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est Murim RAW novel - Chapter (89)
89화
흑혈파 두목 강파양은 당황한 표정으로 정문과 뒷문을 번갈아 보며 외쳤다.
“이 엿 같은 새끼들! 이렇게 뒤통수를 쳐? 이 개새끼들···”
“뒤통수는 병신아, 같은 편일 때 쓰는 말이고. 너네하고 우리하고 왜 같은 편이야?”
욕을 하던 강파양은 그 대답에 눈을 껌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문을 부수고 등장했던 남자는 어깨에 칼을 걸치고 삐딱하게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시발··· 멍청한 새끼, 감산성 암흑가 수준이 알만하다. 어떻게 말 한마디로 이렇게 무식이 드러날 수 있지? 그리고 그게 한 조직 대가리라니. 진짜 감산성 수준에 기가 찬다, 기가 차.”
강파양은 후다닥 이어진 남자의 말에 뭐라 대답은 못 하고 어안이 벙벙해져서 입만 벙긋거렸다. 남자는 그걸 보면서 고개를 살살 내젓더니 비어있는 왼손을 높이 들고는 휘휘 저어서 주변 부하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시퍼런 날붙이를 들고 있던 무뢰배들이 슬금슬금 움직여 흑혈파와 장건을 포위했다.
“이 새끼들···! 진짜 어느 한쪽 다 뒤져보자는 거냐? 모조리 연장을 들고 와? 이거 나중 가면 빼도 박도 못하는 거 모르냐! 다 무림맹 감옥에 갇혀서 평생 썩고 싶은 거야?”
“미친놈. 왜 힘들게 다 죽여? 너 하나만 따면 나머지는 그냥 먹을 수 있는데.”
강파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너, 왕삼! 어디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새끼들이 갑자기 굴러들어와서는 감산 암흑가의 정신을 흐리고 있다니··· 그래, 시발. 어디 원하는 대로 무식하게 싸워보자고. 얘들아!”
“예! 형님!”
강파양의 외침을 들은 흑혈파 건달들은 크게 대답하고는 객잔 안에 넓게 퍼져있는 탁자와 의자 밑에서 길고 짧은 날붙이들을 꺼내 들었다. 거무튀튀한 막칼, 짧은 도막 칼, 도끼 등등이 튀어나와 흑혈파 건달들의 손에 들렸다.
왕삼이라고 불린 남자는 그걸 어처구니없다는 식으로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탁자를 발로 툭 걷어찼다. 그러자 뒤집힌 탁자 아래 붙여놓은 날붙이가 보였다.
“···이거 진짜 웃기는 놈이네. 이 객잔 탁자 아래에 모조리 이렇게 날붙이를 붙여놓은 거냐?”
“어차피 지금은 우리밖에 없으니까. 흐흐.”
강파양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걸 바라보며 어깨에 걸친 칼을 툭툭 치던 왕삼은 곧 버럭 소리 질렀다.
“어이! 이 병신들아! 니들 두목만 따면 나머지는 부하로 받아줄 거다! 그래도 싸우겠다는 거냐? 지금 숫자 차이가 안 보여?”
“엿이나 먹어 새꺄!”
“우린 흑혈파다! 어디서 굴러먹던 건지 모를 부랑자 새끼 밑으로는 안 들어가!”
왕삼의 말처럼 흑혈파을 포위한 회룡단의 숫자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되었다. 워낙 많아서 객잔 안으로 다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비를 맞고 있는 자들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각각 도끼와 칼을 든 흑혈파 건달들은 모두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쉽게 항복할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병신들. 그렇게 죽고들 싶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쳐.”
흑혈파를 포위하고 있던 회룡단은 왕삼이 다시 한번 허공을 휘휘 젓는 동작을 보이며 명령하자 기합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대며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
강파양이 그들을 노려보며 마주 소리쳤다.
“저 새끼들 다 줏대 없는 머저리들일 뿐이다! 모조리 죽여버려!”
“우아아-!”
그렇게 흑혈파와 회룡단이 부딪쳐 싸우기 시작했다. 멋진 초식의 교환이나 번쩍 일격이 나뉘는 섬광 따위는 없었다. 건달들은 각각의 날붙이를 하나씩 꼭 쥐고 지저분한 동시에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서로의 피를 탐했다. 그들 모두 뒷골목 양아치에 주먹이나 쓰는 건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무공을 쓴다고 하는 자들은 모두 살짝 뒤로 빠져서 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고 있었다. 흑혈파 두목 강파양과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 그랬다. 왕삼은 어깨에 칼을 걸친 그대로, 강파양은 의자 밑에서 뜯어낸 손도끼 두 자루를 들고 휘릭휘릭 손안에서 굴리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흑혈파와 회룡단이 싸우고 그 두목들이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동안, 조금 구석진 곳에 서서 꼼지락 연초를 말아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던 장건은 약간 의외라는 눈으로 싸우는 흑혈파를 바라보았다. 보통 흑도 혹은 사파라 함은 형세의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같은 편을 배신하는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두 배라는 숫자 차이에도 불구하고 본래 두목 편에 붙어있다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든가 아니면 애초부터 쉽게 그를 배신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장건은 연초를 빨아 훅 연기를 뿜으며 턱을 긁었다. 뭐가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금 굳이 장건이 나서서 그들을 구해줄 이유는 없었다. 당장 회룡단이 문 부수고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과 장건은 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연초 연기를 풀풀 흘리며 그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느껴진 시선에 고개를 돌려보니 왕삼이라는 회룡단 두목 놈이 눈살을 찌푸리고 장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건은 연초 연기를 뿜다가 대뜸 말했다.
“뭘 봐.”
“···저 새낀 또 뭐야?”
왕삼의 눈이 장건 주변에 기절한 채로 뒹굴고 있는 흑혈파 조직원들을 향했다. 그들 모두 장건의 주먹에 맞아 쓰러진 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따라 장건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강파양은 대뜸 외쳤다.
“저, 저놈이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요! 저 새끼 포함해서 왕 씨 삼 형제가 회룡단의 핵심 인물들이고! 찾으시는 회룡단 본거지는 저놈이 알 거요!”
그 외침에 왕삼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우리 본거지를 찾아?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장건은 다시 연초를 입에 물고 검게 가라앉은 눈으로 왕삼을 바라보았다. 껄렁하게 선 그의 자세, 자신을 노려보는 눈. 그러나 그 건달 같은 자세 속에도 두 다리는 단단히 육신을 지지하고 있었고 허리와 어깨는 곧게 펴져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직접 부딪쳐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이 자리의 무뢰배 중 제일 고수라 할 만한 자세였다.
그때 눈이 반쯤 돌아서 아무에게나 달려들던 건달 하나가 우악 소리를 지르며 장건을 공격했다. 팔뚝만 한 길이의 막칼이 높이 들려 거무튀튀한 빛을 번쩍였다.
그러나 그 칼이 밑으로 내려오는 것보다 장건의 오른팔이 순간 흐릿해지며 퍽-하는 소리가 나는 게 더 빨랐다. 달려들었던 건달은 이빨이 와장창 박살이 나고 눈은 게게 풀려서 풀썩 쓰러졌다.
그걸 본 왕삼은 칼등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아무래도 선객이셨던 모양인데··· 우리 회룡단 본거지는 왜 찾으실까?”
“네가 두목이냐?”
장건은 왕삼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왕삼은 킁- 콧바람을 불더니 말했다.
“난 회룡단 부단주 왕삼이다. 저 멍청이 말대로 회룡단 왕 씨 삼 형제 중 막내지. 넌 뭐냐? 여긴 왜 끼어든 거야?”
하지만 장건은 그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안 하고 고개만 살짝 갸웃거렸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 왕삼은 마궁의 마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마인들 모두 마공을 일깨우기 전까지는 알아볼 수 없었으니 겉보기로만 확신할 순 없을 것이다.
“우아악-!”
“뒈져 시발!”
“아악! 내, 내 팔!”
“이 개새끼야!”
장건, 왕삼, 강파양 세 사람이 품品자 형태로 서로를 노려보는 동안 다른 조직원들은 온갖 악다구니를 써가며 싸우고 있었다. 객잔의 오래된 나무판자 위로 붉은 피가 쏟아지고 어디 한군데 찔리고 베인 건달들은 고함과 비명을 지르다가 그 피범벅에 풀썩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상태가 심각한 이는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숨이 멎었고, 힘이 남는 이들은 아파 죽겠다고 비명을 질렀다.
결과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은 흑혈파였다. 깡과 의리는 있었지만 숫자의 차이를 이겨내진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강파양은 대치하고 선 와중에도 흘낏흘낏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 산만한 모습을 눈치챈 왕삼이 실실 쪼갰다.
“이제 좀 쫄리냐? 이미 늦었어. 너희 조직원들은 전부 본보기로다가 객잔 거리에 내걸어주지. 한 놈도 살려두지 않을 거다.”
“너 이 새끼···”
왕삼은 실실거리던 얼굴 그대로 장건도 돌아보았다.
“그리고 너. 넌 또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는데, 말할 생각 없으면 너도 그냥 여기서 저 새끼들이랑 같이 죽어라. 귀찮게 하지 말고.”
그 말에 연초를 물고 있던 장건은 피식 웃었다.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냥 죽이고 보자는 모양새가 마궁의 마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단 개새끼의 태도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왕삼은 그 장건의 웃음을 보며 뭐라 더 말하려 했다.
“웃긴 이 새끼야 네가 지금···”
그때 기회를 엿보던 강파양이 왼손의 도끼를 냅다 집어 던졌다. 손도끼는 왕삼의 머리를 향해 휘리릭 날았다.
그러나 도끼는 그 머리통을 쪼개지 못했다. 그쪽을 보고 있지도 않던 왕삼은 무슨 세 번째 눈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에 걸치고 있던 칼을 휘둘렀고, 챙-하는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파양의 도끼는 멀리 튕겨 나갔다.
“뒈져라!”
하지만 도끼를 던짐과 동시에 움직인 강파양은 칼을 휘두르느라 훤히 열린 왕삼의 정면으로 들이닥쳐 오른손의 손도끼를 내려찍었다. 도끼날이 시퍼렇게 번쩍이는 게 나름 필생의 공력을 실은 듯 보였다.
왕삼은 그 손도끼를 향해 비어있던 왼손을 내밀었다. 그건 어떤 무술이라기보다도 그저 반사적인 방어 동작처럼 보였다.
강파양도 그 손을 보았다. 그는 그 손과 왕삼의 머리통을 모조리 쪼개버릴 생각으로 도끼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후 그의 도끼날과 왕삼의 손이 만났다.
“···어?”
강파양의 도끼는 왕삼의 손을 가르지 못했다. 그 손은 갈라지지도 않고 도끼날에 다치지도 않았다. 그냥 턱 하고 강파양의 도끼를 잡아버렸다. 그 상식을 벗어난 순간에 강파양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잡힌 도끼와 왕삼을 번갈아 보았다.
왕삼이 씨익 웃었다.
“특별히 네 머리는 거리 제일 높은 곳에 걸어주마.”
그 후 칼이 번쩍, 잘려 나간 강파양의 머리는 한쪽으로 휙 날아가 툭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몸은 주륵주륵 피를 뿜다가 스르륵 쓰러졌다.
왕삼은 그 뿜어진 피를 뒤집어쓰고도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좋은 것인지 여전히 실실 웃고 있었다. 그는 붙잡았던 도끼를 휘릭 고쳐 들고는 다시 장건을 바라보았다. 장건은 허리띠에 손가락을 끼워놓고 우두커니 서서는 연초 연기를 풀풀 피우며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어둑한 공간에 연초 불빛만 빨갛게 반짝여 삿갓 아래 장건의 얼굴을 흐리게 비췄다.
“···흑혈파에 초청된 고수나 무사는 아닌 모양이군. 너무 침착해. 진짜 뭐 하는 놈이냐? 무림맹 소속이냐?”
왕삼의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장건은 남은 연초를 깊게 빨아들인 후 꽁초는 손가락으로 탁 튕겼다. 그리고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너도 청사靑蛇냐? 아니면 흑사黑蛇?”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웃던 왕삼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그는 싸늘해진 표정으로 칼을 들어 장건을 겨눴다.
“···이거 죽일 놈이 아니라 잡아서 심문해야 할 놈이었군.”
“글쎄,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그렇게 대답한 장건은 왼손으로 허리춤의 칼집을 비틀어 잡으며 슬쩍 객잔 안을 둘러보았다. 밀리는 듯하던 흑혈파는 결국 상황을 뒤집지 못하고 그 잠깐 사이에 모조리 바닥에 누워 있었다. 전부 죽은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제일 괜찮은 자도 회룡단의 손에 붙잡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이다.
흑혈파를 털어버린 회룡단 조직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에 살기가 번들거리는 것이 왕삼이 명령만 하면 장건을 향해 달려올 것처럼 보였다.
장건의 눈이 마지막으로 향한 것은 조금 전 그의 손에 얻어터지고 기절한 흑혈파 조직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이 객잔에 들어서 장건 손에 맞은 적 없는 자 씨 형제가 함께 엎드려 있었다. 자명, 자운은 엎드린 채 눈알을 빙빙 굴리다가 이쪽을 바라보는 장건과 눈이 마주치고는 바싹 굳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장건이 피식 웃는 순간, 그걸 빈틈이라고 본 왕삼이 칼과 손도끼를 들고 번뜩 치켜들었다. 동시에 장건의 칼도 칼집을 벗어났다.
채챙-하고 쇠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 후 왕삼은 옆으로 튕겨나 객잔의 탁자들 위를 나뒹굴었다. 깔끔하게 잘려 나간 칼날과 도끼 조각이 그 주변에서 팅팅 굴러다녔다.
장건은 잠시 앞으로 칼을 쭉 뻗은 자세 그대로 있다가 곧 휙휙 칼을 털며 바로 섰다. 칼과 도끼를 갈라버린 건 그렇다 치고 그 이후 느껴진 칼의 감촉이 이상했다. 중간에 이 하나가 크게 나가 있는 그의 칼이 윙윙 떨고 있었다.
“빠···르군.”
그때 탁자 위를 나뒹굴었던 왕삼이 턱 바닥을 짚으며 일어섰다. 그는 잠시 휘청거리면서도 우뚝 일어나 장건을 돌아보았다. 그의 옷은 가슴팍이 가로로 길게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피가 흐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왕삼은 너덜거리는 옷자락이 불편한지 본인 상의를 그대로 붙잡아 쥐어뜯었다. 우두둑 웃옷이 찢겨나가자 그의 상체가 드러났다. 그의 가슴팍에는 가로로 길게 그어진 붉은 선 외에는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곧게 펴며 거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 봐야 내 살을 베어낼 순 없지. 날붙이의 예기는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장건은 그 말을 들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통하지 않는다는 것치고는 벌겋게 일어난 살갗이나 파르르 떨고 있는 몸뚱이는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새끼, 허세는.”
고개를 휘휘 내저은 장건은 칼을 집어넣고 훌쩍 뛰었다.
장건이 당황하리라 생각하고 상체를 드러내던 왕삼은 번쩍 달려오는 장건의 모습에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그 뒷걸음질보다 세 박자는 빠르게 다가온 장건은 그대로 그의 턱주가리를 후려쳤다.
“억!”
와그작 소리가 들리며 왕삼의 턱이 휙 돌았다. 장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왼발을 축으로 가볍게 돌아 반대편 턱에 돌려차기를 날렸다. 왕삼은 이번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덜컥 발차기의 반대 방향으로 돌았던 머리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눈이 게게 풀린 왕삼은 그대로 기우뚱 앞으로 엎어졌다.
손을 탁탁 털어낸 장건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조용해진 객잔 안을 돌아보았다. 엉거주춤 서 있던 회룡단 조직원들은 그 눈빛에 슬그머니 들고 있던 날붙이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