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eashed and Talent Explosion RAW novel - Chapter 15
방출되고 재능폭발 15화
양 PD가 정우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그는 스타성이 있다.’
시즌 2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그만큼 흥행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그래서 새로운 스타를 만들고 싶었다.
‘우연히 찾은 한정우를 별다른 테스트도 없이 합류시킨 게 그 이유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네임밸류는 떨어지지만, 그의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사전에 푼 정보만으로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목적의 절반은 성공.
이제 절반만 더 성공하면 시즌 2 역시 흥행은 확실하다.
‘과연 트리플A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을까?’
그 정답을 이제 알 수 있을 거다.
임우일과 사인을 교환한 정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킥킹에 이어 골반과 어깨를 닫아 힘을 축적시켰다.
뒤이어 스트라이드와 함께 몸을 회전시키며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가 뿌린 초구가 타자의 가슴 높이로 날아들었다.
‘존에 들어온다.’
이 정도 코스라면 웬만한 투수의 공은 떨어지면서 존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샤크스의 선두타자 브리즈먼은 그렇게 판단하고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후웅!!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나이스 볼!!”
“공이 아주 살아서 들어가는구나!!”
“타자가 선풍기다 선풍기!! 그렇게만 던져!!”
팀 야신의 더그아웃이 시끌시끌해졌다.
그만큼 타자의 스윙과 정우의 공이 들어가는 궤적의 차이가 심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의 눈이 빛났다.
“저 투수 공이 상당히 좋은데?”
“그러게요. 한국야구가 수준이 높나요? 저런 투수가 프로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팀 야신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가지고 있었다.
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은 은퇴한 선수들, 그리고 아직 프로가 되지 못한 아마추어들.
물론 엘리트야구를 경험했지만, 프로에는 도달하지 못한 레벨이다.
한국에서도 프로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출전한 선수의 대부분을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애초에 시즌이 끝나 팀에 남아 있는 주전들도 많지 않았고 말이다.
예상대로 이 정도 수준이라도 경기의 흐름을 뺏기지 않았다.
“그럴 리가 있나. 잘 봐줘야 트리플A 수준이지. 저 정도 선수라면 당연히 한국에선 당연히 프로로 활동하고 있어야 해. 하지만 아직 한국은 시즌이 진행 중일 텐데.”
의문이 가득한 선수였다.
그리고 정우의 피칭이 이어지면서 그 의문은 더욱 커졌다.
딱!!
“파울!!”
“배트가 따라오지 못한다!!”
“아주 좋아!!”
팀 야신의 더그아웃 분위기가 올라왔다.
응원을 받아서인지 정우의 구위가 더욱 올라왔다.
“흡!!”
쐐애애액-!!
그가 던진 공이 이번에도 타자의 가슴팍 높이로 들어갔다.
타자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지만, 공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이다!!”
“나이스! 나이스!!”
“공이 아주 살아서 들어가는구나!!”
첫 타자를 돌려세우는 데 공 3개면 충분했다.
“브리즈먼이 더블A 선수기는 하지만, 삼구삼진이라니…….”
“그만큼 공이 좋아. 하이 패스트볼 위주로 피칭을 하는 걸 보니 본인이 가진 장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나 본데.”
레이 먼시가 후한 평가를 내리는 사이.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정우는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는 매우 좋았다.
초구는 92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헛돌았다.
연이어 던진 2구 패스트볼은 골반 높이로 들어와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하지만 스윙의 궤적이 빗나가며 어설프게 건드려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갔다.
퍽!!
“아웃!!”
“나이스!!”
“2루수 안정적인 수비 좋았다!”
“투아웃! 투아웃!!”
“아웃카운트 하나 남았다!!”
팀 야신의 사기가 높아졌다.
반면 레이 먼시는 의아함을 가졌다.
“로우 패스트볼도 나쁘지 않네. 그런데 다른 구종은 던지지 못하는 건가? 계속 패스트볼만 던지네.”
“분명 좋은 패스트볼이지만, 저거 하나만이라면 빌리를 상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렇겠지. 녀석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때려본 녀석이니까.”
빌리 드웨인.
샤크스의 3번 타자로 트리플A에서 주로 뛰는 선수다.
파워가 상당해서 제대로 걸리는 날이면 메이저리거의 공도 펜스 밖으로 날려 버린다.
실제 메이저리그에 처음 콜업이 되었을 때 첫 5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괴물 같은 놈이었다.
‘물론 약점도 분명한 녀석이라서 아직 마이너에 있는 거지만.’
그때 팀 야신의 더그아웃에서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정우야.”
“예, 코치님.”
“승진이가 전해주라더라.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들 대부분 트리플A가 아니라 더블A에서 뛰던 선수들이라고.”
“더블A요?”
“그래. 그런데 지금 저기서 준비하는 녀석은 트리플A는 물론 메이저에서의 경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더라.”
정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어쩐지 잡기 쉽더라니…….”
“그랬어?”
“예. 어쨌든 선배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최형태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마운드에 서 있는 정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경험도 있는 상대. 만약 내가 녀석을 잡아낼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한때는 꿈을 꾸었다.
자신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하지만 2군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꿈은 잊었다.
단지 살아남는 것만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다 찾은 또 한 번의 기회다.
‘꿈을 다시 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꿈을 꿀 기회를.
그가 투구를 준비하는 사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최형태에게 백승진이 물었다.
“뭐라 하던가요?”
“고맙다고 전해달래.”
“그거밖에 없었어요?”
“혼잣말이긴 했는데. 잡기 쉽다고 하던데?”
백승진이 다소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더블A급 선수이긴 하나, 트리플A도 오가는 레벨일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잡기 쉬웠다?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네.”
투수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었다.
요즘 애들이 워낙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정우는 그러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그 자신감에 맞는 피칭을 보여줘라.’
백승진이 시선이 정우에게 고정됐다.
* * *
빌리 드웨인을 상대로 1구를 던졌다.
몸쪽에 붙는 하이 패스트볼.
구속은 90마일, 제구 역시 좋았다.
빌리는 그걸 그대로 당겨서 외야까지 날려 보냈다.
딱!!
“크다!!”
“넘어가는 거 아니야?!”
보는 것만으로도 큰 타구에 팀 야신, 더그아웃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빌리는 뛰지 않고 타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펜스 안쪽으로 날아가던 타구가 바깥으로 휘어나가는 걸 확인한 그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쳇.”
“파울!!”
“휘유…….”
“다행이다.”
“정우야! 긴장하고 던져라!!”
들려오는 외침에 정우의 생각은 달랐다.
‘공은 제대로 던졌어. 다만, 녀석의 스윙이 더 날카로웠다.’
확실히 앞선 상대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몸쪽은 위험하겠는데.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가자.’
우일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로우?’
고개를 저었다.
‘한 번 더 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속 하이 패스트볼을 택한 정우의 모습에 우일은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우의 선택을 믿었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정우가 2구를 던졌다.
쐐애애액-!!
딱!!
이번에도 빌리가 반응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공이 휘어서 밖으로 흘러나갔다.
‘몸쪽보다는 바깥쪽 공에 반응이 조금 더 늦어. 그리고 스윙 메커니즘상 바깥쪽 공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전이라면 몰랐을 부분이다.
과거에는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으니까.
하지만 회원들을 가르치면서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서 기본적인 부분은 공부했다.
그리고 방금 반응을 통해 빌리 드웨인의 약점을 간파할 수 있었다.
‘바깥쪽이 약하다면 몸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거다.’
승부수를 던질 시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레이 먼시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빌리 녀석이 바깥쪽 공에 대응하는 게 익숙했다면 메이저리그도 꿈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교정하고 있으니 곧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그나저나 저 투수가 이번에는 어떤 공을 던질까?”
“약점을 간파했다면 바깥쪽을 던지겠죠.”
“그렇겠지?”
그때 우일과 사인을 교환하던 정우가 처음으로 직접 사인을 보냈다.
“눈치를 챘나 보군.”
“빌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궁금하네요.”
여기에서는 두 선수의 심리전이 중요하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했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정우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모든 이의 예상을 깼다.
바깥쪽으로 형성될 거라 생각했던 공이 빌리의 몸쪽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궤적이 이상했다.
“브레이킹볼?”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이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처음 보는 공에 허를 찔린 빌리는 움직이지 못했고 공은 그대로 존을 통과해 미트에 꽂혔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구심이 삼진을 선언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한 정우가 마운드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방금 공, 슬러브였군.”
“다른 공도 던질 수 있었군요. 빌리가 허를 제대로 찔렸네요.”
“그래. 재밌는 녀석이야.”
“흥미가 생기실 정도입니까? 마지막에 던진 슬러브는 그렇게 위력적인 브레이킹볼도 아니었잖아요. 좋게 봐줘야 평범했는데요.”
“브레이킹볼 자체는 평범했지. 하지만 앞의 상황을 보자고. 그가 던진 8개의 공들 중 7개가 모두 패스트볼이었어. 그렇지?”
잠시 생각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그걸 본 빌리의 입장에선 머릿속에 선택지를 패스트볼 하나밖에 둘 수 없었지. 아주 영리한 투구였어.”
투수는 영리해야 한다.
레이의 지론과도 같았다.
“재밌는 녀석을 찾았군.”
그의 시선이 좀처럼 정우에게서 떠나지 못했다.
* * *
정우의 호투가 있었지만, 경기를 역전하기에는 무리였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게임 셋!!”
스코어 7 대 3에서 팀 야신은 더 이상의 점수를 내지 못했다.
아쉬운 패배.
하지만 좋은 그림이 많이 나왔기에 양 PD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결과 역시 나름 선전했기에 팀 야신의 선수들 역시 아쉬우면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양 팀의 인사와 함께 경기가 마무리됐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정우야, 잠깐만.”
백승진의 부름에 그를 따라 더그아웃을 나섰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와 대면했다.
“이쪽은 가디언즈의 트리플A를 담당하는 디렉터이신 레이 먼시. 레이, 이쪽은 한정우 선수.”
백승진의 소개에 정우의 눈이 커졌다.
“가디언즈의 팜 디렉터 레이 먼시입니다.”
팜 디렉터.
부르는 명칭은 각 팀마다 달랐지만, 간단히 말해 메이저리그 팀에서 파견한 관리자였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계약관계였다.
현재는 아예 마이너리그 구단을 인수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구단은 여전히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디언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선수 육성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하는 게 레이 먼시였다.
“한정우입니다.”
“오늘 피칭 인상 깊게 봤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따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 저희가 모레는 한국에 돌아가게 되어 있어서 시간은 내일밖에 없을 거 같은데…….”
“그럼 내일 점심이나 함께하시죠.”
“알겠습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오늘 문자 하나 보내주시면 내일 오전까지 만날 장소를 정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예상치 못한 인물과의 면담을 끝낸 정우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정우의 어깨에 백승진이 손을 올렸다.
“이건 진짜 행운이다. 설마 레이가 널 눈독 들일 줄은 몰랐다.”
정우도 사회생활을 조금 해봐서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구단 관계자들도 눈치챘다.
“저 남자……. 가디언즈 관계자 같은데?”
“한정우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거 같은데.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요?”
“무슨 이야기겠어!”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생겼네요.”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가 정우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회사에 연락 넣고 이 사실을 알려.”
“알겠습니다.”
구단 관계자들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걸 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