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101
36. 고개를 숙이게 될 자는 누구인가.
토포인과 약속한 당일 아침.
[레벨이 올랐습니다.]“좋았어.”
토포인과 약속을 하고나서는 더 이상 마카오에서 게릴라를 진행하지 않았다.
일주일의 약속 시간까지는 근처의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에서 모든 시간을 사냥에만 할애했다. 약간의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 달만의 사냥으로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이 오르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냥만 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무려 5레벨을 올렸다.
“역시 이 아이템을 고르길 잘했어.”
1억 골덴링을 주고 하이브 경매장에서 구입한 7등급 몰락한 왕가의 염원이 깃든 목걸이의 도움이 꽤 컸다.
물론 고작 5%의 추가 경험치 획득이지만 이게 사냥한 몬스터가 쌓이고 쌓일수록 그 효율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기에 소유 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상태창 확인.”
[이름 : 이지원레벨 : 355 죽은 횟수 : 0
칭호 : 지구 최초의 바리움
생명력 : 5544700 / 5544700 마나 : 192700 / 192700
힘 : 9200+315 민첩 : 5200 체력 :7509
정신력 : 1867 지력 : 1797
잔여 스탯포인트 : 100 + 114
피로도 : 0
특성 : 행운증가(X+1), 모든 상태이상 면역, 던전 찾기 6점
물리공격력 : 36312 물리방어력 : 11154
마법공격력 : 6941 마법방어력 : 5882]
샤만코의 멍청한 욕심쟁의 룰렛판은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3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제공 중이다.
“우선은 계획대로 전부 힘이지.”
힘을 1만까지 올릴 생각이기에 바로 샤만코의 스탯포인트를 포함한 214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힘에 투자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상태창을 지켜보는 도중에 소통의 고리로 연락이 왔다. 발신자는 신화길드.
“이지원님.”
“네.”
“마카오로 향하는 비행기 출발이 이제 1시간 남았습니다. 슬슬 나오셔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무려 301명이나 이동할 계획이다.
그래서 메신저길드의 텔레포트를 이용하기에는 약간의 부담이 있기에 아예 비행기 한 대를 통째로 빌렸다.
“괜히 나 때문에 같이 이동하는 거니까 서둘러야겠군.”
재빠르게 쿠푸왕의 피라미드 던전을 빠져나와 신화길드 총본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씻고 준비를 맞췄다.
카이로 신화길드 총본부.
“0.1%요?”
“네. 이제 몇 십분만 사냥하면 벼르고 벼르던 600레벨을 달성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음…”
마카오로 이동하는 300명의 신화길드의 총책임자는 에보네니로 선정됐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를 제외하고 299명으로 가도록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에보네니는 추가로 1명을 더 뽑아 처음 계획의 300명을 맞출까하다가 그냥 내버려뒀다. 고작 1명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이지원과 신화길드를 동시에 적대한다고? 더군다나 이지원을 지켜보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이미 밝혀진 상태에서?’
중국 본토의 청룽길드와 남미의 라우라길드 만으로도 산투안길드에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에보네니는 그래서 이지원이 토포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카오로 가는데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말의 의심과 걱정으로 300명의 신화길드 정예를 이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거기에 1명이 빠진 다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299명이 아니라 따로 준비한 수도 있으니까.’
에보네니를 포함한 신화길드의 299명과 이지원 1명. 그렇게 총300명은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마카오로 향했다.
그리고 마카오에 도착 후에 사이방 대교를 건너 마카오 타워까지 총 5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몇 명이지?”
산투안길드는 한창 분주했다.
처음에는 이지원 혼자가 아닌 신화길드에서 인원을 뽑아서 같이 이동한다는 정보에 토포인과 왕후이는 억장이 무너지듯 절망했다.
하지만 곧이어 다수가 아닌 소수가 같이 이동한다는 말에 최대한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출발하는 인원수를 거의 1시간마다 계속 확인을 했다.
“300명! 정확히 300명입니다!”
“300명?”
“300명이라고?”
총관 치아빙이 말한 너무 극적인 인원수에 토포인과 왕후이가 동시에 외쳤다.
“네. 마카오에 도착한 신화길드의 비행기에서 내린 인원이 이지원 포함해 정확히 300명입니다. 더군다나 마카오 타워로 이동하는 사이방 대교를 지나는 인원도 정확히 300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총관 치아빙도 흥분되어 외쳤다.
설계한 파리지옥은 정확히 300명이 최대인원이다. 300명에서 단 1명이 증가한 301명만 되도 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건 산투안길드가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도 어쩔 수 없었다.
“허…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은 건가?”
“승리의 여신은 우리 편이라는 거지!”
토포인과 왕후이도 흥분과 감격에 겨워 말했다. 아마 299명만 되도 이 감동을 느끼지 못할 테지만 정확히 300명이라는 인원수에 전율이 일었다.
“치아빙!”
“네.”
“승리의 여신은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준비해라. 기회를 한번뿐이다.”
“네. 알겠습니다.”
“왕충!”
“네.”
“포박 스킬을 배운 길드원을 잘 배분해라. 이지원이 어디에 있든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가자! 그동안의 복수를 이 기회에 갚는다. 이지원을 포박해 절대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평생 그 자리에서 묶어놓고 자신의 오만함과 실수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토포인의 말에 산투안길드의 지휘부에 있던 길드원 모두가 힘찬 함성을 내뱉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마카오는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있었다.
“산투안길드에서 이지원님과 오해를 풀었기에 더 이상 다툼이 없을 거라고 일주일 전부터 한창 홍보를 했었습니다.”
“그렇군요.”
일주일동안 던전에서 사냥만 했었기에 그런 정보를 몰랐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에보네니가 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사이방 대교를 건너 마카오 타워까지 이동했다.
‘정말로 8등급 아이템을 주고 휴전을 하려나?’
아직까지 약간의 의구심은 가지고 있다. 상대가 포토인과 왕후이 이기에.
“만약에 말입니다.”
옆에 있는 에보네니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이게 토포인과 왕후이가 꾸민 함정이거나 혹은 다른 꼼수가 있다면…”
“후후. 그래서 정예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마카오 타워 주변에 믿을만한 곳에서 소개받은 500여명의 용병과 신화길드원 200명이 아무도 몰래 군중 속에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산투안길드가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이지원님 외에 신화길드라는 적을 만들게 되겠죠.”
“와!”
에보네니의 말에 순간 감탄밖에 안 나왔다.
“감사합니다.”
“이지원님과 신화길드는 아주 좋은 친구 아니겠습니까? 하하”
에보네니의 말에 나도 미소로 화답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이동하는 사이에 사이방 대교를 건너 마카오 타워 앞까지 이동했다.
마카오 타워 앞쪽에는 토포인과 왕후이를 포함해 산투안길드원이 도열해 서 있었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청룽길드를 포함해 수많은 자들이 자유분방하게 서 있었다.
“청룽길드의 길드장 위청도 왔군요.”
에보네니의 말에 오른쪽 끄트머리에 하이브 경매장에서 본 무심한 눈빛의 위청이 보였다.
그때 마카오 타워 앞에 있던 토포인이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나 토포인은 산투안길드의 길드장 중 한명으로써 사소한 오해로 불필요한 전투를 벌이며 서로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현 전투를 종료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이지원 그대도 서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이 전투를 종료할 의향이 있는가?”
이미 일주일전에 어떻게 액션을 취하고 대화를 나눌지 정했기에 나도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 나도 사소한 오해로 서로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이 전투를 여기에서 끝내길 원한다.”
내가 할 말은 간단했다. 서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직접 내뱉는 것. 이게 다였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산투안길드와 이지원은 서로 적이 아님을 모두에게 공표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을 모두에게 알린다!”
“와아아아!”
토포인의 말에 그의 뒤에 도열한 산투안길드원들이 힘찬 함성을 내뱉었다.
중국 본토의 수많은 길드중에 첫손에 꼽는 청룽길드의 길드장 위청은 어제 토포인과 왕후이의 방문을 받았다.
“만약 이지원을 저희가 잡는다면 그것을 방해할 것입니까?”
만나자마자 토포인의 말에 위청은 아주 잠깐 고민을 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나는 방해하지 않겠네.”
“그 말은 절대 변치 않는 거겠죠?”
“그러네.”
대답을 한 위청은 자세를 토포인과 왕후이에게 향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내가 이지원을 지지한 것은 사실이네. 그의 성장가능성이 더 높았으니까. 하지만 그걸 자네들이 꺾는다는데 내가 그걸 방해할 이유가 있겠나? 자네도 알다시피 강자란… 많으면 많을수록 골치만 아프지 않나? 미리 꺾을 수 있으면 꺾어야지.”
말을 마친 위청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토포인과 왕후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토포인과 왕후이도 위청의 미소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와 에보네니를 포함한 총 300명은 산투안길드를 향해 한발자국씩 이동했다. 마카오 타워 바로 앞으로.
타타타탓!
그때 멀찍이서 누군가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어?”
상대는 내가 매우 잘 아는 인물이었다.
“스승님!”
신화길드와 더불어 거의 유일하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도성훈이 오른손을 흔들며 달려들었다.
“뭐야? 던전에 들어가서 2달 동안 안 나오고 사냥한다면서?”
“하하하. 어찌 스승님이 산투안길드를 향해 승전보를 울리는 현장을 이 제자가 놓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산투안길드와 입을 맞춘 내용은 ‘서로 대등하여 제 살 깎아먹는 전투를 종료한다.’ 였지만 신화길드 내에서는 실질적으로 내가 이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설마 이러려고?”
“네. 서프라이즈!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로서 몰래 등장해 스승님을 놀래어주기 위해서 제가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도성훈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말했다.
“원래 꽃다발도 한 아름 준비 했는데 그러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냥 왔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이 만남은 누구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만약 도성훈이 꽃다발을 들고 온다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저도 이 행렬에 끼어도 되나요?”
“물론이네.”
뒤에서 도성훈과 나를 지켜보던 에보네니가 바로 대답했다.
“우리 신화길드를 위해 끝까지 함께한 자네를 어찌 홀대하겠는가.”
“하하하. 역시 부 길드장님의 센스는 멋지십니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도성훈을 포함해 301명이 토포인과 왕후이를 향해 한발자국씩 전진했다.
‘응? 왜 표정을 찡그리는 것 같지?’
그전만 해도 환하게 웃는 표정의 토포인이 살짝 표정을 찡그리는 것 같았다.
내가 아닌 도성훈을 쳐다보면서.
‘허…’
‘뭐… 뭐야?’
토포인과 왕후이를 포함해 산투안길드 길드원 전부는 표정관리에 전력을 기울였다.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 무표정을 유지하기위해서.
더욱이 이지원을 포함해 정확히 300명이 마카오 타워 200미터 앞에 설치한 파리지옥 위를 향해 다가올 때 특히 표정 관리가 더 힘들었다.
꿈에 그리던 이지원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환희 때문에 더욱더.
그때까지만 해도 산투안길드원 모두는 계획했던 것이 성공한 줄 알았다.
특히 파리지옥 발동의 지휘권자인 총관 치아빙은 이지원 등이 파리지옥으로 다가올수록 떨리는 팔을 붙잡으며 온 신경을 그쪽에 집중했다.
한명이 갑작스럽게 난입하기 전 까지만 해도.
‘표정 관리 해!’
‘인상 쓰지 마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에 발생한 상황에 산투안길드 전원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옆에서 옆으로 전해지는 눈총에 다시 무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속에서 흐르는 억울함의 피눈물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개놈의 새끼!’
‘갑자기 끼어든 저 쳐 죽일 놈!’
‘크으윽.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산투안길드원이라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파리지옥을 몇 미터 앞두고 끼어든 배나온 30대 남성이 제일 증오스러웠다. 이지원 보다도 더.
그래서 의도치 않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그에게 자동으로 향했다.
“스승님… 어째…”
“그렇지? 너도 느끼지?”
“그… 그럼요.”
“너 혹시… 마카오에서 산투안길드의 카지노나 도박장에서 엄청난 골덴링을 벌고 그대로 튄 것 아냐?”
“아니요! 도박은커녕 마카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그런 것치고 저놈들 눈빛 좀 봐. 아주 너를 잡아먹을 기세인데. 혹시나 생명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닌지 한번 확인해봐.”
“스승님! 농담하지 마세요.”
산투안길드원은 대부분이 단 한명을 쳐다봤다. 토포인과 왕후이도.
내가 아닌 바로 도성훈을. 그것도 분명 한껏 증오를 담아서. 절대 그 표정이 거짓으로 지어낸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거 알고 보니 오늘의 주인공은 도성훈님 이었군요.”
“아니… 에보네님!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하십니까.”
에보네니도 산투안길드의 시선을 보고 도성훈에게 장난치듯 말했다.
“토포인과 얼른 악수하고 8등급 아이템을 받고서 빨리 마카오를 빠져나가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 가능하겠군요. 한 달간의 게릴라를 펼쳐 심대한 피해를 입힌 이지원님보다 더 미움을 받는 다라. 역시 도성훈님도 무서운 분이시군요. 후후후.”
“에보네니님 아니라고요. 저는 진짜 마카오는 처음이라고요. 저기 산투안길드 하고는 이번 처음으로 보는 거고요. 정말 미치겠네. 쟤네들은 왜 나를 저렇게 쳐다보는 거지?”
“정말 기억나는 것 없어? 쟤네들 눈빛의 독기를 보면 부모님의 원수 저리가라 할 정도라고.”
“정말… 처음이라고요.”
도성훈이 억울하다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을 띄며 말했다.
“바… 반갑군.”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바… 반가워서 그렇다.”
바로 눈앞에 마주친 토포인과 왕후이의 표정은 뭔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둘의 시선이 종종 도성훈에게 향하는 게 보였다. 다른 산투안길드와 같은 시선으로.
“저 친구는 왜 그렇게 보는 거야?”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다. 나를 향해서 살기를 담아 보는 것은 당연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동안 그들에게 입힌 피해를 생각하면.
하지만 내가 아닌 도성훈을 향해서 살기과 원망을 듬뿍담아 쳐다보는 것은 도통 이해가 안갔다.
“하하하. 아니다.”
내 물음에 토포인이 엄청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늘고 물어질 사안도 아니기에 나도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러면서 맨 왼쪽에는 왕후이, 중앙에는 나, 그리고 오른쪽에는 토포인이 맨 앞으로 나와 일렬로 서서 양손을 붙잡고 마카오 타워 앞쪽의 수많은 바리움을 향해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와아아!”
“멋지다!”
산투안길드는 조용했지만 마카오 타워를 둘러싼 수많은 바리움들 속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봐.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거야? 손에서 무슨 땀이 이렇게 많이 나는 거야?”
토포인 뿐만 아니라 왕후이의 맞잡은 손에서도 축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너무 기뻐서 그렇다.”
“어쨌든 8등급 아이템은 확실하지?”
뒤돌아서자마자 바로 토포인을 향해 말했다. 토포인과 왕후이의 어색한 행동보다 그게 더 중요했기에.
내 말이 끝나자 토포인의 표정이 살짝 변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바로 나에게 건넸다.
받자마자 아이템 확인부터 한 결과 [대수림의 우거진 녹지(8등급)]가 맞았다.
‘사기가 아니라 정말이잖아?’
그래도 속으로 일말의 의심을 계속 간직했는데 정말로 8등급 아이템을 건네주자 내가 그동안 너무 사람을 불신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주 작은 자책을 했다.
“너희들… 사실 좋은 놈이었구나. 의심해서 미안하다.”
진심을 담아 토포인과 왕후이의 두 손을 붙잡고 말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사람을 불신한 것 같다. 너희들은 좋은 친구였어.”
토포인과 왕후이에게 한 번씩 포옹을 했다.
“그럼 이제 나는 간다. 도박으로 선량한 사람을 뜯어 먹는 것은 좀 자제하고. 교환자 스킬도 좀 불쌍한 사람은 봐주고. 알았지?”
그렇게 토포인과 왕후이에게 덕담 아닌 덕담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스승님! 얼른 가죠. 제 뒤통수가 지금 뚫리겠습니다. 생명력은 몰라도 피로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크크크. 그러기에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지. 악명을 쌓으니까 그렇잖아.”
“아니라고요. 저는 정말 마카오는 처음이라고요!”
그렇게 도성훈의 독촉 아닌 독촉에 재빠르게 마카오 타워를 빠져나왔다. 처음의 301명 그대로.
“도성훈님 마카오 방향으로는 오줌도 싸지 말아야겠습니다. 허허허.”
에보네니도 도성훈을 놀리며 그렇게 마카오를 빠져나왔다.
한 달 넘게 마카오에 매달렸지만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7등급 목걸이에 이렇게 8등급 대수림의 우거진 녹지까지 얻었으니.
“카이로에 돌아가면 제가 거하게 한턱 쏘겠습니다.”
“오오오! 스승님. 오늘 제대로 파티를 여시는 겁니까?”
“좋아! 오늘은 파티다.”
도성훈과 함께 웃으며 마카오 공항으로 이동했다.
“멍청한 놈.”
위청은 멀찍이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토포인과 왕후이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
분명 어제 찾아와 했던 말로 비추어볼 때 뭔가 기가 막힌 수를 생각해 낸 것 같아서 한껏 기대감을 안고 이 자리까지 왔건만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간에 산투안길드 내에서 잡음이 발생한 것으로 봐서는 뭔가 준비한 수가 어깃장 난 것 같지만 그 정도 변수도 생각지 못했다는 것은 그 수준이 뻔하다는 뜻이었다.
“웨이반.”
“네. 길드장님.”
분명 부모사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엄격함을 유지하기에 웨이반도 길드장이라는 정확한 호칭으로 대답했다.
“산투안길드의 위상을 한 단계 격하시킨다.”
“네. 알겠습니다.”
위청은 그 말을 내뱉고는 더 이상 볼 필요 없다는 듯이 뒤로 휙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7발자국 째에 그의 모습이 바로 사라졌다.
위청이 사라진 사이 웨이반이 토포인과 왕후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미꾸라지처럼 너무 날쌔서 잡기 힘들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 몸체를 잡을 수 없다면 곁가지인 신화길드라도 쳤어야지. 아니면 이지원의 고국인 대한민국을 치던가.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천명이고 만 명이고 그 이상을 죽일 배짱도 없다면 애초에 시작을 말던가.”
웨이반도 몸을 돌려 빠져 나가려는 순간 자리에서 멈춰 섰다.
“아… 대한민국은 좀 힘들겠군. 선빈길드 때문에.”
그 말을 마친 웨이반의 모습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