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0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1화
신인 시절에 태현이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형. 진짜 사람이 너무 바쁘면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다? 그냥 이동 중에는 쓰러져서 자고, 일어나면 스케줄하고 그러는 거야.
그때만 해도 신인 시절이었기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15년도부터 소위 ‘라이징’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하면서 그게 무슨 말인지 실감했다.
스케줄, 쪽잠, 스케줄, 쪽잠, 스케줄.
물론 지금의 우리는 그 시절을 지나서 나름대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즉, 어지간히 바쁜 때가 아니면 기본적인 수면 시간은 보장 받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금이 바로 그런 일시적으로 바쁜 시기라는 것이고.
“그어어어어어어…….”
“그어어어…….”
전세기 좌석에서 좀비처럼 널브러진 졸개들이 원망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학 축제 일정을 이렇게 빡세게 잡으면 어떡해요?”
“왜 나한테 그래? 그때 무리해서라도 축제 다 뛰자고 했던 건 너희였잖아.”
“하지만 형이 반대했으면 우리도 안 했을 거잖아요.”
지호의 말에 나머지가 와글와글 나섰다.
“맞아.”
“그래서 우리가 뇌를 외주 줬잖아요. 이렇게 클라이언트를 배려 안 해도 돼요?”
“우우. 독재자. 우우.”
독재자라는 말에 내가 중현이를 찌릿 째려보았다.
“우우. 대통령… 우우우.”
소심하게 말을 바꾸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다들 장난스럽게 서로를 타박하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축제를 잘 마쳐서 뿌듯하긴 한데 몸이 고되긴 하네요.”
“조금 자. 비주야.”
“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잠이 안 오는 것 같아요. 이제 AMA 레드카펫에서 인터뷰 질문 대응도 준비해야 되고.”
다들 좀비 같은 눈으로 미국 에이전시에서 정리해 준 예상 질의응답을 살피고 있었다.
리혁이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와. 진짜 웬만하면 이런 일이 없는데… 활자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네요. 지금 같은 문단만 세 번째 반복하고 있어요.”
“너도 좀 쉬어.”
“그래야 할까 봐요.”
방송대 축제를 끝내자마자 바로 출국길에 올라서 그런 걸까.
우리 TF팀은 진즉에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고 있고, 동생들도 거의 좀비 같은 몰골이었다.
조용히 졸개들을 다독였다.
“딱 이번 주만 잘 넘기자.”
AMA와 도쿄돔 투어까지 끝내고 나면 정말 그때부터는 행복 스케줄이었다.
“이번 주만 넘기면 올해도 사실상 끝이야. 마무리를 잘해야지.”
“그러네요.”
아이돌의 연중 행사는 사실상 10월에서 보통 마무리되는 편이다.
11월부터는 국내 시상식을 비롯해 연말 무대들을 제외하면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에는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저 앨범 나와요. 형.”
“그게 이번 달이었나?”
“네.”
작년도의 에 이어서 중현이가 독자적으로 작업 중인 힙합 앨범이 발매 예정인 모양이었다.
“잘 돼가?”
“네, 헤이션 선배님이랑 다른 선배님들이 도와주고 계셔서.”
“레이블을 인수한 보람이 있네.”
헤이션 선배가 소속된 힙합 레이블이 준비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아쉬웠다.
“확실히 힙합은 그분들 전공이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고 그러지.”
“저도 너무 물어보고 싶었지만 형이 힘들어 보여서요.”
“혹시 형이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닌데요?”
“중현아. 너 거짓말 할 때 콧잔등 씰룩이는 거 아니?”
“…! 진짜요?”
“아니 뻥이야.”
하지만 중현이의 본심은 알았다.
절대 아니라면서 열심히 해명하는 중현이에게 식은 눈으로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막둥이가 손을 들었다.
“저도 이제 곧 치킨집 크랭크인(crank in : 촬영 시작)해요.”
“아이구, 엄청 바쁘겠네.”
“넹. 아 맞다. 이번에 지훈이 형도 같이 촬영 들어가는 거 알죠?”
지호가 말했다.
“그 형이 요새 소속사 고민 중인가 봐요. 저한테 레몬 엔터 궁금한 거 막 물어보더라고요.”
“오라고 그랬어?”
“아뇨. 걍 궁금해하는 것만 잘 대답해 주고 있어요. 배우 팀은 우리랑 소속도 달라서, 제가 그 형한테 호언장담해서 책임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잘했어.”
현명하게 처신한 막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가수 담당이면 몰라도 배우 파트는 우리랑 연관이 크게 없는 편이라 자세히 알지 못해서 어떻다 말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지훈이 정도면 회사에서도 꽤 신경을 써 주지 않을까 싶다.
TNT 멤버라는 이름값도 있긴 하지만, 꾸준하게 연기 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으니까.
‘이제는 연기돌로 완전히 안착한 멤버들’ 같은 제목으로 특집 기사가 나오면 그 안에 꼭 이름이 들어가는 멤버였다.
“지훈이도 오면 좋긴 하겠다.”
같이 밥 먹기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웃을 때.
동생들의 굵직한 스케줄을 듣던 나도 조용히 나의 개인적인 일정들을 떠올렸다.
DNS 데뷔조와 배틀을 하는 연습생들 봐 주기.
한별이 앨범 준비하기.
그리고.
[영화 개봉일 확정 건에 대하여..]참조가 덕지덕지 붙은 이메일을 살펴보았다.
드디어 올해 1월부터 10개월 가까이 기다렸던 의 개봉일자가 11월 초로 확정됐다.
안 그래도 이번에 LA를 방문하면서 실버 스크린의 홍보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지기로 했다.
그쪽에서 글로벌 프로모션을 크게 기획하고 있다나.
“얘들아. 나 이번에…….”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그만 말을 삼켰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졸개들이 피곤해서 기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양옆에서 입을 헤엑- 벌리며 어깨에 머리를 기댄 막내라인을 보며 웃고는 펜을 들었다.
마침 조용하기도 하니 감상에 젖어들 시간이었다.
“2018년 10월 7일… 후훗…….”
태평양 상공의 비행기.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서 낭만적인 기분을 느끼며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
* * *
……던 선우주는 기절하고 말았답니다. 에쿵!
“이건 뭐예요?”
바닥에 떨어진 내 수첩을 주운 리혁이가 물었다.
“낙서한 거예요?”
“일기야….”
펜을 든 채로 잠에 빠져들어서 그런 걸까.
악마의 소환 마법진처럼 변한 공책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입가에 말라붙은 침을 슥슥 문질러서 닦아 내고는 후드티를 눌러쓰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Hi~”
착륙장 바로 근처에 주차된 밴.
귓가에 리시버를 착용한 채 껌을 짝짝 씹고 있는 미국 경호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날씨가 좋죠?」
차량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의 에이전트 디안젤로 씨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비주가 야자수 가득한 LA 도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반팔을 입어도 될 거 같아요.」
그 말대로 우리 모두 후드티를 벗고 반팔 차림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이런저런 신변잡기성 대화를 나누던 우리에게 에이전트가 스케줄을 설명했다.
「조금 이따가 화보 촬영이 있고요. 간략하게 토크쇼 인터뷰 스케줄이 있을 겁니다. 식당은 당연히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코리아타운의 한국식 바베큐로 준비를 했고요.」
우리가 엄지를 척 들었다.
껄껄 웃던 에이전트가 우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AMA 노미니 축하드립니다. 총 다섯 개 부문에 노미니가 됐죠?」
「네.」
이번에 열리는 2018 AMA에서 우리는 총 다섯 부문에 노미니가 됐다.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투어] [인기그룹상]이건 그룹으로 노미니 된 부분.
[올해의 콜라보레이션] [베스트 힙합송]이건 콜드 브라운과 나의 콜라보로 노미니 된 부분.
이중에서 대상격인 올해의 아티스트가 끼어 있다는 것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지호가 눈을 초롱초롱 뜨며 물었다.
「수상 확률은 어떻게 보시나요?」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프 더 레코드로 하자면… 관계자의 시선에서 볼 때, 솔직히 3개 정도는 확실하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인기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는 시상식이니까요.」
우리가 물었다.
「저 중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이 제일 희박한가요?」
「아뇨. 오히려 저쪽은 여러분이 수상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봅니다. 관건은 여기죠.」
「???」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부분의 확률이 미묘하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에이전트가 가리킨 부분은 바로 ‘인기 그룹상’이었다.
[Favorite Pop Duo/Group]팝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듀오나 그룹 등을 뽑는 투표.
「후보를 보시죠.」
「아…….」
서너 명 정도 되는 후보에서 우리 바로 아래 7인조의 다인종 그룹이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이 보인다.
디안젤로 씨가 말했다.
「소문으로 듣기로는 이 부문의 투표 수가 가장 높다고 하더군요. 문라이트와 여러분이 동시에 노미니 된 유일한 부문이라 양쪽 팬덤이 목숨 걸고 투표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대상보다 그 하위 부문이 더 치열하다는 이야기에 작게 웃을 뿐이었다.
상대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오버쿡이 조금 더 일찍 나왔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네요. 몇 개월만 더 일찍 나왔으면 아마 AMA에서 최다 노미네이션을 기록했을 겁니다.」
「하하.」
「농담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잘 모르시죠?」
「?」
에이전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북미, 아니 세계에서 오버쿡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여러분만 모르실 겁니다.」
* * *
LA의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그 인기를 실감했다.
「써니!」
「지미…!」
「오 나의 뮤즈!」
내가 앰버서더로 있는 명품 브랜드 르블랑의 수석 디자이너와 내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지미. 지금 입고 있는 그 옷은 뭔가요?? 그 아름다운 옷은 대체 정체가 뭐죠? 꽃이 너무 예뻐요.」
「불교의 연꽃을 이용한 디자인이야.」
절에 띄워두는 연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각인된 티셔츠였다.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지미 로빈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사이프!」
「넵.」
그의 비서가 상자를 가져왔다.
얼른 열어 보라는 턱짓에 상자를 열자,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의 같은 옷이 나타났다.
「지미, 오 지미! 당신이 최고예요.」
「하하하하하!」
눈물이 왈칵할 만큼 예쁜 옷을 바라보며 감동하자, 비서가 꽃다발과 카드도 건네주었다.
르블랑의 회장이 적은 친필 감사 메시지.
향이 짙은 카드에 적힌 문구를 바라보고는 감사의 말을 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자자! 이럴 때가 아니야. 단장을 해야지.」
지미 로빈스가 내 등을 떠밀었다.
「널 위해 옷을 수십 가지 준비해 왔어.」
호텔방으로 들어서자 르블랑 측 스탭들이 준비한 옷들이 행거에 주르륵 걸려 있었다.
“와아아…….”
절로 감탄이 나왔다.
옷이 예뻐서도 있지만 디자인 때문이었다.
“진짜 예쁘… 아니지.”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말했다가 영어로 답했다.
「정말 한글 디자인을 잘 살렸는데요?」
「마음에 들어?」
「네.」
오늘 AMA가 열리는 날은 한글날.
그 때문에 의상 컨셉을 묻는 르블랑 측에 ‘한국에는 한글날이니 그와 관련된 디자인이면 좋겠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이렇게 예쁜 옷들을 만들어 올 줄은 몰랐다.
ㄱㄴㄷ 등 한글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변형한 패턴이 새겨진 의상부터 독특한 구두까지.
「본사에 일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있거든. 그 친구들이 이번 디자인에 도움을 줬어.」
르블랑 스탭들 사이에서 서 있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안녕하세요’ 하며 한국어로 인사했다.
서로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렇게 의상 피팅을 반복하는 동안 르블랑 스탭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거 알아요? 우리 애가 학교에서 오버쿡으로 댄스 연습을 했어요.」
「그래요?」
프랑스의 학교에서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오버쿡 안무를 따라 하는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피망이나 토마토 탈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귀엽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에펠탑 근처에서 사람들이 플래시몹 하지 않았나?」
「아. 그때 나는 뭔가 했는데 오버쿡이더라.」
머리를 다듬어 주는 헤어 디자이너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잔망스럽게 오버쿡~ 하면서 어깨를 흔들었다.
하지만 굳이 자료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인기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 때문이었다.
「감사하긴 한데…….」
단장을 마친 내가 거울 속에 반사된 지미 로빈스를 보며 물었다.
「멧 갈라도 아니고 AMA 레드 카펫에서 이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회장님의 특명이 있었어. 너의 레드카펫 의상을 무엇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라고. 그리고 나도 동의하는 바야.」
멧 갈라 같은 행사라면 수석 디자이너까지 직접 와서 의상을 만져 주는 것이 말이 되긴 한다.
패션계 최대 행사니까.
하지만 AMA가 메이저 시상식이긴 해도, 매출만 10조 원 넘게 올리는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가 직접 등판할 만한 행사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글 의상까지 만들어 준다는 건…….
“그만큼 우리 주가가 높다는 뜻이죠.”
각자 단장을 마치고 모인 자리에서 리혁이가 한글 디자인이 각인된 의상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한창 오버쿡 때문에 브랜드들이 신경을 써 준 거 같아요. 우리를 보면 알 수 있죠. 형이야 뭐 뮤즈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도 아닌데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온 거니까.”
“저 진짜 넘 부담스러웠어요.”
각 브랜드에서 ‘홍보 기회다!’ 하면서 달려들었을 만큼 오버쿡의 인기가 뜨겁다는 걸 실감했다.
왜 실감을 했냐고 하면 보통 대중들의 인기는 직접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다.
머리로는 국내에서 망고 차트 1위를 보면서 ‘와- 성공했구나!’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성공했다는 것을 느낄 때는 다른 쪽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우연히 방문한 마트에서 우리 노래가 나온다든가.
길거리를 지나고 있는데 세 번 연속으로 우리의 앨범 노래들이 다른 곳에서 들려온다든가.
지역 축제에서 뚱했던 관객들이 ‘뉴블랙!!’ 하며 외칠 때.
지나다니는 먼지 1처럼 우리를 바라보던 방송국 사람들이 사근사근 웃으면서 저자세로 나올 때 등등.
“진짜 오버쿡이 엄청 잘되긴 했나 보다.”
눈으로야 미튜브의 외국의 플래시몹 영상이라든가, 빌보드 Hot 100 성적을 비롯해 다양한 해외 성적을 보면서 알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건 조금 다른 영역이었다.
특히 오늘 각 브랜드에서 파견 나온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그걸 실감했다.
“졸개들.”
“네.”
“이럴 때일수록 되새기자.”
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모았다.
내가 리혁이에게 말했다.
“선창해라. 서리혁 동무.”
“자의식 과잉 예방하고 건강한 삶 살자.”
다 같이 합창했다.
“자의식 과잉 멈춰…!”
사람이 얼마나 쉽게 자의식 과잉이 되는지 알고 있는 만큼 항상 경계의 마음을 가졌다.
리혁이가 핸드폰을 들었다.
“아름답고 푸른 행성 지구를 보세요.”
“보입니다.”
“이것은 어제의 인공 위성사진. 그리고 이건 오늘의 인공위성 사진입니다. 어때요? 오버쿡이 성공한 이후로 푸른 행성의 모습이 바뀌었나요?”
“아니요.”
“맞아요. 우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아름다운 행성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후후후후후.”
지호가 손을 들었다.
“질문이욤.”
“?”
“그러면 지구를 변화시킬 정도로 성공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우주에서 만리장성 보인다고 그러잖아요.”
“안 보여.”
“헐. 안 보여요?”
중현이와 비주가 ‘안 보인다니…!’ 하고 충격을 받고, 리혁이가 뒷목을 붙잡으면서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멘탈을 다잡고는 호텔을 나섰다.
목적지는 AMA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 중인 LA의 한 극장.
「뉴블랙!」
「오버쿡의 인기가 어마어마한데요. 뉴블랙은 어때요? 이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오늘 무대의 스포일러를 조금 볼 수 있을까요??」
포토월 앞에서의 촬영과 리포터들의 인터뷰에 응하고는 극장 안으로 진입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입장한 다른 가수들과 반갑게 안부를 나누면서 좌석에 앉을 때.
“…….”
“…….”
근처에 먼저 앉아 있던 선객들과 눈이 마주쳤다.
‘Bom Gam Za…’ 하는 눈빛을 하고 있던 콜린 에반스가 웃으면서 우리에게 인사했다.
「안녕.」
「안녕.」
우리도 반갑게 웃으면서 앉았다.
내 바로 옆에 붙어 있던 문라이트의 캐나다 멤버 제이콥이 엄청 반가워하는 얼굴로 인사했다.
「와. 닷지볼 하고 나서 진짜 오랜만이다. 뭐 하고 지냈어요??? 한국에서 무슨 축제 했다고 그러던데.」
「대학 축제했어.」
「와. 진짜 유명한 대학인가 보다.」
수다를 떠는 이에게 적당히 대답을 해 주고 있을 때, 콜린이 제이콥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쳤다.
말 걸지 말라는 뜻인지 제이콥이 입을 비죽 내밀며 말수를 줄였다.
그렇게 셀카 촬영 등을 하면서 지루한 대기 시간을 때울 무렵, 시상식이 시작됐다.
[신사숙녀 여러분! 2018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호스트를 소개합니다!]웅장한 안내 음성과 함께 조명이 반짝였다.
턱시도를 입은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잔망스럽게 걸어 나왔다.
[벤저민 워싱턴!]“와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에 슈퍼노바 닷지볼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인물이자 인기 코미디언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진심 어린 환영에 감사합니다.]합장과 비슷한 포즈로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던 흑인 코미디언이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오늘 출연 가수들에게 한마디씩 하던 코미디언이 우릴 언급했다.
관객들의 환호성에 씩 웃는 코미디언.
[마침 오버쿡이라고 하니 제 아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아시다시피 9살 난 제 아들이 오버쿡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최근 저 보고 같이 안무 영상을 찍자는 겁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했죠.]그가 엄숙한 아버지 흉내를 내며 말했다.
[‘아들아. 우린 이걸 할 수 없어.’ ‘왜요? 아빠?’ ‘우리가 이걸 찍어 올리면 경찰이 우리에게 올 거야.’]고개를 갸웃하는 관객들에게 코미디언이 말했다.
[그 친구들 눈에는 아마 이렇게 보이겠죠. 흑인이 하얀 가루를 뿌리는 춤을 춘다…? 그런데 그 가루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경찰을 풍자하는 개그에 미국인들이 폭소하고, 그 매콤한 맛에 당황했던 우리가 이내 시선을 교환했다.
시사 풍자에 사례로 쓰이는 오버쿡.
‘진짜 곡이 성공하긴 했구나.’
‘와.’
그런 농담을 하던 코미디언이 우리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AMA에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뉴블랙. 모두가 여러분의 노래를 좋아하고 있어요.]뜨거운 환호성과 함께 어워드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