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51
650화
강신이 심문한 남성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아마 그가 스케빈저 내부에서 상당한 직책을 가지고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런 이가 떠드는 정보는 상황을 짐작하고 있던 강신과 달리 종업원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설마 스케빈저가 이런 일을 꾸몄을 줄이야….”
심문한 이가 말한 정보들은 강신이 예측했던 것과 꽤 비슷했다.
다만, 거기에 추가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들이 세그레드 조라 회장의 창고를 직접 노리지 않은 이유와 LA 지부가 폭발한 경위.
그리고 갑자기 다른 단체들이 등장한 이유, 마지막으로 추가 지원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선 스케빈저가 회장의 창고를 노리지 않은 이유는 조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단지, 경계가 너무 삼엄해서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포기했다니….’
자신의 목숨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이들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직접 들으니, 맥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LA 지부가 폭발한 경위였다.
이는 다른 단체들이 등장한 이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스케빈저는 행운의 천칭을 지고의 보물로 포장해 그 정보를 다른 단체에 비싼 값에 팔아 재꼈다.
이는 다른 단체의 탐욕을 이용해 그들이 지금 상황을 혼란스럽게 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케빈저가 놓친 부분이 있었으니, 행운의 천칭을 가지고 있던 강신이 어디로 이동하는 가였다.
원래라면 강신 일행에게 끈덕지게 붙어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했겠지만, 강신과 일행들이 도로 중간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들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라진 강신 일행이 그들이 오랜 공을 들인 애너하임 지부로 이동하지 않고 그 근처에 있는 LA 지부로 이동한다면?
몇 년간 새운 그들의 계획이 모조리 틀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행운의 천칭이 LA 지부로 가지 못하도록 먼저 손을 쓴 것이었다.
‘LA 지부를 폭파해 내가 애너하임 지부로 향하게 유도한 거군.’
그들의 작전은 정말로 정교했다.
만약 스케빈저가 지금 강신이 있는 장소에 적외선 감지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비했다면 꼼짝없이 금고의 내용물을 털려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치밀했다.
그리고 마지막,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던 병력.
“지원이 오기로 했는데,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라….”
지금 이곳에 제압당한 이들은 스케빈저의 선발대에 불과했다.
이들이 금고를 열면 거기 안에 있는 물건들을 나를 인원들이 외부에서 오기로 되어있다고 했다.
강신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만들 굴 쪽으로 귀를 기울여 봤지만, 추가 병력이 오는 소리는커녕 누가 굴을 이용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지원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한데, 뭔가 좀 찜찜한데….’
이미 정해진 작전이 파투가 났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작전이 실패할 것을 알거나, 아니면 위쪽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그 찜찜함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스케빈저가 말한 정보로 충격을 받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종업원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굴 쪽은 직접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여긴 혼자서 수습할 수 있으시겠죠?”
“어…. 네, 혼자서도 수습은 충분히 가능하긴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적이 판 굴로 들어가는 것은 꽤 위험하시지 않겠습니까?”
자칫 굴이 무너지면 그 길로 바로 생매장되는 것이니, 정말로 위험한 것은 맞았다.
강신도 지금 보고 있는 굴을 스케빈저가 판 것이 아니었다면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판 굴이니,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겁니다.”
혹시라도 그들이 판 굴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면 지금 이곳에 도착한 선발대도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으음…. 그러시다면야….”
강신이 하겠다는데, 도움을 받는 종업원이 말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강신은 종업원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뵙죠.”
그 말을 끝으로 강신은 바로 스케빈저가 뚫어 놓은 굴로 몸을 집어넣었다.
입구는 작았지만, 그 안은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있었다.
‘굴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군.’
스케빈저는 흙과 돌을 퍼내고 굴을 평평하게 다진 것도 모자라 중간중간 어둡지 않게 조명을 설치했다.
그리고 특정 금속으로 굴이 무너지지 않게 지지대까지 있었다.
강신이 봤을 때, 일회용으로 쓰기에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릴 길을 이렇게까지 정비해두다니….’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적당히 안전에 타협하고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길을 뚫었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빨리 비밀 금고가 있는 지점에 도착했을 것이다.
뭐,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강신은 덕분에 편하게 그들이 뚫어둔 길을 이용할 수가 있었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를 오른 지 얼마나 되었을까, 대략 10분쯤 걸었을 때, 강신은 스케빈저가 어디서부터 굴을 팠는지 알 수가 있게 되었다.
‘하수도 시설인가, 머리 하나는 제대로 굴렸군.’
강신이 스케빈저가 판 굴 끝에 발견한 것은 애너하임 도시 지하로, 왠지 돌연변이 거북이와 쥐, 그리고 여자 기자가 살 것 같은 하수도 시설이었다.
‘확실히 하수도 시설이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도 쉽고 굴을 파며 나오는 흙이나 돌을 처리하기도 편했겠지.’
흐르는 폐수에 조금씩 섞어서 버리면 그만일 테니까.
스케빈저가 한 행동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강신은 뒤늦게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오물 냄새 때문에 감춰져있던 비릿한 철 냄새가 코끝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피 냄새?’
강신은 얼굴을 굳히며 하수도 내부를 바라봤다.
하수도 내부는 그간 강신이 걸어왔던 굴과 다르게 빛 한점 들지 않아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끼긱, 쨍강.
강신이 내디딘 발에 뭔가 유리 같은 것이 있었는지, 강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꽤 컸기에 강신은 잔뜩 긴장하며 그 자리에서 가만히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길 잠시, 강신의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자 강신은 자신이 밟은 유리가 깨진 조명의 유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조명이 왜 깨져있지?’
그 의문도 잠시, 하수도 중간중간 울퉁불퉁해 보이는 지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 부분을 자세히 보고는 강신의 얼굴이 한층 더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야, 강신이 발견한 울퉁불퉁한 지면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흔적이었으니까.
강신은 쓰러진 이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마치 누군가가 이곳을 습격한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어떤 집단이? 스케빈저가 애너하임 지부의 물건을 빼돌리기를 기다린 건가?’
그런 것 치고는 지금 강신의 눈에는 이곳을 습격한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강신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쓰러진 이들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사람 주변에는 끈적한 액체가 흥건했다.
‘…피인가?’
딱 봐도 치사량이 될 만큼 다량의 혈액이었다.
그래도 강신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살짝 핥고는 그대로 쓰러진 남성의 코에 가져다 댔다.
‘쯧, 숨을 쉬지 않는군.’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죽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씁쓸하긴 했지만, 강신은 바로 시체의 상태를 확인했다.
‘딱히 구타당하거나, 다른 외상은 없어.’
딱 하나, 외상이 있다면 목 쪽에 있는 경동맥이 날카로운 뭔가에 베인 듯한 상처가 있었다.
반면,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체들은 모두 개인 화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총을 들고도 뭔가에 베인 건가.’
강신은 그렇게 하나하나 일일이 시체의 상태를 확인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그야 시체의 상처가 모두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모두 경동맥을 베였어.’
육안으로는 오차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곳을 베인 상처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시체는 모두 똑같이 경동맥이 베여있었다.
강신이 판단하기로는 이는 단 한 사람의 소행이 분명했다.
‘총을 든 여러 명을 단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라….’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신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괜찮아. 습격받아도 죽지는 않을 거야.’
강신은 자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믿으며 감정을 조절하며 애써 긴장한 마음을 내리눌렀다.
그런데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식은땀까지는 조절할 수가 없었다.
강신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주변을 살폈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결국, 강신은 천천히 하수도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음…. 저기 또 하나….’
강신이 하수도를 이동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봤던 것과 똑같은 상처를 입은 시체들뿐이었다.
강신이 이동할수록 시체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었다.
‘만약 이 많은 수가 지원을 왔다면 꽤 곤란했겠는데….’
정말 이번 작전에 사활을 걸었던 것인지, 생각보다 스케빈저의 인원이 많았다.
만약 이들이 작정하고 몸으로 강신의 길을 막았다면 그들을 뚫는 동안 비밀 금고가 털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강신은 이들이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이들을 처리한 이에 대한 경계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렇게 하수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강신은 희끄무리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하수도 끝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쯧, 마지막까지 시체인가.’
강신은 스케빈저를 죽인 이가 어떤 목적을 갖고 왜 스케빈저를 노렸는지 짐작이 되질 않았다.
‘물건이 목적이었다면 굴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덮치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 텐데.’
굴 밖으로 나온 이가 하수도 상황을 보고 이상함을 느껴 경계를 높이기 전에 습격하는 게 가장 좋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케빈저를 공격한 이는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미 볼일을 끝내고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멀리서 강신을 지켜보고 있을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 강신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데….’
차라리 기습이라도 해왔다면 대처했을 텐데,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이보다 답답할 수 없었다.
‘이대로 상황을 끝내야 하는 건가….’
찜찜하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강신이 하수도 끝에 도달하는 동안 기습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면 스케빈저를 습격한 이는 강신과 접촉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였으니까.
그렇게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하수도를 나가려는 순간,
-으르르…….
갑자기 강신의 그림자에 있던 초코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낮게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