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8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89화
“자! 얘들아! 다시 한번 외쳐 보자.”
“네!”
“레몬은 지지 않는다!”
“레몬은… 지지… 않는다……!”
구호를 외치며 안무 연습을 하는 삐약이들.
졸개들이 꺄르륵! 잘한다! 하면서 삐약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도와주고 있었다.
비주가 빨간 야구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런 걸까.
“왜 유격훈련이 떠오르지.”
“유격이 뭐예요. 형?”
과자를 우물거리는 막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격이 뭔지 궁금하지?”
“네. 어디서 들어 본 거 같긴 한데.”
“6년 뒤에 군대 가면 나라에서 알려 줄 거예요. 꺄르르륵!”
입을 삐죽 내밀던 막내가 내가 손을 뻗자 과자 봉지를 슥 치웠다.
“싫어요. 형 안 줄 거예요.”
“치사하게.”
“누나들, 들었어요? 이 형 저 놀리는 거.”
하지만 주변에 서 있던 스칼렛 멤버들은 지호의 말에 딱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살피더니 말없이 나를 슥 둘러쌀 뿐.
왠지 모르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내가 침을 삼키고 물었다.
“다들 왜 연습생들 가르쳐 주러 안 가시고 왜 저에게…?”
“선우주…….”
으극! 하고 이를 악물던 스칼렛 멤버들이 이윽고 손을 들었다.
찰싹!
찰싹!
“아얏!”
내 등짝을 때리거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대는 선배 가수들.
“왜 갑자기 그래요??”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선우주…!”
아라가 극대노한 얼굴로 말했다.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진짜…!”
“오빠 때문에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구!”
데이지의 억센 손길에 내가 강풍에 흔들리는 리혁이처럼 짤짤 앞뒤로 흔들렸다.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은데.
씩씩거리는 걸그룹 멤버들에게 내가 물었다.
“왜 그래요?”
“돌림픽.”
“아.”
방금까지 억울했던 마음이 싹 잊혔다.
“이번 추석 돌림픽 때문이었구나. 엄밀히 말하면 제 잘못은 아니긴 합니다만…….”
찌릿!
“미안하다는 이야기죠. 예. 많이 미안하고… 죄스럽고…….”
솔직히 내 잘못은 아니긴 하다.
이번에 쌩라이브로 돌림픽을 진행한 것은 엄연히 TBC 수뇌부의 결정 아니던가.
나는 약간의 영향만 있었을 뿐이다.
-오. 뉴블랙 리혁이 미션 싱어에 출연했어? 허허. 시청률이 잘 나오니 너무나 좋군.
-꺄르르르륵! 국힙원탑 서리혁 등장! 시청률 폭발! 탑급 아이돌의 라이브 배틀…!
-탑급… 아이돌… 라이브… 배틀……?
…정말 아주 약간의 영향만 있었을 뿐이다.
샐쭉한 눈으로 바라보는 스칼렛 멤버들에게 내가 물었다.
“많이 힘들었어요?”
“응.”
선배 가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다들 목숨 걸고 나왔어. 신인들은 신인대로 독기 넘치게 준비해 오고, 우리같이 선배들은 또 절대 밀리면 안 되니까 빡세게 준비하고. 이거 한 번 밀리면 인터넷에 평생 놀림감인데.”
메인보컬 연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보컬 5등 했잖아.”
“5등이면 굉장히 잘한 거 아니에요…?”
걸그룹 전체에서 5등이면 엄청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연봄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1등 해야지.”
“그래도 나윤이랑 리나는 메달 땄어.”
메인댄서인 리나는 댄스 부문에서 1등을 했고, 데이지도 랩 부문에서 2등을 했다는 모양이다.
나와 동갑인 리나가 자랑하듯 브이를 해서 웃음이 나왔다.
우리 막내가 감탄했다.
“와. 누나들 진짜 잘했네요.”
“그치?”
그런 말을 하던 아라가 에궁 하고 말했다.
“그래도 좋은 게 아니야. 이제 앞으로 명절마다 할 텐데.”
“진짜 연습생 때랑 똑같다니까. 데뷔하고 나니 안 할 줄 알았는데 월말평가가 또 생겼어.”
“그것도 업계 최고들이랑 월평해야 돼. 하지만…….”
스칼렛 멤버들이 눈을 빛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상황을 피할 것이다.”
“어떻게여?”
“너희처럼 성공하는 거지. 후후후후.”
나윤이가 주먹을 꼭 쥐었다.
“오빠들처럼 성공해서 방송국이 ‘어… 부르기 애매한데…!’ 할 만큼 성공을 해 버리는 거야.”
“이미 크게 성공한 것 같은데….”
“아니야. 오빠. 우리는 더 커질 거야. 더더더.”
12년도에 데뷔해서 이제 7년차 아이돌이 된 스칼렛.
내년에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우리 회사의 걸그룹은 여전히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간다! 간다!”
“더 위로 간다!”
삼국지 삼형제가 도원결의를 하는 동안 연봄이 제갈량처럼 미니 손풍기를 들었다.
“너희 덕분에 요새 해외 파이가 커져서 경쟁이 치열하거든. 걸그룹 파이는 아직 확실하게 누가 먹은 게 아니라서 그거 두고 경쟁이 치열해. 우리랑 세레니티가 대표로 붙고 있고.”
“오호.”
“그리고 요새 K넷 신규 아이돌도 해외에서 반응이 좀 오고 있고.”
“달리아요?”
연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 줬다.
그간 노래 정도만 듣고 있던 터라 잘 몰랐던 걸그룹 판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4파전.
비주얼로 핫한 MOP 엔터의 세레니티.
퍼포먼스로 유명한 레몬 엔터의 스칼렛.
정통힙합으로 지지층이 탄탄한 KM 엔터의 블링크.
컨셉으로 승부하는 TJ 엔터의 NYX.
여기에 최근에 K넷에서 서바이벌 오디션을 통해 데뷔시킨 걸그룹 ‘달리아’가 대박을 치면서 해외 경쟁이 치열하다나.
얼마 전에 발매된 노래가 일간 차트 최상위권에 든 건 봤다.
나윤이가 말했다.
“그거 들었어? TJ랑 MOP에서도 신인 나온다고 하더라.”
“그래?”
“TJ는 걸그룹 나오고, MOP는 보이그룹 나온대.”
“틴스피릿 후배 그룹이라…….”
MOP 엔터의 특성을 생각하면 굉장히 잘생긴 친구들이 데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데뷔하는 아이돌은 3.5세대라고 부른다나.
우리가 데뷔할 때만 해도 3세대가 시작된다…! 했던 언론 기사들을 떠올리며 웃을 때였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비주가 땀을 훔치며 걸어왔다.
내가 꽃무늬 손수건을 건네주는 동안 지호가 말했다.
“지금 누나들이랑 K 아이돌 세계정세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어요.”
“…?”
다른 멤버들도 돌아오는 가운데, 유독 땀방울이 여기저기 튄 비주를 보며 내가 말했다.
“콘서트도 얼마 안 남았는데 조금 살살하지 그랬어.”
“…? 아, 이거 제 땀 아니에요. 형.”
“??”
비주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연습생들 땀이에요.”
“…….”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연습생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들 넋이 나간 얼굴로 뭐라고 삐약… 삐약… 하면서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특히 춤이 약한 지혁이는 영혼이 가출한 얼굴로 벽에 몸을 기댄 채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아라가 물었다.
“쟤가 지혁이야?”
“네.”
“귀엽게 생겼네. 얼마 전에 우리 TF팀 언니 이야기 들었거든. 아기 선우주가 들어왔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아기 선우주라니요.”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내가 부정했다.
“지혁이는 저랑은 좀 달라요.”
“그런가? 뭐, 얼굴이 다르긴 한데…….”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음?”
“으음?”
연습생들이 다들 널브러져서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동안, 지혁이가 몸을 끙차 일으키더니.
‘어?’
‘구른다.’
앞구르기를 했다.
옆구르기.
뒤돌기, 앞구르기 등등.
몸을 일으킬 힘도 없어서 그런지 데굴, 데굴… 데굴…… 하면서 언덕길에 떨어뜨린 고구마처럼 굴러 오는 지혁이.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데굴데굴 굴러 온 지혁이가 비주의 발목을 덥석 붙잡았다.
“레인… 아니 비주 선배님.”
“응?”
지혁이가 달달 떨리는 손을 들며 말했다.
“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더 배우고 싶습니다.”
“괜찮겠어? 힘들지 않아?”
“힘든 것보다 못하는 게 더 싫어요.”
“!!”
비주가 어머 하며 기뻐했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인 와중에도 비주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겠다며 독기 품은 눈으로 강의를 듣는 지혁이.
그 모습을 보던 스칼렛 멤버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 선우주네.”
“아기우주다.”
“…….”
회사에서 내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 잡혀 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 * *
연습생들과의 단란한 시간을 가진 후.
일본 출국을 앞둔 우리는 마지막으로 의 제작진과 함께 대학 축제 회의를 마쳤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어. 일본 잘 다녀오고.”
구재영 피디님이 웃으며 말했다.
“10월 축제는 우리가 잘 준비해 놓고 있을 테니까, 너희는 마음 편하게 다녀와.”
“감사합니다. 피디님.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이번에 일본에 가면…….”
“기념품 뭐 사 올까요?”
“아니, 거기는 예능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좀 알아봐 달라고. 만약에 예능 나가게 되면.”
뼛속까지 예능 덕후의 발언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각자 연습이나 업무를 하기 위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을 때.
“어?”
복도에서 걸어오던 누군가가 우리를 발견하고 크게 떴다.
귀족가의 도련님 같은 외모.
구재영 피디가 상대를 알아보고 손을 들었다.
“어어, 오랜만이네. 한별이.”
“안녕하세요! 피디님!”
“그러고 보니 한별이도 우리 회사 소속이었지.”
“네! 이렇게 뵈니까 진짜 신기하네요! 와아.”
한때 TBC 방송국과 TJ 엔터 소속이었던 이들이 이제 같은 소속이라는 것에 신기해하며 웃었다.
구 피디님이 물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저 오늘 앨범 관련해서 대주주님과 미팅을 하기로 해서.”
“아…….”
그 말에 구 피디님이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앨범 준비하는구나. 힘내.”
“혹시 나중에 새로운 컨텐츠 준비하시는 거 있으면 꼭 불러 주세요. 저 진짜 뼈를 갈아서 웃기겠습니다.”
“하하, 그래.”
“넵! 살펴 가세요!”
90도로 꾸벅 숙이는 한별이는 구재영 피디님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내가 감탄했다.
“와. 인사 각 봐. 완전 한국인이야.”
“가셨어?”
“응.”
허리를 편 한별이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여전히 와- 하고 있다.
“와…….”
“그렇게 신기해?”
“당연하지. 우리 최고로 떴을 때도 저분은 넘사였는걸. 매니저 형이랑 가서 90도로 인사하고 그랬어.”
“하긴.”
연예계에서도 최상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구재영 피디님 같은 사람들이니까.
예전에 농촌 특집을 찍었을 때, 주변에 성질을 부리던 톱스타들도 구 피디님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별이가 감탄한 얼굴로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럴 때 보면 우리 형이 성공했다는 게 느껴지네. 구 피디님이 자컨도 만들어 주고.”
그 말에 작게 웃고는 화제를 돌렸다.
“TNT 활동은 이제 다 끝났어?”
“응. 얼마 전에 팬 미팅 마지막으로 하고 군백기 들어갔어. 이제 앞으로 4~5년은 군백기지.”
“선웅이 형 입대했구나.”
“얼마 전에 했어. 어휴. 진짜 맨날 술 취해서 전화 걸고 징징징…. 나 보고 너는 외국인이라 군대 안 가서 좋겠다고 그러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진짜 리더 잘못 뽑았다니까.”
“……그 형이 집에서 금지옥엽이라 그래.”
지호처럼 누나만 셋에 집안 몇 대 독자인가 해서 본가에서 어화둥둥인 포지션으로 알고 있다.
TJ에서 나이순으로 리더를 정한다고 했을 때, 다른 멤버들이 ‘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당시 동생 라인이 날 리더로 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하필이면 그때 내가 퇴출당해서.
한별이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지. 한태현은 솔로 콘서트 준비 중이고, 석지훈은 차기작 준비 중이고.”
그러고는 내게 찰싹 붙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 계신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님과 함께 앨범 작업을 준비하고 있지.”
“야, 너무 기대하지 마. 부담시러.”
“저는 여기 있는 형만 믿습니다용. 에헤헤!”
찰싹 붙는 이를 슥 밀어내면서 회의실로 들어섰다.
윤찬혁 선배를 맡고 있는 TF 3팀 직원들과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은 한별이가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이제부터 저랑 같이 일할 분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확실히 중화권에서 탑으로 잘나가는 스타라서 그런지 스탭들이 바짝 긴장한 태도였다.
그리고 이러는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한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좀 거슬리네.
-응?
-아니. TJ 직원들이 내 욕하고 다닌대.
-왜?
-자기들이 중국 인기 다 만들어 줬는데 배신하고 나갔다고. 은혜를 모르고 뒤통수 쳤다 그거지.
그런 것 때문일까.
어쨌거나 여기 TF팀 입장에서는 그런 업계 소문으로 한별이를 접했을 것이다.
-TJ 엔터랑 대판 싸우고 재계약 불발 됐다던데. 성격 장난 아니래.
하지만 내가 봤을 때 헛소문에 가깝긴 하다.
한별이는 오히려 성격이 순해서 문제인 편이다.
겉보기로는 자유롭고 할 말 다 하고 사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엄격한 예절 교육을 받고 자라서 절대 언성을 높이는 걸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서 한 연예인이 불만이 있을 때.
-아! 언제까지 중국 뺑뺑이 돌릴 거야?! 나 한국 보내 줘! 안 보내 주면 나 오늘부터 드러누울 거야. 내가 SNS에 의미심장한 문구 남겨서 재계약 불발 기사 나가는 거 보고 싶어?!
…라고 불만을 표시해서 회사가 뒤집어진다면 한별이는 방식이 좀 다르다.
-중국 활동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활동을 좀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그렇게 말을 해서 ‘아! 불만이 있구나! 해결해 줘야지!’ 하고 흘러가면 다행인데.
안타깝게도 이쪽 업계 사람들 특성상 부드럽게 나오는 사람들은 종종 손해를 겪곤 한다.
언성을 안 높이니 그냥 웃으며 넘기는 식으로.
-아~ 한별 씨~ 그죠. 불만이 많으시죠? 저희가 한 번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가 회의하고 난 다음에 결과를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에 감감 무소식.
그러면 한별이 같은 사람들은 고민을 한다.
-이미 한 번 말했는데 또 말하면 좀 그러려나? 분위기 봐서 다시 얘기해 봐야겠네.
그런 식으로 무한 도돌이표.
그러다가 마지막에 한별이가 참다 참다 폭발하고 나니 ‘어? 호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괘씸하네’ 하며 흘러가는 것이다.
잠시 과거 생각을 하는지 입술을 모으던 한별이가 웃었다.
“이렇게 새로운 분들이랑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설레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정말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회의 시작할까요~~?”
분위기는 금세 편해졌다.
한별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화를 하는데, 스탭들도 가수가 대화가 잘 통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중화권 최고의 톱스타가 손을 들며 말했다.
“저는 회사에서 컨셉 정해 주면 수용하는 편이어서요. 또 중국 가서 투어 하라는 의견만 아니면 다 좋아요.”
준비해 온 게 있다면 듣고 싶다는 말에 내가 말했다.
“일단 아이돌 솔로보다는 발라드 같은 장르의 솔로 가수로 널 내보낼까 생각 중이야.”
“왜?”
“네가 대중형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워낙 인기 스타인 만큼 판매량이나 성적은 걱정 없다.
무난한 아이돌 솔로로만 내보내도 초동 100만 장에 근접한 수치를 찍을 수 있다고 평가받는 가수니까.
이번 TNT의 군백기 전 마지막 앨범도 한별이의 중국 팬덤이 대량 구매를 해서 더 대박이 터졌다.
솔직히 가장 무난한 선택지는 아이돌 솔로로 내보내는 것이지만….
“약속대로 네가 원하는 걸 만들어 주고 싶어.”
“…….”
“그리고 아이돌 솔로로 내보내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긴 한데.”
“뭔데?”
“너 태현이 이길 수 있니?”
“……아. 맞지. 미친 사람은 못 이기지.”
개인 퍼포먼스와 팬덤 관리 능력이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아이돌 솔로 부동의 원탑.
한별이를 솔로로 내보내면 필연적으로 포지션이 겹친다.
물론 한별이도 무대를 잘하긴 하지만 아예 무대 특화형인 태현이보다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내 말에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말했다.
“저희가 한별 씨의 목표점으로 삼는 가수는 홍샛별이나 유재찬 같은 가수들이에요.”
대중픽으로 유명한 가수들.
내가 부연했다.
“그런 느낌 알지? 잔잔한 사랑 노래들로 20대들한테 인기 많고, 대학가에서 축제 시즌만 되면 부르고 싶어 하는 핫한 가수들.”
“아…….”
“그런 쪽으로 가 보려고 해.”
“응. 알았어.”
벌써부터 신뢰 가득한 눈으로 ‘네가 하라면 다 할게’ 하는 표정에 웃음이 나왔다.
“아니. 바로 동의하지 말고 너의 생각을 이야기하라고.”
“여기 형처럼 유능한 프로듀서 분들이랑 최고의 직원 분들이 있는데 굳이 자아가 필요해?”
너희의 의견에 만족한다며 바로 뇌를 탈부착하는 가수.
그렇게 한별이의 솔로 앨범을 어떤 식으로 꾸릴지 세부적인 플랜을 논의했다.
어찌 보면 내가 제대로 프로듀싱을 맡는 첫 외부 가수라, 그냥 작곡가일 때보다 더 신경을 기울일 때.
한 직원이 말했다.
“유일하게 저희가 파악 못한 부분이 있다면 수요 예측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건데…….”
한별이가 솔직하게 말했다.
“아. 제 팬덤 대부분이 중국 팬인데 한국어 앨범이라서요?”
“예… 그렇습니다.”
“수요 예측이라…….”
열성적인 구매층의 숫자가 계산이 되지 않아 직원들이 난항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한별이가 핸드폰을 들었다.
“잠시만요.”
“뭐 하게?”
“잠깐 라이브 좀 켜게.”
중국어로 쓰여 있는 어플을 켜는데, 연예인들이 팬들과 라이브할 때 쓰는 방송인 듯했다.
프로젝터에 연결해서 띄운 화면을 바라볼 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주르륵 올라가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3,731,373]시작하자마자 400만.
그중에 시청자 중 하나가 100만 위안을 도네이션으로 투척했다는 알림도 떴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
“…….”
그 스케일에 놀란 모두가 맞은편에서 반짝이고 있는 TJ 엔터 건물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뭘 놓친 건지 알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한별이가 핸드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별바라기들. 저 10분 있다가 다시 올게요! 그때까지 안녕~!」
그렇게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한별이가 씩 웃으며 TJ 엔터 사옥을 가리켰다.
“형. 저 건물 보이지?”
“응.”
“조금만 기다려. 내가 저 건물 사 줄게.”
“감사합니다. 장 대인…!”
내가 한별이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같은 날.
한가로운 전원주택에서 텃밭에 주전자로 물을 주고 있던 60대 남성이 밀짚모자 아래 땀을 훔쳤다.
“허허.”
조선시대의 안빈낙도를 즐기는 선비 같은 표정.
한때 TJ 엔터를 호령했던 박태준 전 회장이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로구나.’
사회에 있을 때는 욕망에 빠져 있어서 몰랐던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박태준 전 회장.
집에 들어와 골동품 주전자로 도자기 잔에 차를 따르고 있을 때였다.
“음?”
미튜브에 뜬 동영상이 보였다.
정치 뉴스 등으로 가득한 알고리즘 사이로 [장한별]이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후릅-
차를 마시면서 무슨 일인지를 검색했다.
-TNT 장한별, 레몬 엔터 이적 후 첫 앨범 나온다.. ‘선우주 프로듀싱?’
결국 TJ를 박차고 나간 괘씸한 인물이 레몬 엔터에서 새롭게 앨범을 낸다는 소식이었다.
‘자식이, 고마운 것도 모르고.’
혀를 끌끌 차며 영상을 눌렀다.
이번에 신규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면서 팬들에게 기대 많이 해 달라고 말을 하는 장한별.
‘그런데 왜 뜬 거지?’
연관도 없는 동영상이 알고리즘으로 떠서 의아해할 때.
장한별이 말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특별한 감사인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셨던 박…….]“허허. 이 녀석.”
“…….”
그러면서 아련한 얼굴로 화면을 향해 미소 짓는 장한별.
박태준 회장이 뺨을 파르르 떨면서 애써 웃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아까 다 말씀을 못 드렸는데 박…….]“허허.”
[…규호 대표님, 선우주 프로듀서님. 정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이……!”
박태준 회장은 그만 뒷목을 붙잡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