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96
기계신과 함께 – 196
그들도 나름 무결의 능력을 분석해 봤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들은 무결 정도면 발티르로 쉽게 해치우고도 남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영국 2, 3, 4, 6위의 헌터를 동시에 박살 냈을 때 보여준 무력은 새 발의 피였다.
그때 무결이 보여준 전력의 130% 정도를 무결의 최대치로 잡은 것은 실수도 한참 실수한 거였다.
“영국 샌님들 박살 낼 때의 전력(戰力)은 그의 전력(全力)의 20%도 나오지 않은 거였어······.”
그렇게 네이비 씰 분석관들의 한숨과 감탄이 뒤섞인 탄식 속에.
전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 * *
팟-
유리처럼 투명한 광선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발티르의 목이 떨어졌다.
툭. 데구르르······.
차근차근 놈의 물리적/마법적 방어력을 깎아낸 무결이 놈의 방어가 느슨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일격에 놈을 참살한 것이다.
“끝났군.”
무결이 네 개의 전투드론을 갈무리하며 땅바닥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그의 앞에는 리처드 아서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무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티르와 무결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 마치 ‘이것이 꿈이 아닐까’ 생각하는 듯했다.
“리처드 씨, 당신은 패배했습니다. 그만 패배를 인정하시지요.”
무결이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리처드의 마지막 수가 무결의 손에 스러진 이상 이제 무결의 앞을 막을 존재는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패배를 인정합니다.”
어느새 정신을 되찾은 리처드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더 저항해 봤자 꼴만 우스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던전의 남은 모두가 힘을 합쳐도 저자 하나를 어찌할 수 없겠군. 저자······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야.’
리처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살면서 이런 규격 외의 인간을 만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돌아가서 메이든에게 엄청 놀림 받겠군. 그건 그렇고 어쩐다······.’
이제 우승은 물 건너갔으니 ‘그것’을 처리하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터였다.
‘가만.’
리처드의 눈이 눈앞을 지나쳐 미국 팀 본진으로 향하는 무결의 등에서 멈춰 섰다.
* * *
콰아앙!!
미국 팀의 본진 사령부가 박살 났다.
그와 동시에 던전이 클리어되었다.
[던전 ‘모험가의 협곡’에서 우승을 차지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비밀상점 VIP 티켓]이 지급됩니다.] [대량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아이기스의 방패]가 일정량의 카르마 포인트를 흡수합니다.]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무결의 손목에 달려 있던 [아이기스의 방패]의 문양이 살짝 변하며 조금 더 패턴이 화려해졌다.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무결의 손 위에 카드 한 장이 생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무결의 몸이 빛에 휩싸이며 던전 밖으로 이동했다.
* * *
“신무결 헌터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찰칵찰칵.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당연스럽게도 무수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 나왔다.
오늘의 화제는 단연 신무결.
미국의 랭킹 1위 헌터를 압도적으로 박살 내버린, ‘세계 최고’란 수식어에 어울리는 사나이였다.
쓰기만 하면 특종인, 걸어 다니는 특종 보증수표 신무결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혈안이 되어 신무결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신무결이 빙긋 웃었다.
“죄송합니다. 피곤하군요.”
팟-
그 소리와 함께 신무결이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일반인인 기자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자리를 이탈해 보인 것이다.
잠시 무결의 도주에 벙쪄있던 기자들은 이내 입맛을 쩝쩝 다시다가 다른 타깃을 찾아냈다.
던전 입구 앞에 난처하게 서 있는 세 명의 각성자.
수년간 모습을 감추었다 갑자기 나타나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한서후, 그리고 양호한 실력으로 선전한 한국의 두 헌터 조솔과 양금호.
기자들이 다시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 * *
무결이 집으로 돌아와 ‘모험가의 협곡’에서 얻은 카드를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름 : 비밀상점 VIP 티켓
-희귀도 : 유니크
-상태 : 모험가 신무결에게 귀속
-설명 : [비밀상점]의 더욱 은밀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VIP 티켓. 티켓을 찢으면 상점으로 통하는 포털이 열린다.
무결은 곧바로 카드를 찢었다.
그의 눈앞으로 포털이 열렸다.
무결은 망설이지 않고 포털 속으로 들어갔다.
[[비밀상점]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VIP 티켓을 지닌 고객으로 확인되어 VIP룸이 개방됩니다.] [고객님께서는 진열된 아이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획득하시면 10초 뒤 자동으로 상점 밖으로 안내됩니다.] [즐거운 쇼핑 되시길 바랍니다.]이런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여러 가지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는 작은 가게 내부가 보였다.
무결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모험가의 협곡’에서 이용했던 비밀상점의 안쪽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있었지만 특별한 힘에 의해 절대로 들어올 수 없던 공간.
이제는 무결에게도 허락된 공간이었다.
가게 곳곳에는 노멀에서 레어 등급으로 보이는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었다.
무결은 가게 내부 한쪽에 ‘VIP룸’이라 적힌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VIP룸 안쪽에는 한눈에 봐도 문 밖에 있던 아이템들보다 고급스러운 아이템들로 즐비했다.
레어 상급에서 유니크 하급 정도의 아이템들이었다.
무결은 천천히 아이템들을 살폈다.
그리고 그중에서 양피지처럼 생긴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다.
‘이거다.’
무결은 볼 것도 없이 그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다른 아이템들도 꽤 쓸 만하긴 했지만, 무결이 탐낼 만한 가치의 아이템들은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쓸모 있는 아이템은 바로 손에 든 이 마법 스크롤처럼 생긴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마법 스크롤이 아니었다.
-이름 : ‘모험가의 협곡’ 월드 매매 증서
-희귀도 : 레어
-설명 : [모험가의 협곡 월드]의 소유권을 획득한다.
[모험가의 협곡 월드]는 재앙형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던전 월드’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고 어떤 자원도 없어서 사실 별반 쓸모없는 던전 월드였다.이는 전생에서 이것을 선택했던 헌터가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결 자신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이 어떤 쓸모도 없어 보이는 던전 월드였다.
“획득.”
무결이 아이템을 선택하자 확인 창이 떴다.
확인을 마치자 10초 뒤 빛에 휩싸여 [비밀상점] 밖으로 퇴장되었다.
무결은 손에 들린 파란색 카드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흐음······.”
[모험가의 협곡 월드의 마스터키]였다.그리고 무결이 다른 한 손에 비슷하게 생긴 갈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키]였다.“어떻게 합치는 거지.”
아테나로부터 ‘던전 월드’들을 합칠 수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자세한 방법을 모르겠다.
“······일단 꼬맹이나 한번 보고 오자.”
파지직-
공간이 열리며 [베히모스 월드]가 드러났다.
무결이 그 속으로 발을 디뎠다.
* * *
드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하늘과 거대한 화산.
그리고 각종 기계장치들.
오랜만에 들어오는 [베히모스 월드]였다.
이곳이야말로 지난 3년간 은하그룹의 비밀 생산거점으로서, 수많은 비행선과 로봇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중앙화산과 비견되는 압도적인 크기의 새하얀 전투전함 [란드그리드].
대전시 웨이브에서 그 일부만 모습을 드러냈던 전투함은, 아직은 미완성의 단계였다.
“저거 옮기려면 꽤나 큰 거사를 치러야 했을 텐데, 안 그래도 되어서 다행이군.”
던전 월드 소멸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
슬슬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하지만 ‘던전 월드’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알아냈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결은 가만히 작업 중인 기술자들과 로봇들을 바라보다가 중앙화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글부글.
후끈한 열기가 무결의 안면을 강타했다.
중앙화산 속의 용암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선 무결은 용암호수의 중앙에 자리 잡은 채 흔들림 없이 떠 있는 물체를 찾아냈다.
알은 마치 심장이 두근거리듯 맥동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용암에서 열기를 흡수해 나갔는데, 열기를 흡수할 때면 알의 색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맥동할 때마다 알의 색이 새빨갛게 변했다가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여간 까다로운 녀석 같으니.”
이제 저곳에서 다른 곳으로 알을 옮길 수도 없었다.
전에 한번 알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 했지만 알은 저 위치에 못이 박힌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칫 알이 부서질까 봐 더 이상의 시도를 하기를 포기했었다.
“참 오래도 잔다.”
어스 펭귄이었던 꼬맹이가 알이 된 지도 어느새 2년 9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에픽’ 등급이었던 알이어서 그런지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지 그러냐.”
무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오랜만에 [하늘의 눈]으로 알을 바라보았다.
-이름 : 대마수의 알
-희귀도 : 에픽
-상태 : 기를 모으는 중. 모험가 신무결에게 매우 친밀함
-설명 : 불과 흙을 좋아하는 대마수의 알. 모험가 신무결과 매우 친밀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
“너 때문에 내가 여기를 포기 못 하잖아.”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 월드 기간 한 번만 더 늘려줄 테니까 그 안에 일어나라. 안 그럼 나도 이제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알을 응시하다 뒤로 돌아 다시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무결이 사라진 직후.
쩌적.
알의 표면에 미세한 금이 간 것을.
* * *
“음······.”
두 개의 [마스터키]를 [하늘의 눈]을 마력이 떨어질 때까지 발휘한 결과, 결국 무결은 [마스터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었다.
“후, 이런 방법일 줄이야.”
무결은 오랜만에 겪는 마력탈진으로 노곤한 몸을 움직여 [모험가의 협곡 마스터키]를 잡고.
부욱.
그대로 찢어버렸다.
그러자-
[[모험가의 협곡 월드]가 [베히모스 월드]로 편입됩니다.]이런 메시지가 뜨며 찢어진 [모험가의 협곡 마스터키]가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베히모스 월드]의 소멸 예정 시간이 늘어납니다.]“후, 됐군.”
월드의 수명을 늘리려면 그 안에서 다른 월드의 마스터키를 찢어버리면 된다.
무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베히모스 월드]를 빠져나왔다.
* * *
“이럴 수가······.”
리처드 아서가 신음을 흘렸다.
미국 네이비 씰의 한 공간.
네이비 씰의 상층부가 모여 그들의 정보부가 입수한 한 가지 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돌려 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로봇 한 기가 거대한 도깨비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무결이 [트리슈라]를 탑승하고 두억시니와 맞서 싸우는 영상이었다.
“저 몬스터의 추정 등급은?”
리처드가 네이비 씰의 분석가들을 보며 물었다.
그중 가장 선임인 분석가가 대답했다.
“그게, 헌터 협회의 기준으로 따지면 아마······.”
“아마?”
“15등급은 될 거야.”
“허······.”
리처드가 탄식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