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41
제241화
메라는 우라하와 함께 에란의 연설을 지켜보았다.
교황청의 지시를 받은 우라하는 에란을 경계 도시에 침투시켰다.
이단심문관에게 요구되는 건 전투 능력만이 아니다.
이단을 색출해 말살할 수만 있다면 수단은 전투가 아니라도 좋다.
이단을 상대하는 방법에는 포교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단을 계몽시켜 올바른 길로 이끌고, 스스로 이단 멸절에 협력하게 만든다.
그렇게 계몽시킨 이단의 끝도 결국엔 죽음이지만… 그래도 선택받은 인간인 사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니, 신께서도 죽은 이단의 편의를 조금은 봐주시지 않겠나.
처형자의 후계자로 선택된 에란은 이단심문관 교육 전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인재였다.
그 안에는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배움을 맘껏 발휘해 경계 도시 사람들을 현혹했다.
“상당한 재능이군요. 그래도 모자랍니다.”
“동부 전체를 돌아다니며 찾은 재능이다. 이미 불붙은 적의를 퍼뜨리는 간단한 일에도 부족하다고?”
우라하가 눈을 매섭게 뜨고 메라를 노려봤다.
메라는 우라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모든 감각 기관은 반대편 골목에 나타난 한 남자를 향했다.
어떤 특이함도 없는 남자였다. 길거리 용병과 똑같은 기세를 가진 남자.
그래서 더 무서운 사람.
“누구냐?”
“대지주 마르할. 여기 주인이죠.”
“저놈만 죽이면 전부 끝난다는 거군.”
우라하의 눈에 천천히 살기가 차올랐다. 우라하와 마르할의 눈이 마주쳤다.
마르할은 우라하와 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라하는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모자란 사람인가? 아니, 그런 인간이 권력을 유지할 수는 없지.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건가?”
옆에 있는 여자의 기세가 대단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게 투기의 전부라면 우라하를 막을 수 없었다.
신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
이단은 윤리와 도덕을 무시하고 태연하게 금기를 저지르고 신비를 얻는다. 이단심문관은 신비를 피하고 막는 신비를 전문적으로 익혔다.
“싸우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너도 싸워야 한다.”
“명령 불복종 혐의도 풀렸으니, 저와 당신은 대등한 이단심문관입니다. 이단심문관끼리의 협력은 각자의 판단에 달렸죠.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그럼 나 혼자 하겠다.”
“오늘이 처형자의 전승이 끊어지는 날이 되겠군요.”
우라하의 손가락이 나무판자를 파고들었다.
“나랑 장난하느냐? 교황청의 명령을 두고 앞뒤를 가려?”
“보고서를 보셨지 않습니까.”
에란이 임무를 수행하려면 정보가 필요했다.
우라하는 에란의 옆에서 에란이 본 것과 같은 정보를 접했다.
“보았다. 모두가 동전 한 푼과 곡물 낱알에 정신이 팔렸을 때 토지를 머리에 그리고, 기어이 북부를 열어낸 인간이 아니더냐. 그 수완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범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으실 것 같으니, 차라리 죽이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 드리겠습니다.”
“오냐. 말해봐라.”
“지금 여기서 그가 죽으면, 그는 신이 되어 버립니다.”
“…….”
이단심문관이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말이지만, 우라하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단을 상대할 때도 자주 있는 일이다.
머리를 먼저 발견했다고 교주나 자칭 살아 있는 신이라는 놈들을 먼저 죽여버리면, 아랫것들은 죽은 놈을 신격화한다.
마지막 한 명까지 저항하거나 후일 훨씬 까다로운 모습의 이단으로 다시 나타난다.
도시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른 지금 도시의 주인을 죽여선 안 된다.
그랬다간 도시는 물론이고 서부 전역에 옮겨붙어야 할 불길이 꺼져버리는 수가 있다.
그건 그가 받은 임무에 반하는 짓이다.
“만일 죽인다면, 그럴 여건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라도 직접 나서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에란을 말함이었다. 교황청은 우라하에게 명령을 내렸고, 우라하는 명령에 적합한 대상으로 에란을 골랐다.
우라하는 눈을 꾹 감았다.
메라는 뛰어난 이단심문관이다. 무력으로 첫째는 아니지만, 일 처리 방식은 이단심문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이단에 한해서는 우라하 자신보다 뛰어났다. 그러니 처형자 자리를 제안했고.
메라가 거듭 말하는 것을 보면, 그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우라하는 결심을 마쳤다.
“나서지 않는다. 내가 제자에게 맡긴 일이고. 이미 한 사람이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영역을 지났어. 먼저 돌아가마.”
우라하가 골목 안쪽으로 사라지고, 연설을 끝낸 에란은 측근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메라는 마르할과 눈이 마주쳤다. 마르할이 다시 손을 흔들었다.
메라는 마주 손을 흔들며 소리 없이 입만 움직여 문장을 만들었다.
-노아는 잘 있습니까?
-네.
메라는 우라하를 따라 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
마린이 마르할에게 물었다.
“따라갈까요?”
“거처만 알아낼 수 있겠어요?”
“노인은 쉬운데, 옆에 있던 아저씨는 어려워요.”
노인은 전형적인 초인이었다.
여러 잡다한 역사를 쌓은 것 같긴 했는데, 그걸 전부 합쳐도 도둑의 기술을 따라올 수는 없다.
의외로 까다로워 보이는 건 옆에 있는 남자 쪽이었다.
남자는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고, 마린은 나뭇결을 세며 단련된 직감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메라는 아마 눈감아줄 거예요.”
“그럼 괜찮아요.”
“싸울 생각은 없어요. 위험하면 바로 도망쳐요.”
“마르할 님에게 살기를 보냈어요.”
“임자 있는 사람이에요. 꽤 오래된 약속이죠. 마린이 양보해요. 그럼 선물을 줄게요.”
마린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제가 거짓말하는 거 본 적… 많구나. 그냥 원하는 걸 말해봐요.”
“손….”
마린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르할의 청력으로도 알아듣기 힘든 웅얼거림이었다.
귀까지 빨개진 마린이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손을 잡아주세요.”
“이거면 돼요?”
마르할이 마린의 손을 잡았다.
마린의 손은 체온이 높았다.
도둑의 전투는 빠른 기동력과 섬세한 손기술에서 시작된다.
감각이 무뎌진다는 이유로 도둑은 장갑도 끼지 않았다.
싸지른 오줌이 땅에 닿기 무섭게 얼어버리는 혹한에도 도둑의 손은 따듯했다.
마린의 체온은 그녀가 도둑의 역사를 제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역사 뺏기 같은 수단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역사를 계승하는 사람은 마린밖에 없나.’
마리나는, 아마 본인 노력에 따라 마르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르는 뼛속까지, 영혼까지 마법사다.
마리나가 실라나티엘에 어울리는 마법사라는 걸 증명하면, 마르는 마리나를 실라나티엘로 인정할 것이다.
마법을 위해 므에트 왕국이 만들고 므에트 제국이 키운 가문이 실라나티엘이다.
마법만 있다면, 실라나티엘은 혈통 같은 건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가문이다.
‘의외로 율란이 알라실을 인정해줄 것 같지가 않네.’
율란은 스스로 신이 되어 성황국의 부패와 교황청의 어둠을 모두 걷어내고자 한다.
에고만의 이름은 자기 대에서 끝내려 할 가능성이 높았다.
“저, 마르할 님….”
“아, 미안해요.”
“다녀오겠습니닷!”
마르할이 손을 놓자 마린은 자리에서 꺼지듯 모습을 감췄다.
사실, 누가 누구의 역사를 계승하든, 마르할이 알 바는 아니었다.
마르할이 걱정하는 건 변수다. 계획을 모두 망쳐버릴 변수만 없다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어도 좋았다.
어차피 서부 사람도 아니지 않나.
아, 알라실은 아닌가?
* * *
아르고는 마린을 가르치며 그녀 하기에 따라 도둑이라는 인간이 가진 기술의 정수를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마린은 나뭇결을 헤아리고, 도둑에게 배운 대로 단련을 계속했다.
일상에서 영감이 번뜩이듯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의 기술이 떠오르고는 했다.
마린은 도둑이 시키는 기행을 하고, 몸을 단련한 게 전부다. 그런데 떠오르는 건 때로는 장부 조작에 관한 것이었고, 때로는 사기 기술에 관한 것이었으며, 때로는 거짓말을 판별하는 법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기술보다 이쪽이 일상에서 더 유용할 지경이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마린을 가르친 사람도 말로 표현되는 인간이 아니니 억지로 납득했다.
얼마 전까지 마린은 그게 단순한 기술에 한정되는 줄 알았다.
처음은 할 일도 없어 멍하니 앉아 있을 때였다.
평소처럼 머리가 번뜩이며 모르는 정보가 머리에 들어왔다.
싸움의 기술도 아니었고, 인간관계에 관한 기술도 아니었다.
그건 단순한 지식이었다. 그녀가 알 리가 없는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
그 이후로 마린은 기술만이 아니라 지식도 전수받았다.
이 자리에 없는 도둑에게.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마르할에게 물어보니 역사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도둑이라면 이어진 역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답을 들었다.
경계 도시의 날씨는 마린의 고향 베스타롤라보다는 따듯한 편이다.
자고 일어나니 마을의 누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들리지도 않았고,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울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날이 춥긴 했다.
찬 바람 쌩쌩 불고, 체온이 올라간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하얗게 흩어지고 있는데도 마린의 손은 장갑을 몇 겹이나 끼고 있는 것처럼 따듯했다.
마린은 기척을 완전히 지우고 골목 사이를 움직였다.
도둑의 역사를 이어받으며 기억력도 좋아졌다.
특히 지형과 관련된 기억.
마린은 도시에 있는 모든 골목을 기억했다.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빙빙 돌며 둘의 흔적을 쫓던 마린은 의외의 인물과 마주쳤다.
“어, 처음 뵙겠슴다?”
“무슨 일?”
마린과 노아는 서로를 안다.
노아는 연합과 알레스의 정보로, 마린은 최근 도시를 쏘다니며 몇 번이나 은신하고 있는 노아와 마주쳤다.
딱히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그럴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너도 이단심문관이었지.”
“이단도 아닌 사람 잡는 일에 관심 없슴다. 가담할 거면 벌써 했지 여기서 미행이나 할 이유가 없지 않슴까?”
맞는 말이었다.
싸울 게 아니라면 볼일도 없다. 다리에 힘을 주는 마린에게 노아가 말했다.
“사부님하고 저 영감탱이는 남쪽에 있는 싸구려 여관에 머물고 있슴다.”
“일단 고마워.”
마린은 지붕에서 뛰어내려 거리로 빠져나갔다.
자연스레 사람들 사이 끼어드는 마린을 보며 노아는 팔을 문질렀다.
“죽기 직전의 이단보다 더한 살기는 처음 봤슴다.”
* * *
유렐은 해냈다.
시체의 군세를 천천히 깎아내고, 마법사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말리칸을 죽였다.
마족으로 변한 영물의 사체도 넝마가 되어 땅에 쓰러졌다.
“씨이바아알!!! 이게 인생이지!”
유렐이 환성을 터뜨렸다.
천박한 태도는 삼가야 한다며 잔소리할 마법사들도 조용히 승리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유렐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죽은 줄 알았던 마법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영물의 사체가 있는 방향이었다.
유렐이 바람으로 칼날을 만들어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잡아! 저거 잡아! 죽기 전에 제 몸에 마법을 걸었다! 미친 새끼가 마지막까지 지랄이야아아!”
바람이 마법사의 몸을 토막 냈고, 뒤이어 떨어진 불덩이가 마법사의 몸을 불살랐다.
하지만 마법사는 이미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던진 뒤였다.
유렐은 바람으로 상자를 맞춰 떨어뜨렸다. 상자가 열리며 안에서 튀어나온 단약이 영물의 사체 안에 쏙 들어갔다.
원래도 검던 영물의 사체가 칠흑처럼 검게 물들었다.
유렐은 마족을 연구했다. 황궁에서 이뤄지는 연구 내용도 대강은 안다.
케라스가 서부에 가져온 게 무엇인지도. 저 두 번 죽여도 마땅찮을 마법사가 마지막에 던진 물건이 뭔지도.
움직임을 멈췄던 영물의 사체가 움직였다.
거기에 더해 몸에서 검은 안개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단약은 생물을 마족 비슷한 것으로 만드는 물건이지, 마족으로 만드는 물건이 아니다.
마족의 자연 발생.
아니지. 마족 비슷한 걸 만드는 단약으로 탄생한 저걸 자연 발생이라 불러도 되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난 왜 행복할 수가 없어…! 나도! 좀! 편해보자고!”
여기서 저걸 막지 못하면 죽는다.
아니, 죽음보다 끔찍한 꼴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