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3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35화
마침내 11월.
극장가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음?”
“어?”
멀티플렉스 영화관 내부를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바로 포스터 때문이었다.
[사운드 오브 선]화려한 조명 앞에서 피아노를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나와 있다.
누군가 포스터를 가리키며 연인에게 말했다.
“와. 저거 개봉하나 봐.”
“뭔데?”
“그거 있잖아. 선우주 아빠? 그 사람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아아~”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포스터에 큼지막한 글씨로 [11월 대개봉]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극장 몇몇 곳에는 팝업 스토어라든가, 이벤트 존까지 설치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올 겨울 최고 기대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상황.
“우와.”
그건 상영관에서 팝콘을 우물거리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로버트 맥기니스 감독의 를 비롯해 대작 신작 영화들의 예고편 사이에 등장하는 의 예고.
갈대밭 사이를 지나가던 미소년이 쏴아아- 하는 소리에 몸을 맡긴다.
영어 독백.
그 말을 들은 정장 차림의 중년 사내, 당시의 윈스턴 로스가 깍지를 낀 채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구나. 너는 들어 본 적 있니?]면담하듯 맞은편에 앉아서 악보를 끼적거리던 소년이 연필을 멈춘다.
[전 있어요.]곧장 피아노에 앉은 소년이 연주를 시작하면서 노인이 놀란 표정을 짓고, 메인 주제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감동 실화!』
다들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노래 진짜 좋다.’
곧장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장면.
예고편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요 장면들이 나온다.
설렘.
[너의 방식은 재즈가 아니야.]갈등.
[여러분! 저 선명주가 찾아왔습니다!]화려한 무대.
[사랑해. 그 누구보다 더.]사랑.
자극적인 문구들이 이어졌고, 말미에 웃긴 장면이 하나 흘러나오면서 예고편이 끝났다.
[11월 대개봉]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이 을 검색했다.
“개봉 진짜 얼마 안 남았네.”
“아, 이거 진짜 봐야 하는데… 예매 진짜 빡세겠지?”
“일단 첫날은 힘들다고 봐야지.”
몇 달 전, 선우주가 을 파격적으로 공개하면서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로 꼽히고 있는 사운드 오브 선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3년도에 어느 얼음 왕국의 여왕이 부른 노래가 히트를 치면서 영화도 히트를 쳤듯이, 에는 무언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노래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스틸컷, 떡밥이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영화 매니아들이 들썩이고 있었다.
-솔직히 영화는 까 봐야 아는 거긴 한데..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봐서는 올해 최고 기대작 영화입니다
-일단 n차 확실히 갈거 같은데요ㅋㅋ
-예고편부터 삘이 뽝 왔습니다ㅎㅎ
-이번에 용아맥으로 볼까요?? 러시아 광장 콘서트씬은 아이맥스로 찍은 거라던데요
-뮤지컬 영화니까 무조건 사운드 빵빵한데 추천합니다
-사운드x랑 mx 중에는 어디가 났나요..? 회원분들은 다 mx가 더 좋다고 하시던데
벌써부터 어느 관으로 볼지, 어디가 사운드가 가장 좋은지 토론을 하고 있는 영화 매니아들.
이런 열기에는 약간의 애국 마케팅 역시 섞여 있었다.
[이번에 사운드 오브 선이 잘돼야 하는 이유.txt]데보라 킴 감독을 비롯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혹은 한국인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적힌 글이었다.
할리우드에서 투자를 잘 안 해 주기로 유명한 동양인 관련 영화.
저 업계에서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 등등.
스탭들이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어떤 고생을 했었는지 밝혔던 발언들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내가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진짜 잘 뽑혔으면 좋겠다. 대박 났으면 좋겠어.’
‘한 번은 봐줘야지.’
‘이런 영화들이 잘돼 줘야 하는데.’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은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다.
게다가 국민 아이돌 선우주가 직접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위해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나서기도 했다는 소식까지.
영화를 볼 지 안 볼지 관망 중인 사람들도 일단 응원은 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보여 주듯.
“미친….”
“왜?”
“자리가 없어.”
“자리가 없다고?? 상영관이 이렇게나 많은데?”
진짜였다.
사운드 오브 선의 개봉일을 시작으로 며칠 동안의 상영관 자리가 한 자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제야 영화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존재들을 떠올렸다.
‘맞다…. 우주 뉴블랙이었지.’
국내 아이돌 부동의 인기 원탑인 뉴블랙의 리더.
이번 영화는 수플레들에게 있어 관심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최애의 아버지가 나온 영화라고 해서 보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프리퀄처럼 여기고 있었다.
선우주라는 별이 어디에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화.
하지만 티켓팅 잘하기로 소문난 수플레들에게도 영화표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니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하다하다 영화 티켓팅까지 광탈하네ㅋㅋㅋㅋㅋㅋㄱ
-네이비즘 시간 맞춰 놓고 예매햇는데도 광탈함ㅋㅋㅋ
-ㅅㅂ 수강신청도 패배해 티켓팅도 패배해 영화 예매도 패배해ㅋㅋㅋㅋㅋ 진짜 뭐냐
-영화 보고 싶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
-영화 예매하는데 이선좌가 말이나 되냐
-개구린 관들 보면 그래도 자리 좀 있음ㅇㅇ 일단 그런데 노려봐
-영화관은 예매대기 알림 그런 거 없음??
영화 매니아들, 일반인들, 수플레들이 섞여서 호시탐탐 빈 자리만 노리는 상황.
물론 정말로 자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자리가 있긴 해. 있기야 있는데…….’
문제는 남는 자리들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1열이라서 고개를 꺾듯이 들어야 한다거나, 오디오 장치에 가려서 시야가 조금 제한된다거나.
그럼에도 인기 관들은 표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었다.
트위터상에 암표상이 돌아다닐 정도.
영화 매니아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와; 예상은 했는데 미쳤네요
-용아맥 자리 구하신 분들 있나요??? 지금 1열 구하긴 했는데 솔직히 갈지말지 고민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아마 극장들이 상영관 늘릴 겁니다
-놀랍게도 이게 최대로 늘린 겁니다.
-그렇군요..
어딜 가든 이 거의 50% 넘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극장 상영관들.
보통 때라면 밀어주기 논란이 나왔겠지만 그런 말은 별로 없었다.
일단은 모두가 표를 구하기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번째로는 국내 영화 중에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4호선 국내 흥행은 일단 대박 확정이네요ㄷㄷ]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4호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운드 오브 선.
-국내 흥행은 대박 확정 맞죠ㅋㅋㅋ 일단 천만은 가뿐하게 넘길 거 같습니다
-이제 수능끝나면 수험생들 극장으로 몰려올 거고 가족들이랑 볼 수 있는 영화라 연말에 히트칠 거 같네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쟁자 없는 시기를 잘 고른 거 같아요
-저희 아버지도 선명주 영화 꼭 보고 싶다고 하시는 거 보면 어른들에게도 잘 맞을듯합니다
-타이밍이 절묘한 듯하네요
-와 근데 어떻게 이렇게 경쟁자가 딱 없는 시기를 골랐을까요?
-다들 피한 거죠 뭐ㅋㅋㅋ
그 말대로였다.
가요계가 뉴블랙과의 컴백을 피하기 위해 조심하듯이, 영화 배급사들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이거 보셨어요? 지금 전국의 상영관 표가 매진이래요.”
“매진?”
“네.”
“…….”
콘서트도 아니고 어떻게 영화가 전석 매진이 뜬단 말인가.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대표들이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짜 죽을 뻔했다….’
‘미리 피해서 다행이야.’
원래는 수능 끝난 수험생들을 노리기 위해 여러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업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눈칫밥으로 십수 년의 세월을 버틴 사람들이다.
열심히 개봉 준비를 하고 있던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선우주가 으로 천만 시청자를 모으자마자 모든 프로젝트를 12월 이후로 미뤘다.
‘폭풍이랑 맞서 싸우는 사람은 없지.’
서서히 북상하는 태풍처럼 영화계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사운드 오브 선이었다.
그동안 원기옥처럼 모아 온 빌드업 덕분이었다.
올해 초에는 과거가 미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희대의 미친 컨셉을 지닌 공연이 있었고.
평창 올림픽에서는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헌정 공연을 개막식에서 선보였다.
거기에 지상파 TV 채널에서 나왔던 선명주 기념 다큐멘터리.
1000만 시청자를 모았던 선우주의 라이브 무대 등등.
“영화가 어떨지는 모르겠어. 그치만 난 확신해.”
어느 영화인이 술자리에서 자신의 예상을 밝혔다.
“진짜 여러모로 큰 게 올 거야.”
그 말에 말없이 동의하는 영화인들.
그렇게 관계자들과 전 국민이 주목하는 영화의 개봉일이 점점 태풍처럼 다가오는 가운데.
[사운드 오브 선 시사회]마침내 의 시사회 날이 되었다.
* * *
“후우우우…….”
“후우우우우우…….”
“후우우우우우우…….”
이것은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다.
“야.”
내가 옆에서 떨고 있는 졸개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영화 관계자는 나인데 왜 너네가 더 떨고 있어?”
“그치만….”
지호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형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하단 말이에요.”
“맞아.”
“하나의 불행은 모두의 불행, 하나의 행복은 모두의 행복이에요. 그래서 사과를 한 바구니에 담으란 말이 있잖아요.”
영화가 잘돼야 내가 행복하니, 오늘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동생들의 이야기였다.
대기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동생들을 보며 웃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처럼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
“…….”
이견우 선배를 비롯해 우리 엄마 역할을 맡은 여은선 배우 등등.
다들 말이 없다.
소파에 앉아 있는 데보라 킴 감독님도 연신 옷깃을 매만지면서 침을 삼키고 있었다.
하기사 음악을 맡은 나만 해도 이 정도로 떨리는데, 직접 제작과 연기에 뛰어든 사람들은 얼마나 떨릴까.
“저, 감독님.”
“네?”
“너무 긴장되시면 중현이 젤리 책이라도 보실래요?”
“네! 좋아요.”
중현이가 젤리 책을 들고 오면서 자리에 있던 모든 관계자들의 눈이 젤리 책으로 향했다.
근엄하게 선 중현이가 대주교처럼 손을 들었다.
“펼칩니다.”
“Jelly Jelly… Jebal…….”
한국계 미국인들이 기복신앙에 빠져드는 동안 중현이가 책을 펼쳐 들었다.
모두가 고개를 쭉 내밀었다.
거기에 적힌 문구.
[너무나 미미한 시작.]중현이가 책을 거꾸로 돌렸다.
[하지만 창대한 끝.]다들 턱을 매만졌다.
“미미한 시작… 창대한 끝?”
“미미하다? 지금 예매율이나 그런 게 미미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 않나요??”
“창대하니까 아무튼 좋은 거 아닌가.”
굉장히 미묘한 점괘였다.
지금 국내 흥행 지표는 그 어떤 영화도 쓰지 못한 대기록을 보여 주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역대급 사전 예매율이었다.
그럼에도 미미한 시작이라고 써 있는 것 때문에 다들 아리달쏭한 기분을 느꼈다.
중현이가 책을 덮으며 말했다.
“점괘는 점괘일 뿐. 큰 의미는 두지 마세요.”
“그렇다면 너의 운명을 점 쳐 보자. 중현아.”
“…….”
중현이가 책을 덮고 못 들은 척했다.
리혁이가 으음 하며 말했다.
“나의 두뇌로도 추리가 힘드네요. 미미한 시작이나 끝은 창대할 것이다.”
“근데 끝이 창대한 거면 막 상 수상하고 그런 거 아닐까요? 이걸로 막 아카데미 그런 데 가는 거예요.”
막내의 말에 다들 빵 터졌다.
“왜여. 울 아빠가 그랬어요. 할아버지가 치킨집 차려 주실 때만 해도 이 정도로 회사가 커질 줄은 몰랐다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형도 우리가 그래미 갈 줄 몰랐잖아요.”
“그건 그렇지.”
희망회로를 활활 불태우며 주변을 격려하는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동안 내가 다른 배우와 스탭들에게 말했다.
“일단 저 먼저 인사 좀 돌고 있을게요.”
“그래요. 우주 씨, 조금 이따가 봐요.”
“네.”
다 같이 무대 인사를 하기 전에 나 먼저 나가 있을 계획이었다.
정장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복도에 서 있던 석환 형과 합류했다.
“다들 많이 왔어?”
“명단 추리느라 너무 힘들었다. 다들 오고 싶어 했어서.”
누가누가 왔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나와 절친한 관계인 친구들도 있고, 회사 소속 선배 배우들도 있고, 여러 연예계 유명인들.
하지만 이중에서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분들도 다 오셨어?”
“응. 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영관으로 향했다.
내가 정장을 입고 있을 때 그러하듯, 복도를 걸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사복을 입을 때도 저렇게 쳐다봐 주면 얼마나 좋을까.
“떼잉.”
“?”
“아무것도 아냐.”
상영관 안으로 내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쏙 내밀자, 누군가 ‘어어어!’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귀청이 떨어질 것처럼 커다란 함성.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
내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용~”
그러고는 미끄러지듯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1열 부근에 앉아 있는 우리 김덕순 여사를 비롯해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상영관에 앉아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시는 길은 괜찮으셨어요?”
“네네.”
“다들 정말 오래 기다리셨어요.”
가끔 그런 표정들이 있다.
너무나 설레고 벅차서, 저 사람이 굳이 자신이 어떻다고 말하지 않아도 기분 상태를 알 수 있는 경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그랬다.
“우주 씨.”
나와 인사한 사람 중에 중년 남성 분이 말했다.
“20년을 기다린 거에 비하면 1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겠네요.”
내가 웃으며 답했다.
오늘 시사회에 참석한 특별 관객들은 바로 우리 아빠의 팬클럽이었다.
20년 동안 아무런 새로운 것도 없는 팬클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던 그런 사람들.
이런 선명주의 팬들에게 그 누구보다 먼저 영화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는 이보다 더 빨리 진행하는 언론 시사회를 후순위로 미뤘다.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저희 아버지의 팬이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감사하긴요. 우리가 고맙지.”
“맞아. 우리가 진짜 복 받은 사람들이지. 모차르트 팬 한다고 갑자기 영상 편지 나오고 새로운 곡이 나오고 그러진 않잖아요.”
그… 새로운 악보들이 종종 발견되긴 합니다만…….
나는 리혁이가 아니니까 웃으면서 맞다고 동의를 해 주었다.
그렇게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한 선명주의 팬클럽 사람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사이.
[네. 그럼 지금부터 배우 분들과 감독님의 무대 인사가 있겠습니다.]MC의 진행 하에 간단한 식전 행사를 진행했다.
관객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짧은 인사를 마친 후, 우리 모두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후우우우우…….”
심호흡을 하고는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손을 붙잡았다.
주름졌지만 따스한 손.
하지만 할머니의 눈은 나보다 팸플릿에 더 집중되어 있었다.
내가 몸을 기울였다.
“뭐 봐?”
“그냥 뭐… 이거저거.”
말을 돌리지만 시선이 한 군데 고정되어 있다.
바로 엄마 역할을 연기한 여은선 배우의 포스터였다.
“닮았어?”
“아니, 얼굴이 닮았다기보다는 그… 그냥 뭐 저기 느낌이… 뭐, 그…….”
포스터상의 햇살같이 밝은 분위기가 엄마와 닮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가 주변에 있는 여은선 배우의 얼굴을 슬쩍슬쩍 흘깃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왜 할머니가 그러는지는 알 것 같다.
나도 이견우 선배가 아빠 분장을 하고 왔을 때 순간적으로 움찔하곤 했으니까.
“이따가 끝나고 인사해.”
“아유, 싫어.”
손사래를 치면서 민망하다고 하는 할머니의 말에 내가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살짝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조명.
“우오오오오오오오—!”
우리 아빠의 팬클럽이 외치는 함성들이 들렸다.
드디어 영화가 나왔다는 기쁨.
그런 설렘들 속에서 다들 환호를 하는 동안 배우들과 내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조명 속에서 스크린이 좁아지고, 괜스레 자기가 긴장한 할머니에게 내가 자그마한 팝콘 봉지를 내밀었다.
“팝콘이라도 먹을래?”
“응.”
팝콘을 우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제작사 로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꿀꺽-
모두가 침을 삼키며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우물거리던 할머니의 입에서 딱! 소리가 났다.
팝콘 속 옥수수를 씹을 때 나는 소리.
“……?”
그 상태 그대로 멈춘 김덕순 여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퉤- 하고 뭔가를 손에다 뱉었다.
“야.”
“응?”
“니 할매 이빨 깨져 부렸다.”
“…….”
우리 할머니는 대체 누구를 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