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35
634화
강신은 테일러가 충격을 받은 반응을 보며 그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협력하고 있는 관계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사실은 반신반의했단 말이지….’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강신은 테일러에게 의식과 관련된 내용을 일절 꺼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테일러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비밀 종교 협약을 어기고 다른 교단을 공격했다는 내용에 놀라는 모습을 보였고, 어느 정도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테일러가 놀란 척 연기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강신은 단언컨대 연기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만능 렌즈를 통해 지금 상황을 프로네시스와 크림이 함께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눈동자가 떨려, 불규칙적이라 인위적으로 떠는 게 아니야. 이건 정말 놀란 거야.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혀 있네요. 이 부분은 생리적인 거라 연기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요.
두 A.I는 테일러의 행동을 분석해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강신에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커흠, 내가 못난 꼴을 보였군.”
테일러는 당황했던 표정을 빠르게 수습하고는 손님 앞에서 욕을 내뱉은 추태를 부린 사과를 건넸다.
“아닙니다. 그만큼 놀랄만한 일이었으니까요.”
“이해해 주어서 고맙네. 그래, 이 자료가 정말 사실이라면 비밀 종교 내부에서도 꽤 말이 나오겠어.”
그는 자료에 적힌 내용을 전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강신은 그에게 확실한 쐐기를 박기 위해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지금 보고 계신 자료에 나온 환락의 집단에 잠입했던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사진이 보이십니까?”
강신이 묻자 테일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보이네.”
“거기에는 지워져 있지만, 그 사람 지금 저희가 구금하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확인시켜드릴 수도 있습니다.”
“허….”
테일러가 탄식했지만 한번 열린 강신의 입은 쉬이 닫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것을 알려드려서 저희에게 무슨 이득이 있냐고 물으셨죠?”
“그랬지.”
“그들을 방해해서 저희에게 떨어지는 이득은 따로 없습니다. 단지 목적만 있을 뿐이죠.”
“목적이라면?”
“복수입니다.”
단호한 강신의 말에 테일러가 다시금 침음을 삼켰다.
“으음….”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워낙 여러 곳에서 원한을 사고 있었기에 전혀 믿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글로벌 기업인 성신이라면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겠지. 대체 무슨 일은 당한 거지?’
테일러의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신이 그 내용을 전혀 숨기지 않았으니까.
“애너하임 지니즈 랜드.”
“설마….”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지만 지니즈 랜드 소실 사건이라면 한때, 뒷세계에서도 떠들썩했다.
일반인에게까지 들킬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으니까.
“네, 맞습니다. 저희는 그곳에서 그들에게 소중한 동료를 잃었습니다.”
낮게 깔린 목소리와 살벌한 눈동자, 강신의 얼굴에 드리우는 분노는 일말의 거짓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다른 교단이 아닌 황금만능주의 교단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당신들이 비밀 종교에 소속된 교단 중 내부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황금만능주의 교단이 비밀 종교 내부에서 발언권이 강할까.
교단이 거대해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들이 발언권이 강한 이유는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모두 다른 신을 믿는 다른 교단과 다르게 돈이라는 물질을 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종교적인 신념으로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교단과 거래하며 그들을 고객으로 생각해 꾸준히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허…. 정말이지 비밀 종교의 상황에 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군?”
황금만능주의가 비밀 종교 내부에서 발언권이 강하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밀 종교 내부에서나 알법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외부인인 강신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니, 테일러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용도 모르면서 이곳에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자기 자랑처럼 보일지도 몰랐지만, 테일러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돌하다고 느껴졌다.
자신조차 모르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숨긴 일들을 알아낸 이였으니, 비밀 종교 내부 상황을 조금 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복수…. 복수라…. 이용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내용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래, 자네의 목적이 다른 교단들을 이용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견제하는 것이라면 성공했다고 알려주지.”
목적과 상황, 증거까지 확실했다.
그러니, 테일러는 강신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막아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비밀 종교 자체가 무너질지도 모르니….’
그런 상황은 테일러로서 정말이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만약 운 좋게 황금만능주의 교단이 그 상황을 잘 모면했다 해도 비밀 종교가 와해하면 자신이 소속된 교단은 다른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했다.
‘우리 교단은 다른 교단들보다 더 위험하겠지, 돈이란 그런 것이니까.’
돈을 탐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 황금만능주의가 멀쩡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비밀 종교라는 단체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러니, 무슨 대화가 더 필요하겠는가.
테일러는 이미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
“고맙네, 이번에 우리가 정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군. 언젠가 이 빚을 꼭 갚도록 하겠네.”
돈을 믿는 교단이라 그럴까, 테일러의 계산은 정확했다.
그게 비록 자신이 빚을 지는 상황이라도 말이다.
추가로 이런저런 대화를 더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자정이 넘어갔고 대화는 그제야 끝났다.
테일러는 자신의 금고에서 30㎝ 높이의 직사각형 투명한 상자를 꺼내왔다.
그 상자 안에는 행운의 천칭으로 판단되는 금색 천칭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게 세그레드 조라에서 구매한 물건이네.”
“이게 행운의 천칭이군요.”
강신은 투명한 상자 속에 있는 가히 예술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천칭을 바라봤다.
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했던 소설에 등장하는 물건이라 그런지,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 아름다운 천칭은 이미 오른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
직접 만지지 않았음에도 천칭이 테일러의 행운과 불운을 올려 측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흠…. 아무래도 내가 지금 자네를 만난 것은 상당히 운이 좋은 상황이었나 보군.”
테일러는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상자를 그대로 강신에게 넘겨주었다.
강신이 상자를 넘겨받자, 갑자기 테일러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으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강신이 묻자, 테일러가 빠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왜 저런 반응을 보였을까, 강신은 알지 못했지만 우선 행운의 천칭을 챙겨야 했기에 투명한 상자를 거대한 악기 상자에 넣어 흔들리지 않게 잘 고정했다.
강신이 그런 악기 가방을 메자, 테일러가 명함 케이스를 꺼내 금빛 명함을 꺼냈다.
“이건 내 개인 연락처이네, 나중에 뭔가 필요한 물건이나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연락 주게. 물론 돈은 받겠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 최우선으로 제공하지.”
조금 쪼잔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돈은 이들이 살아가는 목적이었으니 양보할 수 없었으리라.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부디 몸 건강하길 빌어주겠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외형적으로 처음과 달라진 것 없이 그곳에서 떠났다.
강신과 일행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자, 테일러는 의자에 앉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 참, 외형은 젊은 청년이면서 상대하는 것은 몇백 년 먹은 능구렁이를 상대하는 것 같군.”
테일러가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장사의 기본은 포커페이스지만, 오늘 강신과 대화하며 몇 번이나 그 포커페이스가 무너졌는지 몰랐다.
물론 중간에 계산하고 무너트리기도 했지만, 몇 번은 정말로 놀란 것이었다.
‘그리고 행운의 천칭….’
자신이 들고 있을 때는 기울어있던 천칭이 강신에게 넘기자, 완벽하게 수평을 이루고 있었다.
‘행운의 천칭이 완전하게 수평을 이루다니, 그게 말이 되는 건가?’
테일러는 행운의 천칭을 오랜 기간 보관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조금은 기울어있어야 정상이었으니까.
‘측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측정 범위를 넘은 것인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자신 앞에 있었던 성신 소속의 남성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테일러는 빠르게 머릿속에 있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빚을 지기도 했고 미리 호의를 베풀어 놓도록 할까.’
테일러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 번 두드리며 누군가를 불렀다.
“제임스.”
그러자, 놀랍게도 테일러의 그림자가 사람 인영을 갖추었다.
“네. 대사제님.”
“방금 나간 이들을 따라가서 도와줘.”
“알겠습니다.”
제임스라 불린 남성은 이유를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저 대사제가 시킨 임무를 할 뿐이었다.
한편, 호텔을 떠난 강신 일행은 미리 준비했던 험비에 몸을 싣고 바로 라스베이거스를 떠났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송기덕이 참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의식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네, 완전히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는 상인처럼 보였지만 엄연히 비밀 종교에 소속된 교단의 대사제였다.
“그리고 비밀 종교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교단들이 모인 곳이죠.”
황금만능주의 교단이 왜 배척당했을까, 돈을 너무 밝혀서?
그런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그런 이유라면 일반인 중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으니, 황금만능주의는 교세는 전 세계 삼 분의 일이 될지도 몰랐다.
“앞에서는 평범한 물건을 파는 사람처럼 사람 좋게 웃고 있지만, 그들은 사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중에는 불법에 걸친 일들도 상당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돈 때문에 상인은 팔지 말아야 할 자신들의 ‘룰과 신용’까지 파는 경우도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세그레드 조라처럼 상인이 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원래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죠.”
“그렇군요.”
“그래도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견제해줄 것은 분명하죠.”
테일러와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덕분에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어디와 협력하고 있는지,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래도 결국 의식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네요.”
카밀라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행운의 천칭을 로스앤젤레스까지 수송할 때까지 뭔가 나오지 않는다면 하린이가 추적하고 있는 복수의 종교자를 잡아서 물어보도록 하죠.”
물론 그가 순순히 대답해줄 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직 정바른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방법이 있음에도 이전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복수의 종교자가 갑자기 사라지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크게 경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만능주의가 나서기로 한 이상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비밀 종교에서 첩자 이야기를 꺼내면 사라진 복수의 종교자에 대한 화살은 황금만능주의 교단으로 향하게 될 테니까.
일행들이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운전대를 잡고 있던 장웨이가 입을 열었다.
“강책임님, 추격이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