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74
573화
강신의 물음에 순간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굳어 있는 두 사람을 확인한 강신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들썩였다.
‘눈앞에 여성을 제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겠지만….’
순진무구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앞에서 아이의 부모를 향해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강신은 몸을 뒤로 빼서 이곳에서 도주할 생각이었다.
잠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뒤늦게 여성의 입에서 대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거절했어요.”
그 한마디에 강신은 속으로 안도하며 긴장한 몸을 풀어주었다.
“질문에 대답해 주었으니, 이제 당신들이 저희를 찾아온 이유를 알려주시겠어요?”
여성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겠습니다.”
강신은 먼저 품속에서 작은 명함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넸다.
“일단, 인사부터 하죠. 저는 성신에서 나온 강신이라고 합니다.”
강신이 건넨 명함을 보자, 소녀의 부모들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치켰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산속에서 살아온 소녀는 성신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소녀의 부모는 달랐다.
지금 아무리 산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외부에 대해 완전히 귀를 닫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성신? 거기서 왜….”
“당신을 찾아왔던 외국인들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라는 광신도로서….”
강신은 간략하게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 관해 설명하고는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이들인지 인지시켰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뭔가 위험한 것을 꾸미고 있으며, 그로 인해 U.M.A와 함께 사는 이들을 만나 자신들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래서 저희는 당신 같은 분들이 그들과 협력하지 않기를 바라며 찾아온 겁니다.”
강신의 설명을 들은 소녀의 부모는 고민에 빠졌다.
그들은 이런 분쟁을 원치 않았다.
그저 이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정체를 감춘 외국인과 성신에서 나왔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한국인.
그나마 신용이 가는 쪽은 당연히 자신을 정상적으로 소개한 한국인이었다.
그 신분을 속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예 정체를 감춘 외국인보다는 여러모로 나았다.
그래서일까, 여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들이 찾아왔던 외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걸 제안했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저희에게 제안한 것은 새로운 거취장소였어요.”
외국인들은 산속에 사는 자신의 딸을 들먹이며 살기 좋은 곳과 제대로 된 교육, 그리고 풍족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자신들을 지원하겠다고 제안을 건네왔다.
상세한 내용을 말했을 때, 그녀는 잠깐 흔들릴 정도로 그들의 제안은 매혹적이었다.
그들만 살 수 있는 넓은 산, 그리고 기본 교육 과정과 딸이 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가들을 붙여 줄 것이며, 먹는 것도 언제나 고급스러운 음식을 주겠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그들에게 말했다.
“저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죠.”
“그래서 뭐라고 했습니까?”
“아무것도요.”
그들은 그 많은 것들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면서 반대로 그녀의 가족들에게는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매우 수상했어요. 산속에 살고 있지만, 저희는 그렇게까지 무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어요, 그게 끝이에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 강신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들이 그렇게 거절당하고 순순히 돌아갔습니까?”
“네, 그냥 돌아갔어요.”
그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강신은 그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누구던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하는 이들이었다.
그게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그들에게는 상관없었다.
그런 이들이 목적을 이루지 못했는데, 순순히 돌아갔다는 것을 쉽게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찾아온 이들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아니었나?’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산속에 사는 소녀가 걱정되어 찾아온 이들일 수도 있을까?
하지만 이내, 강신은 고개를 저어야 했다.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이 이곳에서 찾아온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그들이 왜 순순히 물러났을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물러가도 자신의 목적을 이룰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게 무엇인지는 강신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 계획이 결코 온화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만을 추측할 따름이었다.
‘이대로 이 가족에게 경고만 남기고 떠나는 것은 불안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강신의 고민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이들인지는 충분히 이해하신 것 같으니, 제가 새로운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음…. 그래요, 한번 들어보죠.”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신은 현재 그들이 놓인 상황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당신들이 믿는 신을 이용하기 위해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저지르겠죠. 당신들이 사는 산에 불을 지를 수도 있고, 따님이나 주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고 했던 소녀의 삼촌이라는 분을 납치해 협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압도적인 폭력으로 그냥 굴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꽤 자극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강신은 대부분 사실을 입에 담았다.
강신이 아는 광신도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 일들이니까.
“……그래서요?”
심각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여성은 애써 덤덤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그녀의 손끝과 눈꺼풀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동요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강한 척하는 거구나.’
“광신도가 어떤 행동을 저지르던 결론은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이곳에서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이죠.”
이곳에 있으면 광신도들은 집요하고 끈질기게 그들에게 들러붙을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저희를 이곳에 며칠간 묵게 해주신다면 그들이 했던 제안했던 것을 저희가 드리겠습니다.”
“정확히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들이 어떤 제안을 했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그녀는 그제야 강신이 성신 소속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릴 수가 있었다.
‘정말 성신 소속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오늘 처음 본 사이였으니 쉽게 강신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강신은 그녀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었고 그녀는 잠시 고민 끝에 말했다.
“솔직히 우리는 당신들도 믿지 못하겠어요. 그러니, 당신들의 제안도 받지 않겠습니다. 이 움막을 내어 줄 수도 없습니다. 단, 이 산에서 며칠 묵어가는 것까지는 막지 않겠습니다. 이 산의 주인은 저희가 아니니까요.”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묵는 동안 신뢰를 쌓으면 그만이겠지.’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강신은 급한 대로 이곳에 찾아왔던 외국인,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상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며칠 동안만 이웃으로 지내보죠.”
그 모습을 가만히 소녀는 어른들이 한 이야기를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강신과 외부인이 이곳에서 며칠 동안 지낸다는 것은 알아들었다.
그래서일까, 뭔가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연신 생글거렸다.
“그럼, 일행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군요.”
강신이 움막 밖으로 나가자, 소녀가 슬그머니 뒤따라가려 했다.
“김채원, 거기 서.”
“아….”
하지만 소녀의 엄마는 그런 소녀를 붙잡고는 설교를 시작했다.
소녀가 구해달라는 듯이 강신을 바라봤지만, 강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움막을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움막 외부에는 강신이 처음 움막에 들어섰을 때와 비슷한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입구를 막는 것처럼 견고하게 앉아있던 포식 악어가 강신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풀어지듯이 그대로 자리를 잡고 편하게 누워버렸다.
그러자 긴장되었던 대치 상태가 저절로 풀렸다.
“강책임, 이야기는 잘 끝났습니까?”
대치가 풀리자, 이순자가 강신에게 다가왔다.
“원하는 것을 다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며칠 이곳에서 머무를 생각입니다.”
“이곳에서요?”
원래 계획에는 없던 일이라, 이순자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네, 상황이 조금 변했습니다. 일단 울프팀 전원을 모아서 상황 설명부터 하는 게 맞겠네요.”
강신은 주변을 경계하는 일행들까지 모두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움막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제야 이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먼저 선수를 쳤을 줄은 몰랐네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그 광신도들이 이렇게 포기할 리가 없을 겁니다.”
“그건 그렇죠.”
“그래서 저희는 이곳에서 머물면서 광신도가 찾아오면 그들을 제압할 생각입니다. 그들도 길게 시간을 끌려고 하지 않을 테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확실히 그런 상황이라면 저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희가 며칠간 이곳에서 머무는 것이 맞겠죠.”
일행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흠…. 그러면 지원을 불러야겠군요.”
장웨이는 짧은 회의가 끝나자,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받기 위해서 회사에 연락했다.
깊은 산속이었지만 지원을 받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들의 위치는 GPS로 표시가 되었으며 급한 물건은 공중으로 보급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 저는 친구들과 보급이 도착하기 전까지 터를 다지겠습니다.”
맥스는 친구들과 조립형 삽을 꺼내, 울퉁불퉁한 지면을 평탄화시켰다.
“3팀 인원들도 장비 갖추고 이곳으로 오라고 해야겠네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장비는 철저하게 챙겨서 올 수 있도록 전해주세요.”
“알겠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성신에서 띄운 헬기가 그들이 있는 위치로 공중에서 물건을 떨어트렸다.
바람 때문에 조금 오차가 있긴 했지만, 낙하산을 달고 떨어진 짐들은 무사히 팀원들이 수거해 왔다.
보급품에는 거대한 천막으로 만들 집들과 편의성을 위한 물품들과 식량, 그리고 추가 장비들 들어 있었다.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새벽이었지만 일행들은 빛에 의지하지 않고, 쉬지 않고 움직여서 천막을 치고 짐을 날랐다.
그러자, 움막 옆에는 해가 떠오를 때쯤에는 스무 명이 들어가도 부족하지 않을 거대한 천막이 세워졌다.
머물 천막을 완성하자, 일행들은 다시금 천막 내부에 모였다.
“으…. 지친다.”
빌리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야 오전부터 쉬지 못하고 산을 오르고 어두운 산길을 올랐다.
그리고 끝에는 삽으로 땅을 다지고 천막까지 쳐야 했으니, 어지간히 체력 좋은 사람들에게도 강행군인 일정이었다.
그가 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쉬고 싶은 그였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작전을 짜보도록 하죠.“
똑같이 움직이기고도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는 강신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