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8
537화
강신이 홀로 기계공을 완전히 파괴하는 동안에도 방위 시스템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그럴 때마다 이순자는 적절한 지휘로 기계공을 모두 막아냈지만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공격이 거듭될수록 부상자는 계속 늘어났고, 그만큼 이순자와 송기덕의 부담은 커져만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상자 중 사망한 이는 없다는 정도였다.
강신은 추가로 유입되는 기계공들도 이전과 똑같이 재활용할 수 없도록 완전히 부숴버렸다.
그러자 방위 시스템은 마치 조급해진 것처럼 기계공을 보내는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계공의 장비들은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나타났지만, 그와 반비례하듯 나타나는 기계공의 수는 줄어들었다.
이로써 강신은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공격을 막았을까, 더는 재활용할 부품이 없는 것인지 어느 순간 여러 입구에서 더는 기계공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을 경계해도 더는 나타나지 않자 그제야 요원들은 팽팽하게 당겼던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 수 있었다.
“후아. 빡세다, 빡세.”
송기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허리에 달린 수통을 꺼내 그대로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크으….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송대리님 고생하셨습니다.”
어느새 모든 기계공을 손도 쓰지 못하게 파괴한 강신이 다가왔다.
필요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다른 이들을 다친 것 때문에 표정은 밝지 않았다.
“팀원 중 반 이상이 더는 전투에 참여하지 못할 거에요.”
어느새 이순자가 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돌아왔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니, 그런 표정은 짓지 마시고요. 이제 아군들의 다치는 것 정도는 익숙해질 때가 되지 않았어요?”
“……절대 익숙해지고 싶지 않으니까요.”
현장에서 부상자가 생겨 작전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된다는 건 강신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부상에 익숙해지면 후에 작전을 세울 때 일행들이 다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까 봐 그것이 두려웠다.
갑자기 분위기가 좋지 않자 이순자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뭐, 됐어요.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이나 하죠.”
“어음…. 전력이 대거 감소했으니, 재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송기덕이 재빨리 이순자의 말을 받아 의견을 내자, 이순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곳은 위험할 텐데….”
지금은 방위 시스템이 멈췄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기계공이 나타날지 모르는 곳에서 휴식하는 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이곳의 방위 장치는 더는 작동하지 않을 테니까요.”
강신은 자신이 추측한 모든 것을 일행들에게 짧게 설명하자, 그들은 뒤늦게 어째서 강신이 무력화된 기계공들을 일일이 파괴했는지 알게 되었다.
“한번 파괴된 부품을 재활용하고 있다라…. 확실히 그런 방법이면 적은 코스트로 대규모 시설의 방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는 있겠군요. 물론 저라면 절대 이렇게 운용하지 않겠지만요.”
이순자는 이곳의 방위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사람들은 절대 이곳처럼 방위 시스템을 운용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방위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시설이라는 뜻이다.
그런 시설에 침입자가 나타나 그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은 코스트로 효율적으로 막는 것보다, 과하더라도 침입자를 ‘무조건’ 막는 것이 더 중요했다.
“누구나 그렇게 하겠죠. 렙틸리언이 바보도 아닐 테니, 렙틸리언이 자원을 아끼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전 현재 렙틸리언이 이렇게 방위 시스템을 운용하는 이유가 그들이 보유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곳도 방위 시스템을 작동해봐야 자원만 낭비되니 더는 작동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네, 이미 선발대를 상대하면서 많은 자원을 낭비했을 겁니다. 그것을 재활용해 현재 방위 시스템을 작동시킨 것이라면 더는 자원을 낭비하기 싫겠죠.”
큐브에서 탈출하고 다섯 개의 문이 나오는 동안 강신과 일행들은 단 한 번도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
즉, 현재 렙틸리언들은 현재 그곳까지 방위 시스템을 작동시킬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부족한 자원으로는 중요시설만 방어하기도 바빴을 테죠.”
존 멕커니가 마지막으로 탐사했던 장소에는 이미 파괴된 기계 장치들이 잔뜩 있었다고 했었다.
‘그곳은 아마 재활용을 위해 파괴된 기계들을 모아두는 곳일 가능성이 있어.’
존 멕커니가 그곳에서 쓸 만한 부품을 뜯어서 챙겼다고 했으니, 렙틸리언들은 더 자원이 부족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부족한 자원을 쪼개고 또 쪼개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침입자들이 그것마저 챙기고 쓰지 못하게 완전히 파괴해 버렸으니, 더는 방위 시스템을 운용할 여건이 되지 않을 것이다.
“렙틸리언이 미지의 적이었기에 우리는 렙틸리언을 너무 과대평가했는지도 모릅니다.”
종말론자들과 엮이고 U.M.A 국제회의에서 만든 테스크포스팀이 전멸했던 소식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성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렙틸리언이라는 존재가 매우 위험하고 대응하기 힘든 단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그들이 가진 기술력이 어마어마한 것은 맞지만 그들에게도 한계는 존재했다.
도프와 테스크포스팀이 렙틸리언의 본거지에서 상상 이상으로 큰 피해를 남겼다.
이미 강신과 일행들이 이곳에 도달했을 때는 렙틸리언들은 그 피해를 제대로 복구할 여력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인간으로 치면 이곳은 이미 빈사 상태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어…. 음….”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상황이 전혀 달랐기에 송기덕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 급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확실하게 천천히 이동하며 철저히 방위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렙틸리언에게 더 큰 압박을 주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여기서는 편하게 쉬어도 되겠군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기본적인 경계는 해야겠죠.”
“후후…. 강책임도 참, 적진인데 그건 당연하죠. 안 그래도 요원들이 많이 지친 것 같은데 잘됐네요. 다들 좋아하겠어요.”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콜로세움에서 휴식했다.
* * *
그들이 휴식하는 동안 존 멕커니가 만든 임시 동맹이 콜로세움에 도착했다.
그들은 강신과 일행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그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경계를 대신 서 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덕분에 일행들은 더 많은 피로를 덜어낼 수가 있었다.
휴식을 끝낸 강신과 일행들이 다음으로 한 것은 기계공들이 나타난 입구의 탐사였다.
거동할 수 없는 요원들은 임시 동맹에게 맡겨놓고 강신과 일행들은 입구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기계공을 조립하는 시설들이 있었고 강신은 그 시설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갔다.
중간중간 숨겨진 터렛이나 방위 시스템이 작동하긴 했지만, 콜로세움에서 나타난 기계공만큼 강력한 방위 시스템을 가진 기계들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세웠던 계획처럼 천천히 렙틸리언을 압박하듯이 지역을 하나씩 정리하며 차근히 나아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가 있던 섬이 이렇게나 넓었나요?”
막 지역의 정리를 끝낸 송기덕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송기덕의 질문을 들은 이들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보니 그들이 있었던 섬은 그리 넓은 면적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아래의 공간은 섬의 넓이의 배는 되어 보이니,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 렙틸리언의 본거지 크기를 생각하면 수중에 만들어진 거라 생각하면 되겠지.”
“그렇겠죠?”
이부장의 대답에 송기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실없는 소리를 이어가던 그들이 다음 지역에 도착하자, 그들은 더는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우욱….”
“이런 씹….”
“미친 새끼들이….”
요원들은 눈앞의 광경에 헛구역질하거나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향해 뭐라고 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들이 도착한 지역은 이제까지 지나쳐왔던 지역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마치 도살장 혹은 정육점을 연상하게 만드는 공장이었다.
다만, 그 대상이 소나 돼지가 아닌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뱃속에 있는 장기가 모조리 꺼내지고, 머리가 잘려 갈고리에 걸린 인간의 시체.
그걸 보고 패닉에 빠지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커허허, 손님이 왔구만!”
위쪽 난간에서 특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후덕하게 살이 쪄 있었으며 얼핏 보기에는 인상 좋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는 피가 잔뜩 묻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파란색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손에는 고기를 썰 때 베이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사슬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이는가? 내 공장은?”
요원들은 공장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쌍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강하게 노려보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렙틸리언?”
강신이 한마디 내뱉자, 그는 크게 웃었다.
“커허허허! 그래, 우리는 렙틸리언이지. 그것도 가죽을 뒤집어쓰는 가짜가 아닌 진짜 렙틸리언.”
그가 진짜 렙틸리언을 강조하자, 사람의 피부에서 언뜻 파충류의 비늘이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눈동자 또한 찢어졌다가 다시 인간의 눈동자로 돌아왔다.
“당신이 진짜 렙틸리언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습니다. 당신들이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한다는 게 중요하죠.”
강신이 손을 들어 사격 명령을 내리자, 요원들이 들고 있던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소총은 불을 내뿜었다.
타다다다당-!
하지만 특수 탄환은 렙틸리언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브잉-! 브잉-!
렙틸리언의 몸을 두르고 있는 파란색 장막이 날아오는 탄환을 모두 막아냈다.
“것 참…. 인간들은 참 성미가 급해, 그것보다 멸망이라니? 너희 도대체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듣고 오는 거야?”
그는 강신과 일행들이 적의를 갖고 공격했음에도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니, 애초에 우리는 인간의 멸망을 바랄 수가 없는데? 내 공장을 보면 예상이 되지 않나?”
인간을 정육점 고기처럼 걸어 놓고는 저런 말을 하니, 놀리는 것으로 들렸다.
“하, 식용으로 인간을 키우겠다는 소리인가?”
그는 쏟아지는 탄막 속에서 여유롭게 손으로 턱을 쓸며 잠시 고민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인간 고기는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야. 아니지, 정확히는 지금은 우리 중 아무도 인간 고기를 먹는 이는 없어.”
“…….”
“지구에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굳이 인간 고기를 먹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
“……눈앞에 걸려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뻔뻔하기 그지없군요.”
“아, 내 공장을 보면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겠군. 그래, 뭐 이곳에서 죽든 살든 일단 진실을 알려주는 게 좋겠군.”
그는 선심 쓰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말이지, 인간과 자원이 낭비되거나 버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이 인간 고기는 우리가 원하는 부분의 부산물일 뿐이지.”
“…….”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인간의 극히 일부인 간뇌뿐이야.”
이곳에 있는 인간 고기는 렙틸리언이 간뇌를 추출하고 남은 것을 재활용하기 위해 걸어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