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89)
“아마 마스던 보석상 주인일 거예요. 황녀 전하께서 자주 이용하는 보석상이죠.”
“보석상? 이제 범인이 누군지 알았으니, 잡을 일만 남았군요.”
“네, 세뇌마법을 건 자가 죽으면 세뇌는 풀리게 되어 있으니, 그자를 잡아 죽이면 황녀 전하는 마법을 풀릴 겁니다.”
발로우가 마법을 파훼하는 방법을 죽이는 것 말고도 몇 가지 말을 해 줬다.
“죽이는 게 제일 간단하겠군요. 죽이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일단 놈들의 목적을 알아냅시다.”
그놈의 목적이 월트셔를 찾는 거 말고 다른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길로 축산국의 클라우 부국장을 찾아갔다. 내가 축산국에 방문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율리시즈 대장님, 오랜만입니다. 대장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찾아봬야 하는데, 바쁜 분이 찾아주시다니.”
“하하하, 아닙니다. 그런데 바빠 보이는군요.”
클라우 행정관 테이블 위에 종이가 몇 장 올려져 있었다.
지원서 같았다.
“아닙니다. 아크리스 왕국에서 지원을 요청해 왔는데, 누굴 파견 보낼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크리스 왕국에서요?”
“예. 얼마 전 우리 제국에서 신수보호구역을 지정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랬죠. 그때, 중앙 축산국에서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대장님이 나쁜 놈들을 잡느라 고생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대장님이 밀렵꾼들을 일망타진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뭐 혼자 했습니까? 다들 함께 노력한 거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신수보호 구역에 참여한 행정관들인가 봅니다.”
“예, 이 중 두 명을 보낼 생각인데, 한 명은 이미 결정됐습니다. 랭캐스터라고 이 일에 아주 유능한 자가 가기로 했습니다. 한 명만 더 결정하면 되는데 아직 못 정했습니다.”
랭캐스터? 오호! 따로 물어볼 필요도 없네. 어떻게 말을 꺼내나 했는데.
그런 내 표정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부국장이 서류를 한 장 내 쪽으로 밀었다.
“이 사람입니다.”
나는 랭캐스터 서류를 읽었다.
“이 행정관이 능력이 있나 보군요.”
“예, 산악지대 야생동물을 파악하는데 탁월합니다. 이번에 우리 제국 야생동물 분포를 조사했는데, 이 행정관이 고생 많이 했습니다. 물론 신수보호구역에도 관여했고요.”
월트셔가 대륙 동물 분포도를 어떻게 완성했는지 알 것 같군.
이런 놈들이 발품 팔아 대륙 전역을 돌아다녔던 거야. 이 랭캐스터라는 놈은 웥트셔의 수하가 틀림없다.
“대단한 분이군요.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정말입니까? 대장께서 만나 주신다면 영광으로 생각할 겁니다.”
부국장은 랭캐스터를 호출했다.
“위대한 율리시즈 대장님을 만나서 영광입니다.”
인사를 하는 랭캐스터에서 마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마나도 희미했고.
이제는 이런 건 놀랍지도 않다. 어쨌든 숨겼겠지.
“반갑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더군요. 신수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동료들이 힘을 합한 덕이죠.”
“우리 제국에 동물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분포도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 이거로 하시죠.”
부국장이 테이블 위에 제국지도를 펼쳤다.
월트셔의 자료에서 본 대륙 동물 분포도 중에 엘라로투스 제국만 따로 떼 놓은 거였다.
그걸 보면서 랭캐스터는 설명을 해 나갔다.
놈이 조사한 게 맞는지, 설명이 유려했다. 내가 질문하는 것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전 제국 모든 동물을 망라해 놨군요. 대단하군요. 조사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엄청난 자료인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도 굉장히 흡족해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걸 인쇄해 전국 관청과 목장에 쫙 돌리라고 명 하셨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시네요.”
나와 부국장의 대화를 들으며 랭캐스터가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우릴 비웃었다.
‘쓸데없는 짓 하고 있네.’
그러나 순식간에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만약 내가 놈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저 쓸데없다는 말, 신경이 쓰이네.
“행정관님이 노력해 준 덕에 앞으로 동물 보호 구역이 더욱 늘어나길 바랍니다. 아, 아크리스 왕국도 그 일로 간다지요?”
“아, 예.”
부국장의 말과는 달리, 랭캐스터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 진짜 꼭 가야 해? 바빠 죽겠는데. 우리 린튼 백작님도 찾아야 하고, 로운관도 회수하러 가야 하는데, 쯧.’
월트셔를 찾을 거라는 건 짐작을 했으니까 놀랄 일도 아니지만, 로운관? 그거 여기에도 있나?
랭캐스터는 파견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인지, 불평이 많았다.
“내가 슈타인렌 국장에게 말해 놓을 테니까, 가서 불편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슈타인렌 국장을 찾아가세요.”
“감사합니다.”
많은 정보를 안겨 준 랭캐스터에게 나는 아크리스 왕국에 잘 다녀오라고 덕담을 해 주고 축산국을 나와 궁 밖으로 나왔다.
나는 벨라에게 랭캐스터의 감시를 맡겼다. 팅거와 카이는 황녀 옆에 있게 했고.
나는 번화가로 가서 마스던을 찾아갔다.
“율리시즈 대장님. 어서 오십시오. 미리 연락을 주셨다면 제가 찾아뵙는 건데,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랭캐스터와 달리 마스던은 카이가 말한 대로 마기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이건 또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조금 있으면 우리 어머니 생신입니다. 어머니께 선물할 말한 걸 추천받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율리시즈 백작 부인께 어울리는 걸 찾아드리겠습니다.”
마스던이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해 왔다. 황족과 고위 귀족을 모시는 자세가 풍겼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스던은 표정 변화도 거의 없고, 경거망동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신중한 자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음, 쉽지 않겠는데?
“위층에 귀빈을 모시는 방이 따로 있습니다.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마스던을 따라 계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보석상답게 곳곳에 장식장이 진열돼 있었다.
보석도 있었고 유물로 보이는 작품도 전시돼 있었다.
이런 곳에 굳이 유물을? 이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봤다.
“저건 뭡니까?”
“유물입니다. 요즘 귀빈들 사이에 유물을 장식하는 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어릴 때 마정석에 둘러싸여 살아서 그런가 마정석만이 최고로 보이는데, 왜 사람들이 저런 데 관심을 가지는 줄 모르겠군요.”
자, 이렇게 말을 해 놨으니, 마스던은 어떻게 나올까?
‘이 귀한 유물을 무시하다니, 그렇게 보는 눈이 없으니, 성물이 눈앞에 있어도 못 찾을 놈이겠군. 그런 네놈 같은 놈들 덕분에 우리가 성물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이놈은 성물을 찾는 게 임무군.
각기 제 할 일을 하고 있다가 월트셔를 찾아야 하는 이벤트가 발생해 뭉친 거로군.
2층에 올라와 귀빈실로 들어갈 때였다. 정면에 보이는 장식장에 용기가 하나 전시돼 있었는데, 이상하게 눈에 익었다.
“저건 뭐지? 이런 데 장식되기엔 좀 흔해 보이는데?”
“맞습니다. 흔한 겁니다. 저기에 보석으로 꾸며서 판매됩니다.”
마스던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뭐로 만들었는데?”
“루몰입니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마정석이나 마도구의 효능을 좀 높여 주는 겁니다. 그래서 찾으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그렇군. 루몰이라는 게 마도구에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장식용으로도 사용되긴 하는군.
나는 에른이 싸게 매물이 나왔다고 말한 루몰 광산을 떠올리며 귀빈실로 들어와 앉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물건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루몰? 그거 나도 하나 주문할 수 있을까요? 우리 마정석을 담아 놓으면 예쁠 것 같아서.”
아무리 장식이라곤 해도 여기서 판다는 게 좀 수상했다.
하여 나는 직접 사 보기로 했다.
짐작대로 마스던의 속은 읽어 내기가 어려웠다. 그 후로도 건질 만한 건 없었다.
이후 계획을 생각하며 보석 꾸러미를 들고 가게를 나설 때였다.
저 멀리 랭캐스터가 보석상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은신!”
시력이 좋은 게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나는 랭캐스터를 따라 보석상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짐작대로 둘은 세뇌를 할 새로운 인물을 선정했다. 그중에 내가 포함된 건 좀 의외였다.
지로드 교수님도 포함하는 거로 봐서 황제 측근들에게 무조건 접근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놈들은 다급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불과 화재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화재? 혹시 궁에 불을 내 사람들을 궁에서 쫓아낼 생각인가? 그런 후, 월트셔를 찾아낼 생각인 건가?
그걸 발로우에게 말을 했더니.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아보니, 마스던 그자가 불을 아주 잘 다룬답니다.”
“그럼 당장 제거해야겠군요.”
“그럽시다.”
다음 날, 축산국에 살짝 소란이 일어났다. 랭캐스터가 자다가 죽었는데, 사인이 과로사로 밝혀졌다.
“그렇게 밤낮으로 일만 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됐군요.”
부국장이 나를 찾아와서 하소연했다.
“실력이 있어서 장래가 있어서 장래가 촉망되어 보이던데 안타깝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야근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집에까지 일거리를 챙겨 가더니, 대장님도 어리다고 과신하지 마시고 몸 좀 사리면서 일하세요, 네?”
부국장이 날 걱정해 줬다.
그리고 갑자기 황궁 안 마차 수리소에 마차가 즐비하게 줄을 서게 됐다.
“공자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요? 먼 길 와서 마차 점검받으러 갔다니 일주일이나 기다리라네요. 궁 밖에 나가서 검사받아야 할까 봐요. 궁 안 장인들이 실력이 좋은데. 에이.”
궁에 막 도착한 세이건이 마차 수리소에 갔다가 투덜거리며 왔다.
“어떤 상인이 밤에 호숫가를 마차를 타고 가다가 샤프트가 부러져 호수에 빠져 죽었대. 그래서 다들 놀라서 마차 점검을 하는 거야.”
발로우가 세이건에게 말을 해 주면서 나와 눈을 마주쳤다.
황녀 건강도 문제없고, 불을 낸다는 놈도 제거했다.
의심스러운 놈들 몇몇은 올보그 황제에게 알려줬으니 내가 궁에서 할 일은 없었다.
궁에 몇몇 감지되는 성물을 좀 챙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다.
“슈리엔 마법사들이 절 초대했다고요?”
“네, 우리 슈리엔에서 율리시즈 대장님께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시네요.”
메리엘이 롤린스 제국을 방문해 주길 부탁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동물을 살리는 건 제 임무이기도 하니까요.”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 해서요, 괜찮으시면 초대에 응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세요, 대장님. 슈리엔과 인연을 맺는 건 보통 행운이 아닙니다.”
옆에서 발로우가 부추겼다.
어차피 롤린스 제국에 갈 생각이긴 했으니까 괜찮긴 한데.
그리고 궁금하기도 하고. 과연 신과를 숭배하는 마법사라니, 어떤 이들일까?
“그러죠. 단 우리 일행 모두를 초대하면 가겠습니다.”
“그건 당연하죠.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3일 뒤 슈리엔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메리엘이 사색이 되어 우리 숙소를 찾아왔다.
“크, 큰일 났어요. 사, 산에 불이 났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