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79
578화
포식 악어가 갑자기 깨어난 것도 모자라 갑자기 공격했다.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을 했고, 덩치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모습에 소녀의 아버지를 보호하던 송기덕이 중얼거렸다.
“젠장,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건 송기덕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 사람도 모두 그와 같았다.
심지어 포식 악어에게 앰플을 꽂았던 남성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듣기로는 자신이 사용한 앰플에는 저런 능력은 없었으니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울프팀 요원들은 흔들리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강신은 자신이 구해낸 빌리를 자신의 뒤쪽으로 보내고는 포식 악어를 보며 생각했다.
‘폭주 상태 같은 건가?’
소녀의 삼촌이 주입한 약물의 효과일까?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보다 눈앞에 놓인 일을 해결해야 했다.
-끼에에엑!
포식 악어가 다시금 비명을 지르자, 몸이 다시금 팽창했다.
그렇게 포식 악어는 평소보다 1.5배가량 더 커다란 덩치가 되어서야 발작과 비명을 멈추었다.
시야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급작스러운 육체 팽창으로 인해 포식 악어의 육체에서는 열이 나는 것인지, 그 주변이 살짝 일그러져 보였다.
포식 악어는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덩치가 커지면서 일부로 무디게 만들었던 손톱이 새로이 자란 것처럼 날카로운 예기를 뽐내고 있었다.
그렇게 팽창을 멈춘 포식 악어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강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강신은 그런 포식 악어와 눈을 마주치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
살기가 진득하게 담겼던 전과 다르게 현재 포식 악어가 강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인간이 자신의 발밑을 지나가는 개미를 보는 것처럼 무관심해 보였으니까.
강신은 잘 정제된 포식 악어의 기세에 어느새 등 쪽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이건 위험해.’
강신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그간 자신을 지켜주던 직감 또한, 쉼 없이 이곳을 벗어나라며 경고해왔다.
‘힘이 가늠되질 않아.’
포식 악어의 힘이 가늠되지 않는 건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더는 포식 악어에게 유술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었으니까.
포식 악어의 힘이 강대해서 가늠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이전에는 무차별적으로 드러났던 힘을 현재는 잘 갈무리해 겉으로 티가 나지 않게 만든 것이다.
육체와 기세, 그리고 뚜렷한 힘까지 모두 예상을 초월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단순히 강해졌다 정도가 아닌 종을 초월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진화(evolution)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달라졌어.’
강신이 짧게 생각을 하는 동안 포식 악어가 갑자기 강신을 향해 날파리를 쫓는 것처럼 가볍게 팔을 휘둘러왔다.
-크륵.
부웅~
강신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정직한 궤도의 공격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 가볍게 흘려내야겠어.’
강신은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공격에도 겁을 먹지 않고 더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손톱의 예기가 이전과 다르기에 보호 장비가 순식간에 찢겨 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손톱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게 파고 들어간 강신의 팔에 포식 악어의 팔이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큭!”
포식 악어의 공격을 흘려낸 강신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쾅!
공격이 지면을 때려 작은 지진이 일어난 걸 보아 강신이 흘려내는 데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격을 흘려낸 강신의 팔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강신이 인상을 쓰며 뒤로 훌쩍 물러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식 악어가 그런 강신을 쫓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젠장, 충격을 모두 해소하지 못했어.’
공격을 되돌리는 것도 아니고 흘려내는 것뿐인데도 충격을 전부 흘릴 수 없었다.
이는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부터 포식 악어를 대상으로 제대로 유술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손대중하며 포식 악어를 상대할 수 없음을 뜻했으니까.
‘생포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포식 악어를 얕봤다간 자칫 자신이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강신은 포식 악어의 생사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패를 사용해야 했다.
‘죽이지 않는다는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지도….’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이 가진 패가 많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 그런 패들을 꺼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신은 포식 악어에게서 최대한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곁눈질로 천막이 ‘있었던’ 곳을 바라봤다.
케빈이 부딪혀서 무너진 천막은 이전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무너진 천막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건틀릿을 찾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눈앞에 있는 포식 악어가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설야의 날개 가루를 지금 흡입해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야.’
흘려내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충격을 받으면서 과연 몇 번이나 포식 악어의 공격을 흘러낼 수 있을지 강신도 알지 못했다.
강신은 현재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지금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현재 포식 악어는 파괴 본능에 사로잡혀 마구잡이로 공격했던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금 이렇게 강신이 머리를 굴릴 수 있는 것도 강신을 노린 공격이 지면을 때린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포식 악어가 자신의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괴 본능이 극대화되었을 때의 기억이 날아간 것일까.
그전까지 강신에게 당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포식 악어는 자신이 가진 힘에 자신감이 넘쳤고 명백하게 눈앞에 있는 강신을 얕보고 있었다.
‘얕보고 있다고 해도 내가 움직이는 순간 바로 공격을 할 테지.’
그래서 강신은 현재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포식 악어의 다음 공격을 기다리며 경계하는 동안 갑자기 상황은 강신에게 유리하게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자신을 팔을 빙글빙글 돌리던 포식 악어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는 점이었다.
포식 악어는 이전까지 짙은 붉은 빛이 돌았던 눈동자가 옅어진 것도 모자라 현재 상황을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는 가벼운 장비만 걸치고 있는 강신과 달리 완벽한 무장을 갖추고 나무 위에서 매복하고 있었던 3팀 요원들이 이곳으로 합류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이순자에게 합류했다.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아, 물론이지. 마침 잘 왔네. 온 김에 저 사람들 대피시킬 준비만 하고 있어. 혹시 모르니, 대피하지는 말고.”
원래라면 민간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바로 수송했겠지만, 그녀와 일행들이 보호하고 있던 가족들은 눈앞에 있는 포식 악어와 긴밀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대피시키지는 않았다.
이순자는 송기덕과 신하린이 맡은 가족들과 비전투요원, 그리고 제압된 사람까지 모두 3팀 요원들에게 맡겼다.
그렇게 포식 악어를 자극하지 않도록 3팀 요원들이 가지고 있던 장비들을 챙겨 강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송기덕과 신하린 또한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예상외 상황인 것 같은데, 저희가 합류해도 될까요?”
“저도 왔습니다.”
평범한 상황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순자와 송기덕이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강신이 피식 웃어버렸다.
“물론이죠.”
방금까지 포식 악어를 사살할 마음으로 가득했던 강신에게 일행들의 합류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것처럼 든든했다.
송기덕과 함께 이동하던 신하린은 이미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강신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포식 악어에게 눈을 떼지 않고 바로 브리핑했다.
“속도는 진심으로 내는 걸 보지 못해서 얼마나 빠른지 모르지만, 힘 자체는 아까보다 두 배 가까이 강력해졌습니다. 그리고 마모되었던 손톱이 매우 날카로워졌습니다. 아울맨과 비슷한 예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지금 포식 악어가 혼란스러워하는 걸 보면 파괴 본능을 끌어내는 약효가 어느 정도 떨어진 것처럼 보이니, 최대한 시간만 벌어보죠.”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그것만 들어도 이순자와 송기덕은 어떻게 포식 악어를 상대할 것인지 생각해냈다.
“아무래도 정면에서 부딪히는 것은 위험하겠네요. 그래도 건틀릿이 있으니까, 손톱 자체를 막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제 톤파부터 부딪혀 보죠. 톤파가 멀쩡하다면 그때부터 맞대응하시고요.”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강신이 송기덕의 의견에 동의하자, 이순자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신에게 물었다.
“강책임, 혹시 건틀릿을 가져올 시간이 필요한가요?”
“음…. 혼자였다면 필요했겠는데, 세 분이 왔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직접 부딪혀서 포식 악어가 가진 힘을 계산해야 하는 전의 상황과 다르게 지금은 대신 힘을 가늠시켜줄 일행들이 있었으니, 유술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요, 그건 다행이네요. 저기에서는 기다려줄 마음은 없어 보이니까요.”
-크르륵….
한참을 한눈을 팔던 포식 악어가 어느새 늘어난 인간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악어의 얼굴로 인상을 쓰자, 무시무시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여러 U.M.A를 상대했던 강신과 일행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럼 갑니다.”
가장 먼저 송기덕이 내부 충격파 기능을 3단계까지 올리고 들고 있는 톤파를 손에서 빙그르르 돌리며 포식 악어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강신과 이순자가 바로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포식 악어는 아직 혼란스러워했지만, 건방지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인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손톱을 새우고 양손으로 송기덕을 할퀴듯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휘둘렀다.
강신을 공격했을 때와 다른 속도에 강신과 일행들이 깜짝 놀랐다.
강신과 이순자는 곧장 오른쪽과 왼쪽으로 빠지며 산개했다.
하지만 가장 앞장서던 송기덕은 그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톤파를 들어 그 손톱을 막아냈다.
차자장! 쿵!
다행히 손톱은 톤파를 잘라내지 못했지만, 포식 악어가 내려친 힘으로 인해 송기덕의 발이 지면에 자국을 남기며 살짝 뒤로 밀려났다.
공격을 막은 송기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큭! 무슨 힘이!, 이부장님 건틀릿을 맞대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힘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으로 강합니다!”
송기덕이 살짝 뒤로 빠지려 하자, 강신과는 다르게 포식 악어가 그런 그를 추격하며 그대로 다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공격은 송기덕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좋았어!”
송기덕에게 간략한 정보를 들은 이순자가 오른쪽에서 포식 악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기 때문이었다.
포식 악어는 자신을 향한 기습 공격에 송기덕을 추격하는 걸 포기하고 즉각적으로 꼬리를 이용해 대응했다.
아무리 이순자라고 해도 사각에서 날아오는 꼬리까지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퍽!
“악!”
대충 휘두른 것처럼 보였지만, 꼬리도 만만치 않은 힘이 들어있었는지, 이순자가 드물게 비명을 지르고 지면을 굴렀다.
공격에 성공했기 때문일까, 아주 잠깐 포식 악어는 빈틈을 보였다.
그리고 신하린이 그 빈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신하린이 들고 있는 단검으로 포식 악어의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차자장!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가진 단검으로는 포식 악어에게 상처를 낼 수가 없었다.
아무런 충격도 없음에도 자신의 몸에 손이 닿았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지, 포식 악어가 불쾌하게 울음을 내뱉고는 꼬리를 좌우로 휘둘렀다.
-크르륵!
부웅~! 부웅~!
“이런….”
신하린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몸을 뒤로 젖혀 아크로바틱하게 그 공격을 피하곤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금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뒤로 빠졌던 송기덕이 톤파를 들고 달려들었다.
퍽!
3단계 내부 충격파 기술이 작동되고 있는 톤파의 위력은 포식 악어에게 큰 상처를 줄 수는 없어도 신경을 거슬리기에는 충분했다.
-크륵!
포식 악어가 다시금 앞에 있는 송기덕을 노리고 공격했다.
그리고 그 순간 빠졌던 강신이 송기덕의 앞을 막으며 신기한 손동작으로 그런 포식 악어의 공격을 교묘하게 비틀어냈다.
강신이 없었다면 그냥 허공에 헛손질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맥빠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뒤쪽에 있던 송기덕이 다시금 공격을 강행했다.
정확히 포식 악어의 복부를 때리고는 강신과 송기덕이 살짝 뒤로 물러섰다.
공격을 허용했던 이순자가 몸을 일으켜 피가 섞인 가래를 내뱉고는 다시금 달려들었다.
아무리 강력하고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각기 다른 무기와 다른 특성을 가진 4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진화한 포식 악어라고 해도 힘든 일이었다.
강신과 일행들은 포식 악어를 정신없이 몰아쳤다.
그렇다고 해서 강신과 일행들이 완벽하게 우위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우세해 보이기는 했지만, 잠깐의 방심으로 공격을 허용했다가는 그대로 리타이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 지 얼마나 흘렀을까, 강신과 일행들은 점점 숨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훅…. 훅…. 진짜 질기네요.”
방금까지 포식 악어의 복부에 톤파를 꽂아 넣었던 송기덕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살짝 뒤로 빠져 불만을 내뱉자, 이순자가 말했다.
“후…. 그래도 얼추 끝났군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그들이 처음과 다르게 숨을 고르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포식 악어가 처음과 다르게 강신과 일행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포식 악어가 다쳐서 공격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붉었던 눈이 살짝 분홍빛으로 변한 것을 보아하니, 약물의 효과가 끝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점점 이성이 없던 포식 악어가 다시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듯했다.
-크륵….
포식 악어가 눈알을 굴려 주변 상황을 살폈다.
왠지 모르게 자신과 싸우고 있는 인간들, 그리고 외부인들의 천막과 자신의 가족이 지냈던 움막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확인했다.
부부의 뒤로는 처음 보는 외부인들이 그들을 호위하듯 서 있었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채원이는 누군지 모를 남성에게 안겨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채원이를 위해서 무디게 만들었던 손톱이 어느새 날카롭게 자라 있었고 자신의 몸 또한 꽤 커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뒤늦게 이 사달이 난 게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챈 포식 악어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쿠후~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