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79)
“크루프 제철사업부의 카이텔이라고 합니다.”
크루프 제철 사업부 매각협상.
클루게는 두 눈을 의심했다. 본래라면 융커출신의 고위급이 있어야하지만, 크루프 제철 사업부 본부장으로 카이텔이 나와 앉아있었다.
우리에겐 반갑지만 명백히 이상한 사태.
클루게는 재무부쪽으로 해명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놀라시지 않아도 됩니다.”
막스재무장관은 어깨를 으쓱였다.
“전 몰트케 소장이 강제퇴임당하기 직전, 독일제국군의 카이텔 소위가 제철사업부로 자신의 소속을 옮겨버리는 바람에…결재를 몰트케 대신 카이텔 소위가 직접 처리하는 구조라 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독일제국군의 소속 아닙니까.”
“전역했습니다.”
“예?”
클루게는 눈을 부릅떴다.
자신은 보직해임을 맞고 나락가려다가 디트로이트에게 주워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카이텔은 소위로 막 임관한데다 융커들에게 평도 나쁘지 않아 군생활 잘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본인 발로 박차고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좀 달랐다.
“일단 이걸로 크루프 제철사업부의 인수는 체결된 것이겠죠?”
나는 그게 제일 중요했다.
카이텔이 중요한 인재는 맞지만 크루프의 제철사업부만한 건 아니었으니.
막스 재무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잘한 절차를 제외하면 매각은 체결되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걸로 크루프는 장전할 총알이 생기는 셈이군요. 기술기업으로 완전히 선회한다는 크루프의 목표. 순항하시길 바랍니다.”
“별말씀을요.”
크루프 제철 사업부.
루르공업지대에 걸친 라인란트 북부 공업지대의 크루프 제철소들을 다 집어삼키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독일철강얼라이언스의 구성철강회사 중 하나로 크루프 철강이 추가되었다.
“크루프에 대한 상표권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저희는 개명해도 상관없습니다만. 되도록이면 크루프의 이름값을 좀 보고 싶군요.”
“하하! 디트로이트님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독일결제은행이 승승장구할 텐데, 저희 크루프도 그 수혜를 좀 보고 싶거든요.”
크루프의 상표권.
사실상 크루프에서 크루프제철이 물적분할되고, 그 지분 전량을 우리 독일철강얼라이언스를 장악한 독일결제은행이 집어삼키는 구조다보니 ‘크루프’라는 브랜드명이 겹쳐버렸다.
크루프(Krupp)와 크루프제철은 엄연히 다른 법인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하지만 방금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크루프에게도 신흥철강세력인 우리들의 수혜를 보고 싶을 것이고, 우리로서도 크루프의 브랜드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다면 독일내부에서 영업이 수월해진다.
한국에서 삼성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달콤한 제안인지 알 수 있다.
“그럼 디트로이트 님께서는 저희 크루프제철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묵묵히 앉아있던 카이텔이 손을 들었다.
계급장을 뗀 카이텔은 이제 사실상 민간인이었기에 반대로 사업본부장이란 직급이 빛을 발했다.
이걸 줄타기의 신이라고 해야하나.
기가막힌 놈이다.
“티센철강과 크루프제철 그리고 독일철강얼라이언스를 하나로 합병할 예정입니다.”
티센회장과 이미 논의한 사항이었다.
독일철강얼라이언스는 지주회사로서 위치가 좀 위태로웠기 때문에 막강한 지주회사를 위에 얹어 아래를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
크루프가 항복함에 따라 계속해서 중소형 독일철강회사들이 독일철강얼라이언스에 인수되기 시작했다.
크루프제철은 단순히 덩치만 어마무시했고.
티센철강은 이중 가장 거대했으며.
독일철강얼라이언스는 타 독일철강회사들을 전부 집어삼킨 괴물이었다.
이대로면 사실상 삼두정치체계가 된다.
그러니 깔쌈하게 하나로 합병시켜 독일결제은행의 아래에 놓을 예정이었다.
크루프와 티센, VST는 한몸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티센회장이 합병기업의 수장으로 오를 예정이고, 카이텔과 클루게는 각각 구 티센탄광과 구 크루프 제철사업부를 관장할 것이다.
사실상 독일제철소는 석탄탄광까지 소유하고 있는 구조거나, 아예 석탄탄광이 제철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탄광과 제철소는 한몸이다.
물론 복잡한 지분구조 속, 최대주주인 독일결제은행이 티센크루프의 최종결재자 위치에 있었다.
내가 비로소 독일철강산업을 먹었다.
“법인명은 따로 정해놓으셨습니까?”
“티센크루프(Thyssen Krupp).”
나는 미소를 지었다.
“독일독점의 철강회사인데, 이름 좀 있어보이게 지어야죠.”
1위 크루프제철, 2위 티센철강, 3위 독일철강얼라이언스의 합병.
독일철강의 90%를 독점한 괴물.
티센크루프(Thyssen Krupp)의 탄생이었다.
***
“바그다드반 사업부는 크루프제철을 합병하면서 우리 관할로 넘어왔습니다.”
독일 재무부는 크루프제철을 넘기면서 우리에게 바그다드반 독점사업권을 인수인계해주었다.
오스만제국의 비공식 임시 전권대사로서 내가 선정되었으니, 더 원할한 협상을 위해 베를린궁에서 동기부여겸 내게 독점권을 남겨준 것.
뭐, 말만 번지르르한 베를린궁의 생색이었으니, 나는 깔끔하게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전략 자체는 독일제국의 외교책으로서 쓸만했고 꽤 놀라웠다.
오스만제국과의 관계회복은 베를린궁의 숙원이나 다름 없는데, 그 키를 외지인인 내게 맡겼으니 말이다.
“사실상 아직까지는 베를린궁이 갑이라, 독일투자공사의 투자사업권을 인질잡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예, 베를린궁은 저희를 함부로 못건드립니다. 프로이센놈들은 군국주의가 뼛속까지 가득찬 놈들이라, 말이 안통하면 군대로 패는 족속들이거든요.”
“프로이센 상원에 찍히는 순간 입법과 행정이 한큐에 처리되어버리니, 독일투자공사가 뭡니까. 티센크루프가 공중분해 당할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미국눈치보고 있지만요.”
미국 국부펀드가 독일에 진출한 순간부터 서독일에는 자본의 장막이 내렸다.
미국발 자본의 장막은 서독경제연합체인 독일결제은행의 보호막을 자처했고, 독일투자공사와 독일결제은행의 우선주 매입으로 배당 또한 쏠쏠하게 쓸어가고 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입꼬리가 승천하다못해 훨훨 날아갈정도였고, 재무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와부자본유입은 미국을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서서히 전환시키고 있었다.
미국은 개척시대동안 유럽의 차관들로 채무국의 신세에 놓였던 이류열강이었지만, 이런식으로 내가 독일에 자본의 장막을 치면서 미국은 빠르게 채무를 갚아나가고 있었다.
미국의 자본시장은 뉴욕금융권과 밀접하다.
미국 재무부는 아예 뉴욕금융권과 물아일체된 상황일 정도였고, 그 기조는 현대까지 이어질 정도로 유구하다.
즉, 미국의 채무는 대부분 JP모건은행이 직간접적으로 간섭하는 채무였는데, JP모건은행 계열의 내가 유럽의 채권자로 등극하면서 빠른 속도로 채권자의 위치로 치고나가는 중이었다.
그런 의미.
티센크루프와 독일결제은행은 미국에게 있어 목숨을 걸고서라도 사수해야할 자본의 대유럽전선이었다.
“독일정부 최악의 실수는 역시 크루프사의 국유화겠지요. 분에 넘치는 회사를 인수하는 바람에 국가재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티센회장님 말씀대로, 국유화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크루프의 무기체계는 독일제국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이제 저희의 저가철강이 힘입어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한다면 유럽의 1인자로 자리매김하는건 시간문제겠지요.”
독일정부에게 있어 크루프는 계륵이다.
하지만 이제 해소되었다.
이미 독일정부는 크루프(Krupp)를 집어삼키고 제철을 토해낸 상태.
노선을 기술개발로 선회했다.
제정신 차린 재무부가 달려들어 최선을 다해 국유화로 소화시키고 있는 이상, 독일은 육군강국으로 한차례 더 도약할 수 있다.
그렇게 기술강국과 육군강국으로 일정 수준 이상에 돌입하는 순간.
개전의 문을 여는 것은 독일이 될 것이다.
독일제국은 전쟁수행능력이 올라감에 따라 호전적으로 바뀔 수 있었다. 점점 고조되는 전쟁에 대한 욕망을 화끈하게 불태우고 싶어한다.
20세기초 광란의 독일은 항상 그래왔다.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
군대를 먹여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
괜히 그런 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열강들의 자살.’
제1차세계대전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곧 오스만제국으로 독일협상단이 꾸려져 출발할 예정입니다. 오스만제국도 분노하긴 했지만, 바그다드반 사업자체가 서로에게 중요한 사업이라 절대 포기못하겠죠. 저희 티센크루프가 저가철강으로 덤핑해준다고하면 재협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긴 독일제국과 이미 바그다드반 임차계약까지 맺어놓은 상태에서 계약서를 파기한다는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오스만제국은 현재 삼국동맹과 영불협상 모두와 손을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확히는 새끼손가락만 걸고 있죠.”
오스만제국.
참으로 오묘한 국가다.
중동지역과 발칸반도의 패자 중 한곳이자, 흑해의 패자. 동시에 유럽의 환자로서 골골대는 이중적인 모습의 제국이다.
설상가상으로 현 오스만제국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발칸반도에서 범슬라브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독일제국이 사실상 북청을 세력권으로 끌어들이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발칸반도에서 압박을 넣으니 제정러시아가 못참은 겁니다.”
원역사와 틀어진 부분이다.
제정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거의다 상실해버린 현 상황은 그들에게 엄청난 위기감을 불렀다.
시베리아횡단철도로 동아시아까지 연결했지만 아직 단선인데다 밑으로는 영국과 미국이 버티고 있었다.
주일미군의 GHQ가 도쿄에 버티고 있는 이상, 제정러시아는 침도 바를 수 없었다.
그래서 제정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유럽에 점점 집중되고 있었고.
당장 러시아제국의 완충국 역할을 할 국가들이 필요해졌다.
치이익…..
유럽의 화약고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제정러시아는 영불협상과 삼국동맹 둘 다에게 버림받은 상황입니다. 프랑스와는 좀 친하지만, 영국과는 그레이트게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범게르만주의와는 철천지 원수고요.”
범게르만주의.
범슬라브주의.
오스만제국.
발칸반도의 근본을 살펴보자면 이 3세력의 다툼이었다.
삼파전.
하지만 발칸반도의 구성국들의 민족주의는 광기를 넘은 야생이었다.
인종청소랍시고 제노사이드를 밥먹듯이 하는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민족간 적대감이 리미트를 초월해버린 지역이었고, 호전적인 것으로는 독일제국조차 따라올 수 없다.
어느 정도로 전쟁광들이냐면.
원역사의 발칸전쟁 때, 러시아가 동맹국이었던 불가리아보고 ‘너 저기 쳐들어가면 너는 내가 직접 조진다.’ 라고 경고할 지경이었다.
서로가 철천지 원수였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난 지역이 바로 발칸반도다.
극강의 데스매치.
이 이외엔 설명할 방도가 없다.
독립운동이란 미명하에 일어나는 일종의 발칸반도판 전국시대였다.
“최근 발칸반도로 철강들이 저렴하게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제 철강시장에 철강이 미친듯이 공급되니 자연스러운 결과죠.”
“그 때문에 발칸반도에서 불씨가 터지려고 합니다. 전쟁이 고조되고 있단 말입니다.”
화약고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담뱃불 혹은 불씨 하나 튀는 순간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티센회장에게는 비밀이지만, 고부가가치산업인 무기산업도 발칸반도에 미친듯이 유입되고 있었다.
최근 뉴욕병기국은 불야성을 이루며 생산공장이 멈출 틈이 없다고 한다.
“뭐, 설마 전쟁이 날까요.”
좀 아이러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제1차세계대전을 목표로 벌인 일은 아니다.
무기산업을 발칸반도로 유입시키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무기산업들을 위협할 예정이었다.
제국주의의 근간은 무기.
무기산업이 영불의 관세장벽탓에 비싼 철강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면 뉴욕병기국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영불에 있는 것만으로 무기산업이 위태로워진다?
각국의 무기산업체들이 국제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엑소더스를 일으킬 것이다.
‘이걸로 영국과 프랑스의 관세벽을 치운다.’
미국철강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영불철강조합을 말이다.
제국주의 시대.
철강을 살리자고 무기산업을 포기하는 머저리는 없었다.
“전쟁이 터지면 어쩔겁니까?”
“터지면요?”
당장 내일 발칸에서 전쟁이 터진다고 가정해보았다.
하지만 내 궁극적인 목표는 어차피 전쟁이다.
딱히 문제될 부분은 없었다.
“그럼 터지는 거죠.”
“…!!!”
티센회장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이내 가라앉혔다. 그는 설마 독일제국까지 그 전쟁에 휩쓸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발칸반도는 오헝제국과 제정러시아, 그리고 오스만제국의 삼파전.
독일제국이 개입해도 발칸반도 안에서 해결되리라.
“그렇군요.”
티센회장은 꾸역꾸역 납득했다.
물론, 프로이센군의 경험이 있는 클루게와 카이텔은 전쟁에 대해 그닥 부정적이진 않았다. 독일제국군에 실증이 나긴 했어도 독일제국군이 강군이라는 자부심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방 내부의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그러고보니 티센회장님. 크루프의 국유화 자금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적어도 지분의 과반수를 독일정부에서 가져갔을 것 아닙니까.”
“아, 모르셨습니까?”
티센회장은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모르다니요?”
“크루프가문의 영애인 베르타양의 계좌에 전부 잠들어있습니다. 현 독일제국의 최대부호는 아마 그녀일겁니다.”
“……!!!”
“아마 그녀는 베를린금융권을 이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베를린궁은 도이체방크를 통해 인수대금을 그녀에게 지급했을 겁니다.”
“인수대금은 설마 현금입니까?”
“아니요.”
티센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독일정부에서 꼼수를 썼습니다.”
“꼼수요?”
“예, 일정부분은 현금 마르크화로 지불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채권을 찍어내 대금으로 지급했거든요. 라이히스방크에서 발행하기만 하면 다 채권이니까요.”
“잠시만…..”
잠깐. 잠깐.
독일정부에 크루프의 인수대금 대부분을 채권을 떼웠다는 소리는 내게 좀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베르타양은 독일제국의 최대채권자나 다름없었으니까.
이정도면 꼼수가 아니라 자충수 아닌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재정이 부족할때 돈을 뽑아내거나 채권을 찍어내는 것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
돈을 뽑아내기는 인플레이션이 걱정되었나보지. 크루프가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닐테니.
‘……그럼 현재 독일재무부의 큰손이 베르타양이라는 것 아니야? 독일놈들 제정신인가?’
독일제국의 국채.
그녀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지언정, 독일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최강의 열쇠는 그녀가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같이 내 관저 앞으로 찾아오고 있지.’
나는 입매를 뒤틀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미국 국무부.
“큰일입니다!”
쾅-!
문을 벌컥열고 국무부차관이 심각한 얼굴로 돌진했다. 존 헤이 국무장관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ㅡ”
“세르비아 왕국에서 알렉산다르 1세가 암살당했습니다! 범슬라브주의자들의 테러입니다!”
“뭐!!!”
존 해이장관은 벌떡 일어났다.
현 세르비아 왕국의 왕.
알렉산다르 오브레노비치는 친오스트리아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범슬라브주의와 범게르만주의.
이 사이의 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하고 있던 발칸반도의 스토퍼(Stopper).
발칸반도의 전쟁억제기가 풀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이걸로 세르비아왕국은 완전히 재정러시아의 범슬라브주의로 편입되어버렸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 왕국.
범게르만주의와 범슬라브주의.
두 민족주의 이념이 충돌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당장 국무부인원을 총동원해서 발칸지역을 모니터링해! 수집되는 정보들은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보고서로 올리고! 유럽에 파견된 인원들보고 발칸반도의 상황을 주시하라고 전하게!”
“하지만 지금 인원이 부족합니다! 특히 방첩, 첩보쪽 인원들에 공백이 심합니다!”
“세계 정세가 이렇게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국무부의 외교는 총알이 없는 또하나의 전쟁터다.
또한 국제정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아무도 몰랐고, 문제가 터졌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즉각대응해야하는 것이 국무부의 주된 업무.
국제외교가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무부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벌컥 벌컥.
국무장관은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물컵을 들이켰다.
탁-!
“…..당장 백악관과 미팅을 잡게. 내 직접 대통령님과 담판을 짓도록하지.”
이대로는 못참는다.
국무장관은 항상 품속에 품고 있던 계획을 떠올렸다. 사실 디트로이트 모건의 행보를 미국이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계획이었다.
세상을 움직이는건 군대도 돈도 정치도 아니다.
그 본질적인 부분에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잠들어있었다.
“이제 미국도 첩보(Intelligence)전담 정보국이 필요하다.”
그리고….
혹시 모를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만약 정보전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면 그건 미국이 제일 먼저여야 한다.
작가의말
1903년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1세가 암살당한 것은 고증입니다. 사라예보와는 다른 사건입니다. 다만, 이 역시 사라예보처럼 검은손(흑수단)에 의한 암살이었습니다.
< 위태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