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97
기계신과 함께 – 197
“이러니 발티르가 상대가 안 되지.”
무결은 마침내 두억시니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영상을 처음부터 입수했었더라면 그를 상대로 발티르를 꺼내는 멍청한 짓은 안 했을 텐데.”
리처드가 찌릿 정보부 요원들을 노려보았다.
정보부 요원들이 찔끔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다시피 한국 쪽의 보안이 워낙 강력해서. 우리도 빼돌리는 데 얼마나 고생했다구!”
하지만 선임 정보부 요원은 그에게 쫄지 않고 대꾸했다.
“그래그래, 고생했어. 그래서, 내가 말한 건 어떻게 생각해?”
“음······ 그래, 리처드 우리 생각에도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신무결이라면 ‘그놈’을 어떻게든 해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럼 신무결을 포섭하는 쪽으로 가볼게.”
“오케이.”
* * *
다음 날, 잠에서 깬 무결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최강자 신무결. 그는 어떤 인물인가.] [세계 1등의 헌터! 그의 과거 행적은?] [한서후 인터뷰, “신무결, 나의 정신적 지주”] [양금호 인터뷰, “그가 다 했다”]예전 무결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는 기사부터 그에 대한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다.
심지어는 그의 어릴 적 친구들이 튀어나와 한 이야기와, 그의 전 여자친구를 사칭하는 사람들의 발언도 기사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나 여자친구 없었단 말이다······.”
신무결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인터넷 창을 껐다.
댓글들은 어떤 반응인지 차마 읽어보기조차 두려웠다.
“정보부에 정리 좀 부탁해야겠군. 고소장도 좀 보내고.”
무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뭐 이리 날 보려는 놈들이 많아?”
비단 기자와 일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결이 소지하고 있던 각종 오러클 방어 아이템이 깨져 나가 있었다.
[모험가의 협곡]에서 힘을 전 세계에 홍보한 효과인지, 수많은 각성자들의 ‘시선’이 무결을 향하고 있었다. [마스터, 이제 [마스터피스]를 활성화해 두시면 오러클 방어 아이템 없이도 방비가 가능할 겁니다.]“그래? 알았어, 땡큐.”
무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슈리의 말대로 스킬 [마스터피스]를 활성화해 두었다.
가끔 슈리는 저렇게 영문 모를 조언을 주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슈리의 말을 따르면 신기하게도 정말 그녀의 말대로 되었다.
무결이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아냐’ 물어도 슈리는 그냥 ‘감’이라고만 해서 되묻기를 포기한 지는 한참 지났다.
‘아마 ‘에메랄드 서’의 영향인 것 같기는 한데.’
무결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때였다.
-마스터, ‘리처드 아서’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응?”
무결은 ‘레드오크 등심’을 조리하다 말고 통화를 연결했다.
-어이, 챔피언.
“아서? 무슨 일입니까.”
-긴히 부탁할 것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무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
“음······.”
무결이 화면 속 장면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철저하게 유린되고 박살 난 중세풍의 도시.
박살 난 건물들이 온통 하늘에 떠올라 있는 기이한 풍경.
기이하지만 잔혹한 파괴의 현장이었다.
리처드가 전송해 준 20초 남짓한 영상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
–
우리가 입수한 정보는 이것뿐입니다.
리처드 아서가 침울하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영상을 들고 나온 헌터를 포함해, 정찰차 던전에 들어간 헌터는 모두 죽었거든요.
그가 한숨을 쉬더니 이어 말했다.
-우리는 일찍이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그냥 던전브레이크로 나오는 몬스터를 때려잡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우리 측 ‘예언자’가 예언했습니다. 만약 이 던전이 브레이크 아웃 되면, 미국 헌터들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요.
“······그래서 승리 보상인 [모험가의 협곡 월드]를 그토록 원하신 거였군요?”
-오, 역시 대단하십니다. 맞습니다. 역시 [던전 월드]에 관해 알고 계시는군요.
리처드가 조금 감탄한 눈으로 무결을 바라보았다.
[던전 월드]는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극비 정보였다.무결은 미국이 몇 개의 [던전 월드]를 클리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던전 월드]를 언급하는 데 별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면 말이 쉽게 통하겠군요. 저희는 이번에 얻은 [던전 월드] 속에 이놈을 가둬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 [던전 월드]가 소멸할 때까지는 이놈을 상대하는 것을 미룰 수 있을 테니까요.
마음만 먹는다면 몬스터를 가둬두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저희가 지닌 던전 월드는 소멸 기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안타깝다 해야 할지, 다행이라 해야 할지 요 2년간 재앙형 던전이 미국 쪽에는 많이 안 나왔거든요.
“그렇다면 오늘 저에게 연락하신 이유는, 저에게 이 던전의 클리어를 의뢰하시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리처드는 무결이 의뢰를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흐음······.”
무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저 던전, [드래고니안 캐슬]에 나오는 몬스터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15급, 두억시니와 같은 등급 몬스터 ‘스카이 드래곤’. 확실히 미국에서 잡기엔 아직 한참 이른 녀석이야.’
스카이 드래곤은 두억시니와 함께 던전시대 개막 5년 후 정도에 나온 초강력 몬스터였다.
전생에서도 저 녀석에 의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가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나로서도 저 녀석을 잡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같은 15급인 두억시니도 약점을 잡아 간신히 물리친 지금, 무결로서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놈이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무결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
리처드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무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제가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차선책을 드릴 순 있습니다.”
그 말에 리처드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그게 뭡니까?
무결은 전생에서 저 녀석을 봉인했던 한 마법사를 떠올렸다.
“대마법사 ‘아케우스’, 그를 찾으세요.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전생과는 달리 한참 이른 시간에 등장한 ‘스카이 드래곤’이었지만 무결은 그가 녀석을 봉인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마법사 아케우스, 혹은 대현자 아케우스.
그는 전생에서 무결과 함께 ‘기계룡’을 상대했던 인류 최강의 4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케우스, 이제 슬슬 어디 있는지 확인해 둘 때가 되었어.’
무결은 이 기회의 미국의 정보력을 빌려 베일에 싸인 그의 소재를 파악해 두기로 했다.
새파란 하늘.
아름다운 구름.
미국에서도 아름답고 청정한 도시로 소문난 마이애미의 스카이라인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이런 맑은 날씨는 관광도시 마이애미에 활기를 더했겠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마이애미의 불행에 일조하고 있었다.
날이 맑을수록 더욱 많은 힘을 얻는 ‘스카이드래곤’이, 마이애미의 가장 높은 빌딩 위에 앉아 도시 전체를 굽어보고 있었다.
마이애미의 곳곳에서는 하늘 높이 치솟은 토네이도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깨끗한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무질서적이고 무차별적인 파괴가 도시 전체에 걸쳐 벌어지고 있었다.
스카이드래곤의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새로운 토네이도가 생성되어 마이애미 전체를 부수어 나가고 있었다.
“······엄청나군.”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무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저기에서, 두억시니급의 몬스터가 날뛰고 있었다.
그 어떤 견제도 없이.
“······그리고 안타깝군.”
무결은 도시 안에서 비명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사람들은, 구할 수 없다.
이미 몇 주 전부터 도시 소개령이 떨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주할 수는 없었다.
옛날과는 달리 지상의 길은 몬스터를 마주치지 않고는 지날 수 없었으며, 비행길조차도 간간이 나타나는 몬스터들에 의해 위협받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무결은 [트리슈라]를 이끌고 미국으로 날아와 있었다.
여차하면 ‘그’를 도와 저 스카이드래곤의 봉인을 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럴 필요가 없을 듯했다.
‘아케우스, 역시 듣던 대로 엄청난 마력이다.’
대현자 아케우스.
전생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기계룡과 맞서 싸우던 결사대 4인 중의 한 명.
다시 말하면 인류에서 가장 강했던 네 명의 각성자 중 한 명이,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었다.
마법사인 그가 주문을 외우자 거대한 마이애미의 대지가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땅에서 떠오르는 기하학적인 문양과 룬문자들.
아케우스를 비롯한 수십 명의 마법사가 이 며칠간 밤낮없이 작업해 설치해 둔 마법진이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스카이드래곤이 토네이도를 뿜어내던 것을 멈추고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때.
촤라라락-
어디선가 새하얀 쇠사슬이 튀어나와 녀석의 발을 잡아챘다.
“오, 저게 되는군.”
무결은 그것이 리처드의 스킬 [타천사의 쇠사슬]을 마법진 속에 저장했다 사용한 거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덕분에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스카이드래곤이 날아오르려다 말고 뚝 멈춰 버렸다.
스카이드래곤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그럴 때마다 쇠사슬이 끼긱- 끼긱- 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13등급 몬스터 ‘발티르’조차 끊어내지 못했던 강인한 쇠사슬이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촤라락- 촤라락-
[타천사의 쇠사슬] 몇 개가 더 땅속에서 튀어나와 녀석을 결박했다.“크어어어어!!”
스카이드래곤이 울부짖으며 더욱더 몸을 비틀어댔다.
퍼펑, 펑!!
놈의 온몸에서 광풍이 뿜어져 나오며 주위 건물이 녀석을 중심으로 모두 터져 나갔다.
그 엄청난 파괴력에 녀석을 결박하고 있던 쇠사슬도 몇 개가 끊어져 나갔고, 나머지도 조금만 있으면 모조리 끊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사이.
이미 아케우스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초대지봉인술 [기간틱 씰(Gigantic Seal)].
스카이드래곤을 반구형으로 둘러싼 결계가 환하게 빛을 내뿜으며 응고되기 시작했다.
결계는 점차 갈색으로 물들어갔다.
하늘로부터 힘을 얻는 스카이드래곤의 힘을 감소시키는 대지 속성의 결계가 마침내 하늘을 완전히 가려 버렸다.
드드드드-
결계는 땅으로부터 흙을 빨아 올려 스스로 두께를 키워 나갔다.
쿵, 쿵······.
돔 안쪽에서 스카이드래곤이 발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소리는 흙이 점점 그 두께를 더해가며 잦아들더니, 마침내는 전혀 들리지 않게 되어버렸다.
드드······.
그때쯤 끊임없이 두께를 키워 나가던 결계의 움직임도 멎어들었다.
대도시 마이애미의 대부분을 감싸며 만들어진 이질적인 반원형의 갈색 돔(dome).
죽은 도시를 추모하는 거대한 무덤의 완성이었다.
* * *
“신무결입니다.”
“아케우스 베르제입니다.”
두 초인이 손을 맞잡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거물들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거물인 리처드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분 덕에 미국의 큰 우환거리를 하나 없앨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