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01
제301화
남쪽 도시에서는 반히신과 레귈이 수천 병사를 모아 진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회의 이름으로 알레스가 독자적으로 고용한 병사로 빠르게 움직이기 좋았다.
상비군에 가까운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지주는 대지주 사이에서도 찾기 힘들다. 마르할도 봉화를 피우고 병사를 모집하려면 하루에서 이틀은 걸린다.
말 몇 마디로 한 시간도 안 되어 수천 병력을 움직이는 행정력은 지금은 없는 알레스의 능력이었다.
마르할은 그들을 가뿐하게 제압했다.
이마릴과 싸우며, 그리고 안체와 연합의 전쟁에서 폭주한 베이올라를 막으며 무력을 보였다.
소문이 날 대로 났으니, 힘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얼마 전까진 숨길 힘도 없었지만.’
피투성이로 엎드려 있던 레귈이 일어나 돌아가려는 마르할에게 물었다.
“왜 죽이지 않지?”
“당신을 죽여도 성황국에서 다른 사람이 파견될 뿐이니까요. 도구를 쓴다면 익숙한 게 낫죠.”
레귈이 이를 악물었다.
저 남자에겐 자신도 여기 있는 마족 전쟁을 경험한 2천 명의 병사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 아닌가.
남들보다 우수한 재능으로 전투 사제가 되어 평생을 선민으로 산 레귈은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짓무른 잇몸에서 피를 흘리는 레귈을 두고 도시로 돌아가려던 마르할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건 아득한 동쪽, 성황국의 성지가 있는 방향이었다.
거대 역사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마르할 안에 깃든 거대 역사가 반응했다.
마르할의 의식이 까마득한 어딘가로 날려갔다.
마르할은 역사의 장에서 눈을 떴다.
힘의 일부를 되찾았다지만, 역사의 장은 마르할에게 허락된 장소가 아니었다.
마르할은 자신을 역사의 장으로 이끈 원인을 찾았다.
역사의 장에는 무수한 탑이 있다.
거대한 용사 일행 다섯 명의 탑 다섯 개. 그리고 마르 실라나티엘이 거대 역사라 이름 붙인,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는 조직의 역사.
마르할의 기억력은 눈에 띄는 역사를 모두 기억했다.
율란의 탑이 달라졌다.
율란처럼 하얀색이던 탑이 점차 투명해졌다.
율란의 탑이 역사의 장에 하나로 녹아들었다. 쌓인 역사는 주인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율란의 역사가 극적인 변화를 보인다면 원인은 하나였다.
율란이 신이, 마침내 신이 되었다.
성황국도 교회도 존재하는 신 앞에 무너질 것이다.
지긋지긋한 악연 하나가 사라졌다고 안도하던 마르할의 눈에 기억과 다른 탑 하나가 보였다.
거대 역사들의 형태는 다 비슷했다.
거대한 집단이 하는 일은 다 비슷하니 역사의 장에서의 모습도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탑 하나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건 마르할의 탑을 구성하는 중심축과도 비슷했다.
마르할의 것은 검었고, 저것은 하얬다.
마족의 것과 흡사하지만 색은 정반대인 거대 역사.
그 역사에 마족의 역사가 반응했다. 봉인된 마족의 역사가 적의를 보였다.
마르할은 적의 아래 있는 감정의 근원을 알아차렸다. 마르할에게도 익숙한 감정이었다.
동족 혐오. 마족의 역사가 자신과 같은 역사를 경계했고, 마르할은 그 영향으로 역사의 장에 끌려왔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마르할의 정신은 현실로 돌아왔다.
몸을 치료한 레귈이 도끼로 마르할의 목을 쳤고, 마르할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치명상을 피했다.
마르할은 기적으로 상처를 치료하며 도둑의 기술로 레귈의 도끼를 역으로 빼앗아 그의 어깨를 사선으로 깊게 찍었다. 어깨를 가른 도끼가 심장까지 들어갔다.
레귈의 실력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치명상이었다.
“기적…?”
레귈은 삽시간에 아무는 마르할의 상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르할은 레귈의 가슴을 손으로 밀었다. 그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레귈은 부릅뜬 눈으로 죽었다.
그랬어야 했다.
그의 몸이 빛났고, 심장을 가르던 도끼가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상처가 치료되고, 레귈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레귈은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가슴의 상처를 더듬었다.
빛은 레귈을 중심으로 은은하게 계속해서 빛났다.
비정상적인 회복력, 그리고 몸을 중심으로 퍼지는 빛.
빛을 검은 안개로 바꾸면 모두 마족의 특징이었다.
‘실력과 전염성은?’
마족의 안개는 식물까지 잡아먹기에 재앙이었고, 지성을 가진 마족은 홀로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힘을 지녔다.
레귈은 마족의 특성을 몸에 품고 의식도 있지만, 지성을 가진 마족을 보았을 때와 같은 압도적인 역사는 느껴지지 않았다.
전염성도 마찬가지였다.
레귈 근처에 있는 병사들도 멀쩡했고, 마르할의 역사를 침범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레귈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는 기쁨에 찬 표정으로, 동시에 살의를 담아 마르할을 노려보며 말했다.
“신이다. 신께서 나를 선택하셨다!”
“하지만 저한테는 선택받지 못했죠.”
마르할이 역사를 움직였다.
마족과 흡사한 생물이다. 손대중은 없다.
바람이 망치가 되어 레귈을 내려찍었고, 바람은 불로 변해 거대한 불길이 되어 그를 불태웠다.
레귈이 있던 자리에는 땅이 녹은 자국만이 남았다.
‘생명력은 약간 뛰어난 마족 정도.’
중위 기사 몇이 달라붙거나 신비를 얻기 전의 스트레킬이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무력만을 봤을 때고, 레귈은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도 할 수 있었고, 심장이 갈라져도 재생하던 생명력을 보면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도 가능했다.
마르할은 도시에 있는 다른 한 명의 사제를 찾았다.
역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알레스가 쓰던 건물이었다. 마르할은 알레스의 방 안에서 서류 작업을 하던 반히신을 발견했다. 그에게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마르할의 뜻에 따라 바람이 불었고, 반히신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그가 완전히 죽은 걸 확인한 마르할은 몸에 바람을 감고 북상했다.
아젠만에게 넘겨받은 온전한 자신의 도시로 돌아가며 마르할은 생각했다.
율란이 신이 되었다.
성황국의 거대 역사 자체가 변했다.
율란과 성황국 사이에 뭔가가 있었고, 그게 율란을 신으로 만들고 성황국의 역사를 바꿨다.
‘교황인가.’
율란과 교섭할 수 있으며, 동시에 율란의 역사에 간섭할 수 있는 사람은 교황밖에 없었다.
성황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는 바체아 제국에 못 미치지만, 종교로써의 교회의 역사는 바체아 제국을 뛰어넘는다.
성황국에는 무수한 이단을 처리한 역사 또한 있다. 이단의 유물과 이단이 행한 금기에 대한 기록을 교황은 열람할 수 있다.
용사 일행을 제외하고 세상에서 제일 역사를 잘 다루는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교황일 것이다.
마르할은 도시로 돌아왔다. 도시는 변한 게 없었다.
마르할이 자리를 비운 건 몇 시간에 불과했다.
별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르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쁜 휴고가 직접 마르할을 기다렸다.
“마르는요?”
“셋이 할 일이 있다. 그리 말하면 알아들으실 거라 했습니다.”
율란이 신이 되었다.
셋이 할 일이 있다.
그게 무슨 일인지 설명은 필요 없었다.
마르할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또. 또. 또.
또다시 도움이 되지 못했다.
15년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마르할은 다시 남겨졌다.
다른 동료가 모두 싸우러 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업이여, 대답해다오. 내가 그대에게 못 할 짓을 하였느냐.
그게 아니라면 왜….
왜.
“왜 세상은 이다지도 가혹할까요.”
“주인님?”
“휴고. 모든 창고를 열고 국적 없는 군대를 소집해요. 전쟁이에요.”
전쟁.
휴고는 침을 삼켰다. 그걸로 그는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어디와의 전쟁입니까?”
“성황국. 아니, 동부를 삼킬 재앙이요.”
“알겠습니다. 그 전에, 교회로 반드시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성인님과 관련된 일이라고 했습니다.”
“알았어요.”
마르할의 가슴을 감고 있던 가죽끈이 풀려 나왔다.
마르할이 가죽끈을 한 번 털어내자 가죽끈이 한 장의 가죽이 되었다.
마르할은 뱀 비늘이 선명한 가죽을 어깨에 걸쳤다.
바람이 불었다.
토지가 인정한 왕의 역사가 마르할의 길을 열었다.
* * *
천년 늑대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요청에 눈살을 찌푸렸다.
“난데없이 구름이라고?”
“얼른.”
“그래, 내가 네 생각을 어찌 알까.”
떠났던 레벨라가 돌아왔나 싶더니 괴물 둘과 새끼 괴물을 달고 왔고,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며 찾아와서 안부를 묻던 중 갑자기 구름을 만들어 달란다.
천년의 역사를 동원한 구름을.
천년 늑대는 힘을 짜냈다.
그의 영토인 산맥 전체가 진동했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꼈다.
구름은 거대했다. 해를 가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하늘을 뒤덮었다.
천년 늑대는 대륙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서부 어디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이불이었다.
바스타가 검을 들었다. 평범한 청년이 세상을 구한 용사로 돌아왔다.
인간을 벗어난 존재감에 레벨라의 몸이 굳었고, 샤리가 소일라의 품에 안겼다.
용사가 검을 하늘로 들었다. 그리고 대륙을 덮은 이불을 부드럽게 갈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름이 갈라졌다.
천년 늑대는 몸을 떨었다. 저게 하늘이 아니라 땅을 향했다면?
천년 늑대는 동시에 길게 그어진 검격에 담긴 뜻을 읽었다.
용사의 의지는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천년 늑대의 지성에 파고들었다.
‘서부를 구원하라.’
동쪽으로 가라, 동쪽으로 가서 서부를 구해라.
검격에 담긴 의지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의 의미. 서부가, 이번에는 세상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동부로 가. 다른 녀석들도 네가 설득하고.”
“그놈들이 잘도 내 말을 듣겠군.”
천년 늑대가 영물 사이에서 뛰어난 건 맞지만, 인간 사이의 용사처럼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
바스타가 이번에는 레벨라에게 말했다.
“동부로 돌아갈 때야. 신비는 쓰지 말고. 천천히, 네 걸음으로 가.”
“알겠습니다.”
용사의 비범함을 몇 번이나 겪은 레벨라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로 돌아갈 수 있다. 베이올라가, 그녀의 친구가 있는 땅으로.
그녀에게는 그거면 족했다.
바스타는 마지막으로 소일라와 샤리에게 다가갔다.
샤리가 바스타의 품에 안겼다.
비범한 태생을 지닌 소녀는 이 앞에 기다리는 필연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다녀올게.”
“응. 빨리 와!”
바스타는 마지막으로 소일라와 포옹했다.
“다녀와요. 나의 용사님.”
“알았어. 나의 공주님.”
바스타는, 용사는 검을 휘둘렀다.
공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신이 태어난 가마를, 신을 만든 알의 껍데기를 삼킨 제단은 거대한 원탁이 되었다.
추기경, 대주교, 그리고 성황국 각지를 관리하는 영주와 같은 자들, 성황국 수뇌부들이 원탁에 앉았다.
교황은 원탁을 돌며 신의 축복을 그들에게 나눠주었다.
교황의 몸에서 나오는 빛은 눈이 아플 정도로 커졌다가 이제는 줄어들어 은은한 따스함을 가지고 성지 전체를 밝혔다.
밤이 되었지만, 원탁에 앉은 자들은 시간의 흐름조차 깨닫지 못했다.
이 자리의 유일한 이단심문관이 물었다.
“성하, 이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신이 저희에게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축복을 내리셨습니다. 저희는 신에게 선택받은 자들로서 축복을 온 세상과 나누어야 합니다.”
“축복받지 않으려는 자들도 있을 겁니다.”
“메라, 그대 이단심문관의 역할이 뭐죠?”
“신의 뜻을 반하는 자들, 올바르지 않은 신을 따르는 자들의 처단입니다.”
“그대의 말대로 될 것입니다. 저희에게는 그럴 의무와 힘이 있어요.”
교황이 팔을 벌렸다.
“자, 내려갑시다! 가서 준비합시다! 축복을 나눔을! 우리의 영원불멸을! 이미 축복은 시작되었습니다!”
원탁에 앉은 사람들이 성지 아래로 내려갔다.
성지 아래 교황청은 이미 빛으로 가득하였고, 그 빛이 교황 보시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