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최강과 아르타가 만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최강이 걸어오는 것을 목격한 아르타가 말했다.
“그때 그놈이 아니로군.”
“그때 그놈이라면…….”
최강이 크리스를 구하면서 만났던 듀크가 떠올랐는지 말했다.
“뭐 대충 누군지는 알겠다만, 할 말은 그게 끝이냐?”
“그렇다. 그때 그놈이라면 관심 없으니까.”
아르타가 최강을 향해 조용히 손을 올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 게 먼저랄 것도 없었다. 최강의 풍막에 거대한 초승달 모양의 강력한 뇌전이 충돌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 그럴 줄 알고 있었다.”
언제였을까? 어느새 사라졌던 분자 단위로 쪼개졌던 아르타가 최강의 후면에서 홀연히 다시 뭉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의 머리에 손을 올린 아르타가 말했다.
“사라져라.”
쿠구구궁.
뇌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둥이 최강을 중심으로 승천하는 모습이 보였다. 직경은 모르긴 몰라도 수백 미터는 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순간 그것보다 배는 더 큰 원기둥이 한차례 더 폭발했고, 점차적으로 커져 가며 폭발하던 원기둥이 마침내 반경 수 킬로미터까지 커졌을 때였다.
한창 강력함을 과시하던 아르타가 갑자기 공격을 멈췄다.
파지지직.
숲 중앙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린 아르타가 가만히 서 있는 최강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얄팍한 수를…….”
아르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퍼붓던 최강이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혹시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풀릴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아르타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비스듬히 뒤돌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때마침 나타나는 최강이 보였다.
“날렵한 놈이군.”
아르타가 선심 쓰듯 말했다.
“좋다. 이름을 들어 두도록 하지.”
최강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르타의 눈이 지진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최강.”
아르타가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최강의 목소리에 반응해 급하게 뒤돌았다. 하지만.
“무극.”
당연히 최강의 발차기가 더 빨랐다. 뒤도는 아르타의 얼굴에 최강의 왼발이 직격한 것이었다.
“차기.”
콰과광.
최강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강력한 바람이 산이든 강이든 지워 버리고 말려 버리며 주변을 휩쓸어 버린 다음이었다. 수십 다발의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그곳엔 여전히 아르타의 얼굴에 발차기를 하고 있는 최강과 발차기를 얼굴에 얻어맞던 그 자세 그대로 굳은 아르타가 있었다.
침묵이 이어지고 잠시 후였다.
“크크크큭.”
돌연 아르타가 발작하듯 웃어 대기 시작했다.
“인정하겠다. 솔직히 방금 건 좀 아팠다.”
솔직히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그때 그 녀석과 달리 녀석에게는 영체인 자신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는 없었다. 때문에 확실히 피해는 있었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또다시 발차기를 하던 최강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큰일이었다. 최강의 목소리는.
“설마……?”
뒤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르타가 뒤에 있는 후면의 최강을 본 순간이었다. 동시에 두 명의 최강의 발차기가 아르타를 직격했다.
“천공 차기.”
지면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 높이로 빙글빙글 돌며 떠오른 아르타가 보이고 잠시 후였다. 조금씩 바람이 생겨나는 것을 시작으로 마침내 한순간에 거친 토네이도가 일어났다. 아르타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토네이도가 두 명의 최강은 물론이고 지름이 30킬로미터를 넘는 거대한 숲을 마침내 집어삼켰을 때였다.
5분쯤 주변의 모든 것을 갈아 버리던 토네이도가 서서히 약해지더니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털썩.
토네이도가 사라지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아르타가 아무것도 남지 않아 더 이상 숲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곳에 요상하게 관절이 꺾인 모양으로 떨어졌다.
***
미국은 당연하지만 최강이 헬기에서 뛰어내린 시점부터 이글아이로 전투 장면을 세계로 송출하고 있었다. 미국의 의도는 간단했다.
이번 기회에 프락시온의 입지를 부숴 버릴 생각인 것이었다.
“beautiful…….”
세계의 어느 누구보다도 빠르게 기지국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통령 조지가 그렇게 말했다. 이 정도라면 프락시온에게서 최강에게로 세계의 이목을 옮겨 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파르키오의 전투도 분명히 굉장하긴 했지만 최강에게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빼어난 외모도 역시 스타성에 걸맞았고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일이 잘 풀려서 망정이지 미국의 이번 선택은 도박에 가까웠다. 만약 최강이 실패한다면 프락시온을 그대로 적으로 삼아야 했던 위험한 도박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조지는 이번 사안을 처음으로 제안한 옆자리의 아놀드에게 공을 치하했다.
“역시 그대의 말대로 Mr. 최는 우리의 메시아였네.”
대통령의 말에도 묵묵히 화면을 바라보던 아놀드가 말했다.
“아직입니다. 조금 더 지켜보시죠.”
“무슨 소린가. 방금 전 일격으로…….”
말을 하던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화면을 바라봤다. ‘warning’이라는 문구가 화면에 떠오르며 이글아이의 안내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생체 반응 발견. 강력한 마나를 소유한 생명체가 관찰체에 접근합니다.
관찰체는 지금 설정된 최강이었다. 누군가 최강에게 접근한다는 의미였다.
“강력한 마나? 저곳에 또 다른 녀석이 있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옆자리의 아놀드에게 물었다.
“아놀드, 자네는 알고 있었나?”
아놀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럼 방금 전에 그 말은 대체 무슨…….”
아놀드가 무언가 시작됐음을 말하듯 말했다.
“직접 확인하시지요.”
***
요상하게 꺾인 아르타의 앞에 최강이 나타났다. 이번 건 의형기로 만든 분신이 아니라 진짜 최강이었다.
최강이 미세한 움직임조차 없는 아르타를 보다가 조용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하늘엔 노란색 반딧불이 가득 떠다니고 있었다.
“뭐지…….”
최강이 하늘에 있던 반딧불에 관심을 가지고 잠시간 지켜볼 때였다.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고 최강이 비스듬히 뒤도는 모습이 보였다.
스슥.
최강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녀석을 보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그날 싸웠던 녀석. 분명히 나중에 크리스에게 이름을 들었었다.
“도쿄?”
“그건 도시 이름이고. 듀크다.”
듀크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하튼 나의 이름을 듣긴 들었나 보군. 크리스가 말해 주던가?”
“뭐 그렇지. 근데 여긴 무슨 볼일이냐?”
최강이 여전히 축 늘어진 아르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 녀석에게 볼일이 있었냐?”
듀크가 서늘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크리스는 어디 있지?”
“아, 이 녀석이 아니라 그 녀석?”
최강이 듀크의 말에 반응하자 듀크가 되물었다.
“녀석은 어디 있지?”
“모르겠는데?”
듀크의 표정이 굳어지자 최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고 싶으면…….”
아니, 정확히는 말하려고 할 때였다.
최강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듀크의 시선이 동시에 최강의 다리 쪽으로 향했다. 의식을 찾은 아르타가 최강의 다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일 테지!”
파츠츠츠측.
최강이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저건…….”
하늘에 떠다니던 반딧불이 어느새 하나의 거대한 구체가 되어 뭉쳐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번쩍.
최강이 그것을 확인했을 때였다. 번쩍임과 함께 아르타를 향해 내리쳐졌다. 강력한 전류에 아르타는 물론이고 최강과 듀크를 동시에 집어삼켜 버리는 황금빛이 천지를 진동시키고 잠시 후였다.
“크큭. 확실히 날쌘 놈답구나.”
거대한 빛 속에서 어지간한 산채만 한 거신이 나타났다. 뇌기를 흡수한 아르타였다.
스슥.
제법 떨어진 산 정상의 나무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최강의 모습이 보였다. 왼팔 부분의 추리닝이 팔뚝부터 찢겨 나가 팔뚝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 씨…… 너무 방심했나?”
처음이었다. 최지우한테 뭐라고 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아무리 방심했기로서니 본인도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다행히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었고, 지혈 좀 해 주면 괜찮을 상처라지만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인 것은 분명했다. 최강이 마찬가지로 방금 전 잡혔던 자신의 왼쪽 발목을 확인했다. 발목 부근이 화상 자국처럼 붉게 달아오른 것이 보였다.
“근데 그 녀석은 어디 갔지?”
최강이 듀크의 기운을 찾았다. 근방에 있다면 느껴질 텐데 깔끔했다.
“도망친 건가?”
아니면 아까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기회를 보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제 어쩐다.”
최강이 거대한 아르타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다리의 상처도 팔의 상처도 사실 전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듀크인가 하는 녀석을 어떻게든 찾아서 먼저 처리해야 할지, 저 녀석을 먼저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하…… 이럴 거였으면 청화수를 들고 오는 건데.”
정상적인 녀석이었다면 아까의 일격으로 확실히 처리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묘했다. 녀석은 물리적인 타격은 거의 먹히지 않았고 내공으로 형성된 유형기에만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한참을 생각하던 최강이 짜증이 났는지 자신의 머리를 털어 버리며 실성한 듯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몰라…… 나도 이제 모르겠다.”
***
최강의 말대로 아르타가 다시금 부활하자 황급히 몸을 피한 듀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기척을 숨기는 것이었다. 예상치 않게 삼파전이 되어 버린 지금, 두 명에게 집중 공격을 받아서는 곤란했기 때문이다. 거대해진 아르타는 물론이고 최강도 자신에게 상당한 적대감이 생겼을 테니. 지금만 봐도 그렇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몰아붙였던 최강을 제쳐 두고서 아르타는 자신을 찾고 있었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면 2:1 구도는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2:1이 자신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평상시라면 충분히 자신 있었다. 그러나.
“크윽…….”
유감스럽게도 듀크는 지금 정상 상태가 아니었다. 방금 전 뇌전으로 상처를 입어 버린 것이다. 일전에 아르타의 뇌전에도 끄떡없었던 자신이었기에 방심한 데 원인이 있었다.
츳…….
“역시 그 금수(禽獸)들은 강화에 목적이 있었던 건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숲속으로 들어간 아르타가 소환하던 뇌수들은 처음부터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존재였던 것이다.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라면 모를까, 상처 입어 버린 지금은 선택지가 없는 듀크가 몸을 숨기고 기다릴 때였다.
“자, 싸워라. 다시 한번 더 지켜봐 주…….”
말을 하던 듀크가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번뜩 치켜들었다.
“이럴 수가…….”
듀크의 눈이 강하게 지진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에 거대한 검이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