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61
660화
-오, 여기서 팀장님이 보이네요!
강신이 록하트를 따라가는 모습을 확인한 것인지, 신하린이 살짝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강신은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피식 웃을 뿐 따로 대꾸할 수는 없었다.
록하트의 시선이 계속 강신을 향해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이동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른 이들을 확인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소속으로, 소속된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가 박혀 있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같이 뭔가를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합을 맞춰왔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내가 일찍 도착해서 당황한 모양이네.’
그렇지 않았다면 저런 허술한 모습을 보일 리 없었을 테니까.
권영식이 지니즈 랜드에 중력침을 설치한 장소는 입구와 그리 멀지 않은 회전목마가 있던 곳이었기에, 강신과 록하트는 금방 성신이 설치한 천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신이 록하트와 함께 천막 내부로 들어가자, 천막 중앙에는 허공에 반쯤 찔려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색 바늘과 그 바늘에 연결된 수많은 전선,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는 장치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상주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있었다.
“오, 어서 오세요. 강책임님. 안 그래도 오신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연구원 중 한 명이 강신을 아는 척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강신은 그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찌한 일로 이곳을 찾아오셨습니까?”
연구원이 강신의 방문 목적을 묻자, 강신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근처에서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옛 동료들이 생각나서 들려봤습니다.”
“아…. 그렇군요.”
강신이 이곳에서 광신도들에게 동료를 잃은 것은 이미 회사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이 장소에 중력침이 꽂혀 있는 이유 자체가 그들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연구원은 안쓰럽다는 듯이 강신을 바라봤다.
그러자, 강신은 순간 이중적인 광신도의 모습에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 속으로 웃고 있으면서 저런 표정이라니, 정말 가식적이군.’
그가 보이는 표정이 전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 화가 났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일을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강신은 간신히 화를 내리눌렀다.
“후우….”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자, 연구원은 그게 강신이 전 동료들을 떠올리며 슬퍼한 것이라고 멋대로 착각해 어쭙잖은 위로를 건네왔다.
“사이가 매우 좋았던 분들인가 봅니다.”
“네, 그랬죠.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던 분이니까요.”
1팀 요원들은 강신에게 기본적인 운동법을 알려주었으며 척준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무술을 직접 전수해주기까지 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기약할 수는 없었지만 강신은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언젠가 꼭 구출하고 말 겁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연구원이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전 일하시는 것에 방해되지 않게 잠시만 있다가 알아서 돌아가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강신은 그곳에서 전 동료들을 애도하는 것처럼 공중에 떠 있는 중력침을 한참을 가만히 서서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처음에는 강신에게 흥미를 느낀 듯 힐끔힐끔 바라보던 이들도 애도하는 강신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점점 바라보는 시선이 적어졌다.
그 무렵, 기다리고 있던 신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차 촬영 끝났어요. 팀장님 철수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강신이 그제야 중력침에서 시선을 떼고 몸을 돌려 천막을 나왔다.
그러자, 강신을 감시하고 있던 록하트가 뒤늦게 화들짝 놀라 강신을 뒤쫓았다.
그리고는 천막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강신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이제 볼일은 모두 끝나신 겁니까?”
“네. 이제 돌아가도 될 것 같습니다.”
돌아가겠다는 강신의 말에 록하트의 표정이 살짝 풀어진 느낌이었다.
그야 의식을 방해할 수도 있는 이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후후, 혹시나 들킬 때를 대비해서 사제님과 복수의 종교자님들을 대기 시켜 놓았는데,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군요.’
록하트는 밖으로 나가는 길에 주변은 관심 없다는 듯 정면만 바라보고 걷는 강신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입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럼, 오늘은 안내역을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구에서 제출했던 여권과 사원증을 돌려받은 강신이 록하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과장되게 행동했다.
“어휴,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노골적인 록하트의 질문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요 몇 년간 쉬지 않고 너무 바쁘게 일만 한 것 같아서 이참에 애너하임에서 며칠 쉴 예정입니다.”
“아, 그렇군요.”
다른 사람이 보면 잘 모르겠지만, 강신이 봤을 때 록하트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진 것처럼 느껴졌다.
“쉬면서 이곳에 종종 방문할 예정이니, 그때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온다는 말에 탐탁지 않은 것인지, 록하트의 표정이 아주 잠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재빨리 웃는 얼굴로 바꾸고는 말했다.
“하하하, 언제든 방문해 주십시오.”
록하트가 재빨리 가면을 바꿔쓰긴 했지만 잠시 가면이 벗겨졌던 모습을 강신이 놓쳤을 리가 없었다.
‘정말 가증스럽군.’
더는 가식적인 록하트가 꼴 보기 싫었던 강신은 바로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
록하트는 그런 강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강신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가드가 들고 있던 무전기를 받아 어디론가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정보꾼이 떠났습니다.”
-완전히 떠난 게 확실한가?
“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래, 록하트,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래서 뭔가 눈치챈 것 같은 느낌인가?
“아니요,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우선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얼굴을 보면서 듣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대사제’님.”
그렇게 록하트는 무전기를 다시 가드에게 넘기고 대사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록하트가 다급히 움직이는 모습은 숨어 있는 신하린의 눈에 고스란히 담겨 강신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중력침이 설치된 천막 바로 뒤쪽에 큰 천막이 세워져 있는데, 그곳으로 바로 들어갔어요.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강신도 알 수는 없었다.
확실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물건이 있을 거라 추측할 뿐이었다.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겠어?”
-으음….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은데요?
신하린의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오자, 강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으니까.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말씀하시기 전에 들어가려고 시도해봤는데요. 경계가 만만치 않아서 실패했어요.
“네가?”
-네.
솔직히 신하린도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숨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팀장님과 함께 있던 남자가 천막에 들어가자, 그대로 천막이 밀폐(密閉)되었어요.
그 말대로 샐 틈이 없는 공간을 말했다.
천막이 밀폐되어봐야 천막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상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넘길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재능이야?”
-아마도요.
입구가 막힌 것은 물론이고 천막을 살짝 찢어보려고 했지만, 단검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바위를 긁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내부로 들어가려면 다른 사람 뒤에 붙어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문제는 지금은 앞서 들어간 남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계속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들어가긴 하겠지만, 그러면 이미 늦은 뒤였다.
내부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강신과 함께 있던 남성, 록하트가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
-억지로라도 진입해볼까요?
“아니, 그냥 철수해. 기회는 아직 더 있으니, 지금 무리할 필요는 없어. 만약 억지로 들어가려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기회를 완전히 놓칠 수도 있으니까.”
-음….
신하린은 강신의 명령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소리를 냈다.
임무 자체는 성공이지만 왠지 뚫지 못한 곳이 나오니,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지금까지 확인한 내부를 다 같이 보고 놓친 부분을 다음에 채울 거야, 그때 시도해보자.”
신하린은 강신이 다시 철수하라고 돌려 말하자, 어쩔 수 없이 강신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철수할게요.
신하린이 철수한다는 소리에 강신은 통신을 끄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하린이 돌아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는 사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강책임님을 쫓던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습니다.
강신을 쫓아오던 광신도를 인계한 지부에서 그들을 인계해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연락을 한 것이다.
‘지지부진할지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의외로 성신 지부 쪽은 멀쩡한 건가?’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어디 소속입니까?”
-광신도들이더군요.
지부의 대답에 강신은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건가?’
강신은 지니즈 랜드 쪽으로 계속 인원을 보내기 위해서는 지부 내부가 일정 이상 잠식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강신의 생각대로 지부가 일정 이상 잠식되었다면 강신이 넘겼던 이들을 구출하거나, 아니면 조사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사가 끝난 것도 모자라 광신도라고 알려주니, 강신은 자신이 가설이 잘못되었나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살짝 시치미를 떼며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광신도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들이 왜 절 쫓은 거죠?”
-그것까진 아직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광신도와 원한 관계가 깊긴 한데, 그것 때문인가…. 아니 그래도 평소에는 이렇게 쫓는 경우는 없었는데….”
강신은 혼잣말하는 척,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처음 광신도라고 했을 때부터 의문이었던 것을 넌지시 물었다.
“혹시 그들이 속한 교단이 어디였습니까?”
지부 쪽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광신도라고 지칭할 뿐, 그들이 정확히 어디 소속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지부 쪽에서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 황금만능주의라고 하더군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아닌 황금만능주의, 강신은 그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속으로 혀를 차며 생각했다.
‘쯧, 지부의 수뇌부까지 완전히 먹혔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