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56
기계신과 함께 – 156
‘아이템들이 엄청나군.’
카이가 온몸에 휘휘 두른 아이템을 보는 순간, 무결이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이 던전의 가장 강력한 아이템들이 모두 저기 모인 것 같았다.
무결이 가진 아이템 중 그나마 저기에 가치를 비교할 만한 것은 [미타찰의 법보].
유틸리티 아이템으로는 [투시 글라스] 정도였다.
‘역시 뭘 모으는 데 있어서 머릿수는 따라갈 수 없었나.’
무결의 능력이 아무리 좋다 해도 수십수백 명을 부리며 아이템을 획득한 카이를 따라갈 수는 없었나 보다.
“카이 님께서 나서실 필요도 없지. 제법 강력한 놈이라 들었다만 넌 우리 선에서 정리돼야겠다.”
카이를 뒤따라온 다른 네 명의 각성자가 카이를 지나쳐 무결에게 다가왔다.
“최고급 노예들이시군.”
무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최고급’이란 수식어를 붙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결이 파악하기로 네 명이 모두 S급 각성자였다.
서양인으로 보이는 자가 셋인 걸 보니, 아마 던전의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가 카이에게 포획된 외국인 각성자들인 듯했다.
그중 한 명은 안타깝게도 한국인이었다.
무결은 그들을 ‘사천왕’이라 부르기로 했다.
‘사천짜장’이랑 비슷한 뜻이었다.
[사천짜장이 뭔데요?]슈리가 물었다.
‘짜장 중에 조금 비싼 거 있어. 간짜장보다 한 수 위지.’
무결로서는 나름 높은 평가를 내려준 셈이었다.
사천왕이 저 멀리서부터 무결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자가 가까워지는 무결을 보고 비웃음을 띠었다.
“제법 옷가지를 많이 주워 입긴 했구나. 가진 아이템이 많은 걸 보니.”
“그러게? 몸에 걸치고 있는 게 그래도 열 개가 넘잖아?”
“애 놀리는 건 그만하자고. 다들 저 정도는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은 카이가 가진 것들보단 못하지만, 카이에게 진상되었던 최상급 아이템들 중 카이가 가지지 않은 것들을 모두 모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카이가 가진 것보다는 급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상급 아이템들로 둘둘 두르고 있었다.
“이니지, 우리가 가진 게 훨씬 낫지. 능력에 맞춰서 갖추기도 했고.”
“어이, 친구! 그렇게 생각 안 해? 죽기 전에 대답 좀 해보라고!”
녀석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무결에게 크게 소리쳤다.
무결이 대답했다.
“나는 아이템 자랑하는 놈이 제일 한심하더라.”
그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덩치 큰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덩치 큰 녀석이 발끈하며 뭐라 외치려는 찰나.
“아이템은 자랑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거야, 애송아.”
그렇게 말하며, 무결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 순간.
피슉-
뿅뿅뿅뿅-
제2정비수납고 양쪽에 도열해 있던 수십 기의 전투기들로부터 미사일과 레이저 공격이 날아들었다.
전투기에 실린 무기들인 만큼 하나같이 대전투기용 혹은 대함선용 포격이었다.
정확히 제2정비고의 반을 지나고 있던, 즉 제2정비고의 정중앙에 있던 이들은 갑자기 사방에서 날아든 포격에 휩싸여 버렸다.
콰아앙—-!!
“아아악!!”
그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포격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그 하나하나가 이벤트급에 해당하는 전투기들의 포격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콰쾅! 콰앙-
삐이잉-
사천왕이 걸친 방어 아이템이 제기능을 발휘하려 했으나, 그 정도로만 방어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고, 많은 수의 포격이었다.
결국 그들의 아이템이, 그리고 몸이 가루가 되는 것을 확인한 무결이 포격을 멈추었다.
“······.”
카이가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현실에서였다면 저 네 명의 부하는, 두 명이 힘을 합하면 위청천과도 비등하게 맞상대할 수 있고, 세 명은 압도, 네 명이라면 필승을 거둘 만한 전력이었다.
게다가 아이템의 힘까지 더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한심할 정도로 쉽게 죽어나갈 녀석들이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녀석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끌어냈어야 했다.
적어도 그 정도 효용 가치는 있는 녀석들이었다.
한데 이렇게 쉽게 당했다는 뜻은······.
‘저 녀석, 격이 있는 놈이다.’
자신이 직접 손을 나눌 만한 격이 있는 녀석.
그런 녀석은 저 한국의 괴물과 미국, 아프리카의 두 연놈 외에는 없었다.
카이의 몸이 흥분으로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중국의 어둠에서 숨죽이고 있느라 알게 모르게 답답한 것이 있었다.
필요에 의해 숨죽이고 있긴 했지만 원래 그의 성격은 포악하고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한국에서 봤던 그 괴물 놈만 아니었더라면 사실 진작에 표면으로 드러나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포악함과는 별개로 이성적이고 교활한 면모가 그를 어둠 속에서 숨죽이게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껏 그의 답답함을 키워왔다.
이제 오랜만에 그 답답함을 풀 차례였다.
‘이제까지 내가 쌓아온 것이 어느 정도일지, 그것을 확인할 수 있으려나?’
카이가 흥분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결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룬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면, 강한 호적수와 부딪쳐 보는 것이 제일이지.’
그런 면에서 카이는 아주 훌륭한 상대역이었다.
카이가 뚜벅뚜벅 무결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결의 앞에서 드러났다.
순식간에 수백 미터의 거리를 격하고 날아든 순보(瞬步).
아이템으로 행해진 기술로 보였다.
무결의 눈앞에 나타난 카이는 특이하게도 합장(合掌)을 하고 있었다.
마치 고승이 깨달음을 구하는 듯 경건한 몸가짐.
그의 전신 마력이 고요히 안정되었다.
그리고 행해진 하나의 동작.
합장을 풀고 한 손의 바닥을 아래로 내리누르는 간단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간단치 않았다.
쿠웅.
무결이 위치한 주변의 바닥이 손바닥 모양으로 1m가량 내려앉았다.
정비격납고 자체가 워낙 튼튼하게 지어진 구역이다 보니 바닥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후웁.”
[아이기스의 방패]로 머리 위를 방어하고 있는 무결의 팔에 더욱 힘이 실렸다.카이의 공격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그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있을수록, 마치 중력을 수십 배로 배가시킨 것처럼 계속해서 무결과 주변의 땅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게 [여래신장(如來神掌)]인가······!’
카이의 상태창에 적혀 있던 수십 개의 무공 중 하나가 무결의 머릿속을 스쳤다.
무결은 카이의 곁에 있을 기회가 있었을 때, 카이를 상대할 것을 대비해 그의 상태창을 들여다본 바 있었다.
처음 그의 상태창을 본 무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많은 무공을 가지고 있을 수가.’
카이는 기본적으로 무공광(武功狂)이자 무재(武才)였다.
한번 본 무공은 대부분 그 원리를 파악할 정도의 무공의 천재.
거기에 그의 능력이 더해졌다.
[광뇌조작].특정 상대의 뇌를 조작하여 정보를 뽑고 심을 수 있는 스킬.
카이는 그 힘을 단지 세뇌에만 사용하지 않았다.
‘무공’이란 것은 스킬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무리(武理)로 이루어진 ‘지식’이기도 했다.
특히나 경지에 이른 무공 사용자들은 무공을 발동과 동시에 자동으로 시전되는 ‘스킬’로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치를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갈 ‘지식’으로서 수련하고 있었다.
더욱 높은 경지에 이른 강력한 사용자일수록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스킬을 깊이 갈고닦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공은 그렇게 ‘수련’을 함으로써 스킬의 숙련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카이가 노린 것은 무공을 높은 경지까지 익힌 이들의 지식이었다.
하나의 스킬을 얻어, 그것을 극한까지 발전시켜 온 자들의 무리(武理).
카이는 세뇌시킨 자들 중 무공에 능한 이들의 지식을 강탈해 손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많은 무공 사용자들은 열심히 갈고닦은 스킬을 카이의 스킬 하나로 카이에게 강탈당하게 되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머릿속의 심층지식을 직접적으로 강탈당하게 되면 뇌가 기능이 정지해 버리는 것.
즉 죽음이었다.
때문에 카이에게 지식이 강탈당한 자들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았다.
무결은 얼마 전에 카이의 측근으로 있을 때, 그가 한 무공의 고수를 죽이며 지식을 강탈하는 장면을 생생히 보았다.
그래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결이 얼마 전에 들여다본 카이의 상태창은 다음과 같았다.
-이름 : 카이
-상태 : 각성자, 매드 사이언티스트
-고유 스킬 : [광뇌조작(狂腦造作)], [무재(武才)]
-습득 스킬 : [천마신공], [육마황술], [천지보], [금강불괴], [여래신장], [참마합장], [태청검법], [사일검법], [화마검], [백보신권], [관일마창], [선더 스피어]···(후략)······.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거야.’
무결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었다.
족히 50개 가까이 되는 무공들.
내공심법은 [천마신공] 하나였으나, 기공과 전투술, 그리고 보법과 신법을 합쳐 한 사람이 습득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무시하게 많은 무공을 한 몸에 담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카이에게 지식을 넘기고 희생되었으리라 추측되었다.
‘그나마 마법이나 초능력은 익히지 못한 게 다행이지.’
초능력은 신체 자체에 DNA 수준의 변형이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지식만으로는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마법은 엄청난 수학적 연산 능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해 봤자 그것을 활용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뛰어난 마법을 사용하려면 그만큼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이 또한 마법을 익히려 한 흔적이 있긴 했다.
습득 스킬에 서너 개의 마법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무공 또한 사용에 있어서 육체적인 적성을 필요로 했지만, 불행히도 카이는 모든 무공을 극한까지 익혀낼 만한 무공의 천재였다.
그에게 있어서 익히지 못할 무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여래신장이 통하지 않아?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카이가 다시 합장을 취했다.
이번엔 그의 기도가 날카롭게 변했다.
팟.
그가 합장한 손을 마치 가위처럼 빠르게 교차시켰다.
그러자.
퀴잉-
기이한 소리가 일며 무결이 있던 공간 자체가 어긋나 버렸다.
쩌적.
무결이 들고 있던 마력방패인 [아이기스의 방패]의 일부가 그 막강함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끝이 부서져 나갔다.
그가 지닌 스킬 [참마합장]이었다.
‘대단하군.’
카이의 힘을 가늠하기 위해 가만히 그의 공격을 감내하고 있던 무결이 감탄했다.
[여래신장]과 [참마합장] 모두 ‘장(掌)’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기공술에 해당하는 뛰어난 타격기였다.하지만 기공술은 거리를 격해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스킬인 만큼 파괴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카이가 이 던전의 사기템인 [아이기스의 방패]의 일부를 갈라 버린 것이다.
그의 강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카이는 이 결과가 불만인 듯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역시 이 던전 아이템들은 단단하기 그지없어.”
그러며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이 던전에선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는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군.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권장지각으로 싸우는 것을 더 선호하는 카이가 무기를 꺼내 들면서도 투덜거렸다.
그는 맨손으로 상대를 터뜨리고 찢어버릴 때의 그 느낌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손전투를 선호한다는 말이 그가 무기술에 조예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여의창(如意槍)].”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짧은 막대기를 뽑아 들고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