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95
494화
사냥터로 들어가기에 앞서 강신은 사냥 방법을 결정하고 일행들에게 알려주었다.
“저희는 해가 진 저녁 시간에 평야 쪽을 위주로 돌아다니며 트롤을 사냥할 예정입니다.”
“어엄…. 음….”
강신의 전략을 들은 맥스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맥스? 뭔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하시죠.”
“그게…. 제가 받은 평범한 전략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서요….”
트롤 사냥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트롤을 쉽게 사냥하는 공략법도 이미 존재했다.
이는 화기나 태양광을 쓰지 않는 상황을 기준으로 세워진 공략법으로 참가자들 대부분 이 공략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냉병기만 들고 야간 시간대에 평야에서 트롤을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던데요….”
맥스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트롤은 태양광과 현대 화기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서 이미지가 그렇게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약점을 제외하고 본다면 트롤은 거대한 질량을 가졌으며 맨손으로 사람을 우습게 찢을 수 있는 괴물 중에서도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을 냉병기만을 들고 사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참가자들은 트롤과 정면 승부를 겨루는 것보다 빈틈을 노리고 기습을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서 트롤을 사냥할 때는 보통 트롤이 잠을 자는 낮 시간대에 햇빛이 들지 않는 깊은 동굴이나 그늘을 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공략법과 정반대인 공략법을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
트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야간에 평야에서 트롤을 상대한다고 하니, 맥스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강신은 그런 맥스의 걱정을 풀어주기 위해 부족했던 부분을 설명해 주었다.
“저도 기존의 공략법은 이미 보고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는 그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네? 왜요?”
강신이 눈짓으로 김만복을 가리켰다.
“트롤은 후각이 매우 뛰어나죠. 그래서 동굴에서 잠을 자고 있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김만복이 동굴 밖에 있어도 냄새를 맡고 바로 깨어날 겁니다.”
기습으로 단숨에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면 모를까, 동굴에서 트롤과 전투를 벌였다가 자칫 잘못해 동굴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될지도 몰랐다.
애초에 김만복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도 그런 공략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강신은 처음부터 평야 사냥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강신의 설명에 맥스는 이해는 했지만 쉽게 얼굴을 풀 수는 없었다.
이해하는 것과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달랐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안전은 확실히 보장해 드릴 테니까요. 그럼, 출발하죠.”
강신의 장담과 함께 강신과 일행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한 차량을 몰고 사냥터로 향했다.
강신이 호언장담했지만 그래도 맥스는 그 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사냥 대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는 일지를 작성하기로 했다.
* * *
-사냥 첫날.
우리는 대회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난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베이스캠프에서 빠져나왔다.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차량 내부는 처음과 다르게 무거운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하는 길은 비포장도로였기에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서일까, 적재함에 실려 있는 화물들이 내심 걱정되었다.
나는 최대한 화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게 차량을 몰았다.
사냥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났지만, 주변에는 다른 사냥팀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호기롭게 튀어 나갔던 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정석 공략대로 아침 사냥을 노리는 것인지, 모여서 쉴 생각으로 야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몇몇이 자기들과 함께하자고 권유를 했지만, 팀장님은 단호하게 그 제의를 거절했다.
그런 그들을 지나치고 얼마나 이동했을까,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더는 주변에 다른 사냥팀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냥터라고 해서 트롤을 만나기 쉬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트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이동하는 동안 일행들은 어느새 각자 무구를 꺼내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트롤이 튀어나올 것을 대비해 외부를 철저하게 경계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날이 잘 선 나이프를 보는 것처럼 예리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전투 능력이 전혀 없는 김만복은 살짝 겁에 질려 있었다.
김만복이 몸을 살짝 떨자, 신하린 요원님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무리수를 던졌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단검으로 저글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놀랄만한 재주인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분위기를 풀 수 있는 재주는 아니었다.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실패하자, 더 서늘한 적막이 흘렀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얼마나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첫 번째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첫째 포인트에서도 트롤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팀장님은 지도를 보며 첫 번째 포인트에 거대하게 X를 표시하고는 다음 포인트를 알려주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사방이 뚫려있는 평야였던 첫 번째 포인트와 다르게 근처에 동굴이나 태양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 울창한 숲이 있는 평야였다.
나는 불만 없이 바로 다음 포인트를 향해 차량을 몰았다.
두 번째 포인트로 이동하는 길, 길은 처음보다 나아졌지만, 지면에서 뭔가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진동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팀장님이 갑자기 나에게 차량을 세우라고 지시를 내리곤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고 그대로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팀장님이 밖으로 튀어 나가자마자 송대리님과 신하린 요원님이 당장이라도 팀장님을 쫓고 싶었는지 몸이 들썩였다.
하지만 팀장님의 당부를 떠올린 것인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주변의 시야가 너무 어두워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팀장님이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볼 수 없었다.
팀장님이 뛰어내리고 잠시, 갑자기 지축을 흔드는 거대한 괴성이 들려왔다.
괴성은 차량의 유리가 떨릴 정도로 거대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뱀 앞에 서 있는 쥐처럼 온몸이 굳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곧 하늘에서 얇은 빗줄기가 떨어졌다.
얇았던 빗방울은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졌고 굵어진 빗방울은 차체를 사정없이 때렸다.
일정에는 없었던 날씨였다.
내가 날씨를 확인했을 때는 분명 7일 동안 비 소식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나는 차를 때리는 액체가 비가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비라고 생각했던 액체는 딱 봐도 식욕이 떨어질 것 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멀리서 쿵 소리와 함께 괴성이 끊어졌다.
* * *
저벅, 저벅.
어둠 속에서 녹색의 체액으로 더러워진 강신이 거의 사람만 한 크기의 귀 한 짝을 들고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맥스는 일지를 작성하던 태블릿에서 손을 뗐다.
“……기록할 필요가 없었네.”
맥스가 기록을 시작한 건 어디까지나 사냥에 실패했을 시,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망가지고 착용하고 있는 액션캠이 먹통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일이었다.
사냥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누가 봐도 강신이 홀로 트롤을 사냥하고 돌아온 모습이었다.
“후…. 다녀왔습니다….”
강신이 건틀릿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내며 말했다.
그리고는 어느새 차에서 내린 일행들을 살펴봤다.
일행들은 모두 기가 질린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신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들고 왔던 거대한 귀를 맥스에게 건네주었다.
“맥스, 이거 보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읏, 알겠습니다.”
녹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귀를 건네자 맥스가 몸을 크게 떨었지만, 이내 그 귀를 빛이 투과되지 않게 밀봉해서 적재함에 실었다.
귀를 건네주었음에도 일행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자, 강신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생각했던 것보다 빡세네요.”
어두워서 전투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강신은 녹색 피만 뒤집어썼을 뿐 몸에 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일행들은 그 모습으로 빡세다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 강신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후…. 팀장님, 아무리 저에게 만복이를 지키라고는 했지만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신하린이 날카롭게 강신을 타박했다.
강신이 트롤과 싸울 것은 여기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싸움은 어디까지나 차량에 실려 있는 트롤을 구속할 물품과 다른 장비를 활용해 트롤을 몰아가며 싸울 것이라 생각했다.
일행들은 강신이 저렇게 무식하게 트롤과 1:1로 싸우고 돌아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신하린이 날카롭게 구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신하린이 저렇게 쏘아붙이지 않았다면 자신이라도 저렇게 말했을 테니까.
“트롤의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어. 미안해.”
강신은 신하린에게 순순히 사과했다.
그러자, 그제야 신하린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피를 닦을 만한 수건을 가져왔다.
“싸우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적어도 제가 보는 곳에서 싸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강신은 건네받은 수건으로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
강신의 말에 뾰족하게 날이 서 있던 신하린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는 사이 귀를 건네받았던 맥스가 밀봉을 끝내고 돌아왔고, 한층 풀어진 분위기를 보며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송기덕이 강신에게 물었다.
“그래서 강책임님, 트롤은 어떠셨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죠.”
강신은 일행들과 함께 차량을 들어가 자신이 상대했던 트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미 아시겠지만, 트롤은 거대하고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죠. 눈으로 직접 보면 더 못생겼습니다.”
가벼운 농담에 맥스와 송기덕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처음 마주쳤을 때, 트롤이 내지르는 괴성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강책임님이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은 차 안에서 트롤의 괴성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괴물이 내지르는 괴성에 살짝 겁에 질린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많은 U.M.A를 마주친 강신이 순간 움츠러들었다면 그리 가벼이 여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피어(Fear).”
신하린이 중얼거리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피어가 맞는 것 같아.”
공포, 두려움, 무서움을 뜻하는 단어지만 강신과 신하린이 말한 피어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그들이 말하는 피어는 간혹 포악한 성질을 가진 U.M.A가 사용하는 기술의 일종으로 U.M.A가 내지르는 소리를 들으면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분명 위험한 것은 맞지만, 덕분에 강신은 트롤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
“트롤이 멍청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롤이 멍청하지 않았다면 피어를 그렇게 사용하지 않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