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94
기계신과 함께 – 194
후드 마법사가 마법을 펼치고 다른 마법을 펼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3초.
다른 세 마법사가 힘을 합쳐서 펼치는 마법이 5초 정도 간격인 것을 생각하면 경이적인 캐스팅 능력이었다.
‘이번 마법은 못 피하겠어.’
아직 몸을 묶어두었던 냉기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한서후는 죽음을 각오하고 공격을 몸으로 맞받으려 했다.
하지만.
위잉-
한서후의 머리 위로 보랏빛 실드가 형성되며 날아드는 번개를 흡수해 버렸다.
[플라스마 링]이었다.“감사함다, 보스!”
한서후가 무결에게 감사 인사를 외치며 자리를 벗어났다.
“음······.”
무결이 한서후를 위기에서 구해주며 굳은 얼굴로 조솔과 양금호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윽, 무공로 무인의 공격이 너무 매섭습니다. 저 혼자로는 버티기 힘들 지경입니다!
-오빠, 저도 버티기 힘들어요! 여기 능력자는 은신에 분신술을 쓰는 닌자 타입이에요! 근데 도무지 위치를 못 잡아내겠어요!
경험치를 충분히 먹고 레벨 격차를 벌린 둘이 밀리고 있을 만큼 상대의 능력이 엄청났다.
“하아.”
무결이 이마를 짚으며 머리를 팽팽하게 굴렸다.
“[모험가의 협곡]에 이런 맹점이 있었을 줄이야.”
이미 그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하늘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한번 [하늘의 눈]으로 새로이 등장한 한 명의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이름 : 하이오크 메이지
-상태 : 노예화
-고유 스킬 : [고속캐스팅], [영혼 마법]
‘노예화······. 누군가의 소환물이야, 저놈.’
일개 소환물이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결은 팀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예? 소환물이라고요? 제가 상대하는 이자가 소환물일지도 모른단 말씀입니까?
양금호가 물어왔다.
“예, 정확한 매커니즘은 모르지만요. 아니면 아마 양금호 씨나 조솔 씨 둘 중 한 분의 상대가 소환물을 소환한 자일 겁니다.”
-그런······.
조솔의 신음이 들려왔다.
“일단 누가 소환사 본인인지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대체로 많은 경우 소환사를 죽일 경우 소환물이 사라지니까요. 일단 소환사 본인을 특정해서 죽여보죠.”
-상대가 소환사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합니까?
양금호의 물음.
“아마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어째서요?
이번에는 조솔의 물음이었다.
“그야······.”
무결이 씨익 웃었다.
“몬스터는 레벨업을 못 할 테니까요.”
[모험가의 협곡].이곳은 ‘모험가’끼리 서로의 능력을 겨루는 장소.
소환물 따위가 레벨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강해지는 상대가 바로 소환사 본인일 확률이 높았다.
소환사 본인은 ‘모험가’로서 계속해서 강해질 테니까.
‘어차피 양금호와 조솔은 계속 레벨업을 할 수 있어. 그리고 나와 한서후도 상대 마법사 세 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레벨링은 더 빠를 거야. 저쪽은 세 명이 경험치를 나누고 이쪽은 두 명이 나눠 먹으니까.’
그런 생각하에 무결은 계속해서 대치 국면을 유지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심각한 가능성 하나를 간과했음을.
‘이런······ 만약 소환물의 경험치를 소환사 본인이 먹게 된다면······?’
게임 메커니즘상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소환사 본인이 두 진격로의 경험치를 독식하게 돼. 그 정도까지는 그래도 조솔과 양금호의 성장으로 상쇄할 수 있어. 하지만 더 최악의 경우는······.’
무결은 잠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결정을 내렸다.
“한서후 씨.”
“예, 보스.”
한서후가 전투로 바쁜 와중에도 무결에게 대답했다.
“마법로, 혼자 막을 수 있죠?”
“예······에? 잠깐만요, 보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잠깐만요! 보스! 보스!!”
한서후의 부름에도 무결은 재빨리 마법로를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설령 마법로가 심하게 밀리더라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무결은 아군 진영의 숲속과 상대 진영의 숲속을 신속하게 돌아다니며 몬스터의 생태를 파악해 나갔다.
그럴수록 그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없어. 숲속에 있어야 할 몬스터들이. 누군가가······.’
무결이 이를 악물었다.
‘누군가가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어.’
그가 가정한 최악의 상황.
그것은 무공로와 초능력로의 두 상대가 모두 소환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 소환사는······.
번쩍-
숲 저편에서 순간적으로 하얀빛이 일었다가 사라졌다.
무결이 재빨리 달려 그곳에 도달했다.
지금 막 새하얀 갑옷을 입은 금발의 사내가 쓰러진 몬스터로부터 떨어진 금화를 주워 들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눈을 돌려······ 무결과 눈을 마주쳤다.
“이런 이런.”
사내가 쯧쯧 혀를 차며 금화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대로 마법로에 계시지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유창한 한국어로 여유롭게 웃는 금발의 사내.
“리처드······ 아서.”
무결은 비로소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챘다.
한국 팀의 네 명이 진격로에 서 있는 사이, 리처드 아서는 올라운더로서 숲속의 몬스터를 독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과의 레벨 차이는 벌써 따라잡은 것 같군요. 전부터 당신과는 한판 겨뤄보고 싶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말에 무결이 피식 웃었다.
“기꺼이.”
그 말과 함께 무결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리처드가 새하얀 검을 뽑아 들며 무결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리고-
타앙!!
승부는 단 한 방에 났다.
리처드의 미간에 구멍이 뚫리며-
털썩.
시체로 변한 그가 쓰러졌다.
하지만.
‘······왜 이리 쉬워.’
무결은 미간을 찡그렸다.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찜찜함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각 진격로로부터 보고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무공로 무인 안 사라졌습니다.
-초능력로 상대 또한 마찬가지예요!
‘골치 아프군.’
소환사인 것이 확실한 리처드의 레벨을 봤을 때 진격로 몬스터들의 경험치까지 먹은 것 같은데, 리처드가 소환한 소환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험가의 협곡] 특성상 죽어도 진짜 죽은 게 아니기 때문인가. 골치 아프군.’
리처드도 아마 이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무결을 도발하고, 또 쉽게 당해준 것 같았다.
겸사겸사 무결의 무력도 측정해 보고.
분명했다. 생각해 보면 그의 주무기는 ‘검’ 따위가 아니었다.
‘전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능구렁이야.’
무결은 고개를 저었다.
리처드가 등장하면서 확실히 무결의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다.
‘리처드 정도면 상정 외의 변수야.’
누가 알았겠는가.
느닷없이 자타공인 세계 1위국 미국의 톱랭커가 난입할 줄.
‘계획대로 중반에 게임을 끝내기는 글렀어. 그렇다고 무난하게 끌고 가면 리처드와의 레벨링 싸움에서 뒤처질 수도 있겠어.’
리처드가 무결의 레벨을 뛰어넘는 순간부터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장비발을 많이 타는 무결의 스킬 특성상, 장비가 제한적인 이곳에서는 리처드와 싸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리처드는 게임 외적인 요소인 ‘소환물’까지 끌고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던전 [모험가의 협곡]과 상성이 좋았다.
‘그렇다면 일단······.’
무결은 행동방침을 정했다.
그는 숲속의 몬스터를 사냥해 레벨링을 하며 초능력로로 향했다.
무결의 방침은 간단했다.
자신이 크면서, 리처드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러려면 무결 자신은 레벨업에 집중하며, 리처드의 성장동력인 소환물들을 죽여 버려야 했다.
그의 소환물들은 모두가 과거에 엄청나게 강력했던 네임드 몬스터들.
놈들에게 나름 레벨링을 많이 한 조솔과 양금호가 고전하는 것을 보면 그 강력함을 알 수 있다.
죽이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의 스킬 특성상, 이놈들은 죽이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은 조솔과 양금호 혼자 상대할 만한 약한 놈들이야. 일단 놈들을 죽여서 리처드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초능력로로 향한 무결.
하지만 무결이 초능력로에 도착하자마자······.
“당신이라면 이쪽으로 올 줄 알았습니다.”
펄럭.
날개 달린 사자 모양의 몬스터가 땅에 내려앉았다.
그 위에는 리처드가 타고 있었다.
어느새 부활해 이곳으로 몬스터를 타고 날아온 것이다.
‘빨리도 오는군.’
“그르르······.”
사자 몬스터가 그르렁거리며 무결을 노려보고 있었다.
“······쯧. 그새 또 레벨업을 한 모양이군.”
무결이 마주 사자 몬스터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리처드가 레벨업 속도가 예상 이상이었다.
“우리 평화롭게 레벨업이나 하도록 하죠. 아무리 당신이 강력하다 해도 지금 저와 이 녀석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을 텐데요?”
이미 무결의 무력 측정을 어느 정도 끝낸 듯 리처드가 여유롭게 말했다.
‘후······. 하는 수 없나.’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리처드가 의도한 바대로 후반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당신과 한판 겨뤄보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우리 모두의 힘이 개방되었을 때 싸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구실은 좋군요.”
무결이 피식 웃었다.
-후반으로 가면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리처드의 의도가 뻔히 읽혔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무결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 * *
“후후, 신무결이 리처드의 의도대로 후반 싸움을 택한 것 같군.”
“어리석은 사람이야. 리처드가 본신의 능력을 다 개방하면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아니, 신무결 독주 체제인 한국 팀의 특성상, 신무결이 리처드에 비해 레벨링이 뒤처지는 순간 게임은 끝이야. 싸움의 베테랑인 리처드가 한국 팀을 물어뜯을 기회를 절대 놓칠 리가 없어.”
네이비 씰 분석가들이 화면을 바라보며 전황을 분석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네이비 씰 분석가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예상만큼 전황이 희망적으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표상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미국 팀의 손실이 커지고 있었다.
골드 수급량과 레벨업 상황 등 여러 전황 지표에서 미묘하게 한국 팀이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최고의 분석가들답게 네이비 씰 분석가들은 이내 그 원인을 찾아냈다.
“저 사람······ 어떻게 저렇게 황홀한 동선으로 움직일 수가 있는 거지?”
“전혀 움직임에 낭비가 없어. 리처드가 세 수 앞을 읽는다면 저 녀석은 다섯 수 정도를 읽고 있어. 아니, 그 이상이야.”
그들은 경악했다.
신무결의 움직임이 마치 오래전부터 리처드와 미국 팀을 분석해 왔던 것처럼 완벽하게 맞아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리처드와 네 명의 마법사는 이 게임에 처음 출전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마법사가 총력전을 벌여 마법로에 선 한서후를 밀어붙이는 순간.
무결은 정확히 그곳에 나타나 밀리던 한서후와 함께 그들의 빈틈을 쳤다.
그 결과 다소 무리한 한서후가 사망했지만 ‘하이오크 메이지’가 사망했다.
하이오크 메이지는 무결의 경험치가 되었다.
리처드가 무공로에 서 있던 무인 몬스터를 귀환시키려는 순간.
무결은 정확히 그 타이밍을 노려 방심한 무인을 양금호와 기습해 죽였다.
리처드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이었다.
역시 무인 몬스터는 무결의 경험치가 되었다.
그렇게 무결은 상대방이 정비하는 시간, 공격하는 타이밍 등을 초 단위로 정확하게 분석해 그곳에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리처드의 소환수들이 죽어나갔다.
네이비 씰 분석가들은 무결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에 두 눈을 비볐다.
눈 뜨고 당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