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82
82화
리치 때와는 다르게 샬렉은 마나를 감출 수 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한 가지 고민을 껴안아야 했다.
이글아이의 설정에 관한 고민이었다.
생생하게 상황을 송출하려면 샬렉에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일본 정부는 랭커 중 한 명에게 이글아이 설정을 요청했다. 다름 아닌 타쿠마에게 말이다.
때문에 지금 타쿠마와 샬렉의 전투는 생생하게 중계되고 있었다.
일본 랭커 다섯 명이 무자비하게 학살할 것이라는 본연의 예상과는 다르게 타쿠마 홀몸으로 사활을 건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었지만 말이다.
‘끝인가?’
나름 분전하긴 했지만 타쿠마의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최강이 이렇게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 호각으로 겨루던 상대에게 팔 한 짝을 잃은 상태로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도와주고 싶었다. 첫인상이야 안 좋은 할배였지만 어찌 되었든 뒤끝은 없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네.’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타쿠마의 최후를 최강이 동정의 시선으로 지켜볼 때였다. 목이 곧이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타쿠마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
‘어라?’
최강이 진심으로 놀랐다.
“저게 3단도 가능한 거였어?”
세 번째 잠력 폭발.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자신과 겨룰 때는 마지막 순간에 두 번째 잠력을 터트렸을 뿐인 타쿠마가 비장의 무기를 감추어 두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강이 흥미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역시 성격이 마음에 드는 할배는 아니란 말이지…….”
***
샬렉이 40대의 모습인 타쿠마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때였다.
샬렉의 눈동자에서 타쿠마의 모습이 돌연 사라졌다.
“사라졌다?”
깜짝 놀란 샬렉이 중얼거렸다.
날카로운 감각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샬렉에게 있어서 실제로 이런 경험을 체험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샤샥.
샬렉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지우고 자신의 품에서 나타나는 타쿠마를 보고 빠르게 마력을 배에 집중시켰다.
퍼엉.
간발의 차이로 타쿠마의 공격의 위력을 축소한 샬렉이 주르르륵 뒤로 밀려나며 인상 썼다. 다시 한번 샬렉의 동체 시력으로도 좇지 못할 만큼 빠르게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타쿠마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은 팔 하나를 잃었다.’
같은 팔로 방금 전과 똑같이 강력한 일격을 먹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날카로운 카운터를 한 방 먹일 생각을 한 샬렉이 자신의 주먹을 ‘꽈득’ 소리가 날 정도로 쥐었을 때였다.
‘지금이다.’
자신의 품에서 나타난 타쿠마를 본 샬렉의 얼굴에 낭패의 표정이 피어났다.
“주먹이 하나라고 방심하지는 말게나.”
잘려 나간 타쿠마의 팔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마나인가?’
어떠한 원리인지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잘려 나간 팔 대신 마나가 팔의 형태를 유지한 채 자리하고 있었다.
“커억.”
복부를 강하게 얻어맞은 샬렉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강풍에 펄럭이는 것처럼 강하게 회전하며 날아가던 샬렉의 뒤편에서 타쿠마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 타쿠마는 양팔을 깍지 낀 채 높이 들고 있는 상태였다.
‘마력을…….’
파앙.
일격을 허용한 샬렉이 지면으로 내리찍혔다.
샬렉이 맨틀을 뚫어 버릴 기세로 지면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모습이 이어진 뒤였다. 마치 한 줄기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섬광이 일더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쿨럭쿨럭.
폭발의 영역 밖에서 살포시 착지한 타쿠마가 피를 토해 내는 모습이 보였다.
콰과광.
폭발에 휘말린 지면이 일제히 가루로 변하며 사라지는 모습을 타쿠마가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거대한 폭발이 사라지고 난 구덩이 가운데에는 대자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샬렉의 모습이 존재했다.
구멍 뚫린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던 샬렉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샤샥.
모습을 감춘 샬렉이 잠시 후 구덩이 반대편에서 타쿠마와 마주 선 채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샬렉이 말했다.
“무도의 극치라 그랬나? 인정하겠다.”
“…….”
“지금의 나는 당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 그러니 승부다. 내가 먼저 죽는가, 당신의 생명력이 다하는가의 승부.”
타쿠마가 호기롭게 말하는 샬렉을 보고는 생각했다.
‘건방진 놈. 알고 있었던 건가?’
3단 잠력.
아쉽지만 최강과 겨뤘을 때 타쿠마가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기술을 아낀 이유가 아니었다.
사용할 시 자신의 육체가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노쇠할 만큼 노쇠한 자신의 육체가 깨달음을 대변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이미 타쿠마의 몸은 한계였다. 공격을 할 수 있었다면 녀석이 바닥에 처박혔을 때 사정없이 퍼부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타쿠마는 이미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였다.
무거운 눈꺼풀과 기력이 쇠한 듯 길게 내려온 다크서클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아직은 쓰러질 수 없다.’
타쿠마는 이미 비명을 내지르는 뼈마디들을 이끌며 걸음을 내걸었다.
퍼엉. 퍼엉. 콰앙.
승부에 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3단 잠력을 터트린 순간 자신의 죽음은 예견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샬렉의 말이 있었든 없었든 타쿠마의 선택지는 직진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노장은 굉장했다. 그야말로 쉴 새 없는 맹공이 이었다.
타쿠마의 주먹이 이어질 때마다 산이 쪼개지고 하늘의 구름이 저 멀리 떠밀려 갔다.
샬렉이 주먹에 맞을 때마다 주변의 환경이 휙휙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이를 꽉 물었다.
몸에도 좀처럼 생기지 않던 상처가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보았을 때 샬렉도 여유로운 느낌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타쿠마의 공격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끝을 모르던 타쿠마의 맹공이 마침내 끝이 났다.
두 사람은 해변가의 모래사장 위에 존재했다.
샌드백처럼 한사코 저항조차 못 한 채 맞고만 있던 샬렉은 수백 킬로미터 밖까지 밀려난 것이었다.
자신의 발 앞에 무릎 꿇은 수척해진 타쿠마를 놔두고 샬렉이 자신이 지나온 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쫓아가기엔 늦었겠군.”
타쿠마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애초에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다른 랭커들이 도망갈 시간이라도 번다.
오직 그 뜻을 이뤘으니 충분했기 때문이다.
쿨럭. 쿨럭.
만신창이가 된 샬렉이 무릎 꿇은 채 붉은 피를 토해 내는 타쿠마가 본래의 모습보다 수십 년은 더 늙은 모습으로 천천히 변해 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결판났다. 잘 가라.”
미라나 다름없는 타쿠마를 보며 샬렉이 손날을 세웠다.
“포식자.”
***
타쿠마.
불과 몇 달 전에 패배를 맛보고 44위로 밀려난 일본의 고위 랭커.
딱 그게 당일 새벽 전까지의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당일 아침이 되었을 때.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지켜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가 고작 44위의 랭커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짧은 전투였지만 그가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었는지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샬렉을 압도한 타쿠마를 조롱하기보다 오히려 샬렉의 강함에 주목했다.
그의 강함은 이전까지의 몬스터들과는 질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균열만 봐도 고위 랭커 단신으로 처리가 된다. 최강이 리치를 유린하다시피 처리하고도 처음에 불과 50위 수준의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이 그 증거였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그것도 고위 랭커를 아득히 뛰어넘는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향후 일본의 대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 아무리 고위 랭커가 많았다고 한들 이제 자력으로 이번 사건을 정리하기란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그리고 그것은 어제 기세에 눌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주한 세 명의 생존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쫓아오던 샬렉의 모습을 좀처럼 떨칠 수 없는지 세 사람의 분위기는 참담했다.
협회로 돌아온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 협회장이 들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후미토가 말했다.
“우리를 다시 부른 이유가 뭐지? 봤으면 알 것 아닌가? 싸움은 끝났어.”
“알고 있습니다.”
협회장이 말했다.
“그리고 인정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그런 지옥에서 살아 돌아오신 여러분을 차마 다시 그곳으로 돌려보낼 자신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
“설령 여러분의 싸움이 끝났더라도 일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후미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싸우겠다는 건가? 그런 놈하고?”
“네. 그러니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녀석은 어땠습니까?”
후미토가 아닌 시바사키 겐지가 말했다.
“괴물. 그야말로 진정한 괴물이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복기해 봐도 첫 번째 공격은 어떻게든 막는다 셈 쳐도, 두 번째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더군.”
협회장이 후미토를 봤다. 말을 하지 않지만 마찬가지의 의견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것이 있었다. 분명히 처음 작전이 오고 갈 때 마시모토가 제공한 정보였다.
“마시모토, 당신은 그때 분명히 가장 강한 녀석이 고위 랭커 한 명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 정도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나도 몰라, 그런 거! 하지만 그때는 분명히 녀석은 우리 선에서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아 있을 이유가 없겠지!”
“그건…….”
이야기를 듣던 후미토가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혹시 사라진 시체들과 관련 있다면 어떤가?”
말을 하려던 협회장의 입이 닫혔다.
“녀석들이 시체를 먹는 것이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용도가 아니라면?”
“그런 터무니없는…….”
협회장이 흘러내린 안경을 올려 쓰며 말했다.
“설마, 먹을수록 강해진다는 말씀이십니까?”
후미토가 넘겨짚지 말라는 듯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거다. 까마귀 녀석이 난데없이 거짓 정보를 흘릴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지.”
후미토는 넘겨짚지 말라고 했지만 어쩐지 후미토의 주장은 묘하게 가능성이 있는 듯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비정상적인 식성을 보이던 녀석들의 행동 때문이기도 했고, 단기간에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후미토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던 협회장의 얼굴에 돌연 낭패의 기색을 피어났다.
“잠깐! 그럼…….”
“그래, 아마도 녀석은 더 강해졌을 거다.”
타쿠마와 이치로.
어제 추가적으로 발생한 무려 두 명의 희생자가 떠오른 이유였다.
성장의 기준이야 모르겠지만 성장하는 양이 시체의 질과도 비례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이야기였다.
후미토가 충격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표정으로 여실히 드러내는 협회장을 향해 말했다.
“이제 정할 일만 남았군. 이래도 계속 싸울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