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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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에 마기를 저장하기.
바로 보스토 연구소의 연구과제다.
유리아가 마나와 신성력을 흡수한다는 것을 착안, 마나 대신 중화마기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이 진행하는 건 이러했다.
마법사가 마나를, 사제가 신성력을 유리아에 쏟아부을 때, 중화마기도 함께 퍼붓는다.
마기에 마나를 덧씌운 중화마기로 마기를 감지하는 사제들을 속였듯이, 그들은 이 실험도 성공하리라 믿고 있었다.
“성공하면, 마기를 무한대로 저장할 수 있다. 부서질 염려를 안 해도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 쉬고 있는 마신을 대번에 깨울 수 있으리라.
플린 의장은 그런 생각을 하며 테스트를 지켜봤다.
중간중간 과부하가 걸린 마법사와 사제가 쓰러져 실려 나갔지만, 관계자들은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았다.
그들에겐 마법사나 사제는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그만.”
책임연구원의 지시로 테스트가 완료되었다. 실험에 참여한 사제와 마법사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대로 끌려 나갔다.
플린 의장이 책임연구원에게 물었다.
“지난달 최고 기록이 20분이었나요? 5분이나 길어졌군요. 수치도 높아졌고.”
“사제가 한 명 더 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유리아 색 변화 역시 그런 이유일 테니. 앞으론 두 배 늘리십시오.”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저자들의 바닥난 마나와 신성력을 채우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 상태로 강행군을 하면 죽기만 할 겁니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마세요. 필요한 건 뭐든 우리가 다 준비해 줄 테니까. 그러니, 성공만 시켜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며칠 뒤, 율리시즈 마밸리 연구소 직원들은 모처럼 회식을 가졌다.
마도구 전시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기념이었다.
전시 대회가 끝난 지 꽤 지났지만, 그동안 계약을 비롯한 이것저것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이제야 회식을 가진 것이다.
“드디어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군요. 전 앞으로 일주일 동안 잠만 잘 계획입니다.”
“저도요. 일라일라만 돌보고 계속 잠만 잘 거예요.”
“하하하, 전 잠시 유니센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저마다 주어진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빠르게 비워 나갔다.
이들은 그간 못 마셨던 걸 하룻밤에 다 마시려는 듯 쉴 새 없이 술을 마셔댔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 파티는 자정이 되어도 끝나지 않았다. 하여 그들이 주점에서 나온 건 새벽 3시가 넘어서였다.
“다들 푹 쉬고 그럼 일주일 뒤에 보도록 하지.”
그나마 정신이 있는 주벨로는 부하 연구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한 명도 빠짐없이 마차를 태워 집으로 보냈다.
분명 그랬다.
“아아, 머리 아파.”
샤렌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드득, 드득.
몸을 굴릴 때마다 온몸이 아팠다. 그리고 딱딱했다.
‘침대가 왜 이렇게 딱딱하지? 자다가 떨어졌나?’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창피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픈 건가? 분명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부딪친 게…… 헉!’
지난밤 떡이 되도록 술을 퍼마신 게 생각난 샤렌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혼자여야 할 공간에 낯선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끼야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목은 잔뜩 잠겨 있었다. 하여 비명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좁은 공간에 다다닥 붙어 있는 사람들의 귀를 자극하기엔 충분히 컸다.
“쉿, 그러다 저놈들이 오겠습니다.”
맞은편에 웅크리고 있던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런데 당신은 누구? 아니 여긴 어딘가요?”
그사이 시야가 또렷해진 샤렌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짐마차 안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납치당한 거고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몰라요.”
샤렌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대답했다.
“납치라니, 그럴 리 없어요.”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따위 마차를 탈출하는 건 그녀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샤렌은 마차를 부수기 위해 마법 영창을 읊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마법이 차단됐다.
“당신, 마법사죠? 소용없어요.”
당황한 샤렌에게 옆에 있던 여인이 팔을 들어 손목을 내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마법차단 구속구 같아요. 나도 당신처럼 마법사거든요. 여기 있는 모두가.”
“그, 그런…….”
샤렌은 자신의 손목에 둘러진 금속 장치를 보곤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샤렌은 그녀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주벨로 마법사님이 나를 찾으실 거야.’
* * *
원로원의 말살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어 그런지, 우리의 대화는 생각보다 잘 풀려가고 있었다.
오리젠트는 원로원처럼 북부 대륙에 기반을 잡고 활동을 시작한 단체였다.
하여 그들은 북부 대륙에 대한 정보가 많다. 성물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일 터.
나는 대화 중에 성물 이야기를 슬쩍 흘렸다.
가테지의 의중을 읽어 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가테지 일행에게 우리는 사이바디엥 고원에 성물을 구하러 간다고 알려 줬다.
“그러니까 지금 사이바디엥 고원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리고 거기에 성물이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고.”
“예,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고원 어딘가에 성물이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이 자료로 석판 조각 몇 개를 찾았으니까요.”
“성물을 찾았단 말입니까?”
“예.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렇군. 그런데 이런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 줘도 괜찮은 겁니까?”
“서로 정보를 교환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죠. 기울어진 거래는 불신만 남을 뿐이니까요.”
“하하하, 이거 한 방 먹었습니다. 맞아요. 맞습니다. 그래야 손해 봤다는 생각이 안 드는 법이죠.”
가테지의 갈색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일단 같이 가 봅시다.”
“그러시죠.”
다음 날, 가테지 일행과 우리는 사이바디엥 고원에 올라갔다.
“후, 정말 시원하고 좋군요. 그래서 여름 왕궁도 있나 봅니다.”
가테지가 말한 것처럼 풍경이 참으로 훌륭했다.
스피카와 호크는 이미 고원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카이와 케이홀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단지, 겁이 많은 루나만 발로우 품에 안겨 있었다.
“대단합니다. 아무리 동물을 좋아해도 그렇지, 저 많은 녀석을 어떻게 다 데리고 다닙니까? 아니 그것보다 말은 잘 듣습니까? 코먼호크를 길들인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하하하, 저도 처음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마차를 함께 타고 가는데, 한동안 오금이 저렸죠.”
“발로우 자네 원래 동물 좋아하지 않았나?”
“에이, 아무리 동물을 좋아해도 저런 덩치를 어떻게 좋아합니까?”
“그래도 멋있긴 합니다. 저런 녀석이 제 옆에 서 있다면 든든할 것 같은데요?”
로이컴이라는 자가 뛰어다니는 스피카에 시선을 두면서 말했다. 딱 봐도 전투사처럼 생겼다.
우리는 고원 일대를 돌아다녔다. 가테지 일행 역시 자신들의 지도를 보며 탐색에 들어갔다.
그때, 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커스, 언제 오냐! 나 다른 데 찾으러 가면 안 돼?]카이는 고원에 도착한 지 10분도 안 되어 신성석을 찾았다고 알려 왔다.
-다시 묻어 놨지?
[응. 완전 똑같이!]-벨라에게 위치 말해 놓고 가. 아, 그리고 유리아는 건드리지 마. 밤에 따로 와서 챙길 거니까.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궁전 근처에 은은하게 빛나는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후, 자연스럽게 신성석을 찾아냈고, 그걸 가테지 일행과 공유했다.
그리하여 얻은 정보는 참으로 유익한 거였다.
우리는 중남부 일대의 성물 위치 자료를, 가테지 쪽에선 북부 대륙 자료를 교환했다.
그리고 또 하나.
숨어 있는 밀렵 잔당을 제거하기 위해 오리젠트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건 그들도 바라는 일이었으니까.
“조만간 단속 본부로 연락이 갈 겁니다. 그리고 마법사 단속 잘하십시오.”
“염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을 한 후, 우리는 각자의 길로 갈라졌다. 가테지 일행은 콘스턴 왕국 쪽으로, 우리는 카스카 왕국으로.
[마커스, 유리아는 언제 가지러 가?]카이가 멀어지는 고원을 바라보며 꼬리로 나를 툭툭 쳤다.
-저녁 먹고. 밤에.
[고기?]-그래, 고기.
[크허헝, 주인님 저도 고기 먹고 싶어요. 커다란 불 판에 지글지글 구운 거요.] [클훼훼훼. 고기 먹는다. 고기.]녀석들이 좁은 마차에서 갑자기 일어나 펄쩍 뛰자, 세이건이 화들짝 놀라며 한마디 했다.
“얘들아, 이러다 마차 부서지면 큰일 나. 그런데 공자님 얘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배고프다고 저러는 거지.”
우리는 가테지 일행을 만났던 식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식당은 여관도 겸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식사를 끝낸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고, 나는 창문으로 사이바디엥 고원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아주 손쉽게 유리아를 손에 넣었다.
[퀘스트 진행 상황]신성석 모음 완성 15/100
블론 수집 18/100
유리아 수집 7/30
가테지 일행과 다니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땅속에 신성석이 굉장히 많이 묻혀 있었다. 퓨셀이 몇 개나 찾은 곳이니 오죽할까.
“후, 가테지 마법사님이 세 조각을 챙겨간 건 아깝긴 하지만. 잠시 맡겨놨다고 생각하자.”
지금처럼 능력이 계속 성장한다면, 성물이 어디에 있든 찾아낼 수 있을 거니까.
우리는 평소대로 둘러앉아서 유리아를 향해 기운을 쏟아 넣었다.
기운은 곧 아름다운 빛으로 반짝였다.
빛은 곧 수십 수백 가닥으로 갈라졌다가 뭉쳤다. 흩어졌다가 파도처럼 몰아치면서 유리아로 날아갔다.
그런데 아름다운 빛 사이로 처음 보는 빛이 반짝였다.
회색과 흰색, 나무색, 그리고 파란색.
처음 보는 빛무리였다.
“우와!”
색다른 기분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우왓! 이거 뭐지? 엄청 멋있는데?] [으헤헤, 나무다, 나무.]한동안 빛을 빨아들이던 유리아가 이윽고 잠잠해졌다.
어김없이 청명한 목소리가 상황을 설명했고,
용사의 검? 혹시?
나는 곧장 품에서 검 손잡이를 꺼냈다.
검 손잡이가 은은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검 손잡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검 손잡이는 빛을 내뿜을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아무래도 바위에 가 봐야 알겠군.”
가정일 뿐이지만, 이젠 이 검 손잡이를 그 바위에 가져가면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떠오르는 글씨.
[무적 체력Lv2 8800/10000]능력이 이번에도 상승했다.
다음 날, 우리는 아침 일찍 홀덴 영지로 출발했다.
집에 집착하는 카이가 들뜬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래.
[거기 반달이 고향이라고 했지?]-응.
[맛있는 것도 많아. 그치 벨라야.] [웅, 거긴 곡식도 맛있어. 신기하게.] [클훼훼, 간다. 반달이. 고향.]녀석들은 새로운 곳에 놀러 간다며 신나 했다. 스피카는 그저 나랑 함께 있는 게 좋은지, 내 다리에 자신의 큰 얼굴을 비벼댔다.
[헤헤헤, 주인님!]믿음직한 모습이었다. 귀여운 녀석.
“맞다. 발로우 마법사님, 마법사 협회에 연락을 한번 넣어주시죠.”
“아, 그래야겠군요. 음, 흑마법사는 제가 연락하면 되고, 마법사는 벨저에게 마법사 협회로 연락하라고 하면 되겠는데…… 드디어 이걸 사용하는군.”
발로우는 주벨로에게 선물받은 최신형 통신구를 품에서 꺼내 들었다. 그때였다. 내 주머니에서 통신구가 울렸다.
마밸리에서 온 통신이었다. 통신구를 켜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율리시즈 대장님. 큰일났습니다. 샤렌 마법사가 실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