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rior Grandpa and Grandmaster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우리 손녀는 인기쟁이 (2)
관군의 장수는 망설임 없이 체포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무림인들이라도 병사들의 머릿수가 열 배는 많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무공을 익힌 장교들도 다수 동원했기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실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다.
“뭣들 하는 거야? 체포하라니까 왜 다들 가만히 있어!?”
선두에 있던 장수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이윽고 뒤를 돌아보던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하들이 얼음처럼 미동조차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그때 옆에 있던 부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 교위님. 저기 좀 보십시오.”
그의 검지가 선박의 돛대 부근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을 살펴보던 장수는 입을 떡 하니 벌리고야 말았다.
“저, 저게 무슨…….”
어찌나 놀랐는지 그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 여자아이가 계단을 밟듯 허공에서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선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잠시 후 유설의 두 발이 병사들의 앞에 사뿐히 내려섰다.
“나 지금 해릉도에 싸우러 가야 해요. 정말 막을 거예요?”
유설과 눈을 마주친 장수는 동공이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의 입에서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꼭 막겠다는 것은 아니고…… 잠시 얘기 좀 하려고 했소.”
“무슨 얘기요?”
“걱정되어 말리려고 했던 것이오. 지금까지 해릉도로 들어간 사람은 전부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그 순간 유설의 뒤에 있던 임평수가 불쾌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이분들은 지금까지와 다르오!”
관군의 장수가 임평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유설을 대할 때와는 달리 하대였지만, 그것을 신경쓰는 자는 없었다.
“서부무림을 평정한 후 전사룡을 잡기 위해 내려오신 전설적인 분들이오.”
그러나 관군의 장수가 그것만으로 무위를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무림의 정세에 대해 눈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얼마나 강한지 물었다.”
“주먹 한 방에 바다가 갈라지고, 발길질에 집이 무너질 것이오.”
“어디서 거짓말을…….”
“틀림없는 사실이오!”
장수는 유설의 신묘한 경공술을 목격했음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평수의 표정이 워낙 진중했기 때문일까?
그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향했다.
그 순간 유설이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나요?”
관군의 장수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저자의 말을 증명해주시오. 놈과 싸울 자격이 있다면, 우린 막지 않을 것이니.”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이란 말인가.
상황이 이쯤 되자 유설도 부담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흠.”
유설은 고민하며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곧이어 시선이 고정된 곳에는 낡아빠진 배 한 척이 둥둥 떠 있었다.
고장나서 출발조차 할 수 없는 꼴뵈기 싫은 선박이었다.
모두가 뭍으로 내려왔는지 갑판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잇!”
갑자기 유설이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등에 사선으로 메어있던 용화창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휘리리릭-!
모두가 놀란 눈을 부릅뜨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우뚝 정지한 용화창은 마치 먹잇감을 찾듯 천천히 방향을 선회하고 있었다.
창날에 맺힌 강기(剛氣)가 아름답게 빛나며 모두의 주목을 이끌었다.
“저, 저게 뭐야!?”
“설, 설마 어창술?”
“와아…….”
무림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병사들도 눈을 비벼댔다.
그러나 놀라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었다.
허공을 배회하던 창이 갑자기 선박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은 마치 도끼로 나무토막을 내리찍듯 무지막지했다.
콰아아앙-!!!
너벅선의 정중앙이 좌우로 쩍 갈라졌다.
곧 침몰할 태세였지만, 어창술의 시범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용화창이 허공에서 방향을 틀며 회전했다.
휘리리릭-!
그것은 곧이어 선수에서 선미를 향해 가로로 긋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분쇄된 나무 톱밥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주변을 뿌옇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너벅선이 여덟 등분으로 분리되며, 가라앉고 있었다.
모든 게 고작 손짓 한 번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모두가 입만 떡 하니 벌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한 신위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할 일을 마친 용화창이 주인을 향해 유유히 돌아갔다.
터업-!
창을 회수한 유설이 고개를 치켜들며 물었다.
“부족해요? 더 보여줘요?”
장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충, 충분하오. 부디 해릉도로 가셔서 전사룡을 꼭 잡아주시오.”
“이제 못 가요. 배가 없는데 어떻게 가요?”
“배, 배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배를 직접 부숴놓고 그걸 왜 자신한테 묻는단 말인가.
그러나 눈앞의 무림고수는 막무가내였다.
“아저씨 때문에 망가졌잖아요.”
적반하장이었지만 반론할 수가 없었다.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관군의 입장에서 해릉도를 무단점거한 전사룡을 잡을 수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었으니까.
군함을 동원하는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그, 그럼…… 우리가 목적지까지 태워드리겠소.”
이러한 상황은 유진산이 의도한 일이었다.
유설이 낡아빠진 배를 부숴버린 이유는 할아버지의 전음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달사항이 한 가지 더 있었다.
“튼튼하고 좋은 배로 태워주세요. 선실에 보급품도 넉넉히 준비해주고요.”
“무슨 보급품을 원하는 건지 자세히 말씀해주시오.”
유설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더니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간식이요.”
장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보급품으로 간식을 요청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간, 간식…… 알겠소. 그럼 반나절만 기다려주시오.”
* * *
관군이 끌고 온 군함은 이 층 구조의 노선이었다.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선실과 갑판도 무척 넓었다.
그렇게 해상에서 이틀을 이동했을 시점이었다.
유진산은 선실에서 간식을 먹는 손녀를 뒤로한 채, 갑판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았다.
“시원하구만. 오늘 도착한다고 했지?”
그의 옆에 있던 임평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물어보니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구만. 내 듣기로 해릉도라는 섬이 작지는 않다고 들었네.”
“맞습니다. 과거에는 수만 명이 살던 섬이었으니까요.”
유진산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지금까지 품고 있던 의문을 털어놓았다.
“헌데 말이야. 그렇게나 넓은 섬인데, 그곳으로 갔던 모두가 실종되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전사룡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해도 혼자서는 섬을 지킬 수는 없을 터.
게다가 그와 싸우기 위해 넘어갔던 무림인들의 무위도 대단했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실종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추종자들이 상당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무공이 고강한…….”
“그렇겠지. 헌데 그런 부하들이 어디서 뚝딱 생겼겠는가.”
“저도 의문이긴 합니다. 과거의 전사룡은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혼자 다니던 놈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요?”
유진산도 계속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짐작되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우리가 해릉도로 가지 못하도록 막았던 장수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더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격 운운하며 막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실종된 자들이 그곳에 귀화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임평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 지금껏 전사룡을 잡겠다고 넘어간 무림인 중엔 화경에 도달한 절대고수도 많았습니다. 그들은 죽더라도 누군가의 휘하로 들어가진 않을 텐데요.”
“음. 그러고 보니 그들 중에는 자네의 형제도 있었다고 했지. 내 너무 앞서나가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어르신. 그렇게 해서라도 형님이 아직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진산은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 외에는 설명이 되질 않았다.
만약 예상대로라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무섭다는 감정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유진산은 염주를 채운 자신의 왼손을 슬쩍 바라보았다.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그 어려움이 무엇이든 이제는 이겨낼 수 있다.’
그의 자신감은 예전과 달리 무척 상승해 있었다.
이제는 손녀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금강불괴신공과 역근경을 익혔으며, 왼손에는 한계를 알 수 없는 사악한 힘까지 봉인되어 있지 않은가.
상대가 누구더라도 자신이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전망대에 있는 관원이 목청껏 소리쳤다.
“섬이 보인다!”
드디어 목적지의 근처까지 도착한 것이다.
유진산도 먼 곳으로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작은 점으로 보였지만, 유진산의 시야에는 그 모습이 조금 더 자세히 들어왔다.
‘섬을 요새화했단 말인가?’
섬의 곳곳에는 망루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중심부는 방벽이 높게 두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배가 멈추며, 선실에 있던 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개중에는 봇짐을 메고, 당과를 움켜쥔 손녀의 모습도 보였다. 선실에 있던 간식을 모조리 챙겨 넣었는지 봇짐이 무척 두둑했다.
“도착한 거 맞지?”
“오냐. 슬슬 준비하자꾸나.”
이곳까지 함께 온 무림인들이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산은 그들을 향해 옅은 미소로 말했다.
“먼 곳까지 배웅해줘서 고맙네.”
모두가 조손을 향해 포권을 하며 한마디씩 건넸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고맙지요.”
“저희의 원수를 꼭 잡아주십시오!”
“전에 함께 했던 객잔에서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꼭 이기고 돌아오십시오!”
작별 인사를 마친 유진산은 우측을 슬쩍 바라보았다.
병사들이 밧줄로 작은 나룻배를 내리려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섬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니, 저것을 타고 가라는 의미이리라.
“그냥들 놔두시게.”
그의 한마디에 병사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그들 중 장교가 다가와 물었다.
“예? 이걸 타고 가셔야 하는데요.”
“필요 없네. 그냥 경공으로 가는 게 우리도 편하니까.”
위치를 확인한 이상 나룻배를 타고 갈 이유는 없었다.
그때 지켜보던 손녀가 마음이 급한지 재촉해왔다.
“할배, 이제 갈까?”
“오냐. 출발하자꾸나.”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갑판의 난간 위에 우뚝 선 유설이 모두를 향해 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저씨들, 안녕!”
올 때는 섬의 위치를 몰라 군함을 이용했지만, 육지로 돌아갈 때는 굳이 배를 탈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조손의 신형이 바다를 향해 동시에 날아올랐다.
타앗-!
해수면 위에 사뿐히 착지한 둘은 섬을 향해 전광석화처럼 내달렸다.
해릉도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유진산이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저쪽으로 돌아서 진입하자꾸나.”
“으응!”
육지 방향에서 보이는 섬의 전면은 경계가 철통같이 삼엄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둘은 방향을 틀어 섬의 측면으로 접근했다.
경공이 워낙 빠르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약 반각이 지난 후.
절벽 아래에 몸을 숨긴 조손은 눈빛을 교환했다.
이어서 동시에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타앗-!
삼 장 높이의 절벽을 뛰어넘자 풀숲이 펼쳐져 있었다.
섬의 외곽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유설이 섬의 중심부에 펼쳐진 높은 방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에 있나 봐. 전사룡이.”
“아마도 그럴 게다. 우선 높은 곳으로 이동해서 정찰부터 하자꾸나.”
무턱대고 쳐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적들의 규모를 파악하고, 작전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유진산과 손녀는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향해 은밀히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