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0
579화
‘됐다!’
송기덕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포식 악어와 이어지는 공방에 꽤 지쳐 있었다.
이대로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면 분명 얼마 가지 못하고 일행 중 가장 먼저 나자빠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포식 악어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았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강신과 이순자도 포식 악어와 조금 거리를 벌리고는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포식 악어의 상태를 살폈다.
-크륵, 크륵.
바닥에 주저앉은 포식 악어가 완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않은 것인지,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
이내, 붉었던 눈동자는 완전히 노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포식 악어의 모습에 3팀 요원에게 안겨 있었던 소녀가 그 품을 빠져나와 포식 악어를 부르며 달려왔다.
“아린아!”
그 소리에 완전하게 정신을 차린 것인지, 포식 악어가 두 눈을 끔뻑이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소녀를 반기는 눈으로 양손을 벌려 소녀를 안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소녀는 포식 악어에게 도달할 수가 없었다.
중간에서 다른 3팀 요원이 소녀를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크르륵!
갑자기 소녀를 막아내는 모습에 포식 악어가 불쾌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강신이 입을 열었다.
“진정하세요!, 저희는 채원이를 보호하려고 하는 겁니다.”
포식 악어가 인간의 언어를 얼마나 알아들을지 몰랐지만, 강신은 최대한 손짓, 발짓해가며 포식 악어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채원이를 그대로 안으면 채원이가 크게 다칠 겁니다.”
강신은 그렇게 말하며 포식 악어의 손톱과 육체를 손으로 가리켰다.
보호 장비도 가르는 날카로운 손톱은 소복을 입고 있는 소녀의 육체쯤은 가벼이 가를 것이며, 육체가 커져 강해진 힘은 아직 조절이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자칫했다가는 포식 악어는 자신이 원하지 않게 소녀를 헤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제야 포식 악어는 자신의 손톱과 몸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걸 파악하고는 뭔가 풀죽은 소리를 내뱉었다.
-크륵….
포식 악어는 다행히 강신의 말을 모두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이곳에 있는 이들은 드디어 상황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흐아….”
긴장의 끈을 놓은 송기덕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이제 나이가 들었나, 슬슬 힘에 부치네요.”
이순자도 오랜만에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큭, 에볼루션까지 사용했는데, 반푼이에게 준 약효가 먼저 떨어질 줄은…. 이대로 끝낼 순 없지.”
갑자기 익숙지 않은 목소리의 외국어가 들려왔다.
그것뿐이었다면 강신이 이리 얼굴을 굳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이 하필이면 포식 악어가 앉아 있는 방향이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포식 악어의 시야 사각에는 처음 보는 외국인이 붉은 액체가 담긴 원통형 앰플을 쥐고 포식 악어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가 들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모를 사람은 없었다.
방금까지 저 앰플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으니까.
“아…. 안돼!”
“막아!”
이제 막 포식 악어를 겨우 진정시킨 상태였다.
다시 바로 전에 상황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신과 일행들은 안전을 위해 포식 악어와 일정 거리를 벌린 상황이었고, 외국인의 행동은 훈련받은 요원처럼 재빠르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푸욱!
기어이 외국인이 들고 있던 앰플이 포식 악어에게 꽂혔다.
하지만….
“젠장!”
원하는 대로 포식 악어에게 앰플을 꽂았으니,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을 외국인이 갑자기 험한 말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포식 악어에게 꽂은 앰플은 단단해진 포식 악어의 가죽을 뚫지 못했고 앰플에 담겨 있는 액체가 제대로 주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소량의 액체가 흘러 들어갔는지, 얌전하게 앉아 있던 포식 악어가 다시금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질렀다.
-키에에에엑!
포식 악어가 발작하듯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인 외국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앰플 속에 있는 액체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에 당황한 외국인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포식 악어에게 그대로 붙잡혀 버렸다.
“컥! 이거 놔!”
그는 포식 악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발버둥 쳤지만, 강신조차 피해야 했던 포식 악어의 힘을 은신에 특화된 그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으득, 으드득.
“카학, 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외국인의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이내, 포식 악어의 손아귀에 잡혀 있던 외국인의 육체가 축 늘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것에 비하면 정말이지 볼품없는 죽음이었다.
외국인이 죽은 것이 확실했지만, 포식 악어는 그러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손에 계속 힘을 주었다.
으득, 으득.
그들이 있는 장소에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살벌하게 울려 퍼졌고 다들 안색이 굳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송기덕이 가볍게 말했다.
“하, 무슨 게임 레이드하는 것도 아니고 3페이즈가 웬 말이야….”
송기덕은 투덜거리며 애써 강한척하며 아무렇지 않게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즘 애들 말로는 이런 경우를 뇌절친다고 하던거 같던데, 맞나요?”
이순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자세를 잡았다.
둘 덕분에 굳어진 분위기가 한층 풀어졌다.
강신은 그런 일행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며 뒤쪽에 있는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후…. 지금 손이 남는 요원분들은 무너진 천막에서 제 건틀릿을 좀 찾아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비전투요원들은 모두 현장에서 대피시켜 주세요.”
강신은 송기덕과 이순자가 태연한 척해도 그들이 꽤 지쳐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이 이전처럼 포식 악어를 상대하며 버티는 것이 힘들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포식 악어를 사살해야 했다.
소녀와 가족들이 분명 슬퍼하겠지만 더는 강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이 포식 악어를 아끼는 것처럼 강신도 그만큼 팀원을 아끼고 있었다.
일행들과 포식 악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강신은 고민할 것도 없이 당연히 일행들을 선택할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상관없었다.
강신은 더는 자신과 함께하는 요원들을 잃을 생각이 없었으니까.
“이부장님, 송대리님, 건틀릿을 찾을 때까지만 버텨주세요.”
이마저도 그들에게는 조금 무리한 부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강신의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 것인지, 이순자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강책임, 걱정 마요. 우리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요.”
모 히어로 영화에서 나오는 명대사에 굳어 있던 분위기가 한층 더 풀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크륵, 크륵.
다시금 눈빛이 분홍색으로 변한 포식 악어가 들고 있던 외국인을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식 악어가 분홍빛이 도는 눈으로 강신과 일행들을 쓱 바라보고는 그대로 달려들려는 순간,
“채원아! 안돼!”
뒤에서 찢어질 듯한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작은 인영 하나가 강신의 뒤쪽에서 튀어나와 강신과 포식 악어 사이를 막아섰고, 그와 동시에 포식 악어가 손톱을 내세우며 그대로 지면을 박찼다.
찰나의 순간 강신은 이대로 포식 악어의 공격을 피했다가는 소녀의 육체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을 직감했다.
“이런, 젠장!”
결국, 강신은 갑자기 튀어나온 소녀를 보며 거친 말을 내뱉으며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머리로는 분명 피하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가슴 깊숙이 있는 감정은 눈앞에 있는 소녀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강신은 팔을 벌리며 포식 악어를 막는 것처럼 서 있는 소녀를 그대로 품속에 안으며 그대로 포식 악어에게 등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포식 악어의 공격이 닿기 전 크게 소리쳤다.
“전 요원 현장 이탈!”
자신이 당하면 포식 악어를 아무런 피해도 없이 쓰러트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내린 명령이었다.
품속에서 소녀가 두려움에 덜덜 떠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강신은 곧 자신을 덮칠 공격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며 평소 찾지도 않는 신을 찾았다.
‘내가 죽더라도 소녀만은 안전하기를….’
그리고….
촤악! 후두둑!
포식 악어의 손톱이 보호 장비를 뚫고 강신의 등을 베어냈고 베인 상처에서 피가 튀었다.
“큭!”
강신은 차가운 뭔가가 등을 가르고 지나가자, 등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팀장님!”
“채원아!”
여러 곳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신은 그들의 걱정보다 현재 상황에서 의문이 들었다.
분명 등이 베였고 고통이 느껴졌다.
다르게 말하면 그게 전부였다.
‘아프긴 하지만 죽지는 않았어, 보호 장비의 성능 덕분인가?’
죽음까지 예상했던 강신은 등이 베이긴 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에 한번 놀라긴 했지만, 그대로 소녀를 품에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뛰었다.
그렇게 포식 악어와 조금 거리가 벌어졌을 때쯤 강신은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일행들과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포식 악어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신은 소녀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자신의 뒤쪽을 바라봤다.
-크륵…. 크륵….
애초에 들어갔던 약물이 적어서일까, 분홍빛이던 포식 악어의 눈빛이 되돌아와 있었다.
포식 악어는 미안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강신이 내려놓았던 소녀가 갑자기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소녀는 똑똑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이 정말 위험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왠지 모르게 영영 아린이를 다신 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겁이 나도 용기를 내어 뛰어든 것이었다.
포식 악어가 우는 소녀에게 다가오려다가 자신의 손톱에 묻은 피를 보고는 그대로 멈추고는 자신의 손톱을 바닥에 갈기 시작했다.
드드득, 드드득.
흙먼지가 일었지만, 날카로웠던 손톱이 금세 무뎌졌다.
손톱을 모두 무디게 갈아낸 포식 악어가 강신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자, 강신은 분위기를 보며 살짝 옆으로 비켜주었다.
포식 악어는 강신의 뒤쪽에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 무뎌진 손톱이 있는 손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소녀가 더 크게 울면서 그대로 포식 악어의 다리에 매달리며 통곡했다.
포식 악어가 아직 힘 조절이 익숙하지 않아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며 강신이 입을 열었다.
“후, 드디어 끝났네.”
애써 무시하고 있던 등 쪽의 고통이 후끈거려왔다.
그래서일까, 지치고 아픈 강신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이순자가 급하게 외쳤다.
“의무병!”
강신은 그렇게 다급하게 달려오는 요원에게 응급조치를 받고 나서야 일행들에게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