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경계는 동부와 서부를 가르는 지점이며, 처음 토지 경주가 시작된 땅이다.
그 상징성만 보면 역사적이라는 수사를 써도 무리가 없지만, 불과 5년 전이라 막상 역사적 사건이라 말하는 사람은 학자들 정도다.
사람들이 경계를 신성시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경계가 경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가 경계였어?”
경계에 들어선 마린은 어리둥절한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계는 커다란 도시였다. 그녀도 몇 달 머무른 적이 있는.
당시 그녀는 여기가 경계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냥 서부로 가는 길목 중 하나로 여겼다.
“베이?”
“말 걸지 마. 지금 바빠.”
베이올라는 말들이 딴 길로 새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고삐를 잡고 있었다.
대로 한복판이다. 말이 놀라 날뛰기라도 하면 다치거나 죽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그런 베이올라를 보고 마린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얘네도 이제 적응했어. 고삐를 놓아도 알아서 잘 가.”
“나한테는 안 그러잖아!”
베이올라는 억울했다.
다른 사람이 고삐를 잡으면 세상 얌전한 말들이 그녀가 고삐를 잡기만 하면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날뛰었다.
말이 그녀를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머리를 비벼오고, 등에 타도 얌전히 있는다.
마차 고삐만 잡으면 이 모양이다.
게다가 스트레킬이 종일 이걸로 성질을 긁으니, 그녀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마린은 베이올라의 투정을 무시하고 고삐를 빼앗았다. 투견처럼 으르렁대던 말들이 대번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딱히 고삐를 당기지 않아도 알아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니! 왜 나만! 쟤들 이상해! 이상하다고!”
“이상한 건 너겠지. 그래서, 여기가 경계야?”
베이올라는 머리를 쥐어뜯다가 고개를 축 떨궜다. 그리고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경계의 정확한 정의가 뭔 줄 알아?”
“몰라.”
“자랑이다.”
“그래, 나 무식하다. 그러는 지는 화장실 만드는 법도 모르면서.”
“아 쫌!”
생물은 먹고 자고 싸는 존재다.
길바닥이라도 안 잘 수 없고, 안 먹을 수 없고, 안 쌀 수 없다.
야영이 일상인 사람은 맨몸으로 길바닥에 던져놔도 먹고, 자고, 쌀 공간은 만들 줄 안다.
베이올라는 아니었다. 토지 경주에 참가하기 전에는 레벨라가 모든 일정을 그녀에게 맞췄다.
화장실 없는 곳에서 용변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다.
토지 경주에서도 마찬가지. 팔이 멀쩡한 레벨라가 뭐든지 척척 해냈다.
레벨라가 팔을 다치고, 스트레킬이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자 그녀는 야생에 내던져졌다.
스트레킬의 유파는 천재이자 정신병자였던 한 사람에게서 탄생했다. 야생에서 만들어진 유파는 수련도 야생적이었다.
대자연 한복판에서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그건 베이올라와 가장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반대로 마린은 고향에서 도망친 그날부터의 모든 인생이 야생이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혼자 마련해야 했다.
맨땅에서 잠자리를 만드는 건 그녀에게 숨 쉬듯 쉬운 일이다.
같은 작업을 시작해도 둘 사이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고, 마린은 매번 그걸로 베이올라를 놀렸다.
하지만 베이올라도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비누가 뭔지도 모르면서.”
“이름은 알아. 쓰는 법을 몰랐던 거지.”
“옷 입는 법도 모르고.”
“나는 그게 옷인지도 몰랐다고!”
레벨라와 베이올라가 비누를 앞에 두고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마린을 다시 욕실로 끌고 가 제대로 된 목욕을 끝내고 나서의 일이다.
하바르산이 준비한 옷은 여관에 머문 귀족이나 상인들이 두고 간 것으로, 마린은 본 적도 없는 옷이었다. 당연히 그걸 입을 생각도 못 했다.
목욕을 마치고 다시 넝마나 다름없는 옷에 손을 가져가는 마린을 보고 베이올라가 경악해 억지로 옷을 입혔다.
마차 위에 누워 있던 스트레킬이 말했다.
“잘들 노는군. 보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야.”
마린과 베이올라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안 그래도 작은 집에 필적하는 커다란 마차다. 마차 자체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런데 마부석에서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기까지 하고 있으니, 길 가던 사람도 발을 멈추고 두 사람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마린은 길거리 시절의 습관대로 한껏 인상을 쓰고 행인들을 노려봤고, 베이올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경계는 토지 경주가 시작된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토지 경주를 하려면 깃발을 팔아야 하고, 깃발을 맨땅에서 팔 수는 없으니 이미 있던 마을이나 도시를 이용했지. 그래서 경계에 있는 도시는 대부분 다른 도시나 마을이랑 붙어 있다.”
마차 위에 올라가 있는 스트레킬도 다른 두 사람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지금은 공국에서 버려진 신세지만, 전쟁이 한창일 때는 아니었다. 몇 번이나 개선식을 치렀고, 개전 연설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얼굴이 팔리는 일에 익숙했다.
마부석이 조용해지자 시선도 한층 가벼워졌다. 말들이 계속 마차를 끌었다.
마린이 스트레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길 맞아요?”
“쭉 가다 보면 저쪽에서 알아보고 나올 거라던데…. 저기 오는군.”
길가에서 한 사람이 걸어와 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마린이 마차를 멈췄고, 스트레킬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스트레킬은 남자를 살폈다.
나이는 적게 잡아도 마흔 이상. 옷은 단정하고, 꾸밈새도 단정하다.
‘살기가 짙군.’
외견만 보면 싸움이라고는 모를 사람 같지만, 전쟁에서 갈고 닦은 그의 직감은 남자의 내면에 있는 짐승을 알아보았다.
저런 살기를 완벽히 숨기는 건 단순한 연습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특별한 기술을 익히고 있거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셉 장군도 그렇고,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찾았는지. 아니지, 오히려 그이기에 모을 수 있는 건가.’
바체아 제국 황가의 유일한 적통. 황제의 오동나무 관을 가진 자.
마르할이 가진 역사를 보면, 그의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인재가 모이는 것도 당연하다.
“마차는 제가 몰겠습니다. 다들 안으로 들어가시죠.”
“어디로 가는 거지?”
“주인님께 직접 물어보시길.”
“가자.”
스트레킬이 마차 문을 열었다. 마차 내부는 조용했다.
떠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여행이 길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말이 없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에서 제일 힘든 요소로 침묵을 꼽기도 한다.
세 사람이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레벨라, 무슨 일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침착한 레벨라가 평소보다 흥분한 것처럼 보이자 베이올라가 물었다.
“아젠만 리안틀 각하를 만나러 가는데 기대되지 않습니까.”
“뭐? 아젠만 리안틀?”
“모르셨습니까?”
베이올라가 머리를 휙 돌리자 마르할이 어깨를 으쓱였다.
“말해줘야 하는 거였나요?”
“아니, 아니긴 한데. 그래도 아젠만 리안틀이잖아. 공국의 두뇌. 공국의 보급을 책임지던 사람.”
“그리고 그 보급으로 횡령하다 공국에서 쫓겨난 사람이죠.”
“아젠만 리안틀은 지적인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고작 횡령이나 저지르다 쫓겨났을 리가 없어.”
“베이도 그쪽 사람이었군요. 아젠만 리안틀이 누명을 썼다는 쪽.”
아젠만이 워낙 지성인으로 유명하다 보니 저런 사람도 가끔 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공국을 떠받치던, 출세가 보장된 사람이 고작 횡령이나 저질러 자기 무덤을 파겠냐고.
모두 그를 질투한 다른 사람의 음모라고.
“그럼, 아니라는 거야?”
“직접 만났을 때의 재미로 해두죠.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어요?”
참고로, 아젠만 리안틀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마르할이 보기에 횡령은 그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범죄였다.
* * *
마차가 멈췄다. 창가에 앉아 있던 카리안이 문을 열기도 전에 마부 노릇을 하던 남자가 문을 열었다.
“휴고, 수고했어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들 내리죠. 카리안도.”
“어, 나도?”
도적과의 싸움이 있은 뒤로 카리안의 기분은 쭉 가라앉아 있었다.
지주가 되겠다는 꿈은 이뤘다. 하지만 꿈에서 깬 청년을 기다리는 건 칼바람 부는 현실이었다.
그는 마르할처럼 다재다능하지도 않았고, 이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무력이 강하지도 않다.
“좋은 지주가 되려면 인맥이 넓어야 해요. 세상에는 누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되는 일도 많거든요.”
“나 같은 게 지주가 되어도 되는 걸까.”
“카리안 정도면 훌륭한 편이죠. 정 못 하겠다면 땅을 팔아도 되고요.”
“그건….”
카리안이 망설였다. 지주가 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땅을 팔고 싶지도 않다.
땅을 팔면 다른 지역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돈이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그가 고향을 떠나기 전과 다를 게 없다. 남의 땅에서, 지주나 영주의 변덕에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결정이야 나중에 해도 되는 거고. 지금은 일단 가죠. 사람을 만난다고 얼굴이 닳는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 땅을 판다면 아젠만 각하가 좋은 값에 사줄지도 모르잖아요?”
마르할이 카리안의 등을 떠밀었다.
레벨라와 베이올라는 물론이고, 마린도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카리안이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마르할이 보기에 카리안은 진짜로 좋은 지주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
마르할이 아는 대부분의 지주는 세금을 걷는 데 혈안이다. 대리인에게 모든 걸 맡기고 경계 부근에서 놀고먹는 지주도 적지 않다.
자기 땅을 직접 관리하려 하는 것만으로도 카리안은 서부에서 손꼽힐 좋은 지주다.
마르할의 재촉에 카리안은 어영부영 마차에서 내렸다.
아젠만의 집은 대저택이다. 경계가 생겼을 때 함께 기둥을 올리기 시작한 저택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 귀족들도 한 수 접어주는 사치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검은 쇠창살로 만들어진 대문에는 두 명의 문지기가 지키고 있었는데, 휴고가 얼굴을 비치자 문을 열어주었다.
“자, 들어가죠.”
문을 넘어 저택 내부로 들어가자 담장으로 가려져 있던 정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얼핏 봐도 백 그루가 넘는 상록수가 보기 좋게 손질되어 있고, 그 옆에는 계절에 맞는 꽃이 피어 있었다.
“유지비만 해도 장난 아니겠어.”
“그만큼 잘 버니까요. 그리고 이것도 다 투자거든요. 그렇죠, 레벨라?”
“맞습니다. 정원은 주인의 품위와 자산을 추정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베이올라도 황궁에 작은 정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규모는 소소하지만, 베이올라가 쓸 수 있는 예산 내에서 최대한 비싼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레벨라가 조절하고 있었다.
지금쯤 그녀의 형제, 자매들에 의해 전부 쑥대밭이 되었겠지만.
일행이 저택 입구에 도착하자 저택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노년의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마르할 님, 그리고 그 일행분들, 어서 오십시오.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랜만이에요. 각하는 어떠세요?”
“평소와 같으십니다. 이쪽으로.”
저택은 3층으로 되어 있었고, 아젠만의 집무실은 1층에 있었다.
“3층에 있을 줄 알았는데….”
“상징성을 생각하면 그게 좋지만, 1층에 만드는 것도 이점이 많거든요. 카리안도 나중에 고민하게 될걸요.”
예를 들어 비상 탈출구 같은 것들.
1층에 탈출로를 만드는 것과 3층에 탈출로를 만드는 건 공사 비용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다.
카리안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라 모두 입을 다물었다.
집무실 앞에 도착한 노년의 남자가 말했다.
“모두 들어가실 겁니까?”
“안 되나요?”
“아닙니다. 늘 그랬듯 필요하면 불러주시길.”
남자가 멀찍이 멀어졌다. 그때까지 마르할은 문고리를 잡은 채 문을 열지 않고 기다렸다.
마르할이 뜸을 들이자 레벨라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안 여는 겁니까?”
“그런 약속이거든요.”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사라졌다.
마르할은 잡고 있던 문고리를 돌렸다.
“아젠만 각하. 들어가겠습니다.”
레벨라와 베이올라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젠만 리안틀이 유명한 이유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그의 능력이고, 하나는 그의 신비주의다.
공국에 있던 시절 그는 단 한 번의 파티에도, 심지어 왕의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왕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상당히 기분이 들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집무실 안쪽 풍경이 드러났다.
정갈한 방이다. 양쪽 벽에 있는 책장에는 책이 가득하다.
커다란 책상에는 책과 종이가 한 뭉텅이 올려져 있고, 뒤쪽 창가로는 정원이 보인다. 하지만 책상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우렁찬 외침에 두 사람의 시선이 내려갔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깡마른 남자 한 명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품위도 지성도 없다. 돈 한 푼을 구걸하는 거지들과도 같은 추레함만이 묻어났다.
“아젠만 각하?”
레벨라가 아연하게 중얼거렸다.
꿈이 박살 난 사람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