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46
웰컴 투 NBA 46화
#046. 드래프트 컴바인 (3)
스탠딩 점프를 잰 뒤로도 운동능력 시험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시온 킴! 맥시멈 점프, 38.5인치!”
“조던 벨! 38.0인치!”
“딜런 브룩스! 37.5인치!”
이번 드래프트 기수 중 1위는 44.5인치를 기록한 하미두 디알로.
우리들 중 1위는 40.5인치를 기록한 도노반 미첼이었다.
“다음은 3/4 코트 스프린트입니다.”
3/4 코트 스프린트는 말 그대로 농구 코트의 3/4인 75피트(23m)를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측정하는 시험.
순수한 스피드를 측정하는 테스트였다.
“시온 킴! 3.22초!”
5명 중 순위는 4위.
놀랍게도 빅맨인 제럿 앨런과 조던 벨이 3.21초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역시 NBA. 피지컬 괴물들만 모아 놓은 리그답네.’
내 최고 스피드가 다른 운동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쳐지긴 하지만.
그래도 3.22면 슈팅가드 수준인데, 운동능력 끝판왕인 조던 벨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네.
“뭐야.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여기까진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기세등등했던 도노반 미첼이었으나.
의외로 민첩성과 방향 전환 능력을 보는 레인 어질리티에서 4등을 기록.
가로 민첩성을 보는 셔틀런에서는 무려 빅맨인 제럿 앨런에게까지 밀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아까 뭐라고 했더라?”
“모야, 이궈 노무 시운 고 아뉘양?”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는 JB와 브룩스.
미첼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제길. 어제 먹은 타코가 안 좋았다고요!”
“뉘예뉘예. 그뤄셔쒀요?”
나도 미첼의 어깨를 두드리며 선배들에게 지원 사격을 날렸다.
“다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줘요. 컨디션이 나쁘고 신경질적인 걸 보니, 아무래도 그날인 것 같은데.”
“푸하하하하!”
뭐, 진짜 컨디션이 나빴을 수도 있지만, 경쟁 상대가 안 좋았다.
조던 벨, 나, 재럿 앨런, 딜런 브룩스 모두 사이즈 대비 굉장히 민첩한 선수들.
최고속도만 밀릴 뿐이지 퀵니스는 어디 가서 꿇리지 않거든.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퀵니스기도 하고.’
레인 어질리티는 10.84초.
셔틀런은 2.85초.
두 종목 모두 이번 컴바인에서 TOP 10 안에 드는 수치였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퀵니스는 아주 좋은(very good)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좋은(great) 수준인데.”
“운동능력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암, 그렇지.
최고 스피드가 엄청 빠르진 않아서 임팩트가 덜할 뿐이지, 원래 운동능력이라는 게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라고.
‘시속 250km에 도달하는 데 10초가 걸리는 엔진과 시속 200km까지 3초가 걸리는 엔진.’
의외로 농구에선 후자가 더 나을 때가 많으니까.
마지막은 근력 테스트인 벤치 프레스.
의외로 흑인이 다른 인종에 비해 취약한 종목이 벤치 프레스다.
케빈 듀란트가 컴바인에서 80kg 벤치프레스를 한 번도 들지 못했다는 건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키 크고 깡마른 농구선수들 한정이지만.’
NFL의 근육질 흑인 선수들을 보면 역시 세상은 피부색만 보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제럿 앨런, 4회!”
“끄응······.”
저 친구는 NBA에서 센터로 뛰려면 벌크업을 좀 해야겠네.
도노반 미첼은 10회로 가드치곤 준수한 수준.
조던 벨과 딜런 브룩스는 16회로 이번 컴바인에서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오리건은 크리스 주장 때문에 이상한 경쟁이 붙었거든.’
크리스 부쉐 주장이야말로 전형적인 힘없고 깡마른 난민 체형.
그래서인지 후배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에 남다른 집착(?)을 보였고, 우리들은 1년 내내 주장이 짠 육체 개조 프로그램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1년 만에 근육이 많이 붙었지.’
내 대학 시절 기록은 선배들과 동률인 16회.
몸을 가볍게 풀고 벤치에 앉으려는 참이었······ 는데.
딜런 브룩스가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헤이, 킴. 한 가지 제안이 있어.”
“뭔데요?”
“우리 오리건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 계획이지.”
“······?”
또 무슨 지랄병이 도진 걸까.
음흉한 얼굴이 된 브룩스가 속삭였다.
“네가 벤치 프레스를 나보다 딱 1개만 덜 하는 거야.”
“그러면요?”
“내가 미첼을 딱 1점 차로 밀어내고 종합 3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되지.”
“아하.”
“어차피 넌 벤치 프레스에서 3등으로 밀려도 최종 순위는 변함이 없잖아. 어때? 오리건 트리오가 사이좋게 1~3위를 차지하는 거야.”
1위는 압도적으로 조던 벨.
2위는 나고.
5위는 처음부터 조건이 불리했던 제럿 앨런이 될 게 확정적인 상황.
예상대로 점프력과 달리기 테스트는 도노반 미첼의 압승이었지만.
의외로 미첼이 레인 어질리티와 셔틀런 시험을 크게 망치며 4위 경쟁은 브룩스와 미첼의 치열한 자강두천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뭐, 별일 없으면 그렇게 할게요.”
“그래. 믿는다!”
참고로 이번 드래프트 기수의 벤치프레스 순위는 19회의 세미 오젤리예가 1위.
16회가 공동 2-6위였다.
‘그러면 내가 7위까지 밀린다는 거 아냐.’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데.
무엇보다 컴바인 성적은 NBA.COM에 평생 남는 기록인데, 일부러 대충 할 수야 있나.
힘을 빡 주고 철봉을 들어 올렸다.
“흐읍!”
“하나······ 둘······ 셋······.”
브룩스 선배에겐 미안하지만, 난 이미 JB와 미첼, 두 사람과 밀약을 맺은 상태였다.
‘꼴찌가 확정인 앨런이 내야 하는 비용은 우리 셋이 25%씩 분담하는 걸로.’
이러면 사실상 우리 넷은 더치페이를 하는 셈이고, 딜런 브룩스 혼자서만 밥값의 50%를 내는 모양새가 된다.
‘설계는 이렇게 하는 거지.’
오리건 트리오가 벤치 프레스에서 사이좋게 동률을 기록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예쁜 그림이잖아?
“그렇지! 킴! 딱 거기까지만······ 아아아아안 돼!”
굿바이 딜런.
컴바인 현장에 한 남성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컴바인 마지막 날은 NBA TV로 중계되는 5대5 게임이 열리는 날이다.
아무리 선수의 잠재력을 판단하는 데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농구는 결국 5대5 게임.
당연히 실제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NBA 레벨 재능들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처음 보는 선수들과 팀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답 없는 볼호그는 아닌지 등등.
‘선수들의 본모습을 확인하려면 강도 높은 실전만큼 좋은 방법이 없으니까.’
연습게임에선 계속해서 선수들의 조합을 바꾸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독특한 구성의 팀이 탄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이번 경기의 조합은······.
미래를 아는 내 입장에선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다.
[Team A]PG Derrick White
SG Donovan Mitchell
SF Sion Kim
PF Lauri Markkanen
C Jarett Allen
[Team B]PG De‘Aaron Fox
SG Luke Kennard
SF OG Anunoby
PF Kyle Kuzma
C Edrice “Bam” Adebayo
“······이름값이 미쳤는데?”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개를 갸웃하는 라우리 마카넨.
단순한 우연인지, 하늘의 농간인지 뭔지는 몰라도.
오늘 경기의 참가자는 날 제외하면 전원 NBA에서 혁혁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었다.
‘All-NBA가 둘. 올스타가 셋인가. 미쳤네.’
All-NBA는 도노반 미첼, 디애런 팍스.
올스타급은 뱀 아데바요, 라우리 마카넨, 제럿 앨런.
OG 아누노비와 카일 쿠즈마도 올스타 바로 아래 레벨은 되는 준척급 선수였다.
‘데릭 화이트도 리그에서 알아주는 알짜 자원이고, 루크 케너드도 훌륭한 전문 슈터지.’
MVP 컨텐더로 성장하는 제이슨 테이텀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드래프트에서 성공할 선수는 전부 모인 느낌.
‘여기 있는 선수들 절반만 지명해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야말로 드래프트 컴바인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꿈의 조합인 셈이었다.
삐익!
제럿 앨런이 점프볼을 따내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NBA 드래프트 컴바인, 5:5 게임의 생중계 현장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번 경기는 로터리권 선수들이 다수 출전하는군요. 디애런 팍스, 라우리 마카넨은 Top 10급 유망주로 평가되고 있고, 루크 케너드, 도노반 미첼, 김시온, 뱀 아데바요도 20위권 이내에서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능들입니다.]저쪽 아나운서 테이블에 모여 앉은 해설자들이 얼핏 시야에 들어온다.
공을 넘겨받은 데릭 화이트가 천천히 전진하며 물었다.
“킴, 미첼. 리딩은 내가 보면 될까?”
“일단 편할 대로 해 봐요.”
“그러죠. 다들 처음 합을 맞추는 거라 복잡한 플레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
“오케이. 알았어. 제럿!”
처음 합을 맞추는 거니까 일단은 정석적으로 갈 모양.
제럿 앨런을 스크리너로 활용한 화이트가 수비를 흔들고, 도노반 미첼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파밧!
번개 같은 속도로 돌파하는 미첼.
운동능력이 약점인 루크 케너드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어딜!”
“우웃······!”
하지만 그런 미첼을 완벽히 견제하며, 제럿 앨런에게 향할 패스 진로까지 차단하는 아데바요.
과연 미첼도 아데바요의 수비는 경시하지 못하고 내게 패스를 돌렸다.
‘내 매치업은 OG 아누노비.’
나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친구다.
“Hey, 컴온! 컴온!”
자세를 낮추고 손을 빙글빙글 돌리는 아누노비.
눈빛이 번들거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날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쳐 지명 순위를 높일 생각으로 가득 찬 모양이었다.
끼긱! 끽!
확실히 수비력이 굉장하다.
3월의 광란에서 만난 어떤 상대보다도 터프하게 부딪히며 수비해 오는 아누노비.
‘여기서 1대1로 득점하면 평가가 대폭 올라갈까?’
내 생각엔 아닐걸.
물론 개인 공격력은 평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샷 셀렉션이 거지 같고 이기적이며 볼호그 성향까지 있다······ 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평범한 수비수를 상대로 1대1을 시도하는 건 자신감 넘치는 행동이지만, 굳이 일류 수비수가 상대인데 1대1을 시도하는 건······.’
카이리 어빙 같은 선수라면 모를까.
나처럼 여러 옵션을 지닌 타입은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제럿!”
휙!
나는 돌파를 포기한 척, 제럿 앨런에게 순순히 패스를 건넸다.
그리고 아누노비의 시선이 앨런을 향한 타이밍에······.
‘지금!’
미꾸라지처럼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앨런의 리턴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했다.
Give and Go.
완벽하게 수비수의 의표를 찌르는 타이밍의 돌파였다.
“이런!”
낭패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따라붙는 아누노비.
역시 수비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답게, 곧바로 스텝을 따라온다.
‘난 르브론이나 야니스처럼 치트키 수준의 속도와 힘, 사이즈를 겸비한 선수는 아니지.’
그런 선수들은 약간의 틈만 있어도 우당탕탕 돌파로 어떻게든 림을 공략할 수 있는, 반칙에 가까운 피지컬의 소유자들이다.
‘그렇다고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나 빈스 카터처럼 폭발력 넘치는 진입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내 퍼스트 스탭은 상위권이지만, 특급까지는 아니니까.
대신에 내겐 확실한 다른 장점이 있었다.
‘퀵니스. 정확히는 가/감속 능력.’
여기서 중요한 건 가속이 아니라, 감속 능력이다.
끼긱!
오른쪽으로 돌파하는 도중 갑작스러운 급정지.
‘보통은 무릎 연골 망가지기에 딱 좋은 짓이지만.’
부모님께 물려받은 강건한 육체,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강화한 하반신 근육, 염라 영감님의 가호가 하나로 결합된 지금.
난 다른 선수들이 선수 수명을 깎아 가며 사용하는 무브를 부담 없이 시전할 수 있었다.
“윽!?”
가로 스텝을 밟으며 따라붙던 아누노비의 몸이 크게 휘청거린다.
밸런스가 무너지진 않았지만, 무게 중심이 흔들린 상태.
‘여기서 다시 stop and go.’
탕!
크로스오버로 볼을 왼손으로.
이전 생에서 왼손은 돌파 속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양손 드리블을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급정지! 킴, 방향을 전환해 골밑으로 진입합니다. 간신히 따라붙는 아누노비!]아누노비가 다시 달라붙지만.
방금 전의 연속 동작으로 벌어 놓은 한 발짝의 리드로 인해, 난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골밑 공략을 시도할 수 있었다.
컨택이 발생했지만, 바디 밸런스를 유지하며 스핀 무브.
끼긱!
스핀 무브의 핵심은 힘과 체중을 활용해 상대의 무게 중심을 흩트리고, 민첩하게 반대편으로 돌아 들어가는 것.
빅맨의 스핀 무브는 컨택이 벌어진 상황에서 힘으로 버티며 밀고 들어가는 방식이고, 가드의 스핀 무브는 돌파할 것처럼 스텝을 밀어 넣은 뒤, 재빨리 뒤로 회전해 상대를 제치는 방식.
‘지금의 난 두 가지 스핀 무브를 전부 능숙히 구사할 수 있지.’
완전히 아누노비를 제친 뒤.
철썩! 긴 윙스팬을 활용해 베이비 훅에 가까운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킴의 스핀무브 후 레이업! 방금은 파스칼 시아캄의 시그니처 무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굉장히 유려한 스텝이었습니다. 엘보우에서 기브 앤 고로 한 번.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크로스오버로 한 번. 로우 포스트에서 스핀 무브로 한 번. 짧은 거리를 돌파하면서 세 번이나 방향을 전환했어요.] [수비를 찢는 폭발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날렵하다는 느낌을 주는 돌파였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핸들링이 가능한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또 한층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네요. 자신의 실링을 낮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에게 이래도 그런 헛소릴 늘어놓을 수 있냐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었습니다.]“Yeah! Baby! That’s it!”
짝!
하이파이브를 해 오는 도노반 미첼.
“시작부터 장난이 아닌데? 제대로 보여 줄 생각인가 봐?”
“당연하지. 이제부턴 매 순간이 실전이라고.”
스핀 무브 이후 두 발로 점프하며 플로터, 또는 베이비 훅에 가까운 레이업.
지금 토론토에서 뛰고 있는 파스칼 시아캄이나, 과거 LA 레이커스의 샤킬 오닐이 즐겨 쓰던 무브다.
‘일명 개똥 슛.’
평소에 플로터를 올려놓던 감각이 있다 보니 쉽게 익힐 수 있더라고.
아누노비를 상대로도 성공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도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
스핀 무브.
플로터/러너에 이은, 내 두 번째 시그니처 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