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16
16화
김지연을 뒤로하고 집들이 조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김지연에게 다리로 가는 방향까지는 대충 들었지만, 다리를 지나서 공장까지 가는 길도 알아야 했다.
폰의 네비를 실행시켜, 공장이름으로 검색을 해서 경로를 검색했다. 설정되어 있는 경로가 어떤 경로인지 지금으로써는 알기가 힘들었다.
지도앱과 비교하는 것도 서로 매치시키기가 힘들어서 알기가 힘들었다. 베터리도 절반정도 있고 하니 공장까지는 문제 없을듯하다.
일단 설정된 경로를 따라가다가 안내하는게 번화가다 싶으면 그냥 다른곳으로 빠지기로 했다. 다른길로 빠지면 다시 경로를 검색할테니 무언가 방법이 생길 것 같다.
차를 출발시키는데, 새삼스럽게 여기까지 왔던 여정이 다시 머릿속을 지나갔다. 눈물이 핑돌았다.
“젠장. 이렇게 편하게 빨리 갈수 있는길을, 한순간 졸아서 민철이 형도 죽고, 나도 죽을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야 했다니…”
도로에는 곳곳에 사고가 난 차량들이 있었다. 그냥 곱게 세워져 있는 차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도로에 가끔씩 놈들이 한두놈 보였다. 놈들은 차소리에 반응을 하는지 지나가는 차를 따라 오려는듯한 행동을 보였다.
연료는 충분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공장에 도착해서도 다시 사용할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나는길에 번화가도 있었고, 놈들이 조금 많아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그런 길은 계획했던대로 지나쳐 버렸다.
대략 20분쯤 운전을 하자 공장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공장 앞으로 차를 가져가지 않고 잠시 근처에 차를 세웠다. 정말 허무할 정도로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공장이 보였다. 네비에서 안내하는 경로를 보면 대략 2-300미터정도 떨어져 있는 저 앞의 건물이 바로 목표로 했던 공장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근처에 다른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몇 개 보이긴 했지만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공장에서 어슬렁 거리던 놈들이 이리저리 다니다 이곳까지 올수도 있겠지만, 당장 눈에 띄는놈은 없었다.
“역시 형 말대로 주변상황은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 같네. 차 세워 놓고 건물로 들어가는 것도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은데… 확실한건 공장 가까이 가봐야 알겠지…”
천천히 공장으로 차를 몰았다. 점점 공장건물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한다.
얼핏 보이는 공장건물은 붉은 벽돌로 된, “나 공장입니다.”하고 말하는 듯한 모양의 전형적인 공장 건물이었다.
형의 말대로 1층에는 철제문 말고는 다른 것은 없었다. 2층에는 창문이 여럿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내부 구조는 아직 알수 없지만, 외형은 마음에 들었다.
차를 건물 안에 넣어 둘수 있으면 차를 이용 하는게 좀 더 안전할 수 있을 테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될 것 같았다. 지금 이정도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공장 건물을 감상하고 있는 와중에 또 어딘가에서 놈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캬~~~악!!!!”
놀라서 두리번 거리는데 공장 인근에서 어슬렁 거리던 놈이 있었다. 그리고 놈이 차의 정면에서 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영화나 좀비영화를 보면서 정말 따라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차로 좀비놈들을 밀어버리고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영화는 영화고, 차로 좀비를 치고 나갈 경우, 일단은 차가 망가질게 분명했다. 아니면, 차로 놈들이 쫒아올 정도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놈을 어딘가로 유인해 놓고, 다시 속도를 내서 공장으로 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놈이 쫓아 올수 있을 정도로 유인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했다. 그때부터 올때보다 더 지루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놈보다 조금더 빠른 속도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면서 놈을 끌고 이동했다. 여지껏 놈들을 상대하면서 느껴볼수 없었던, 이상한 쾌감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 이 빌어먹을 놈아! 일로 와봐! 와보라고!”
나도 모르게 흥분해 버렸는지, 고함을 질러 버렸다.
그렇게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 그사이 나를 뒤따르는 놈이 네놈으로 늘었다. 차가 없는 상태에서 놈들 넷이 내 뒤를 따랐다면, 난 아마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 힘들겠다 싶으면 몇놈은 들이 받아버려도 될일 이었다. 물론 차가 걱정되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런 짓을 하진 않을 생각이다.
공장에서 너무 가까우면 안되니까 놈들을 이끌고 멀리까지 가야했는데, 이 일이 상당히 지루하고, 귀찮은 작업이었다. 넷이나 뒤따르다보니 놈들의 속력이 제각각이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대략 20분쯤 이 작업을 하면서, 공장에서 상당히 멀리 왔다. 이제는 공장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신나게 다시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그러자 놈들은 저멀리 떨어져 버렸다.
“으하하하하하. 어떠냐 이놈들아! 약올라 죽겠지? 잡아봐 이놈들아! 으하하하하하”
통쾌해 죽을 지경이다. 여지껏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상한데서 풀리는 것 같다. 공장으로 돌아 오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돌아온 공장에는 내 바람과 같이 놈들이 보이지 않았다. 문 앞에 차를 바짝 붙여서, 운전석 바로 옆에 문이 오도록 주차했다. 느긋하게 내려서 뒷문을 열고, 배낭을 맸다. 차문을 닫아 잠그고, 민철이형의 열쇠꾸러미에 있던 열쇠를 하나씩 문에 넣어 보았다.
“이건 아니고… 음… 이것도 아니네… 이것도 아니고… 어…….. 이것도 아니네… 이런 젠장. 열쇠 잘못 가져온건가?”
마지막 하나 남은 열쇠를 떨리는 마음으로 열쇠구멍에 넣었다. 다행히 들어가긴 했다. 긴장된다.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열쇠를 돌렸다.
철컥!
“휴~~~ 다행이다. 하필 제일 마지막이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궜다. 안으로 들어와서는 저절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않고 말았다.
“씨팔. 왔어! 왔다고! 씨팔! 해냈단 말이야!!!”
앉아서 울분을 토해냈다.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팔로 눈을 훔치며, 부모님이 돌아 가셨을 때 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왜 그런지 눈물이 넘추지를 않았다.
긴장이 완전히 풀려버린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울음은 멈추었다. 훌쩍 거리면서, 한동안 그 자리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일어 설수 있었다.
“좋아. 우선 내부구조부터 좀 살펴보자. 아니. 혹시 모르니까. 여기저기 수색을 해봐야겠지.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 뭐 놈들이 있었다면, 우는 동안 벌써 나와도 나왔겠지만…”
1,2층의 여기저기를 뒤졌다. 다행히 도끼를 쓸일은 없었다.
1층은 기계들이 잔뜩있는데 뭐하는것인지는 모르겠다. 1층에 있는 화장실에도 청소도구 외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2층에는 사무실과 당직실인지 침실 비슷한 방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단간한 조리기구가 있는 주방과 화장실이 있었다. 또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도 있었다. 옥상문은 잠겨 있긴 했지만, 가지고 있던 열쇠중 하나가 옥상문 열쇠였다. 그리고 중요한 식량.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냥 라면이 5박스가 있었다.
4박스는 새것으로 하나는 반쯤 빈 것으로. 앞으로 라면은 신물나게 먹을 것 같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안전하다 싶은 생각이 들자, 당직실로 보이는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서는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그날 이후로 내 삶은 아주 단순해 졌다. 공장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먹고 자는것의 반복이었다.
매일 라면을 먹는다는 것이 짜증나긴 했지만, 그것도 곧 무감각해졌다. 그렇게 며칠이나 흘렀는지 시간 감각도 사라져 버렸다. 그와중에 전기가 끊겨 버렸다.
어차피 해지고 나서 전등을 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무실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윈도우에 있는 지뢰찾기로 시간을 보냈는데, 더 이상 그것을 할수 없다는게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내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러다가 폰도 베터리가 다 나가서 사용할수 없게 되었다.
정말 무료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모든 시간을 옥상에 올라와서 보냈다.
가끔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한둘씩 보이는 좀비 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그놈을 따라 몇시간이고 그놈을 눈으로 쫓기도 했다. 며칠이나 되었는지 알수 없는 어느날, 변화가 찾아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옥상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난데없이 어디선가 교통사고로 생각되는 소리가 나고, 뒤이어서 총소리가 들렸다.
끼~~~~~~익! 쿵!
탕! 탕! 탕! 타다다다당!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찾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도로에 험비라고 하는 미군 차량이 길가에 세워져있던 차량에 부딧혔는지, 쳐박혀 있었고, 미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사고 소리를 듣고 모여드는 좀비들을 향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여지껏 내가 며칠간 옥상에서 봐도 한번도 보지 못했던 많은 좀비들이 나와 있었다. 도대체 저 많은 놈을이 어디 있다가 기어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총이 대단한건지, 군인이라 뭐가 달라도 다른건지, 아무튼 꽤 많이 모였던 좀비놈들은 모두 머리가 박살이 난채 차주변에 쓰러져 있었다.
군인들도 무사하진 못했다. 처음 볼때는 3명이 밖에서 총을 쏘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명만 차에 기대고 서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동료 였다가, 조금전 놈들에게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둘을 향해서 총을 쐈다.
탕! 탕!
“호~~~ 대단하네. 얼마만에 사람 구경이냐… 신기하네… 크큭… 한명은 살아남은 건가? 차안에도 움직이는게 있네? 좀비 놈들은… 보자~~~ 없구나… 사람구경이나 가볼까? 크”
오랜만에 사람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흥분했다. 이제는 살고 죽는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서 아무런 의미없이 사는것이나, 죽는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 싶었다. 살아보겠다고 그렇게 발악을 하며 이곳까지 온 것이 어떤때는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살을 한다거나 일부러 죽어주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건 자존심 문제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별 부담없이 사람구경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공장을 나섰다.
한손에는 손도끼를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