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73
572화
소녀가 포식 악어를 자신이 믿는 신이 아닌 가족이라 소개했지만, 강신은 소녀가 서브 몬스터라고 확신했다.
다른 비밀 종교도 이상한 곳이 수두룩했지만, 서브 몬스터 자체도 꽤 기형적인 집단이었다.
큰 틀은 U.M.A를 신으로 받드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둘의 관계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울맨과 함께했던 여성은 말로는 신이라고 했으면서 아울맨을 자식처럼 챙겼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소녀처럼 U.M.A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런 그들이 서브 몬스터로 인정받는 것은 U.M.A를 신으로 믿는 것보다 인간과 U.M.A 사이에 있는 유대감 깊이가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소녀는 분명 포식 악어를 가족이라 했으니, 둘의 유대감은 보통이 아닐 것이고 그러니 서브 몬스터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소녀는 포식 악어를 아린이라고 불렀다.
흉포한 외형을 가진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지만, 듣고 있던 포식 악어는 아린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기분 좋게 으르렁거렸다.
-크르릉….
그 울음소리에 맥스가 움찔 떨고는 무언의 눈빛으로 강신을 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강신은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 시선을 느낄 수가 없었다.
‘가족이라….’
U.M.A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비밀 연구소에도 U.M.A에게 이름을 붙이고 유대감을 쌓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신은 포식 악어가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애정이 가득한 시선이야.’
연애의 사랑이 아닌 그야 말로 아가페적인 사랑, 포식 악어는 마치 부모와 같은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대인 경우는 있어도 이런 경우는 드문데….’
어지간한 유대감만으로는 저런 관계를 쌓을 수 없을 것이다.
강신은 소녀와 포식 악어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옆에서 재잘거리는 소녀의 말과 외형, 복장들을 토대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산속에서 U.M.A와 가족처럼 사는 소녀, 소복에는 때가 많이 타 있지 않아서 깨끗하고 외형 자체도 깨끗해.’
제대로 물을 사용해 씻거나 세탁하고 있지 않으면 저런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옷도 흐트러진 곳이 거의 없어.’
이쯤 되니, 강신은 예전에 아울맨을 만났던 여성의 상황과 소녀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따로 조력자가 있는 거야.’
포식 악어가 소녀를 돌본다고 해도 인간이 아닌 U.M.A로서는 그 한계가 명확했다.
‘먼저 사용하는 언어.’
소녀는 제대로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곳에서 배우고 이곳으로 온 것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 수다스럽게 떠드는 것을 보면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깨끗한 복장.’
포식 악어의 손으로는 절대 소녀가 입고 있는 소복을 정돈되게 관리하지 못했다.
그러니, 강신은 이곳에서 소녀가 혼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넌지시 포식 악어를 칭찬해봤다.
“이런 든든한 이가 가족이라니, 좋으시겠네요.”
“헤헤, 맞아요! 아린이는 제가 힘들면 자기 어깨에 저를 태워주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멧돼지들도 쫓아주기도 해요!”
소녀는 자신이 칭찬 듣는 것보다 포식 악어를 칭찬한 것이 더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이야…. 그러면 이 넓은 산속에서 아린이와 단둘이 사는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저랑 아린이랑 아빠랑 엄마랑 넷이서 살고 있어요! 아, 삼촌도 있긴 한데 삼촌은 여기서 함께 살지 않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어요, 삼촌은 매주 한 번씩 재미난 것들을 들고 와요!”
소녀는 강신이 묻지 않는 것들까지 수다스럽게 떠들었다.
강신은 그런 소녀의 말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야기를 들어주자, 소녀는 더욱 신나서 떠들어댔다.
대화는 계속이 어질수록 강신과 소녀는 점점 친해져 갔다.
“그래서, 저번에는 저쪽 틈에서 토끼 가족을 봤어요! 꼬물거리는 것들이 아주 귀여워요!”
하지만 그런 수다스러운 소녀의 잡담은 길게 이어질 수가 없었다.
그야, 이런 산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흥미를 끌 이야기가 많을 수가 없었다.
소녀의 말수가 점점 적어지자, 강신은 슬슬 본론을 꺼냈다.
“혹시 저희가 부모님을 만나볼 수가 있을까요?”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강신이 마음에 들었는지, 처음 경계심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빠랑 엄마를요? 왜요?”
“음, 사실 부모님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요.”
소녀는 처음 본 강신이 자신의 부모님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자 잘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갸웃대가 이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빠랑 엄마도 오랜만에 온 손님을 좋아하실 거예요!”
소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른 일행들은 서둘러 깔린 장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용한 조리도구는 잘 포장해 배낭에 넣고 불이 타오르던 모닥불은 물을 끼얹어 확실하게 불씨까지 제거했다.
그렇게 쓰레기까지 모두 챙기고 나서야 이동할 준비가 되었다.
포식 악어는 강신과 일행들이 준비되자, 소녀를 자신의 어깨에 올리고는 앞장서서 더 깊은 산속으로 강신과 일행들을 안내했다.
강신과 일행들은 그런 포식 악어를 뒤따라 이동했다.
빛이 없는 산속이라 이동하기는 불편했지만, 포식 악어가 가진 특성 때문에 손전등 같은 빛을 내는 물건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쭉쭉 나아가는 포식 악어와 다르게 어두운 산길이 익숙하지 않은 강신과 일행들은 간혹 돌부리에 걸리거나 발을 헛디디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졌고 점점 그런 상황이 줄어들었다.
그때부터 강신과 일행들은 뒤처지지 않도록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작은 움막이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늦은 야밤임에 불과하고 움막의 주인은 깨어 있는 것인지, 포식 악어의 육중한 소리를 듣고는 남성과 여성, 두 사람이 움막 밖으로 나왔다.
“채원아, 엄마가 밥 먹기 전까지 오라고 했지? 왜 이렇게 늦…. 누구?”
움막을 나오던 여성은 포식 악어 뒤쪽에 있는 외부인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굳혔다.
순진무구한 소녀와 다르게 소녀의 부모는 외부인에 대해 확실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갑자기 긴장감이 흘렀지만,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녀가 포식 악어의 어깨 위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오늘 뭘 먹었는지 알아? 처음 보는 고기들을 잔뜩 먹고 왔어!”
-크르릉.
소녀의 자랑에 포식 악어도 함께 자랑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은 그런 둘을 보며 참 죽이 잘 맞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아, 저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나눠 준 아저씨랑 아줌마들이야, 아빠랑 엄마에게 부탁할 게 있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
소녀의 말을 들은 그녀의 부모가 사고를 친 딸을 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강신과 일행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소녀와 다르게 대가 없는 호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른이었다.
그런 그들의 태도에 강신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밝히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두 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서브 몬스터 여러분?”
자신들의 정체를 들켰기 때문일까, 서브 몬스터라는 말에 둘은 더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남성이 입을 열었다.
“……집이 작으니, 짐을 모두 내려놓고 대표 한 분만 들어오시죠. 채원이 너도 이리 와라.”
“네~”
남성의 말을 들은 포식 악어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소녀를 지면에 내려놓고는 움막을 등지고 강신과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아 강신과 일행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모습은 마치 강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움막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아보였다.
강신은 남성의 지시대로 메고 있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일행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움막으로 향했다.
강신이 움막으로 향하자 포식 악어는 그저 으르렁댈 뿐, 강신을 막지는 않았다.
강신이 움막으로 들어서자,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불빛이 방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포식 악어를 배려한 건가.’
이 빛이 새어나갔다가는 포식 악어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할 테니, 그것을 배려한 것처럼 보였다.
움막 내부는 남성이 말했던 것처럼 그리 넓지 않았다.
딱 성인 둘, 아이 하나가 누울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밖에서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움막 내부로 들어오자, 강신은 소녀의 부모들이 입은 옷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성은 복장은 산 탈 때 입는 승복 바지에 짧은 조끼였고 여성의 복장은 활옷이라 불리는 복장이었다.
“며칠 전에도 당신 같은 사람들이 찾아왔었죠. 어째서 저희를 서브 몬스터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남성의 입에서는 강신도 놀랄만한 말이 나왔다.
“저희는 그저 산신령을 모시는 보잘것없는 무당일 뿐입니다.”
그제야 강신은 여성이 어째서 이런 산속에서 홀 옷을 입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홀 옷은 주로 무당이 입는 옷이었으니까.
“산신령이라는 것은 집 앞에 있는 아린이라 불린 이를 말하는 것이겠죠?”
강신은 굳이 포식 악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물었다.
“네, 그분이 바로 제가 모시는 존재이자, 저희 아이의 가족이 되어주시는 분이죠.”
여성은 포식 악어를 신으로 모신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도대체 서브 몬스터가 무엇인지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래서 저희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희는 이 산속에서 그저 조용히 살아가길 바라는 촌부일 뿐입니다.”
여성은 자신을 촌부라 낮추어 말하며 강신에게 찾아온 용건을 물었다.
“혹시 며칠 전에 찾아왔던 분들이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질문이었지만, 여성은 바로 자신들을 찾아왔던 이들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어요. 그냥 외국인이었죠.”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걸 왜 궁금해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먼저 이곳에 찾아오신 용건을 알려준다면, 알려드리지 못할 것도 없죠.”
여성은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강신이 찾아온 이유부터 물어보았지만, 강신은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만약 이들을 찾아온 외국인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고 이들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강신과 이들은 적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강신은 적당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나만 답해주신다면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을 찾아왔다는 사람들이 했던 제안 받아들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