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64
22화. 막타는 비매너가 아니다.[유료 연재 시작입니다.]
이지원이 막 설악산 던전에 입장하기 전.
설악산 던전의 4층 휴식방.
“제기랄! 그것 하나 못 살리고 어떻게 하라고. 가뜩이나 6명밖에 없는데 이제는 겨우 5명이잖아.”
신혁의 신경질에 나머지 4명은 고개를 숙였다. 괜히 신혁의 신경질을 건드려봤자 득 될게 없기에.
“젠장!”
신혁은 휴식방에 벽을 발로 차면서 분노를 토해냈다.
첫 번째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충분히 자신을 포함해서 이곳 설악산 던전에 최소 8명은 들어 올 거라 생각했다.
쌍뿔 그리폰과 그리폰들을 낚을 미끼부터 무려 1000마리를 준비했다.
1000마리의 미끼 틈으로 자신을 포함해 영공길드의 정예 100명이 함께했다. 자신과 자신의 전담 힐러 이렇게 최우선적으로 2명에 98명중에 못해도 6명은 들어 올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해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오판이었다. 총 6명.
적정인원 8명의 보스를 상대로 설악산 던전에 입장한 건 6명이 전부였다. 솔직히 자신의 전담 힐러 1명을 데리고 들어온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제기랄. 쓸모없는 미끼 새끼들!”
신혁은 제 역할을 못 한 미끼들을 생각하니 참았던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 걸 억제하지 못했다. 더불어 방금 정예방에서 허무하게 죽은 서포터를 생각하니 더 천불이 치솟았다.
현재 5명중 하나뿐인 힐러인 천송이도 할 말은 있었다.
탱커인 신혁에게 한 눈이라도 팔면 바로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신혁의 언사에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신혁은 영공길드 안에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황태자이기에.
신혁은 제풀에 지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5명이라…”
현재 남아 있는 5명중 탱커인 자신과 힐러1명 그리고 3명의 딜러가 남았다. 만약 적정인원 4인의 던전이라면 가장 효율적인 인원수. 하지만 설악산 던전의 적정인원은 8명이다. 그만큼 강력하다. 같은 편에게는 도움을 몬스터에게는 손해를 주는 서포터의 존재가 더욱더 절실했다.
“포기해야 하나?”
신혁은 화도 나고 분노도 치솟았지만 그렇다고 앞뒤 분간 없이 무리하게 도전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1000마리의 미끼는 손실이 아니라지만 이곳에 오기 위해 죽은 영공길드의 정예들도 90명이 넘는다. 아니, 방금 1명이 더 죽음으로서 정확히 95명의 고르고 고른 정예가 사망 페널티를 1회씩 안게 됐다. 그리고 인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준비를 하는 동안 소모된 재화와 골덴링도 상당하다.
이대로 물러나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한 것만도 못한 상황이기에 더욱더 선택을 내릴 수 없었다.
“신혁 대장님 우선 진정하시죠.”
설악산 던전 레이드 팀의 대장이라는 위치가 현재 신혁의 정확한 위치다.
“후. 아저씨 답답한 걸 어떡합니까.”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남은 4명에게 분풀이를 했지만 신혁도 책과 텔레비전에서만 존재하는 멍청한 재벌이 아니다. 끝없이 치솟던 분노를 가라앉히자 시야가 넓어지고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판단이 되었다.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을 자와 자신이 계속 챙겨야 할 자는 구분할 줄 안다.
미끼 역할의 1000마리의 바리움 따위야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4명은 끝까지 같이 가야할 영공길드의 현재이고 미래다.
“그럴 때일수록 더 진중한 모습을 보이셔야합니다. 그래야 밑에 것들도 신혁 대장님을 보고 안심을 할 테니까요.”
“네. 고마워요. 아저씨.”
그전부터 집안의 대소사를 관리했던 집사 강일환의 말에 신혁이 고마움을 표했다.
“아닙니다. 신혁 대장님. 그게 제 역할인걸요.”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멈출 수도 없고 진행 할 수도 없네요.”
그나마 믿을 만한 강일환 이기에 신혁도 부담 없이 말을 건넸다.
“저의 입장이라면 여기서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8명이 적정인원인 보스 몬스터인 스톤 골렘을 6명으로 도전해도 성공확률이 50~60%를 겨우 넘을 텐데 5명이면 아무래도 성공확률이 30%로 확 떨어지니까요. 하지만 신혁 대장님의 입장이라면 무조건 진행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 확률이 30%밖에 안 되도요?”
“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무리를 이끄는 대표라면 가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많은 손해를 각오 하고서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지금이 그때입니다.”
강일환은 말을 멈추고 신혁을 바라봤다.
“이미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거기에 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더 이상의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생각 하실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적극적으로 설악산 던전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추진한 당사자고 그 피해를 가장 우두머리인 신혁 대장님만 피해 간다면 영공길드 내에서도 소음이 많이 발생합니다. 더군다나…”
“신지상!”
신혁은 신지상을 말하며 으르렁 거렸다.
술집 룸이나 전전하던 더러운 첩년의 아들.
원래라면 가문에서 주는 푼돈이나 받으며 조용히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지만 이 대변화를 겪으면서 달라졌다. 물론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자신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영공길드내의 분위기는 다르다. 어쨌든 녀석도 아버지 신창일 회장의 아들. 점차 지지자가 생기는 추세다.
이 설악산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강력하게 추진한 이유도 신지상의 부상(浮上)이 약간의 영향도 있다. 뭔가 강렬한 한방을 터트려 녀석과 자신의 차이를 알리고 지금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었다.
“이러다 제가 송해창 꼴 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아닙니다! 당치도 않습니다! 도련님!”
항상 신혁 대장님이라고 정식 명칭을 부르던 강일환이 순간적으로 도련님이라 부르며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 송해창 따위와 도련님을 비교합니까. 그는 대적자 스킬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무지렁이입니다. 하지만 도련님을 보십시오. 대적자 스킬을 배웠고 훌륭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패한 송해창 따위와 도련님을 비교하다니요! 절대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래봤자 송해인 그년에게는 밀리는 형편인걸요.”
“그것은…”
강일환도 순간 뭐라 말하기 난처해졌다. 송해인의 실력은 진짜다.
100의 힘을 가지고도 누가 사용 하냐에 따라 그 효과가 극렬하게 갈린다. 누구는 100의 힘으로 150으로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고, 누구는 100의 힘으로도 100은커녕 80의 효과도 못내는 자가 있다. 송해인은 전자다. 그리고 후자는 송해인과 같은 핏줄인 송해창이었다.
엇비슷한 레벨대, 엇비슷한 스탯포인트양, 엇비슷한 스킬을 가지고도 사용하는 게 확연히 다르다.
“후… 그냥 답답해서 튀어나온 말이에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우선 보스 몬스터 레이드 영상은 꼭 찍어서 가지고 가야합니다. 최대한 치열하게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길드장님도, 영공길드 길드원들도 ‘신혁대장이 끊임없이 노력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혁 대장의 잘못이 아니라 준비의 소홀이며 때가 맞지 않았다.’ 라는 말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사망 페널티를 1회씩 안게 되더라도 말이죠?”
“그렇습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손실보다 명분이 더 가치 있을 때가 있고 지금이 그 때입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아저씨가 준비 좀 해주세요. 포메이션과 작전은 준비한 그대로 진행하고요.”
신혁도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강일환의 의견에 동조했다. 최대한 비장하게, 최대한 장엄하게 연출이 필요한 때이다.
“네. 알겠습니다. 신혁대장님. 기다리시면 분명 좋은 때가 있을 겁니다. 아무리 신지상 그녀석이 얄팍한 재주를 믿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뛴다지만 그래봤자 진정한 후계자는 신혁 대장님입니다.”
“말이라도 듣기 좋네요. 좋아요. 해보죠! 그리고 누가 알아요? 멋지게 레이드에 성공할 수 있을 지요. 30%의 확률밖에 안 되지만.”
2시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한 번 약속된 작전을 숙지한 후 신혁을 포함한 5명은 일제히 양 어깨에 설치된 초소형 캠코더를 키고 설악산 던전의 보스 몬스터 스톤 골렘을 상대하기 위해 보스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신혁은 알지 못했다. 자신이 희망삼아 내뱉은 말이 그대로 실현 될 거라는걸. 단, 자신이 죽을 듯 말 듯 온갖 노력을 다해 겨우 30%의 희망에 다가설 무렵 뜬금없이 등장한 복면남이 홀라당 가로 챌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3층에 존재하는 클레이 골렘들을 죄다 무시하며 4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로 전력질주 했다.
약 25분이 안되어 대망의 4층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 여기서 정예방의 몬스터가 없으면 보스를 잡았거나 레이드 중인 거고, 정예방의 몬스터가 있으면 결국 이 설악산 던전에는 나 혼자만 있다는 뜻이지.”
물론 1, 2, 3층이 워낙 넓기에 구석에서 사냥 중이면 발견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살펴본다고는 했지만 샅샅이 살피지는 않았기에.
“그럼 다시 한 번 역순으로 올라가면서 천천히 몬스터나 잡으면서 누가 있는지 살펴보면 되는 거고.”
4층 입구로 내려갔다. 그리고 발견했다. 정예방에 있어야 할 정예 몬스터들이 죄다 없는 것을.
“이것 봐라. 설마 보스 몬스터를 잡은 건가?”
정예방을 가로 질러 빠르게 휴식방으로 돌진했다. 아직 있다면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옷가방을 꺼내 대충 손을 집어넣어 티셔츠 하나를 꺼내 얼굴을 감쌌다.
티셔츠는 낡고 헤진 예전에 유행하던 노란 오리. 덕덕이가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였다.
“오크 전사의 갑옷으로 외형 변경.”
그동안 구질구질하게 생겨 외형을 드러나게 하지 않은 오크 전사의 갑옷도 외형을 드러나게 만들었다.
휴식방 앞에서 멈춰 서서 조심스럽게 휴식방 안을 들여다봤다.
휴식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휴식방 너머의 보스방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함성과 함께.
휴식방을 빠르게 지나쳐 보스방 바로 밖에서 고개만 빠끔히 내밀어 안의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신혁이잖아?’
영공길드의 황태자. 신혁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예상대로 영공길드네. 하긴 이런 미친 짓을 할 만한 길드는 영공길드 밖에 없지. 그나저나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명으로 레이드를 한다는 건 그 지랄을 떨고도 5명밖에 못 들어온 건가? 아니면 도중에 누가 죽은 건가?’
5명으로 진행하는 설악산 하급 던전의 보스 레이드는 상당히 위태위태해보였다. 하지만 그건 설악산 하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 스톤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보스 몬스터 스톤 골렘의 몸을 구성하는 돌들이 군데군데 파이고 깨져 있었다. 즉, 상당한 데미지를 입고 있는 상황.
신혁의 파티도 보스 스톤 골렘도 상당히 치열했다. 아니, 신혁 일행의 분전이 눈부시달 까? 굉장히 치열하게 스톤 골렘과 싸움을 이어나갔다.
‘어떡하지?’
영공길드 임을 확인한 순간 난입은 확정이다. 설악산 던전에 출입 할때부터 영공길드가 있다면 무조건 난입해서 피해를 줄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보니 약간 고민이 됐다.
‘보스 몬스터를 내가 뺏어 먹으면 아주 큰 엿을 먹이는 건데… 그럼 나도 또다시 한 달간 던전 출입이 금지되잖아?’
그랬다. 던전 가호. 기껏 설악산 던전까지 왔는데 또다시 한 달간 던전 출입 금지는 폭렙을 위한 나의 계획에 크나큰 차질을 준다.
‘그래도 난입 해야겠지? 영공길드에 큰 엿을 먹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된다고. 절대 흔치 않는 기회야. 더군다나 영공길드의 신혁도 있고. 절대 놓칠 수는 없지.’
괜히 보고 있어도 미운 애가 있다고 나에게 영공길드는 그랬다. 물론 나는 영공길드에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 하지만 회귀 전 11년간 영공길드의 악행을 뉴스 등으로 수없이 보고 듣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서 11년간 영공길드에 좋은 내용을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그러니 영공길드에 좋은 감정이 생기려야 생길수가 없었다.
일본 제1길드 나유타 길드와 손잡은 직후 그 나쁜 감정은 더 짙어졌다. 그렇게 자동적으로 축적된 영공길드에 대한 나쁜 감정은 ‘영공길드 = 쓰레기’ 라는 공식으로 성립됐다.
이건 나만이 그런 게 아니라 그 당시 거의 대부분이 공유했던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도, 공식도 나에게는 아직 유효하다.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난입할 타이밍을 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한 타깃은 한 명뿐인 힐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