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98)
미츠이 강화회담장.
“결국 이렇게 되는군.”
“조기종결되어서 다행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미츠이은행 도쿄본점.
특실엔 일본측 인사들과 미국측 인사들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하지만 면면이 익숙하지 않았다.
제1차 도쿄조약과 인원구성이 다르다.
미국측은 맥아더사령부가 주축으로 서있었고 일본결제은행 이사회는 후방으로 빠져있었다.
일본측은 메이지천황이 상석에 앉았다.
대장대신과 외무대신을 필두로 내각대신들이 앉아있었다. 들러리로 앉은 내각총리대신은 이미 도장찍는 기계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당연히 대본영의 육군대신과 해군대신도 시체처럼 창백해진 채로 참석했다.
드륵.
나는 맥아더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미국측은 어떻게든 일본을 압박하려고 안달이 난 군부측 인사들을 제외하면 다 착석했다.
후우…..
맥아더사령관은 시가를 물고 서있었다.
구도가 그랬다.
서서 압박하는 미국측.
앉아서 압박받는 일본측.
맥아더는 허리를 쭉 피고 넓직한 어깨를 활짝 펼쳤다.
“대본영의 두분도 참석하셨고, 천황폐하도 계시고, 내각총리대신도 계시고. 다 오셨군요.”
일본측 인사들은 긴장했다.
멕아더 사령관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앞으로 일본제국의 운명을 바꿀 것이기 때문에 집중했다.
하지만 맥아더 사령관도 부임한지 아직 1달도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일본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으니, 국무부와 나의 자문을 받았다.
그는 내 의견을 100% 존중하고 따라주었다.
나는 미군정의 대표자문위원으로 선정되었고.
그 증거로 대장대신과 외무대신은 맥아더 대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맥아더의 무거운 입술이 떨어졌다.
“메이지천황께서 저희 미군사령부에서 통보한 최후통첩을 받아들여주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들께 최후통첩문의 핵심조항을 읽어드릴테니 귀를 열고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제1조.
“일본국은 대본영을 해체하고 군대를 해산한다.”
쿵.
강력한 제1조의 조항에 미츠이 회담장의 분위기는 단숨에 무거워졌다.
전쟁수행능력의 전면차단.
육군과 해군을 해산하고 주일미군의 보호를 받는다. 일본은 기본적인 주권인 자위권은 인정받되, 미국정부의 동의와 관리감독 하에 운영되어야한다.
다만, 미군정이 운영되는 동안 자위권은 일시적으로 박탈한다.
제2조.
“일본제국은 국명을 일본국으로 개칭한다.”
제국의 해체.
훗카이도와 류큐, 쓰시마, 조선, 대만의 완전독립을 인정하고 주둔군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한다. 해당국가에서 얻은 이권들은 미군정이 압류해 관리감독하며 추후 순차적으로 해당국가에 반환하도록한다.
이후 해당국가가 이권을 어떻게 처분하든 미군정은 관여하지 않는다.
제3조.
“일본국은 제국의회를 해체하고 의원내각제를 통해 문민통제를 시행한다.”
군부정치의 종말.
중의원과 참의원의 양원제로 이루어지며, 의원이 되려는 자는 군인신분이어선 아니된다. 완전한 민간인에 의해 의회는 통제되어야하며 자위대의 통솔도 민간인에 의해 이뤄져야한다.
탕. 탕.
나는 책상을 쳐 주의를 집중시켰다.
“해당 조항에 대해 부가설명을 하자면, 참의원은 미국의 상원의회처럼 번 별로 공평한 의석수를 차지하게 됩니다. 조슈번, 사쓰마번, 아이즈번, 등 모든 번들이 동등하게 말입니다.”
나는 상체를 당겨 일본측 인사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조슈번, 사쓰마번, 도사번에 히젠번의 출신들.
보신전쟁 이후 메이지유신을 이끈건 관서지방의 4개 번들이었다.
“1차 일본국의 양원은 미군정에 의해 임시의회를 구성합니다. 의원인사는 저희가 임시로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아이즈번 출신들을 대거등용시킨다.’
아이즈번.
보신전쟁에서 유신지사들에게 패배한 대표적인 에도막부 계통의 번.
조슈, 사쓰마번과는 철천지원수의 사이다.
보신전쟁 이후 메이지유신이 진행되자 아이즈번 출신들은 오지와 황무지로 강제이주를 당했고 정책상 불이익들을 강제 받았다.
현대 일본에서도 아이즈번, 현 후쿠시마인들은 자민당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
“아이즈번이라니…..”
“젠장.”
내각대신들의 얼굴엔 낭패의 기색이 서렸다.
아이즈번에게 그동안 지은 업보가 얼만데, 고스란히 의회에서 돌려받게 생겼다.
조슈번, 사쓰마번 독주체제의 종말.
구 막부세력의 부활이었다.
제4조.
“폐현치번. 일본국은 다시금 연방주의를 부활시킨다.”
번의 부활.
일본을 전국시대 번단위로 쪼개버리고 해당 번의 자치권을 인정해준다. 새롭게 구성된 일본내각은 연방정부로서의 행정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강제된다.
메이지유신과 보신전쟁으로 작살난 지역감정은 일본을 분열시키고 중앙정부를 견제할 것이다.
제5조.
“일본 중앙은행의 완전독립. 시중은행들의 출자로 중앙은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 대장성의 조폐권을 중앙은행에 넘겨준다. 단, 출자가능한 시중은행은 일본국적의 법인으로 제한한다.”
일본판 연방준비제도.
사실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일본국적의 시중은행?
표면상은 일본은행들의 의사결정처럼 보이겠지만, 이미 죄다 일본결제은행이 집어삼켰다. 사실상 일본결제은행의 의사대로 금융정책을 실행하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1. 엔화의 발행.
2. 통화정책.
3. 은행.금융기관의 감독과 규제.
4. 금융체계의 안정성 유지.
5. 금융서비스의 제공.
사실상 대장성을 중앙은행위원회가 흡수해버리는 형식이다.
모든 경제정책과 금융정책들은 중앙은행위원회의 판단아래 시행될 것이며 일본경제는 일본결제은행, 더 나아가서 미국에 종속된다.
이번에도 내가 부연설명을 붙였다.
“참고로 5조의 중앙은행위원회는 일본경제가 정상화될때까지 저희 일본결제은행의 관리감독을 받습니다.”
우드득.
대장성의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눈에 핏대를 세우고 나를 노려보았다. 사실상 경제주권을 미국에게 넘겨주는 조항이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반박하는 순간 일본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일본결제은행의 실질적 권력?
디트로이트 모건.
나에게 있었다.
나는 일본의 중앙은행을 얻었다.
마쓰가타 대장대신에게 슥 미소를 지어주었다.
‘결국 너희들이 선택한 전쟁이다.’
일본 경제의 속박.
이 조항을 읽은 맥아더는 내 눈치를 살폈다.
일본결제은행이 일본경제를 틀어쥘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었기에 내 의사가 가장 강력하게 반영되었다.
이는 미국정부에도 이런형식의 중앙은행이 얼만큼 효과적인지 어필할 수 있는 사회실험의 일환이기도 하다.
연방준비제도.
나는 시중은행 권력의 최종오의인 이 제도를 기필코 미국에 이식할 작정이었으니 말이다.
미국에게 이 중앙은행제도의 필연성을 어필할 좋은 장이 열린 셈이다.
‘만족스럽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심한 맥아더는 계속해서 조항을 읽어내렸다.
제6조.
“일본측은 4개 해군진수부를 미국에게 할양. 주일미군의 주둔지로 활용할 수 있게 조치한다. 주일미군의 주둔비용일절은 일본정부에서 부담하며 군인들의 치외법권을 인정한다.”
사실상 해군권의 장악.
제7조.
“미군사령부는 일본의 정상화가 이뤄질때까지 미군정을 실시하며 일본국은 이하 GHQ(General Headquarters)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푸른 눈의 쇼군.
맥아더 사령관은 미군정의 사령관으로서 일본국 의사결정의 전반을 감시하고 관리감독하며 거부권과 의회해산권, 내각불신임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맥아더는 일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한다. 그에게 일본을 관리감독할 배경지식이 없으니 누구에게 자문을 요청하겠나?
국무부? 좋지. 하지만 미국본토는 태평양 너머 멀리에 위치해있었다.
미국연방정부의 입김보다 맥아더의 입김이 훨씬 강력했다.
그리고.
일본경제전반을 틀어쥔 일본결제은행의 입김은 맥아더를 초월한다. 일본결제은행 없이는 경제정책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에 따른 부차적인 정책들도 올스톱.
‘사실상 일본결제은행령 일본행이군.’
제8조.
“일본국은 엄연한 독립국의 지위를 유지하며 미국의 정상화 프로그램이 종료될 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권국가로 돌아간다.”
독립조항.
‘얼핏들으면 좋아보이는 조항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연방정부는 최소한의 산소호흡기만 찔끔해달아주고 방치플레이를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차라리 식민지나 보호령이 되면 행정적인 관리라도 해주겠지만 그딴거 없다.
미군정이 관리감독 해주겠다고 했지만 감시와 견제임에 틀림없는 지금 일본입장에선 피토할 조항이었다. 아사 직전까지 간 농민에게 호미만 들 수 있게 지원해주고 농사는 알아서 지으란 소리.
그리고……
미군정이 끝나면 배고픈 미국자본들의 게걸스러운 만찬이 시작된다.
메이지천황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외무대신이나 농상무대신, 체신부대신이나 내각대신들의 안색은 더 이상 산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산업이고 농촌이고 다 외국자본에 쓸려나가게 생겼다.
하지만….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 조항을 파토내고 이곳 미츠이 강화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미해군은 해상봉쇄를 1년간 시행할 예정이고.
필리핀주둔군 20만명이 일본으로 북상할 예정이다.
미국 의회는 본격적인 선전포고와 함께 전면전을 위해 전쟁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미국 본토에서 본격적인 전시체제가 굴러가며 함대단위의 군함들과 100만명 단위의 미군들이 쏟아져나올 예정이었다.
그 순간 일본국 멸망과 미합중국으로의 흡수병탄이 확정된다.
이건 미국도 일본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아직.
조항은 남아있었다.
제9조.
“일본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며 미일수호통상조약을 갱신한다.”
“…!!!”
뿌득.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이 대목에서 유독 눈살을 찌푸렸다. 중앙은행의 독립이고, 폐현치번 다 괜찮은데 마쓰가타는 유독 이 조항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아오키 외무대신도 마찬가지.
의자 손잡이를 잡은 손이 뿌드득 꺾였다.
자유무역협정(FTA).
그 기본골자와 핵심은 양국의 관세철폐에 있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선 경제침략의 첨병일 뿐이지.’
태평양 인프라가 충분한 미국.
태평양 인프라가 전무한 일본.
대량생산의 미국.
불모지의 일본.
관세가 사라진다고?
싼 값에 미국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진다.
결국, 일본 국산 산업계가 초토화된다. 국내산업과 자이바츠들이 미국트러스트들에게 잡아먹힌다.
일본공업은 미국에 종속된다.
제10조.
“도쿄전범재판소를 설치해 전범들에 대한 처벌을 담당시킨다.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의 관리감독 하에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한다. 일본국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과 판결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가진다.”
육군대신과 해군대신의 얼굴은 이제 말라비틀어진 오징어처럼 찌그러들었다. 사실상 그들이 일으킨 전쟁이었고, 그 이전에 그들의 군부 파벌이 다 갈려나가게 되었다.
하물며 아이즈번출신들이 일본정치권으로 들어온다고? 그럼 전범재판소엔 자신들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 아이즈번 출신들이 득실거릴게 뻔했다.
철컥.철컥.
군부가 끓어오르려고 하자, 미츠이 강화회담의 경호를 전담한 미군들이 소총을 장전했다.
일본군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끓어오르던 일말의 반항심까지 꺼져 흥분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이제 자신들은 끝이었다.
대본영과 군부는 해체되었으니 지켜줄 뒷배도 없었다.
더불어.
이제 곧 국제사법재판소에서도 판결이 나온다.
나는 책상에서 조약문 사본을 집어들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 조항엔 중요한 항목이 하나 빠져있었다.
“저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평화조약문에 과도한 배상금조항은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는 미국의 꼼수다.
당시 유럽열강들은 전쟁 후 반드시 이 배상금을 청구했으며, 이 배상금 조항 자체가 전쟁의 목적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게다가 미군정도 3개월 이후면 자치권을 일본에 넘기는 조건. 물론 일본의 태도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이 시기 열강치고는 후하지.
미국은 선전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은 자유주의 진영을 수호하며 진정한 세계평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본 일본결제은행은 과도한 배상금은 일본재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최종적으로 일본국에 무리한 요구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고립주의와 중립국으로서의 명분을 챙긴다.
그렇다고 손해인가?
절대 아니다.
“으득….인도주의….예…그렇습니까.”
일본측은 이를 갈았다.
그들의 입장에선 차라리 배상금을 청구당해서 조항 하나라도 삭제하는게 더 나았으니까.
배상금을 제외하고 다 가져갔다.
그들은 차라리 배상금을 청구하라고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이상이…..”
맥아더는 한차례 회담장을 쭉 둘러보았다.
“저희가 일본측에 통보한 최후통첩문의 핵심조항들이며, 해당 평화조약은 제1차 도쿄조약과 더불어 일본국의 정치, 행정, 치안, 외교, 경제, 군사적인 부분에서 일본정부 ‘정상화’를 목적으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메이지 천황폐하의 최종승인을 받았고, 평화조약문에 최종서명까지 받으면 앞으로 이 조항들이 잘 시행되는지 3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두어 미군정(GHQ)이 관리감독할 예정입니다.”
“만약 이 조건들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미국측의 기세가 들끓어올랐다.
특히 듀이제독을 위시한 해군장교들의 기세는 일본측을 죽일 듯이 찔러들었다. 일본측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쾅!
맥아더 사령관은 탁자를 내리쳤다.
“그 즉시 해상봉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일본의 초토화공세를 시작합니다. 반대로 성실히 이행된다면 3달안에 미군정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침묵.
맥아더사령관의 일장연설이 끝마치자, 일본측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받아…들이겠소.”
결국 메이지천황이 굴복했다.
***
미츠이 강화회담장.
메이지천황은 항복문서와 제2차 도쿄조약문에 서명했다.
현 일본 야마가타 내각은 미군정에 의해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때까지 유지한다. 단, 양 군부대신들은 해임하고 도쿄전범재판소에 기소했다.
와그작.
맥아더는 텅 빈 미츠이은행 특실에 앉아 철통에서 시가를 꺼냈다.
“디트로이트, 일본정부가 강화조약에 서명했지만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아니지. 미국 국무부를 포함해 미국상층부의 정책기조가 바뀌고 있네.”
국무부는 식민지정책에서 선회했다.
단 두가지.
군사적, 경제적 주권만 미국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는 명목하에 해당국에 떠넘긴다.
“굳이 식민지화해봤자 비용만 더 들어가니 독립국가로 유지시키는 게 낫지.”
“네. 야만적으로 갈 필요도 없죠.”
이는 쿠바와 필리핀 군정청의 정책으로도 적용될 예정이었다.
나는 맥아더를 보며 씨익 미소지었다.
“허. 경제제재조치라는 무서운 걸 생각해낸 자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미묘하군.”
“사실인 걸요.”
“자네가 손수 보여준 그 ‘경제제재조치’는 가히 예술적이었네. 미국정부도 자네 덕분에 묵직한 돈주머니 하나 차게 됐으니 환호하는 게지.”
이번엔 맥아더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독한 시가 연기가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미국 국무부도 경제제재조치의 메리트를 눈치챈 것이군요.”
“그래, 전면전에 비하면 국방비도 최소한으로 들지, 미국정부는 걸어잠그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월가의 하이에나들에게 던져주면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데 식민지로 유지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없죠.”
“하하, 월가의 하이에나께서 직접 확인시켜주니 든든하군.”
일본도 마찬가지.
일본주권의 영구귀속이 아닌 일시적 정상화를 위한 관리감독 규제일 뿐.
미군정 자체는 최소 3달이면 끝난다.
하지만 조항철칙.
도쿄전범재판소, 중앙은행위원회, 자유무역협정, 연방제, 의원내각제, 일본결제은행의 관리감독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조항들이었다.
“다만 이것들이 어겨지는 순간 미군정은 일말의 여지없이 다시금 초토화작전 카드를 꺼내들 것이네.”
치익-
맥아더는 시가를 태웠다.
이를 반대로 말하자면, 3달간 일본이란 국가는 사라지고 미군정 치하 일본으로 격하된다.
3달간 해상봉쇄도 유지.
일본은 그 3달간 미국에게 복종의 의사를 온몸을 비틀며 표현해야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즉, 이 강화회담은 그저 해군전멸과 1년 해상봉쇄 연장카드에 대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이었다.
“일본도 그 선은 넘지 않을 것입니다. 선진화된 열강으로 갈 길이 아예 막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물론 미국에게 목줄이 채워진 채 끌려다니겠지만요.”
“그것도 그렇군. 군부출신들이 도쿄전범재판소에서 줄줄이 처형되는데 감히 뻣댈 수 있다면 그건 사람도 아니지.”
하지만.
맥아더의 기대와는 달리 폭탄은 여전히 잔재했다.
여전히 군부의 망령은 의회를 배회할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 엘리트층은 무사계급의 군부출신들이었고, 이들이 제복을 벗고 양복을 입는다해서 군부에서의 영향력이 사라질리가 없었다.
군국주의.
군부의 폭주.
일본 군국주의의 탄생은 일본 자유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다이쇼 데모크라시 직후에 벌어진 참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군부출신이 득실거리는 자유주의 의회만큼 파시즘이 자리잡기 좋은 요건도 없었다.
쇼와시대의 정책연구소에서 군국주의의 기본골자가 탄생하고 장교 쿠데타를 진압한 군부가 제국의회를 장악함으로서 일본은 군국주의의 길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미국발 대공황이 터지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풀악셀을 밟는다.
히틀러의 라인란트 재무장.
과연 군국주의의 일본이라고 못할까? 수십년 후 그때의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는 내가 없앤다고 없애질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건 시대의 문제였으니.
하지만.
못해도 좋고.
되도 좋다.
그들이 군부의 망령이라면, 나는 금융가고 월스트리트의 망령이었다. 달러만 벌어들일 수 있다면 어느쪽이라도 좋았다.
‘뭐, 이건 아직 먼 이야기고.’
당장 할일은 따로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맥아더를 바라보았다.
“일단….일본경제에 산소호흡기좀 붙여볼까요?”
청나라로 넘어가기전.
내가 계획한 일본 경제개혁조치는 취해놔야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