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93
기계신과 함께 – 193
“양금호 씨와 조솔 씨는 각자 진격로에서 경험치 쌓으면서 상대 포탑 부숴주세요. 이쪽으로는 오지 마시고요.”
-예? 저희가 안 가도 되겠습니까?
양금호의 놀란 목소리가 통신을 통해 들려왔다.
“여기는 저와 한서후 씨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대신 저희는 성장이 더뎌질 테니 중후반 국면은 여러분의 성장에 달려 있습니다. 최대한 성장하세요!”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양금호와 조솔의 결기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저 둘이라면 잘할 터였다.
“부상은 어때요? 괜찮겠어요?”
무결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미 체크 끝내고 부르신 것 아닙니까. 쌩쌩합니다.”
이미 출전 준비를 마쳐가던 한서후가 몸을 풀며 무결에게 대답했다.
무결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요?”
“좋죠.”
무결의 주먹을 마주 주먹으로 치며 한서후가 대답했다.
지금부터 게임은 한서후와 무결의 몫이었다.
* * *
네 사람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원거리 폭격 마법을 날려대었다.
쾅! 콰쾅!
그럴 때마다 2차 포탑이 사정없이 깨져 나가고 있었다.
스슥-
한서후와 신무결은 그들을 가운데 두고 양쪽 수풀에서 그들을 향해 접근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습.
탕탕!!
신무결의 총탄이 먼저 마법사 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팅팅!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배리어에 총탄은 쉽게 튕겨 나가 버렸다.
네 명이 공격 마법을 날리기에 앞서 먼저 한 것은 방어 결계 구축.
미국 팀 각성자들이 웃었다.
“이미 신무결의 전술에 대한 대비는 끝나 있지. 이봐, 저 지역째로 날려 버려!”
“오케이.”
마법을 캐스팅하던 마법사가 포탑에서 타깃을 신무결이 숨어 있는 숲속으로 바꿨다.
대단위 마법인 데다가 네 명의 마력을 하나로 모은 마법인 만큼 신무결이 숨어 있는 지역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느라 마법사들의 신경이 신무결 쪽으로 쏠렸다.
그것이 신무결이 노린 바였다.
“흐읍!!”
마법사들의 뒤편에서 갑자기 한서후가 튀어나오며 마법사들 쪽으로 난입했다.
[열화난무].한서후의 검이 불꽃으로 휘감기며 불의 검기가 쏘아져 나갔다.
“억!!”
그 불꽃의 검기에 직격당한 마법사 한 명이 거의 죽을 뻔했으나, 배리어의 방어력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콰아앙–!!
하지만 그 덕에 캐스팅하던 마법이 신무결을 노리던 위치에서 조금 빗나가 버렸다.
“젠장, 성동격서다! 저쪽보다 이쪽이 우선이야!”
마법사들은 역시나 훈련받은 엘리트들답게 단번에 한국 팀이 노린 것이 성동격서(聲東擊西)임을 알아챘다.
“뭐야, 근데 기습이 겨우 한 명이야?”
“나머지 두 명은 안 오기로 선택한 건가?”
“그럼 둘이서 우리 넷을 상대하러 온 거란 거네?”
“당장 쓸어버리고 포탑부터 부숴 버려!”
기습하러 온 자가 한서후와 신무결뿐임을 직감한 이들은 코웃음을 치며 마법을 난사해 댔다.
단 한 방.
저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단 한 방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서후를 노리고 마법을 캐스팅할 때는 신무결이, 신무결을 노리려 할 때는 반대편에 있던 한서후가 번갈아가며 이들을 괴롭혀 댔다.
혹여 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국 팀이 마법을 완성했을 때면 이미 눈치채고 사정거리 밖까지 도망가 있었다.
“망할, 이 녀석들 왜 이렇게 도망을 잘 가!!”
“안 되겠다! 녀석들 무시하고 포탑을 먼저 부숴!”
귀신 같은 둘의 히트 앤 런(hit and run)에 미국 팀은 조급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솔과 양금호는 시시각각으로 강해지고 있을 텐데, 포탑을 부수느라 이들은 레벨업에 있어 뒤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냥 둘을 내버려 두고 적진을 부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포탑을 부수려던 이들의 시도도 순조롭지는 않았다.
탕! 탕!!
파팟-
포탑을 향해 마법을 날리려 할 때마다 신무결과 한서후가 귀신같이 다가와 이들을 방해해 댔기 때문이다.
배리어로 여러 겹으로 단단히 방비를 해놔서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미지가 누적된다면 무시할 수 없을 만한 피해량이었다.
“아악! 안 되겠어! 한 방이면 죽으니까 그냥 처리하고 가자!”
마법사들이 그렇게 마음먹고 다시 한서후와 신무결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선전 아래, 초반 경기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완전히 말려들었어.”
미국 네이비 씰 작전부.
“신무결의 작전 수행 능력을 너무 얕봤던 것 같군.”
“혼자서만 행동하는 타입인 줄 알았는데, 팀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었잖아?”
“신무결과 합을 맞추는 한서후란 자도 대단해. 어떻게 저런 각성자가 이름이 안 알려졌지?”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분석가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내뱉었다.
“그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한 사내의 한 마디의 좌중이 조용해졌다.
묵직한 마력이 장내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역시 저들만으로는 어려운 건가?”
그가 중얼거렸다.
그 단순한 한 마디에도 사람들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흥, 내가 어려울 거랬지?”
그런 그의 옆으로 흰옷 여기저기에 채 마르지 않은 피가 묻은 소녀가 코웃음을 치며 다가왔다.
좌중에서 그의 압박감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래, 네 말대로군, 아이언 메이든. 저들로는 신무결을 이길 수 없겠어.”
“내가 그래서 3조보다 더 불러야 한댔잖아. 내 말 안 듣더니 꼴좋다. 내 ‘관찰’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어디 흔한 줄 알아? 흥! You don’t know your ass from your elbow(꼭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니까).”
“메이든, 우리도 지금 자금이 많이 없댔잖아. 동원 가능한 자금을 최대한 동원한 게 3조였다고. 어쨌든 하는 수 없군.”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출전하도록 하지.”
“리처드, 당신이 직접?”
아이언 메이든이 깜짝 놀라며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그만큼 우리에겐 우승 상품이 중요하니까. 어때, 내가 나선다면 승리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나, 메이든?”
리처드라 불린 사내가 아이언 메이든을 보며 찡긋 윙크를 했다.
아이언 메이든이 질색을 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으웩, 그딴 윙크는 집어치우라고. 음, 그래도 당신이 나선다면······.”
아이언 메이든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번쩍 뜨더니 말했다.
“몰라. 역시 신무결 그자에 대해선 예언이 발동하지 않는군.”
“알았어. 그럼 직접 몸으로 부딪쳐 알아내는 수밖에 없겠어. 그럼 갔다 올게.”
“흥, 가서 우리 미국 얼굴에 똥칠하고 오지나 마시지.”
“걱정 말게나.”
펄럭.
새하얀 망토를 휘날리며, 사내가 분석실을 나섰다.
그리고 미국 팀의 교체 카드가 사용되었다.
경기를 관전 중이던 사람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교체 카드로 출전한 사람은 ‘리처드 아서’.
무려 미국 랭킹 제1위의 헌터였기 때문이다.
[‘미국 팀’에서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협곡 전체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미국 팀도 교체 카드를?’
무결은 흠칫하며 한서후와 눈이 마주쳤다.
한서후도 마찬가지로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무결 자신과 한서후에게 말려 시간만 낭비하던 미국 팀 마법사들이 본진 쪽으로 후퇴하더라니.
선수 교체를 하려고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 팀은 승기를 놓쳤어. 누가 오더라도 벌어진 성장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어.’
경기 시간이 15분이 지나갈 동안 무결과 한서후가 네 마법사를 꽁꽁 묶어두고 있었던 덕분에 조솔과 양금호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미국 팀 마법사들과 한서후, 신무결은 모두 경험치를 포기하고 싸움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조솔, 양금호와는 레벨 격차가 무려 5나 났다.
두 명의 레벨 차이가 이렇게 극심하게 나는 이상, 이제 게임은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한서후와 무결은 마법사들이 사라진 마법로로 진격해 곧장 미국 팀의 1차 포탑을 부숴 버리고 귀환했다.
조솔과 양금호도 본진으로 귀환해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무결은 적들의 동태를 자세히 관찰했다.
귀환 직전 적들의 진격로와 숲속에 [감시구슬]을 잔뜩 설치해 두고 나왔기 때문에 적의 움직임을 한 박자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적들에게 교체 선수라는 변수가 생긴 만큼, 먼저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에 대응하여 작전을 세울 생각이었다.
“음······ 무공로로 한 명, 마법로로 세 명이 움직이는군. 예정대로 마법로로 힘을 실을 생각인가? 하긴, 이제 와서 전략을 크게 바꾸기엔 늦었으니. 그나마 무공로는 방치해 두진 않는군.”
결국 미국 팀은 들고 온 전략을 고수하는 쪽으로 가기로 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쪽도 똑같이 가줘야지.”
무결은 아까와 같이 한서후와 함께 마법로로 나갔다.
이제는 네 명이던 상대가 세 명으로 줄었으니 한층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마법로로 나갔는데.
“······응? 뭐야?”
이변이 발생했다.
“왜······ 적이 네 명이야?”
마법로에 선 미국 팀의 마법사가, 네 명이었다.
* * *
기존에 보았던 마법사 세 명에, 후드를 뒤집어쓴 마법사 한 명.
총 네 명의 마법사가 아까처럼 마법로에 나와 있었다.
“······양금호 씨, 그쪽으로 미국 팀 무인 왔죠?”
-예, 지금 적 포탑 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왜 물으십니까?
“이쪽에 마법사가 네 명이라서요.”
-······예? [모험가의 협곡]은 네 명이서 하는 경기 아닙니까?
“제 말이요.”
무결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적 팀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무결 오빠, 이쪽으로 적 팀 한 명 출현이요!!
“······!”
조솔이 맡은 초능력로에도 적이 출현했다.
이렇게 되면 적 팀의 숫자는 여섯.
말이 안 됐다.
“어째서 적 팀 인원수가······. 조솔 씨, 적 생김새는요? 능력은 아직 잘 모르죠?”
-복면을 쓰고 있는데, 능력은 모르겠어요! 앗! 지금 저한테 달려드네요. 전투 들어갑니다!
-저도 적 무인과 전투 개시합니다.
양금호와 조솔이 동시에 전투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무결이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마법로의 마법사 넷도 캐스팅을 시작했다.
“이런. 갑시다, 한서후 씨!”
“이번엔 죽여 버리죠.”
무결의 신호에 다소 호전적인 성격으로 변한 한서후가 으르렁거리며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 * *
마법로의 전투는 박빙으로 진행되어 갔다.
콰쾅!!
세 명의 마법사가 쏘아낸 마법이 또다시 한서후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한서후의 [호신강기]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마법에 맞아 홀라당 타버렸을 것이다.
그래도 훨씬 버틸 만했다. 아까보다는.
아까는 네 명이 만들어내던 마법을 이제는 세 명이 만들어내며 위력이 줄어든 것이다.
아까라면 이 마법에 버티기는커녕 한 방에 타죽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 한 방 한 방이 더 버티기 쉬워졌다고 해서 싸움 자체가 쉬워진 것은 아니었다.
세 명과는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남은 한 마법사의 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자의 실력이 세 명의 마법사 개개인보다 실력이 월등했다.
후드를 깊이 내리눌러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 마법사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스피리추얼 브레스].사방에서 으스스한 냉기가 생성되어 도망치는 한서후에게 모여들었다.
그의 몸이 극심한 냉기에 얼어붙으며 점차 둔화되어 갔다.
“하압!!”
한서후가 스킬 [사자후]를 펼쳐 몰려드는 냉기를 일순 내몰아 버리고 몸의 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후드를 쓴 마법사의 또 다른 마법의 캐스팅이 완료되어 있었다.
[썬더 퓨리].마른하늘에서 무수한 번개가 한서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엄청난 고속캐스팅이야.’
한서후가 질린 얼굴로 날아드는 마법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