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9
68화
“그러니까, 내가 오늘 하루를 계속 반복해서 살고 있다고?”
-그래. 드디어 믿는구나.
늦은 오후, 강신은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자기에게만 들리는 환청과 대화하고 있었다.
자신을 미친 사람처럼 보는 3팀 현장요원들의 시선은 애써 외면했다.
환청이 처음 들은 건 아침이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들리는 것이라 생각해 애써 무시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환청은 자신을 릴리스라고 밝혔다.
그 말을 들은 강신은 더욱더 진의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악마는 음험하고도 사악한 존재다.
때문에 무언가 속셈을 가지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릴리스가 말을 걸었지만, 강신은 무시했다.
결국 릴리스가 오늘 하루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나서야 겨우 믿게 되었다.
“만지면 하루 전으로 돌아가는 U.M.A라….”
“이게 무엇인지 알아낸 것인가?”
강신의 혼잣말을 들은 권영식이 흥분한 티를 감추지 못했다.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만지면 그날 아침으로 돌아가는 U.M.A라고 합니다.”
“타임머신이라고……?”
권영식이 시간 여행이 가능한 기계를 떠올렸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런 편리한 물건은 아닌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인가?”
“저희가 아는 타임머신과는 달라요. 기억을 가지고 시간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간 시간만큼 기억 또한 사라집니다.”
U.M.A를 만졌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으응…? 그러면 도대체 시간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맞습니다. 전혀 메리트가 없는 시간 여행이죠.”
강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갇혀 살아야 했다.
“기억을 못 한다면 자네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나?”
“지난번 보고서에 적었던 계약한 악마 덕분이죠.”
“악마? 그거 괜찮나? 자네 말로는 교활한 존재라고 했잖은가?”
“지금은 악마에게도 조금 특수한 상황이라서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강신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지옥을 소재로 적었던 소설의 내용을 권영식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지옥이라는 곳은 시간 축이 달라서 U.M.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릴리스라는 악마가 자네와의 계약 때문에 같은 시간에 묶여있다는 말이군.”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긴 했지만,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 당면한 문제가 있었다.
“그럼 이를 어쩐다….”
U.M.A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 이제 U.M.A를 만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U.M.A를 만져버린 최태준은 사라져버렸고, 지금 상황에서 최태준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
그때, 강신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하루를 반복해도, 그 사실을 알려줄 악마가 있다면 최태준을 구해낼 수 있었다.
“제가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괜찮겠나?”
강신이 돌아간다면 충분히 구출은 할 수 있겠지만, 혹시 강신이 잘못될까봐 권영식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게 붙은 악마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항상 어느 정도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강신답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최태준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 돌아가겠다니?
권영식과 강신의 이야기를 들은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릴리스는 그를 다급하게 말렸다.
릴리스 입장에서 강신을 제외한 다른 인간들은 어떻게 되어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단지 조금이라도 빨리 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
더 이상 저 괴상한 톱니바퀴만 만지지 않으면 되는데, 스스로가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고 여겼다.
그때, 강신이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가 날 다시 도와주면 되잖아?”
-안돼! 안 된다고!
“원한다면 새로 계약을 맺어줄게.”
새로 계약을 맺어 끈을 굵게 만든다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계약을 맺는다고 끈이 굵어지는 건 아니야.
그러나 릴리스는 강신의 말을 부정했다.
-그리고 너랑 대화하려고 내 존재력을 잔뜩 써서 끈을 굵게 만들었는데 이것도 오래 가는 게 아니야.
릴리스의 말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계약의 끈은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소리네?”
강신은 자신이 끼고 있는 라텍스 장갑을 벗어던지며, 천천히 U.M.A에게 다가갔다.
-너 진짜 X신이야? 네가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의 하루를 반복할 만큼 그 사람과 특별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그 정도로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릴리스의 말대로 수천 년이 지난다고 해도….
“어차피 난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괜찮아.”
영원한 시간의 굴레에서 망각은 축복이었다.
단지 그것을 지켜보는 릴리스만이 고통스러울 뿐.
“다음에는 날 더 빠르게 설득시켜야 할 거야.”
-이 빌어먹을 인간 놈아!!
릴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신은 U.M.A를 만졌다.
그리고 빛과 함께 강신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강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것을 온전히 아는 존재는 오로지 릴리스뿐일 것이다.
악마의 기준으로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이 들 때쯤, 릴리스는 다시 강신에게 자신의 의사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 안 믿는 건 상관없는데, 그 인간을 구할 수 있는 게 너밖에 없다니까?
“악마가 사람을 구하라는 조언을 한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겠는걸?”
강신은 여전히 의심이 많았다.
다만 이미 한번 설득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릴리스는 최태준이 사라지기 전에 겨우 강신을 설득해낼 수 있었다.
다만 최태준이 톱니바퀴와 접촉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개인 큐브에서 도움이 될만한 물건들을 챙긴 강신은 U.M.A가 있는 큐브로 뛰어갔다.
강신이 큐브에 도착했을 때 권영식과 다른 연구원들의 모습은 보였지만, 어디에서도 최태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급해 보이는 강신의 모습을 보고 권영식이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응? 강선임? 무슨 일이 있나?”
“팰로우님! 최태준 선임 어디 있습니까?”
사정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최태준이 걱정된 강신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신이 찾아온 용건만 밝혔다.
“으응…? 최태준 선임이라면 큐브 안에서 U.M.A를 관찰하고 있을 텐데?”
“자세한 설명은 조금 이따가 하겠습니다!”
최태준의 위치를 듣자마자 강신이 급히 움직였다.
* * *
한편, 큐브 내부에서 한창 U.M.A를 관찰하고 있는 최태준은 이 경이로운 생명체의 비밀을 알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상부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닦달한 것도 한몫했다.
그는 수첩을 들고,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적어내렸다.
“유기적으로 움직여서 부품 개수를 세는 것은 힘들겠네. 어떤 모양의 부품들이 있는지부터 좀 볼까.”
부품의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U.M.A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던 최태준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어?”
자신의 발을 건 물체를 확인한 그는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고,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나사와 볼트, 너트 같은 부품들이 2cm 정도의 높이로 쌓여 정확히 자신의 발끝을 노렸다.
U.M.A와 이어져있는 부품들은 촉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방에 나노 카메라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부품들은 카메라의 위치를 아는 것처럼 최태준의 몸에 가려 절묘하게 찍히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으앗!”
U.M.A의 본체가 있는 방향으로 넘어진 최태준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초코야, 잡아!”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최태준의 몸을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휴…. 다행히 늦지는 않았네요.”
목소리의 정체는 강신이었다.
초코가 최태준이 U.M.A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옮겨주었다.
그제서야 최태준은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 자신을 감싸고 있었던 검은 무언가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괜찮습니까?”
강신이 최태준을 걱정하며 몸 상태를 물었다.
허나 최태준은 방금 자신의 발을 걸었던 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촤륵.. 촤륵..
부품들이 마치 의사를 가진 것처럼 바닥을 기어 은밀하게 거대한 톱니바퀴 속으로 들어갔다.
“저, 저거!”
“저도 봤습니다. 우선 진정하고 이곳에서 나가죠.”
강신도 U.M.A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최태준을 이곳에서 내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끼릭.. 끼릭.. 끼릭..
그때, 거대한 톱니바퀴가 자의를 가진 듯이 돌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강신이 최태준의 팔을 잡아끌었다.
서둘러 큐브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최태준의 몸은 바닥에 고정된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최선임님, 빨리 나가야 한다니까요?”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최태준을 다그치며 돌아봤다.
“영, 영생을…. 누려야…….”
최태준은 동공이 풀려 흐리멍덩한 눈으로 U.M.A를 주시하고 있었고, 마치 무슨 약을 한 중독자처럼 보였다.
강신은 최태준의 상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이게 릴리스가 말한 그 상태인가?’
최태준이 봉쇄된 큐브로 되돌아가 U.M.A를 만지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이미 릴리스가 해줬다.
“영, 생….”
최태준이 U.M.A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강신이 다급히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그와 동시에 그림자에서 검은색 줄들이 튀어나가 최태준의 몸을 칭칭 감쌌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태준은 U.M.A에게 다가가려고 몸부림쳤다.
최태준의 몸이 구속되자, U.M.A가 본색을 드러냈다.
촤르르르륵..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멈추고, 기계를 이루고 있던 수많은 부품들이 바닥으로 쏟아져내렸다.
이윽고, 살아있는 것처럼 작은 톱니바퀴와 다른 부품들이 얽히고 설켜 촉수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품 촉수는 최태준을 노리고 움직였다.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최태준, 그리고 그를 노리는 기계 부품들까지.
강신은 다급하게 외쳤다.
“초코야! 던져!”
강신이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최태준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그림자들이 그의 몸을 문밖으로 던져버렸다.
쿠당탕!
꽤나 힘이 실렸는지, 입구 밖으로 나간 최태준이 어디엔가 부딪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목표를 잃은 U.M.A의 촉수들이 최태준이 나간 큐브의 입구를 향해 뻗어나갔다.
빠른 속도로 움직인 촉수의 끝부분이 밖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강신은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칫, 어쩔 수 없나.”
강신은 U.M.A가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을 우려해 큐브의 문을 안쪽에서 닫아버렸다.
큐브의 문이 빠르게 닫히며 부품 촉수가 끊어져버렸다.
촤르르륵!
밖으로 나가지 못한 부품들이 문을 덮기 시작했다.
문을 막아버린 부품들이 이젠 벽면을 타고, 강신을 향해 기어갔다.
강신은 바로 벽면에서 손을 떼고, 최대한 몸을 뒤로 뺐다.
최태준을 노리던 부품 촉수들도 슬금슬금 물결치듯 올라오며, 강신을 포위했다.
자신을 방해한 강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강신도 함께 노렸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거 정말 위험하네…….”
-멍청한 인간, 그러니 오지랖도 정도껏 부렸어야지!
강신이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한 목소리를 내자, 그 소리를 들은 릴리스가 그를 타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