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73
기계신과 함께 – 173
밀림에 떨어진 쿠조와 전사들.
그들을 사냥하는 몬스터.
처절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하나둘 몬스터들에 사냥당한 쿠조와 전사들.
그리고······ 이 피라미드로 그들을 물고 들어오는 몬스터들.
쿠이나가 바들바들 떨며 안내자를 바라보았다.
“이, 이 영상······ 뭐죠? 왜 갑자기 지금 이런 영상이······.”
“그것은 모두 제가 보여 드린 영상입니다.”
안내자가 말했다.
“그, 그렇다면 지금까지······?”
“예, 지금까지 당신이 보신 영상 모두가 제가 보여 드린 영상입니다.”
“그, 그런······.”
지금껏 자신이 정령과 소통하며 미래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던 쿠이나가 주저앉았다.
“우리 종족은 ‘영혼’을 다루는 데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해 외부 세계에서 우리 세계를 잇는 끈을 만들어두고 있었죠. 몇 세기 전부터 당신처럼 ‘영혼’에 민감한 존재들이 꼭 나타나더군요. 우리는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었고, 다행히 당신들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더군요. 당신네 종족은 그런 점에서는 참 순진한 것 같습니다.”
“그, 그럼 방금 본 영상은! 내 남편과 전사들은 어떻게 된 거죠?”
“그것 또한 보신 대로입니다. 밖에 우리 종족의 기지를 지키도록 뿌려놓은 ‘가디언’들이 그들을 저에게 잘 데려다주었습니다. 우리 종족의 선조들이 프로그램해 둔 대로요.”
“그럼 어서 저를 그들에게 데려다주세요!”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안내자가 빙긋 웃었다.
“그들 또한 지금 영혼 교환 장치에 들어간 저분과 마찬가지로 기계에 들어가 계시거든요. 우리 선조들의 부활에 꼭 필요한 분들이라 이제는 당신과 만날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우리를······ 속인 건가요?”
쿠이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안내자를 바라보았다.
“자, 당신도 이제 어서 기계에 들어가십시오. 어서 우리 종족의 일원이 되셔야죠.”
쿠이나가 안내자에게서 서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몸이 슥 굳어버렸다.
그녀의 눈앞으로 다시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기계 속에서 영혼을 잃고, 빳빳한 인형이 되어버리는 쿠조와 무결, 그리고 전사들.
며칠이 지난 후, 그들은 마침내 눈을 뜬다.
눈에서 저 안내자가 흘리는 것 같은 새파란 귀화를 흘리며.
고대 종족의 부활이었다.
“이것이 당신들의 미래입니다.”
안내자가 씨익 웃으며 쿠이나에게 말했다.
“마, 말도 안 돼······.”
영상을 모두 본 쿠이나가 현실을 부정하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사방에서 기다란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와 쿠이나의 몸을 구속했다.
“저항은 소용없습니다. 이 시설 안은 모두 제 영역이니까요.”
그렇게 그가 쿠이나를 무결이 들어간 기계 옆에 놓인 또 다른 기계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쿠이나는 처절하게 발악했지만, 결국 기계의 뚜껑이 닫혔다.
아니, 닫히려 그랬다.
콰아아앙!!
무결의 기계가 터져 나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닫혔을 것이다.
쉬이익······.
하얀 연기가 기계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온몸에 꽂힌 선들을 뽑아내며, 무결이 걸어 나왔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가 목을 우드득 꺾으며 안내자에게로 다가갔다.
“우선 좀 맞자.”
꽈앙!
“끄아아악!”
안내자 녀석이 무결의 마지막 일격에 고철이 되어 나뒹굴었다.
안내자의 무력 자체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금방 처리할 수 있었다.
“쿠이나, 괜찮아요?”
무결이 쿠이나를 부축해 세우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쿠이나가 무결을 보며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고 있었는데, 무결은 마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행동했기 때문이다.
무결이 피식 웃었다.
“그냥, 느낌이 좀 와서요.”
헌터 생활을 하다 보면 ‘촉’이란 게 없는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발동되는 알 수 없는 직감. 또는 직관.
처음 ‘안내자’라는 녀석을 봤을 때부터 그 직감이란 것이 ‘저 녀석은 적이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게다가 하는 말도 얼마나 달콤한가.
꼭 사기 치려는 자들이 하는 말처럼 단점은 숨기고 좋은 점만을 얘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단점이 하나도 없을 리가 없는데.
그래서 그의 말대로 따르는 척을 좀 해봤다.
그를 잠재우려던 기계의 힘은 [디바이스 컨트롤]로 억제해 뒀다.
덕분에 기계 속에서 무결은 정신을 잃지도, 몸이 마비되지도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안에서 녀석이 하는 얘기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무결은 ‘안내자’ 녀석을 고철로 만든 손을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이 기계 설비가 다 그 ‘종족’이란 놈들의 부활을 위한 거란 거지? 우리의 몸을 재료로 말이야.”
-그렇습니다.
“······!”
무결과 쿠이나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방 한쪽에 달려 있던 스피커에서 계속 안내자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 시설 안이 모두 제 영역이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안내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랬지.”
물론 무결도 알고 있었다.
저 ‘안내자’라는 게 녀석의 본체가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이제 당신들이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란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계시겠군요?
연구 시설의 벽에서 스멀스멀 촉수 같은 기계들이 튀어나왔다.
수없이 많은 기계 촉수가 쿠이나와 무결을 잡으려 날아들었다.
하지만 무결은 여유롭게 웃었다.
“아니, 그건 잘 모르겠는걸?”
투두둑.
무결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를 향해 날아들던 촉수들이 전부 힘을 잃고 땅에 떨어졌다.
-뭣이? 뭐야, 이게 왜 작동을 안 하는 거야!!
안내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여기가 이제 꼭 너만의 영역은 아닐걸?”
무결이 피식 웃었다.
촉수가 다시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하지만 그 방향은 무결을 향한 게 아니었다.
촉수들은 어느새 굳게 닫혀 무결과 쿠이나의 출입을 막고 있던 문으로 돌진해, 그 문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끼기긱-
[마스터, 쿠조와 다른 전사들의 위치, 찾아냈습니다.]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슈리. 안내해 줘.”
[네, 마스터.]“가시죠, 쿠이나.”
“예, 예······.”
쿠이나가 얼떨떨해하며 무결을 따라 문 밖을 나섰다.
문 밖에서는 로봇이 하나 대기하고 있었다.
무결과 쿠이나를 사로잡기 위해 왔던 로봇이었다.
[이 로봇을 따라가시면 됩니다.]하지만 이제 그 로봇은 무결의 충실한 안내원이 되어 있었다.
-안 돼, 뭐야! 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녀석이······!
그러는 동안 자칭 안내자였던 녀석은 멘붕이 되어가고 있었다.
녀석은 슈리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시스템 15% 장악했습니다. 마스터 주변부의 시스템부터 장악하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군요.]“오, 그래? 제법이네.”
슈리의 해킹 앞에서 이 정도로 ‘칭찬’할 정도로 오래 버틴 녀석은 없었는데, 과연 고대 문명의 시설다웠다.
그러는 동안 무결은 쿠조 일행이 갇혀 있는 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까 무결이 들어갔던 것과 같은 기계 속에서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푸시식-
기계가 열렸다.
“······쿠조!”
쿠이나가 남편인 쿠조의 옆에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흠칫했다.
그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다.
무결은 가빠지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슈리에게 물었다.
“슈리, 이 사람들 죽은 거 아니지?”
[예, 신체적으로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약물에 의해 몸이 마비된 것이니까요.]‘······신체적으로?’
[이들은 영혼 제거 과정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미 영혼을 잃은 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렇군. 어쨌든 일단 데리고 나가는 게 좋겠어.’
무결이 안타까운 마음이었으나 그런 감정을 감추고 쿠이나에게 말했다.
“쿠이나, 이 사람들 아직 잘 살아 있답니다. 근데 약물에 의해 쉽게 정신을 차릴 것 같지는 않군요. 일단 제가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과연 그녀는 무결의 말을 잘 알아듣고 쿠조로부터 떨어졌다.
무결은 [공간주머니]에서 미리 챙겨두었던 여러 아이템 중 하나를 꺼냈다.
무결이 주먹만 한 공 모양의 아이템이었다.
무결은 그것을 쿠조의 몸에 던졌다.
그러자마자 쿠조의 몸이 그 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이나가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무결은 나머지 전사들도 모두 같은 모양의 아이템에 봉인한 뒤 허리춤에 달아두었다.
이 아이템은 축소와 경량화 마법이 걸린 치료용 인큐베이터였다.
하나하나가 매우 비싼 일회용 아이템으로, 은하그룹에서 개발한 아이템이었다.
지금 그 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슈리가 아쉬워했다.
[‘쿠조, 너로 정했다’ 해야 되는데······.]‘그럴 분위기가 아니잖아.’
[알겠습니다······.]슈리가 꽤나 아쉬워하며 수긍했다.
‘그런데 전사들 수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지금 이 방에 있는 전사의 수는 세 명.
무결은 두세 명쯤 전사가 더 있던 걸로 기억했다.
[다른 방에 있습니다만, 이쪽부터 장악하느라 아직 그쪽은 해킹하지 못했습니다.]‘그렇군.’
[이제 그쪽도 거의 해킹이 끝나가니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무결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서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정보생명체를 데리고 다니는 거지······? 신의 영역을 엿봤던 우리의 기술력으로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너희 문명에 있었단 말이더냐.
허탈한 듯한 안내자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큭······ 수만 년을 기다렸던 세월이······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그리고 마침내는 뭔가를 포기한 듯한 독백이 이어졌다.
-결코 네 뜻대로 되지는······.
놈의 말은 거기에서 끊겼다.
무결은 뭔가 불안한 느낌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슈리가 다급하게 말했다.
[마스터! 놈이 모든 시설을 폭주시키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막고는 있습니다만 한계! 아, 아······.]삐이이이-
갑자기 시설 전체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폭 시스템, 가동됐습니다.]슈리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아직 시설 전체를 전부 장악한 게 아니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자폭까지는 몇 분이지?’
[10분입니다.]‘위력은?’
[핵폭발 수십 배의 위력입니다.]‘10분 내로 반드시 탈출해야겠군. 애썼다.’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탈출을 위해선 이곳에 들어올 때 이용한 토템이 있는 장소로 돌아가야 했다.
“쿠이나, 처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곧 이곳이 폭발한답니다.”
무결은 그렇게 말하며 고민했다.
쿠이나에게도 [포켓볼]을 사용해야 할지.
하지만 더 이상 쿠이나가 필요한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쿠이나도 여기 들어가 계십시오.”
무결이 [포켓볼]을 가리키며 말했다.
쿠이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결이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포켓볼]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쿠이나가 봉인된 [포켓볼]을 허리에 찼다.
“나머지 전사들은 포기해야겠군.”
무결은 빠르게 달려, 지나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까 안내자가 보여주었던 ‘무기고’를 지나게 되었다.
이 연구 시설의 결과물들이 집약되어 있는 방.
그곳에서 무결은 엄청난 수의 방해자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아까만 해도 가만히 진열되어 있던 수많은 로봇들.
그것들이 모두 움직여 무결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