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95
기계신과 함께 – 195
리처드도 결코 수싸움에서 밀리는 헌터가 아니었지만, 무결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이전 경기들도 장난 아니었지만, 그때는 신무결이 깜짝 수와 더불어 압도적인 피지컬 파워로 찍어 누른 감이 있었어. 반면 지금은······.”
“저들이 붙이 별명대로 신기묘산, 그 말이 딱 어울려. 지금 당장 전투력으로는 신무결에게 밀리지 않는 리처드가 가랑비에 옷 젖듯 야금야금 말려들고 있어.”
신무결은 리처드의 몬스터가 분산되어 있다는 약점을 정확히 노리고 그의 몬스터들을 하나씩 사냥해 갔다.
리처드가 비록 레벨업을 통해 더 많은 몬스터들을 소환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신무결의 사냥 속도와 레벨업 속도가 그 균형을 맞춰 나갔다.
“이럴······ 수가.”
처음에는 리처드가 소환물들을 이용해 압도적으로 빨리 레벨업을 할 거라 분석했던 분석관들.
그러나 그 분석이 무색하게도.
[레벨 업 하셨습니다!]신무결은 리처드와 동시에 만렙을 찍었다.
* * *
‘저것들 잡느라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아깝지도 않나.’
무결은 또다시 리처드의 몬스터를 기습해 죽이며 생각했다.
그가 아낌없이 꺼내는 몬스터들이 실은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잡은 몬스터들임을 알고 있었다.
‘흠, 전에 3조라는 돈을 제시한 것도 그렇고 애지중지해 왔을 몬스터들을 이토록 쏟아붓는 것만 봐도 무슨 절박한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무결은 전에 ‘아이언 메이든’이라는 녀석이 3조를 제시한 걸 떠올렸다.
그리고 사실 리처드가 꺼내 드는 몬스터들은 돈으로 환산하면 3조의 값어치를 넘어서는 놈들이었다.
[모험가의 협곡]이라는 던전의 특성과 현재 리처드의 스킬 레벨상 상당히 약해져서 나타났지만, 현실에서는 수십 명의 헌터가 레이드를 통해서 사로잡은 녀석들이니까.저놈들로 몬스터 사냥을 시킨다면 일반 몬스터들쯤은 쓸려 나갈 터였다.
그런 면에서 이 던전에서 저놈들을 꺼내 든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조솔과 양금호가 홀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약화된 상태니까.
‘무슨 이유로 저렇게 우승 상품에 목말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말이지.’
무결은 살짝 미안한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리처드의 소환물들을 죽여 나갔다.
리처드가 피눈물을 흘리든 말든 그에게는 리처드의 몬스터들을 죽이는 것이 승리로 향하는 확실한 공식이었으니까.
그리고.
[레벨 업 하셨습니다!]‘됐군.’
환한 빛이 무결의 몸을 휘감으며 레벨업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처드가 있는 숲속에서도 환한 빛이 일었다.
‘저 녀석도 만렙이군.’
씨익 웃은 무결이 움직였다.
* * *
“후, 대단한 녀석이야.”
날개 달린 사자 모양의 몬스터 [라이오가]의 위에서 앉아 있던 리처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환하게 빛난 한국 팀의 숲속을 응시했다.
신무결이 만렙을 달성한 모양이었다.
쿵.
동시에 리처드의 눈앞에 있던 ‘붉은 오거’가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하얗게 빛났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좋아. 그럼.”
네 마리 네임드 몬스터의 호위 아래, 리처드가 심호흡을 하고 스킬을 발동했다.
[게이트 오브 로스트 에덴(Gate of lost Eden)].찌직.
서서히 공간이 찢어지며 검은 차원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차랑.
“끄우어어어어!!”
쇠사슬에 온몸이 묶은 거대한 몬스터의 실루엣이 일렁였다.
“드디어.”
리처드가 10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몬스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리처드가 소환한 놈들은 이놈에 비하면 들러리에 불과했다.
이놈은 아주 최근에 큰 희생 끝에 포획한 따끈따끈한 신종 보스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이놈을 다른 놈들에 앞서 소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스킬 레벨이 만렙에 다다랐을 때에야 비로소 이놈의 온전한 힘을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만렙을 찍지 않고 이 녀석을 소환했더라면 고작 이 녀석의 힘을 50%밖에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한국 팀 헌터들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할 테지만, 혹시나 모르니 만전을 기하고 싶었다.
만레벨을 찍은 지금은 이 녀석을 포획했을 때의 힘을 80%까지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정도면 충분해. 세상 어느 누구라도 고작 네 명이서 이 녀석을 잡을 수는 없어.’
쿵.
놈이 불타는 발을 게이트 밖으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20미터 높이의 거대한 몸집이 게이트를 비집고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놈은 온몸이 울룩불룩한 근육으로 가득했으며, 얼굴에는 오로지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밖에 없었다.
그리고 등에는 악마의 것 같은 징그러운 날개가 달려 있었고, 손에는 몸보다 더욱 세차게 타오르는 새파란 화염의 채찍을 들고 있었다.
최근 미국 동부지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현재까지 발견된 최고위험등급인 13등급 판정을 받은 재해급 몬스터.
[발티르]였다.까르릉.
“크어어어엉!!”
게이트를 온전히 빠져나오려던 놈이, 온몸을 칭칭 감은 새하얀 사슬에 걸려 게이트를 빠져나오다 말고 울부짖었다.
쇠사슬이 마치 주박처럼 놈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타천사의 쇠사슬].리처드가 스킬을 발휘하자 사슬이 점차 새까맣게 물들어갔다.
그러며 흉성이 가득하던 몬스터의 눈이 점차 사슬의 색처럼 새까맣게 물들어가며 리차드의 권속 아래 놓이게 되었다.
놈의 눈이 새까맣게 물들자마자.
차르르릉.
검게 변한 사슬이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후후, 이겼군.”
풀 컨디션으로 소환된 발티르를 복종시킨 순간.
리처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파파팟-
기묘한 파열음과 함께 리처드를 호위하고 있던 네 마리의 몬스터가 동시에······.
후두둑.
조각이 나 떨어져 내렸다.
“이놈들은 이제 필요 없지?”
숲속에서부터 여유롭게 걸어 나온 것은 무결이었다.
그의 몸 주변에는 네 개의 전투용 드론이 윙윙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본격적인 만렙 전투의 개막이었다.
결승전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발티르의 모습을 접하는 순간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악마 발티르를 보는 것만으로 심신이 얼어붙은 것이다.
특히 미국 사람들의 충격은 더했다.
놈은 미 동부 일대 도시 두 개를 쑥대밭으로 만든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주 전에 도시 두 개를 끝장낸 녀석은 ‘미 정부에 의해 처리되었다’는 소식만 전해진 채 사라졌었다.
그랬던 놈이 이렇게 리처드의 손에서 다시금 기어 나오니,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으으······ 저놈을 포획하다니.”
경기를 지켜보던 미 동부 출신의 헌터가 중얼거렸다.
다들 리처드가 포획했을 거라고 암암리에 예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과거에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악질적인 몬스터를 사역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이 헌터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 리처드! 우리의 Hero!”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 최고의 영웅인 그를 우상처럼 따랐다.
그들은 그가 최강 최악의 몬스터인 [발티르]를 길들였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당장 그를 부숴 버려요!”
리처드 아서는 다른 헌터들과 비교해도 격이 다른 존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가 누군가?’라는 화두에 항상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홀로 다수의 네임드 몬스터를 사역하는 그는 ‘일인군단(一人軍團)’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걸어 다니는 전술병기이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리처드가 현재까지 보고된 최고위험등급인 13급의 몬스터인 발티르로 한국 팀을 단숨에 짓밟아 버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무결이 얼마 전에 한국에서 상대했던 ‘두억시니’.
헌터 협회가 추산한 놈의 몬스터 등급이 15급이었음을.
“저······ 저게 뭐야.”
사람들은 전투가 이어질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숨에 신무결을 짓밟아 버리고 한국 팀을 아작낼 줄 알았던 발티르가······.
13등급 최악의 몬스터 발티르가 무결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 *
“뭐야, 너······ 정체가 뭐야.”
미국 랭킹 1위의 영웅이자 전 세계인들의 우상인 리처드 아서가 얼이 나간 얼굴로 무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결은 공중을 박차고 날아다니며 발티르의 채찍을 너무나도 손쉽게 피해내고 있었다.
초능력자지만 무공 스킬 또한 열심히 연마해 온 그의 눈에도, 무결의 움직임은 희끗한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빨랐다.
무공으로 가속화된 초인지로도 제대로 감지할 수 없는 속도.
‘저건······ 스킬만의 문제가 아니야. 스텟의 차원이 달라.’
그는 이 정도의 헌터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무결이 강적을 맞아 처음으로 거의 모든 능력을 드러내 보인 것은 얼마 전에 재해를 맞아 파괴된 대전시.
하지만 당시 무결의 전투 장면은 전혀 외국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도시방어결계’가 외부로부터의 물리/마법적인 관측을 대부분 차단했으며, 도시 내에서 헌터협회에 의해 촬영된 전투 장면은 은하그룹의 요청과 사회적인 혼란 방지라는 명분에 의해 비공개 처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러클들의 스킬 감시 또한 무결에게는 무용지물이었으니, 무결의 전투력은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최상급 정보였다.
물론 그것은 방금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지금 전 세계로······.
[공간절리광선(空間節理光線)].팟-
“크아아아악!”
전력(全力)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무결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헌터계에 새로운 신화(神話)가 쓰이고 있었다.
툭.
무결의 주위를 위성처럼 맴도는 [전투드론 8.01]에서 뿜어져 나온 [공간절리광선]에 의해 발티르는 양 날개가 떨어지고, 휘두르던 채찍이 절단된 데 이어 채찍을 휘두르던 팔이 차례로 잘려 나갔다.
“쿠화아아악!”
놈이 반대편 손으로 채찍을 생성해 내 미친 듯이 무결을 향해 휘둘렀지만, 무결은 그의 몸을 맴도는 전투드론과 함께 바람처럼 채찍을 피해냈다.
혹시나 닿는 채찍도-
[아이기스의 방패].쾅!
무결의 앞에 생성되는 마력방패 앞에 가로막혀 충격이 상쇄되었다.
“크아아악!”
발티르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무결에게 광분했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화르르륵–!
[지옥화염(地獄火焰)].전방위적으로 강력한 불의 폭풍이 발생했다.
무결이 피할 공간 전체를 초고열의 화염으로 태워 버리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위잉-
[전투드론 8.01]로부터 반투명한 결계가 생성되어 무결의 주변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공간절리결계(空間節理結界)].1cm 남짓한 두께의 결계 안쪽에서 공간 왜곡이 펼쳐지며 무결과 외부세계와의 공간적 거리가 한없이 확장되었다.
발티르의 불의 폭풍이 무결의 결계에 닿자마자 마치 청소기에 먼지 빨려들듯 무결의 결계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 가버렸다.
결계 안쪽에서 한없이 넓어진 공간이 진공청소기처럼 발티르의 화염을 빨아들여 버린 것이다.
화염은 결계 속 허무(虛無)의 공간을 둥둥 떠다니다가 소멸해 버렸다.
“헐······.”
네이비 씰 분석관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저 화염 한 방에 필라델피아 절반이 불탔었는데······.”
발티르의 필살기 같은 공격이 무결의 방어 결계 한 번에 허무하게 소멸하는 것을 본 그들의 충격은 엄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