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0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5화
북미 연예계에서 뉴블랙의 위상이 어떤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관계자들 대부분 비슷한 답변을 할 것이다.
“AMA에서 최고상도 수상하지 않았나? 이제 명실상부한 보이밴드 원탑이죠. 아니, 보이밴드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누구도 인기를 부정할 수 없을 걸요.”
“대중들에게 있어 최정상급 가수까지는 아니죠. 하지만 최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위에 올라탔다는 건 분명해요. 모든 지표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슈퍼스타죠. 북미에서도 몇 년 후에는 아이코닉한 존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수천만에 달하는 팬덤을 거느린 슈퍼스타.
그리고 북미에서 헤일리 블루나 콜드 브라운 같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수.
관계자들이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뉴블랙의 위상은 이랬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본다면?
Q. 그렇다면 지금 오버쿡으로 활동 중인 뉴블랙은요?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에 대해서라면 답이 달라졌다.
“지금 오버쿡의 뉴블랙은 누가 와도 못 이기죠. 이건 신드롬이잖아요?”
“슈퍼노바 닷지볼, SNL…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오버쿡 등등. 지금의 뉴블랙은 그 어떤 스타보다 유명한 존재 아니겠어요?”
“현시점에서 에펠탑이 있는 프랑스의 길거리부터 피라미드가 있는 이집트의 시장 골목까지 똑같은 노래가 나오고 있는 건 뉴블랙밖에 없을 겁니다.”
그랬다.
지금까지 쌓아 온 커리어나 수상 실적이 아직 최정상급이 아니다 뿐이지, 지금의 인기만 따지면 뉴블랙이 그 모두를 압살하고 있었다.
과거 한국에서 시청률 40%짜리 드라마가 나오면 몇 달간은 드라마 스타가 전국의 광고판을 뒤덮듯이.
현재의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가수들이 바로 뉴블랙이었다.
바글바글-
그 때문에 현재 실버 스크린의 13번 스튜디오는 스태프들이 바글바글하고 있었다.
촬영 스탭 중 하나가 동료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CG 회사 쪽 사람 아니야? 왜 여기 있어?”
“구경 온 것 같은데. 저쪽에 보면 시나리오 작가들도 있어.”
“…저 사람들 지금 마감 코앞 아니야?”
오늘 촬영과 크게 연관이 없는 사람들까지 구경을 나와서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있었다.
꽃미남 + 현재의 핫한 유명세.
여자 스탭들이 꺄르르 웃는 소리를 들으며 남자 스탭들이 고개를 돌렸다.
‘…진짜 잘생기긴 했네.’
덤불에 긁힌 것처럼 뺨에 난 상처 자국 분장들을 비롯해 야성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는 우주의 메이크업.
정말 상처 입은 늑대가 사람이 됐다면 저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다.
촬영장의 송풍기에 흩날리는 머릿결.
우수에 젖은 눈동자.
“Huhhh…….”
당장이라도 가서 토닥여 주며 위로해 주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촬영 모니터를 확인하던 스탭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최고의 적임자야.’
이번 의 메인 빌런 팽(Fang)의 비주얼은 스탭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원작의 부실한 스토리 때문이었다.
팽이란 빌런 자체가 인간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잃고, 인류 문명을 향해 복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복수의 대상이 확 넓어지는 서사는 자칫하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기 쉬웠다.
-아니. 복수를 할 거면 당사자들한테만 복수를 하면 되는 거 아님? 왜 갑자기 인간들을 다 죽인다는 거야??
그리고 이런 비난에 대해 대처하는 완벽한 방법을 스탭들은 알고 있었다.
-짜잔. 여기 뉴블랙의 리더 써니가 있습니다. 세계 랭킹에 들어가는 미남이죠. 자. 써니, 울부짖어 주세요.
-꺄르르르륵-!!!
-흠… 설득력이 있어.
백 마디 연기보다 더 훌륭한 비주얼!
로맨스 영화에서 첫눈에 반하는 개연성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줄거리를 쓰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물론 빌런의 부족한 서사를 메우기 위해 각본을 보충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관객들은 30분 넘게 빌런의 감정과 서사를 주입 받으며 괴로워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관객과 제작진 모두 윈윈하는 방법이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미남이었다.
‘최상의 선택지야.’
존 에드워즈 감독의 곁에 서 있던 캐스팅 디렉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수한 비주얼.
어마어마한 화제성과 인기.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력.
캐스팅 디렉터가 가장 눈여겨본 점은 바로 마지막이었다.
‘우리 영화랑 잘 어울릴 거야.’
지금까지 우주가 본격적으로 출연한 필모그래피는 딱 두 개.
하나는 이라는 제목의 시트콤에서 연기한 정보국 요원 K.
다른 하나는 지호가 주연인 에서 연기했던 독립군.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담담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럼 시작할까?”
존 에드워즈 감독이 주변 스탭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감독이 우주에게 디렉팅을 했다.
“한 번 늑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 볼래? 아무거나 좋아. 대신 대사 없이.”
인간이 아닌 인외의 존재를 연기하는 배역.
과연 상대가 어떤 표현력을 보여 줄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때였다.
파파파파팟-
선우주가 4족 보행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모두 눈을 깜빡였다.
‘빠르다!’
‘아니, 세상에 사람이 4족 보행으로…….’
모두의 머릿속에서 똑같은 일화가 들려왔다.
세상의 신비한 이야기에 대한 책들을 읽다 보면 한 번쯤 보이는 늑대 아이 스토리.
야생에서 늑대에게 길러졌던 인간을 발견했는데, 4족 보행으로 어마어마하게 빨리 달리더라 하는 이야기였다.
“뭐야, 뭐야?”
“감독님. 지금 써니가 네 다리로 달리고 있는데요?”
…심지어 잘 달린다.
파파팟-
방금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을 구경하던 여자 스탭들이 먼 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몇몇은 벙찐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연출부 스탭 하나가 감탄했다.
‘와. 근데 엄청 잘하긴 하네.’
쉬는 시간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취미로 시청하는 연출부 스탭.
그의 눈에 지금 써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내달리는 우두머리 늑대처럼 보였다.
동료 늑대들과 설원을 내달리는 선우주.
그러다 하울링도 하고, 사냥도 하고…….
‘잠깐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사람이잖아?’
그만큼 상대의 연기력(?)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든 스탭들이 당황한 얼굴로 늑대의 생태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 주는 배우의 행태에 멍한 표정을 지을 때.
“B…….”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들이 시선을 돌렸다.
존 에드워즈 감독이 주먹을 쥐고 있었다.
“Bravo…….”
당황한 스탭들과 달리 감독의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거야. 드디어 내가 찾던 배우가 등장했어…!”
“감독님?”
“조셉, 저거 보여? 정말 늑대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어. 저 리얼한 액션을 봐. 현장감이 넘치지 않나? 동물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에 걸맞은 인재야.”
‘미친 사람들끼리 만났군…….’
미친 감독과 미친 배우의 조합.
이것이 과연 괜찮은 것일지 스탭들이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누군가 액션 감독 스티브에게 고개를 돌렸다.
액션 부문에 있어서는 어찌 보면 감독보다 발언권이 더 큰 인물이자, 촬영장의 실세 중 하나.
스탭들이 그에게 물었다.
“스티브. 어떻게 생각하…….”
“맙소사.”
수염을 성성하게 기른 고릴라 같은 인상의 남자가 이두근과 삼두근을 두근두근하고 있었다.
“우리 촬영장에 이런 인재가…….”
‘미친 사람이 셋이었군.’
늑대 같은 연기를 하라고 했더니 냅다 사족 보행으로 달리는 배우.
감동하는 만화 덕후 1.
감동하는 액션 덕후 2.
기괴한 머리가 세 개 달린 케르베로스가 탄생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
“…….”
스탭들은 진심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 * *
사족 보행으로 열심히 달린 보람이 있었다.
“Bravo!”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바로 그거라면서 엄지를 들었다.
「바로 그거야! 내가 원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
「하핫!」
역시 리얼한 액션을 보여 주려고 했던 나의 마음이 상대에게도 닿은 모양이었다.
내가 쑥스럽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동안, 주변에서 나를 보는 달라진 시선들이 느껴졌다.
…음? 왜 다들 내 시선을 피하지.
「정말 좋았어요. 바로 그거지.」
우람한 팔 근육을 자랑하는 액션 감독님이 짜릿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한 거예요? 그 연기?」
「미튜브에서 늑대에 대한 동영상을 열심히 검색했습니다. 주변의 생태계 전문가에게도 자문을 구했고요.」
물론 중현이었다.
「이걸 기반으로 늑대가 사람이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라는 걸 상상하면서 연기들을 준비했는데 더 보여 드릴까요?」
「좋지.」
감독님의 흔쾌한 동의에 몇 가지 연습했던 것을 보여 주었다.
늑대가 사람이 되어서 포크나 나이프 같은 식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장면.
위험을 감지할 때 습관적으로 코를 킁킁거리면서 경계심을 품는 장면 등등.
사족보행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다른 스탭들 반응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좋군. 좋아! 그러면 몇 가지를 더 봐도 될까?」
「그럼요.」
아주 간단한 감정이나 대사 연기를 보여 주니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
이미 내 출연이 확정된 것처럼 보는 듯하다고 할까.
아니나 다를까.
「써니.」
촬영이 끝나고 땀을 닦는 나에게 감독님이 손을 내밀었다.
「공식적으로 팀에 합류하게 된 걸 환영하네.」
「영광이에요.」
…해냈다.
그런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감독님과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 하며 박수를 쳐 주는 스탭들이 ‘Welcome aboard’ 하는 인사치레를 건네며 손을 내밀었다.
“Thank you, thank you.”
축하 인사를 건네주는 사람들과 앞으로 잘 해 보자는 인사를 나눈 후.
스탭들이 각자 자신들의 바쁜 업무로 돌아가는 동안 감독님이 옷을 갈아입은 나를 불렀다.
「오늘 너의 표현력을 보면서 캐릭터를 확정 지을 수 있었어.」
「그런가요?」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는 코믹스를 보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하고 있나? 자세한 정보를 알고 오지 말라고 했던 거.」
「네.」
신신당부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들어도 절대 자료 조사를 깊게 하지 말라고.
「그 이유는 간단해. 코믹스마다 판본이 정말로 다양하거든. 팽(Fang)이란 캐릭터의 역사가 긴 만큼 그만큼 다양한 버전이 존재해. 하지만 기본 캐릭터성은 비슷한 만큼 겹치는 것도 많지.」
「어중간하게 알고 있을수록 연기할 때 혼선이 올 수 있다는 거군요.」
「바로 그거야.」
그런 말을 하던 감독님이 노란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자료 조사로 보아야 할 참고 문헌들을 적어 줄 거야.」
#17을 비롯해 무언가 숫자가 써진 글귀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그렇게 대여섯 개의 핵심 작품들을 공부하라고 건네준 감독님이 내게 주소 하나를 더 적어 주었다.
「그리고 여기를 가 보는 걸 추천해.」
「여기는 어딘가요?」
「오래된 만화 가게야. 내가 어릴 적부터 방문한 곳인데… 이곳에 가서 적당히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인장이 알아서 잘해 줄 거야.」
왠지 모르게 암시장을 소개 받는 듯한 기분.
「…잘해 준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후후후.」
「감독님?」
「이런, 스티브가 부르는군.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하자고.」
음산하게 웃으며 사라지는 존 에드워즈 감독님.
통통한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만화 가게가 적힌 주소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석환 형이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건 뭐야?”
“감독님이 여기 꼭 방문하라고 하던데. 여기서 만화책 자료 조사 하면 될 거래.”
“그래?”
“근데 뭔가 혼자 가기 좀 그런 느낌인데…….”
마침 딩동- 하며 울리는 핸드폰.
단톡방에 올라온 지호와 리혁이의 사진을 바라보며 내가 생긋 웃었다.
그러곤 손가락을 토독 두드렸다.
나 [리혁아]
무응답.
나 [서점 갈래?]
리혁 [서점이요?]
미끼를 물어 버린 피라루쿠를 바라보며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뚱한 얼굴.
“서점이라면서요.”
“서점이지.”
내가 멀찍이 보이는 만화 가게의 간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만화책도 책이잖아?”
“그건 맞지만 일반적으로 만화 가게는 만화 가게라고 하지, 서점이라고는 안 한다고요.”
투덜대는 메인보컬을 툭 치면서 눈웃음으로 때웠다.
“그거 팬들한테나 통하는 거지 나는 어림도 없어요.”
“그럼 이건 어떨까.”
근엄한 표정을 따라 하자 리혁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니 그건 세종대왕님이 어진에서 짓고 있는 표정…!”
“홀홀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하지만 메인보컬은 쉽게 공략당하지 않았다.
“어림도 없죠. 세종대왕님의 현존하는 어진은 추사본이에요. 그 말인즉, 추정해서 그린 것이지 대왕님의 실존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죠.”
“쳇.”
투닥거리는 리혁이와 나를 바라보던 지호가 우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형들, 싸우지 말고 우리 언능 들어가요.”
“그럴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LA 근교의 한적한 동네였다.
도로 위로 차가 드문드문 지나갈 정도로 한산한 거리.
그 중간에 간판이 하나 있었다.
[버니의 만화 가게]허름한 간판을 본 막내가 눈을 초롱초롱 떴다.
“와, 형. 이분도 버니예요.”
“이분은 Bernie고 우리는 Bunny야. 지호야.”
“하지만 한국어 발음이 같죠?”
“…….”
뭐라고 말을 하려다 마는 나에게 지호가 물었다.
“여기가 에드워즈 감독님이 추천해 준 곳이에요?”
“응. 코믹스 관련 자료 조사할 거 있으면 여기서 물어보면 된대. 마침 너랑 같이 오면 좋을 것 같더라고.”
우리 둘 다 출연은 확정된 상태.
보도도 슬금슬금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출연 자체에 대해 숨길 필요는 딱히 없었다.
그랬기에 지호도 이곳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자료 조사할 만한 걸 찾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근데 저는 아직 배역 모르는데… 아씨, 나는 왜 안 알려 주지.”
“여기서 물어볼까?”
“그것도 괜찮겠네염.”
그런 말을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랑-
리혁이가 사랑하는 종이 냄새.
벽에는 피규어나 굿즈가 장식되어 있고, 수많은 책들이 서가에 가득 꽂혀 있었다.
“우와아아…….”
우리가 감탄하고 있는 동안 서점에 있던 대여섯 명 정도의 손님들이 우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경계심 어린 눈빛.
우리가 어색하게 인사했다.
“Hello~”
하이- 하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경계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책을 살피면서도 우리를 따라 이동하는 시선들.
‘이놈들은 뭐지?’ 하는 눈빛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 당황하면서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어서 오시게.」
카운터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인사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코끝에 안경을 걸친 채, 유명 히어로가 포효하고 있는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지호, 리혁이를 딱 바라보던 버니 씨가 대뜸 물었다.
「이중에서 누가 어떤 영화에 출연하는 거지?」
「혹시 저희가 누군지 아시나요?」
「알아야 하나…?」
「아뇨.」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자네들처럼 생긴 사람들은 절대 만화 가게에 오지 않아. 주로 책이 아니라 여자 손을 잡고 다니지.」
너무나 확신에 찬 어조.
주변에서 대화를 엿듣고 있던 다른 손님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버니 씨가 물었다.
「그래서 자네들은 신인 배우인가?」
「어… 네.」
「외국에서 온 듯한데.」
「한국에서 왔어요.」
「그렇군. 요즘에는 히어로도 참 국적이 다양하다니까.」
지금까지의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과 달리 우리가 누군지 잘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다 대고 기침을 하면서 ‘콜록! 오버쿡! 콜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조용히 있었다.
버니 씨에게 지호와 나를 가리키면서 소개했다.
「이 친구와 제가 영화에 출연하기로 해서요. 감독님에게 책을 추천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아. 지금까지 배우들이 많이 찾아왔지. 어떤 작품인가?」
「가디언즈 2요.」
「역할은?」
내가 에드워즈 감독님에게 받은 쪽지를 건네주었다.
버니 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건… 팽이군.」
「네.」
「이봐. 다들 모여 봐.」
그 말에 순식간에 모이는 손님들.
속닥속닥.
리혁이와 지호, 내가 눈을 멀뚱멀뚱 뜬 채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동안, 손님들이 삽시간에 흩어졌다.
‘뭐, 뭐야.’
‘학익진이야?’
촥 펼쳐졌던 손님들이 서가에서 책들을 쑥쑥 빼오더니 착착착-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손님 중 하나가 열정 가득한 눈을 화르륵 빛내며 말했다.
「이거, 이거 보면 돼요. 17호 이슈를 가장 집중적으로 봐야 하고요. 13호는 중반까지만 보세요. 중반.」
「어… 네…….」
「주변에서 혹시 슈피리어 가디언즈 5호를 추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도 무죄예요. 그러니까 절대 그건 보지 말아요. 알았죠? 꼭이에요.」
「그, 그럴게요.」
기백에 압도당한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가디언즈의 팬으로 보이는 그가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제발 1편 빌런 배우들처럼 캐릭터를 망치지 말고, 부디 팽이란 캐릭터를 잘 연기해 줘요.」
「네. 그럴게요.」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상대도 덕후들 특유의 푸근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만약 이 캐릭터를 망치면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거예요.」
「하하하하!」
「…….」
「…열심히 하겠습니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내 모습에 리혁이와 지호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