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Mine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타닥! 타타타탁!
이대제자들이 삼대제자들의 어깨를 밟으며 일제히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쉬익! 쉭! 슈슈슈슈슛!
이대제자들이 내지른 수십 자루의 검이 독니를 품은 뱀처럼 맹렬하게 뻗어 나갔다.
팅! 티딩! 티티티팅! 팅!
허겁지겁 검을 튕겨내는 용천장 무인들, 그 부산스럽고 정신없는 움직임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차압!”
약속이나 한 듯 기합을 내지르며 허공으로 손을 뻗는 삼대제자들.
순간 튕겨진 검이 보이지 않은 실에 이끌리듯 이대제자들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능공어검(凌功御劍)!”
난전의 와중 어디선가 경악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천하제일세 용천장, 그중에서도 정예라 자부하는 섬요당 무인들을 상대하면서 화산파의 어린 제자들 표정엔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섬요당 무인들이었다.
수장인 방자룡은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안쪽으로 화산 제자들의 진입을 허락한 것일 뿐이다.
섬요당만 천 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한 어린 도사들의 도발에 코웃음을 칠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 반대로 흘러갔다.
전방에서 검을 튕겨낸 섬요당 무인들, 당황하긴 했어도 즉각적인 응전에 들어갔다.
각자의 병기를 곧추 세우고 일제히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이었다.
쉬익!
쉬쉬쉭! 휘리리릭!
더 어린 도사들이 바닥을 회오리처럼 쓸어오며 맹렬히 검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체가 뭉텅 잘려나갈 것 같은 날카로운 예기와 살벌한 검풍 수십 개가 휘몰아쳐 왔다.
반격은 꿈도 못 꾸고 오히려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야 할 지경.
연이어.
쓩! 슈슈슈슈슈슝!
“……!”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강렬한 비검이 날아들었다.
따앙! 땅!
따다다다땅!
검은 처음보다 곱절이나 빠르고 강했다.
간신히 막아낸 이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손안으로 전해지는 얼얼한 느낌에 당혹스러움이 더해졌다.
누구도 반격해 나갈 생각을 못하고 오히려 또 한걸음씩을 물러난 상황.
화산 제자들을 빙 둘러 있던 포진이 그만큼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합!”
일제히 소리치며 다시 한 번 튕겨진 검을 허공에서 움켜쥔 이대제자들이 몸을 뒤집으며 삼대제자들 위로 떨어져 내렸다.
삼대 제자들은 일제히 지면을 쓸고 있던 검을 위로 세웠다.
자칫 떨어져 내리는 이대 제자들의 발바닥을 꿰뚫을 것 같은 모습.
하지만.
피잉!
검면을 밟고 그 탄력으로 화살처럼 사방팔방으로 쏘아지는 이대제자들.
쩡!
“컥!”
투강!
“헉!”
카캉! 카카카캉!
“크으으윽!”
검신일체가 되어 날아든 이대제자들의 검격에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놀란 섬요당 무인들.
저마다 정신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막아보지만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밀리고 쓰러지고 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커다란 원진의 일선이 속절없이 붕괴되자 뒤편에 선 이들이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 난리였다.
처처처처척!
전면을 완벽히 무너뜨리고 그 반탄력으로 되돌아온 이대제자들이 일제히 한 발로 착지하며 전방을 향해 검을 세웠다.
기다렸다는 듯 그 옆으로 삼대제자들이 바닥을 한 바퀴 구르더니 벌떡 일어서 검을 세웠다.
차차차차차착!
백여 개의 검이 커다란 바깥을 향해 꽃봉오리처럼 만개하는 순간 몇 배나 많은 섬요당 무인들은 당황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그때였다.
이대의 맏이 조세걸이 사제와 사질들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급할 땐 어떻게?”
“돌아랏!”
이대와 삼대는 한목소리처럼 소리친 뒤 각자의 전방으로 망설임없이 뛰쳐나갔다.
피리리링!
삼대가 지면을 쓸며 휘돌기 시작하자 그 위를 타넘은 이대 제자들의 비검이 또 다시 팔방으로 쏘아졌다.
속수무책 뒤로 밀리는 섬요당 무인들.
화산 제자들이 만든 원은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갔다.
그 중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조세걸과 양소호 뿐이었다.
섬요당 무인들을 십여 걸음이나 물러나게 한 이대와 삼대들이 다시금 허공과 지면을 미친 듯이 휘돌며 조세걸과 양소호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
처처처처척!
조세걸이 안광을 번뜩이며 당황하고 있는 용천장 무인들을 굽어봤다.
“여기는 화산이다!”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적들을 뚫고 조세걸의 목소리가 대평원 곳곳으로 메아리쳐 갔다.
***
“세우검법(細雨劍法)의 일기격검(一氣擊濤)이 저리 절묘하게 펼쳐지다니?”
“그보다 저 소화칠검(小華七劍)의 비화회선(飛花回旋)은 정말 나무랄 데 없이 너무나 절묘합니다.”
“비하회선이 아니라 유성진곤(流星震坤)과 유성탈혼(流星奪魂)이 아닙니까? 제 눈에는 분명 유성추월검의 검초로 보입니다.”
“그리 헷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무공과 무공, 초식과 초식을 엮어 만든 엄청난 교공이니 어찌 무엇 하나라 단정 지을까…….”
“검신 태사조께서 남겼다는 검신무가 바로 저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새하얀 능라의 아래쪽에 커다란 홍매화를 수놓은 여자 도사들이었다.
연화팔문의 장로들.
그녀들은 제각기 놀라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격정에 몸을 떨고 있는 이는 연화팔문의 장문인 양산매였다.
“화산이로구나! 이것이 바로 화산…….”
양산매는 본산의 어린 제자들이 펼치는 놀라운 신위 앞에서 망연하면서도 가슴 벅찬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저번에 본산에 시주를 얼마나 했지?”
“미곡 삼백 섬에 비단 이백 필과 무명 오백 필…… 백년짜리 고려삼 열 뿌리와 야명주 다섯 알이니 황금으로 치면 도합 일만 삼천 냥 가량입니다요.”
“흐음…! 나쁘진 않군. 하면 그 뒤론?”
“검신께서 등선 하신 후엔…….”
“안 보냈어? 아무것도?”
“장주님께서 지원을 끊으라고 명을 내리셨…….”
“내가?”
“…….”
“당장 운남으로 사람을 보내.”
“네?”
“대리석을 죄다 쓸어와! 죄다~!”
“…….”
“대화산파의 초입이 돌계단이라니 말이 되는가? 내 이참에 대리석으로 산문까지 쫙 깔아야겠다.”
중원 상권의 삼 할을 쥐고 있다는 보화전장의 장주, 금패 화중악의 목소리엔 넘쳐나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총림당 왕심봉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자랑스럽다. 참으로 자랑스러워!”
더없는 찬사를 내뱉는 중년인, 설매산장의 장주 은목서의 목소리나 표정은 무척이나 차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쥔 채 쉴 새 없이 떨렸다.
여차하면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한 모습.
사자검(獅子劍)이란 그 별호처럼 평온한 가운데에도 그 눈빛만은 전의로 가득 불타올랐다.
은목서의 좌측에 선 풍검대주 교승과 우측에 선 설검대주 모관수 역시 은목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며 장주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 그 뒤로 설검대원 서른여섯과 풍검대원 마흔넷은 벌써 검을 빼 들고 있는 상태였다.
천하제일세 용천장을 마주하면서도 누구 하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싸우지 못함을 안달하고 있는 모습.
그런 모습은 비단 설매산장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수천에 달하는 속가의 문인들이 벌써 무기를 빼 들고 전장으로 달려들 준비를 마친 상황.
어리기만 한 본산의 제자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열 배가 넘는 적도들 사이에서 분전하고 있는 모습은 지켜보는 모두의 가슴을 들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속가들이 일으키고 있는 강렬한 전의.
전장은 당장에라도 대규모 난전으로 변해버릴 상황이었다.
‘검신의 제자라……’
들끓는 화산파 속가제자들 사이에서 더없이 냉정한 눈으로 전황을 살피는 눈이 있었다.
방갓을 깊게 눌러 쓴 장년인 홍괴불, 그 옆으로는 화음분타주 ‘교’와 섬서지단주 ‘촌’이 마치 서로 다른 일행인 것처럼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 있었다.
홍괴불이 교를 향하며 방갓을 살짝 들추며 물었다.
“화순이는?”
“아직 본산에 있는 듯……”
“검신이 죽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운신이 어려운가?”
“그것은 아니옵고, 자청해서 안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그 아이가?”
홍괴불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자기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였다.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다혈질이며 어느 누구의 그늘 아래에서 안주하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성격.
어린 나이에도 청방의 소방주와 혈표란 그 이름이 밤 무림에 쫙 갈린 지 오래린 것이다.
그런 홍화순이 자청해서 화산파에 남았다고?
그것도 반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이나 얌전히 숨죽인 채?
“흐음.”
홍괴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뒤 다시 전황 쪽을 살피기 시작했다.
깊게 눌러 쓴 홍괴불의 방갓이 잠시 뒤 천천히 아래위로 흔들렸다.
어린 도사들의 분투.
자신도 당장 뛰쳐나가 싸우고 싶은 웅심이 들끓었다.
손안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할 정도.
“저런 아이들이라면, 반년으론 모자랄 수밖에……”
더욱더 깊어진 눈길의 홍괴불이 다시 섬서지단주를 불렀다.
“촌!”
“하명하시지요. 방주!”
“좀 도와주고 싶은데?”
“허헉! 상대는…용…용천입니다.”
섬서지단주 촌의 얼굴빛이 파랗게 질리는 그때 재빠르게 교가 끼어들었다.
“몽혼향, 최음분, 비소, 사갈독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분타에서 특별히 개발한 폭분향(爆糞香)과 반피탄(癍皮彈)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
“……!”
“폭분향은 살짝만 맡아도 폭풍처럼 설사가 터지고, 반피탄은 온몸에 가려움증이 생겨 미친 듯이 긁어야…….”
“좀, 깔끔한 건 없나?”
“흑회가 싸우는 법이야 늘 그렇지 않습니까? 저희가 무림인도 아니고……”
“교라 했는가?”
“넵!”
“이번에 화순이를 많이 도왔다고?”
“넵! 방주님! 그 화음 분타주가 바로 접니다. 해해~!”
교가 화색을 지으며 넙죽 허리를 접자 그 옆에 선 촌의 눈가가 잔뜩 일그러졌다.
“그래. 계속 수고해. 나중에 화순이가 청방을 물려받으면 크게 써 줄 걸세.”
“…….”
“…….”
“제대로 한 칼 먹일 방법이 없을까?”
홍괴불의 말에 촌이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교를 쳐다봤다.
그리곤 홍괴불 곁으로 바짝 붙었다.
“그렇다면……”
속닥이는 그 음성에 홍괴불의 눈빛이 섬뜩한 빛을 냈다.
끄덕끄덕!
“좋구먼. 아주 좋아!”
***
“으드득! 서 총관, 이 인간은 대체!”
용천장 무인들의 수장 방자룡은 눈썹이 밖으로 찢겨 나올 것처럼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그 시선은 운무를 뚫고 우뚝 솟은 화산 연화봉 쪽을 향해 있지만 기다리는 신호는 영 감감무소식이었다.
장주 연산홍을 구하면 쏘아 올리기로 한 폭죽은 언제인지 기약도 없고, 괴물 같기만 한 검신의 제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으며, 갑작스런 화산파 어린 도사들의 난입에 섬요당이 우왕좌왕 허둥지둥 볼썽사나운 꼴을 보이고 있는 상황.
“흠! 일을 대체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