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34
633화
강신은 단호하게 말했지만, 사실 강신의 말은 반쯤 블러핑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사실이기도 하지.’
실제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 소속된 이를 쫓아 도착한 곳이 이곳이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그 정도의 정보만 있어도 앞에 있는 테일러에게 의심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기도 했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아니, 그래도….”
테일러는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것도 까먹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살짝 놀랐다.
‘내가 말하기 이전부터 뭔가 짐작하고 있었나 보군.’
돈과 관련된 이들은 태생부터가 의심이 많은 이들이었다.
그야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을 노리는 파리들이 꼬인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도둑들로부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지금 테일러가 의심에 매몰되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지 않은가.
그렇게 한참을 혼잣말하던 테일러는 뒤늦게 아직 강신과 일행들이 앞에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크흠, 자네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거짓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거짓에 섞을 진실이 필요하지.’
“그럴 줄 알고 준비해 두었습니다.”
강신은 옆에 내려놓았던 악기 가방에서 현재 성신이 쫓고 있는 복수의 종교자가 찍힌 ‘조작’된 자료를 건네주었다.
각 교단에 복수의 종교자는 매우 한정적이었으니, 대사제인 그가 교단에 소속된 복수의 종교자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분 교단 소속 맞으시죠?”
강신이 묻자, 테일러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진 속에는 복수의 종교자가 이순자가 따로 처리하겠다고 했던 광신도들과 어떤 물건을 주고받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여기 찍혀 있는 분이 누구인지는 아시는 것 같으니,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그럼 반대쪽에 물건을 받는 이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들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 소속된 평신도들입니다.”
“이 사진만으로는 그가 배신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네만….”
“뒤쪽 자료를 보시죠. 그게 최근 복수의 종교자들이 재물을 빼돌렸다고 추정되는 내역입니다.”
그 자료에는 몇 년간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교단에 재산이 갑자기 증가한 내용과 복수의 종교자가 빼돌린 금액이 얼추 비슷한 것처럼 꾸며진 내용이 적혀 있었다.
테일러는 그 내용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 횡령이 나도 모르는 곳에서 계속됐다고?’
장웨이가 만든 자료는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져 있었기에 테일러조차 아니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강신은 테일러가 자료를 더 파고들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저희는 이 복수의 종교자가 황금만능주의 교단에 재산을 빼돌리는 모습을 포착했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님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으음…. 그렇군.”
대사제는 강신의 말을 곱씹으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교단 내에서 배신자가 나오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고 비교적 흔한 일이었다.
황금만능주의는 다른 비밀 종교처럼 신앙심이 투철하기보다는 그저 돈을 쫓는 이들이 모여있었기에 더 그랬다.
돈이란 놈은 언제나 사람을 시험하니까.
그러다 문득 테일러는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나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거지?’
눈앞에 있는 남성이 성신 소속이라 했으니, 이번 사건은 성신이 자신에게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성신이 왜?’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단과 성신은 따로 교류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와 교단 내에 배신자가 있다고 알려주니, 뭔가 찜찜할 수밖에….
‘혹시 이걸 빌미로 교단 내 제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저들의 행동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테일러가 순간 경계하듯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이 피식 웃어버렸다.
강신은 그가 자신을 의심할 것이라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의심하지 않았다면 강신은 눈앞에 있는 대사제를 의심했을지도 몰랐다.
“테일러, 당신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드리죠. 저희는 당신이 소속된 교단의 재물을 탐할 마음이 없습니다.”
강신이 단언했음에도 테일러의 눈에서 의심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왜 이런 내용을 나에게 알려주는 건가? 그것도 손해를 보면서 말이야. 거기에 무슨 이득 있다고?”
테일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은 아무 대가도 없이 자신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성은 그에게 분명 뭔가를 내놓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테일러, 최근 PMC 단체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공격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뒷세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이니까. 그런데, 그걸 왜 묻는 건가?”
“그게 이번 일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하는 행동이…. 아, 잠시.”
강신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손목에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방금까지 하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말을 꺼냈다.
“이런, 사전에 약속했었던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군요. 음…. 아쉽지만, 이만 일어나야겠죠?”
강신은 처음 테일러가 언급했던 시간이 지났음을 알리며 테일러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강신은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테일러가 다급한 표정으로 그런 강신을 만류했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 기다리게.”
“왜 그러시죠?, 분명 아까는 저에게 12분이라는 시간밖에 내어주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겠죠?”
분명 자신이 12분밖에 시간을 내어줄 수 없다고 못을 박긴 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강신을 보내기에는 뒷 내용이 궁금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호기심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 앞선 일은 내가 사과함세, 시간은 상관없으니,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네만….”
테일러가 처음과 다르게 꽤나 저자세로 나오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 교단의 대사제의 시간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정말 12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일어나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크흠, 이해해 주어서 고맙네. 그럼 잠시만 기다리게….”
테일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탁자 위에 있는 호출기의 버튼을 누르고 교단의 사제이자, 자신의 비서이기도 한 이에게 말했다.
“모르시.”
-네, 사장님.
“오늘 일정 잡혀 있는 것 모두 취소해.”
-네? 그게 무슨…. 당장 30분 후에 저녁 약속이 잡혀 있으신데요?
모르시라고 불린 여성은 테일러의 지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30분 후에 잡혀 있는 저녁 약속은 테일러가 한 달 전부터 잡아 놓은 약속이었다.
그런 일정을 30분 전에 취소해버리다니, 이는 상대에게는 엄청난 실례였다.
심지어 약속 상대가 일반인도 아닌 하원의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알고 있으니, 그냥 시키는 대로 해. 그런 약속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으니까. 의원 쪽에게는 미안하다고 사죄 선물을 챙겨주면 좋게 넘어갈 수 있을 거다.”
-으음…. 알겠습니다.
직전에 약속을 취소한 것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지, 테일러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심심치 않은 사죄 선물을 준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하원의원은 금방 화를 풀 것이다.
‘공을 들여야 하겠지만, 다시 만날 약속을 잡을 수는 있지.’
하지만 눈앞에 있는 성신 소속의 남성은 달랐다.
‘왠지 지금 보내면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테일러의 촉은 대부분 돈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이대로 강신을 보낼 수는 없었다.
단순한 직감이라 볼 수도 있었지만, 테일러는 이 촉 하나만으로도 특별한 재주 없이 황금만능주의 교단의 대사제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촉이 하원의원보다 눈앞에 있는 강신이라는 남성이 더 가치가 높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하원의원을 버리고 강신을 선택했다.
“자, 들었다시피 이제 시간은 상관없게 되었으니, 여유 있게 저녁이나 먹고 이야기를 계속하지.”
테일러는 강신과 일행들에게 사죄의 뜻으로 가장 비싼 호텔 룸서비스를 주문해 대접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테일러는 아까 하던 이야기가 궁금할 텐데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강신과 사소한 잡담을 이어갔다.
“요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사업이 마카오에 밀리고 있어서….”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내용뿐이었지만, 괜히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었기에 강신은 그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쳐 주었다.
그렇게 느긋한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가 올라오자, 그제야 테일러가 전에 하던 내용을 입에 올렸다.
“그래, 이제 말해보게. PMC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공격한 것과 우리 교단에서 나온 배신자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말이야.”
“저희가 이번에 움직인 것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공격했던 PMC의 제보가 있어서였습니다.”
사실 이번 PMC의 공격은 강신이 저지른 일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기에 강신은 최대한 각색하며 설명했다.
PMC가 알려준 전당포에 갔더니, 사진에 나온 복수의 종교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과 그들이 다른 교단을 이용하기 위해 능력이 뛰어난 사제를 복수의 종교자로 만들었다는 내용을 알려주었다.
쉬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이라 테일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에 빠진 듯이 보였다.
그 모습에 강신은 수많은 거짓 중 ‘진실’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쉽게 믿지 못하시겠죠. 이건 저희 회사에서도 기밀에 가까운 내용이라 원래라면 보여드릴 수 없지만….”
강신은 다시금 악기 가방에서 다른 자료를 꺼냈다.
강신이 꺼낸 서류는 중간중간 검게 칠해져 완전한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자료였다.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내용은 제대로 들어가 있었다.
“환락의 집단?”
모를 수가 없었다.
환락의 집단이 와해 된 내용은 요즘 비밀 종교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으니까.
“환락의 집단이 와해시킨 것은 저희입니다.”
테일러가 깜짝 놀란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뭐라고?”
비밀 종교는 박해받던 종교의 모임, 즉 동맹 관계였다.
그런데, 강신이 당당하게 동맹의 한 축을 무너트렸다고 말하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테일러가 비밀 종교가 모이는 장소에서 이 사실을 말한다면 성신은 모든 비밀 종교에 소속된 교단에 공격을 받을 테니까.
그런 사실을 이곳에서 공개하다니, 테일러는 순간 강신이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반응이 나올 줄은 알았습니다. 일단, 자료를 확인하시고 마저 이야기하시죠.”
테일러는 강신이 건네준 자료를 유심히 살펴봤다.
거기에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환락의 집단과 손을 잡고 서브 몬스터를 공격한 증거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환락의 집단을 조종하기 위해 인체실험을 당했던 이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다.
“허, 이런 미친….”
자료의 내용을 모두 확인한 테일러는 중절모를 쓴 신사답지 않게 거칠게 욕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