻기 위해 해당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해 더 덩치를 키울 방법을 찾고 계속 시행했다.
“……그 말이 정말이라면 그 연구원,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요.”
U.M.A의 몸집을 키우겠다고 유전자를 조작해서 성공한다니,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유전자 조작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 말도 안 된다며 믿지 못할 일이었다.
“네, 대단하죠.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U.M.A의 덩치가 더 커졌으니, 당연히 입속에 보관하는 점액질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U.M.A가 덩치가 커지면서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이 바뀐 게 문제였습니다, 먹이가 바뀌자 입속에 있던 점액질에 영향을 주게 되었고 저희가 원하는 점액질이 아닌 전혀 이상한 종류의 점액질이 나오게 되었죠.”
그래도 그 연구원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U.M.A가 해당 물질을 가지고 올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가지고 오는 것은 어떠냐고 하더군요.”
강신이 깜짝 놀라 욕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그 연구원의 말은 두 개의 차원을 오가는 방법을 찾겠다는 말이었다.
“설마 해서 묻는 거지만…. 그 연구 진행하신 건 아니겠죠?”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U.M.A를 변종으로 만드는 것은 장난으로 치부될 정도로 큰 범죄였다.
그 차원에 뭐가 있을지 알고 함부로 문을 연단 말인가.
‘혹시라도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어쩌려고? 그게 아니면 사람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가 있으면?’
그건 일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생각은 에코하이도 똑같았던 것 같았다.
“회사는 연구를 거부했습니다.”
강신은 그 말을 듣고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