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00
112화-
붉은 머리의 여인이 소리 없이 날 아올랐다.
안력을 돋울 줄 아는 자에게도 보 이지 않을 만큼 높게.
“굳이 목표물을 볼 필요는 없지.”
그녀가 즐거이 흥얼거렸다.
그들이 가는 경로의 모든 흑마법 함정들을 발동하면 될 일이니.
‘오히려 이쪽이 더 내게는 유리하
지.’
취향은 미혹하여 절망에 빠뜨리는 것이지만, 적성에는 이렇게 대놓고 뭉개는 것이 더 맞았다.
그야, 흑마법사는 기본적으로 멸 망을 향해 가는 존재들이니까.
웅오
가장 빨리 이상을 감지한 땅이 울 고 있었다.
두 손을 가만히 움직이자, 가볍게 울리던 진동이 일시적으로 가라앉 았다.
그러나 기다림은 잠시뿐.
일단 시작하고 나면 황제는 몰라 도 스칼렛 아르만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었다.
“발버둥 쳐보렴.”
저것들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스칼렛 아르만은 더 많 은 것을 드러내야 할 터.
‘드러낼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가 자못 의 미심 장했다.
깊은 밤.
빛이라고는 저 아래의 불꽃과 별
들뿐인 곳.
그곳에 다시 이상한 진동이 더해 지기 시작했다.
범인이라면 느낄 수 없을 만큼 미 세한 진동이.
“망자들이여.”
지진이라기엔 국지적이고 미약하 게.
“깨어나라.”
칼로 베어도 베어지지 않는 존재 들이 일제히 일어나 목표 지점을 향해 몰려가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고요하게.
그러나 닿는 모든 것들은 파스슥 생기를 잃고 바스러진다.
저것은 끝없이 생기를 탐하는 마 물 로스트.
마신에게 속한 흑마법사들만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존재들이었 다.
‘다루는 건 말이 다르지만.’
굳이 이렇게 높이 떨어져 버린 이 유가 있는 것이다.
‘살짝 닿기만 해도 생기가 빨리는
건 마찬가지이니.’
참 탐욕스러운 존재들이라니까?
“내가 가장 귀여워하는 것들부터 보여 주마.”
저 멀리 있던 로스트 무리가 야영 지를 중심으로 반경 5미터를 남기 고 멈춰 섰다.
이윽고 그것들이 원형으로 진을 만들고, 천천히, 조이듯이……오
다가간다.
그것을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 던 체를라가 음미하듯, 기괴하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마지막 명령이 떨어졌다.
“ 탐하라.”
다음 순간, 로스트들이 일제히 야 영지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반투명한 사신의 형태를 가진 것 들이 이리저리 뒤엉키자, 안개의 언덕 같은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 다.
그것들이 일제히 빨아들이기 시작 한 생기가 느껴졌다.
비명, 아우성.
“하아……『
체를라가 만족스럽게 한숨을 쉬었 다.
목표물들에 딸려 있는 기사와 병 사들이 죽어 가는 것만으로도 그녀 는 즐거웠으니까.
‘반 시간.’
마력이 강한 자가 아니라면, 저곳 이 무덤이 되리라.
스칼렛 아르만은 절명할 것이다.
기적이 있지 않고서야.
“아하하하하하!”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 다.
氷 氷 米
샤를레앙은 고개를 돌린 채 도통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쳇.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 괜찮아……/
조금 불퉁해진 내 말투를 느꼈는 지, 그가 슬그머니 다시 얼굴을 보
이며 답했다.
순간 그 모습이 좀 귀여워서 웃음 이 터질 뻔했다.
가까스로 터지는 웃음을 참고 있 는데, 그가 또 한숨을 쉬고는 나를 불렀다.
“스칼렛.”
“네.”
“그래서, 가슴이 어떻게 두근거린 다는 거지?”
“그게, 저번처럼요.”
“저번처럼?”
나는 그에게 심각하게 설명했다.
그때, 원로들의 문제를 해결하러 가던 길에 암살자를 만나 목숨의 위협을 느꼈을 때와 같다고.
“……그때도 그러니까……/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을 돌렸다.
“알았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는 더 심했다고7
어째 좀, 시무룩해 보이는데.
조금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지 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이상 현상이었으니 나도 말을 받아 주었다.
“네. 그런데 아까 애들이 그러더 라고요. 아르만이라고.”
그가 멈칫하더니, 무언가를 곰곰 이 생각하다 말했다.
“징표, 아직 못 찾았지?”
“역시. 폐하도 그 생각을 하셨군 요.”
“그래.”
떠올릴 것은 하나뿐이었다.
아르만 가주의 징표.
다만 그게 어떤 식으로 지금의 현 상과 관련이 있느냐가 관건인데.
“길, 넬, 델. 이제 나와도 돼.”
[푸하!]
뿅 하고 내 품에서 고개를 쏙쏙 내밀며 요정들이 폭 한숨을 쉬었 다.
[우리 안 들켜써!]
[자구 이썼어!]
“그랬어? 어이구, 넬은 아직 잠이 안 깼네.”
요정들은 굉장히 변화가 잦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품에서 모 닥불을 보며 신이 났던 애들인데, 여기로 들어오는 사이 잠이 들었던 것이다.
[힝 써서! 배고파……』
배고프다는 말만 되게 발음이 정 확한 게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귀 여우니 됐다.
“요즘 요정은 뱃속에 돼지를 키우 나 보군.”
“큼큼.”
샤를레앙이 툭 말하자, 요정들이 고개를 휙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 다.
[대지, 없눈데.]
[우리 배 짜근데.]
[조려……』
“솔직히 말해라. 과일 같은 거 이 제 안 먹어도.”
[까!]
[으아아아아!]
[딸꾹! 딸꾹!]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기 요정들
이 엉덩이를 씰룩대며 한껏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졸고 있던 넬마저 동그랗게 뜬 눈 에 구슬 같은 눈물이 아롱져 있었 다.
원망스러운 눈을 마주한 샤를레앙 이 뭐라 말을 하려다 입을 꾹 다물 어 버렸다.
그리고는 날 힐끔 보고 요정들을 힐끔 보더니.
“……하아. 됐다.”
하며 팔짱을 꼈다.
‘부, 분명히 처음에 요정들 보았을
때는 되게 호감을 얻으려고 노력하 지 않았던가?’
가지들을 멀리 떨어뜨리기까지 하 면서 말이다.
그때 그 사람 어디로 갔나.
‘아니 왜 저렇게 귀엽게 굴고 그 러지?’
진짜 왜 저래.
아무튼.
나는 헛기침을 하여 요정들의 시 선을 다시 내게로 모았다.
“자, 알았으니 이거 먹으면서 들
어.”
상비해 두었던 사과와 포도 알, 귤을 꺼내서 뽀뽀를 하고 하나씩 쥐여 주자, 셋 다 졸음기는 하나도 없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 다.
귀여워라.
“아까 아르만이라고 한 건 뭐야?”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스카레, 심장에 보석 이써!]
[사과 같은 보석! 예뻐!]
“심장에……?”
저기, 잠깐만.
그럼 스칼렛의 친아버지는 자기 딸 심장에 보석을 박아 넣었다는 거야?
“박아 넣은 것 같은 게 아닐 거 다.”
“ 네?”
“아예 가지고 태어난 거겠지. 어 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전 공작이 죽었으니. 자연스럽게 물려진 것일 거다.”
“아……으 그렇겠네요. 근데 제가 박아 넣었냐고 생각한 건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에 쓰여 있던데.”
샤를레앙이 픽 웃으며 답했다.
‘아니 표정을 그렇게 읽는 건 만 화에나 나오는 일 아니야?’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고 신 기하게 그를 보고 있을 때였다.
아삭아삭 사과를 맛나게 먹던 델 이 고개를 반짝 들며 외쳤다.
[가지! 가지가 나타나따!]
넬과 길도 차례로 외쳤다.
[아냐, 가지 아냐! 더, 더어……』
[스카레! 다쳐!]
그리고 일제히, 도망치라고 소리 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말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그 들은 무려 요정들이었다.
무려 과일을 내팽개치고 一샤를레 앙이 놀라움을 표했다- 쪼르르 달 려와서 품에 안기는 요정들에 나는 아랫입술을 사리물었다.
불안한데.
“가만히.”
하지만 다가온 손길에 아프게 물
려 있던 아랫입술이 이빨에서 자유 로워지고, 이내 마주 보인 얼굴에 나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요정들에게 묻는 건 지금은 시간 낭비 같아요.”
“그렇지. 그래도 덕분에 알았어.”
“ 뭘요?”
“다가오고 있군.”
“……아.”
그래, 그때였다.
“저건, 로스트!”
“아는 생물인가?”
“네. 귀신처럼도 보이고 사신처럼 도 보이지만, 그 무엇도 아닌 존재. 생기를 한계 없이 빨아들이는 존재 예요! 겪어 본 적이 있어요!”
“어떻게 상대하지?”
“……못 해요.”
체를라……?
그리고 그 옆은 샤를레앙이다.
갑자기 밀려 들어오는 원작의, 아 니, 예지몽…… 들.
두 사람이 도망치면서 긴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정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이상 엔…… 신관이라도 있어야 보호받 을 수 있는데! 그러고 보니 폐하. 이 근처에 작은 신전이 하나 있, 폐하?”
“뒤에 있어.”
샤를레앙이 앞선다. 그리고 막아 선 채로 그가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갈라지는 로스트들.
책에서는 여정 중이라고만 표현되 어 있어서 몰랐는데, 우리가 아무 래도 흑마법사들의 함정 안에 들어 와 있는 모양이었다.
체를라와 그가 함께 겪었던 사건 이니까.
썰려 나가는 로스트들을 보는 체 를라가 문득 강렬하게 눈을 사로잡 았다.
영상 말고 실제로도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인 것은 둘째 치고.
그 표정은.
‘왜 저러지?’
경악. 그리고 혼란.
기쁨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염려 는 한 톨도 없었다.
속이 어떤지는 몰라도 첫 느낌은 그저 예상치 못한 것을 마주한 얼 굴이었다.
로스트가 아닌 샤를레앙을 보면서 왜 저런 표정을?
하지만 일단은 상황이 급했다.
“로스트. 로스트라고 부르나 봐 요.”
“아, 무언가 봤나.”
“네. 생기를 빨아먹는 늪 같은 존 재들이래요. 지금 다가오는 거, 그 것들 맞는 것 같아요.”
“ 폐하!”
루만 백작이 뛰어 들어왔다. 샤를 레앙이 그의 보고를 듣지도 않고 사람들은 최대한 안쪽으로 모으라 는 지시를 내렸다.
영상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요정만 있었다면, 당신이 다칠 일 은 없었을 거라며 슬퍼하는 체를라 가 보인다.
“폐하, 검을 빼드세요!”
나는 그 뒤는 보는 둥 마는 둥하 며 외쳤다.
동시에 그 자리에서 입고 있던 드 레스를 훌렁 벗어 버렸다.
“ 악!”
루만 백작이 우당탕 소리와 함께 밖으로 튕겨 나갔다. 꼭 후려 맞은 것처럼.
천막 입구를 단단히 붙든 채로, 샤를레앙이 나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 내가 안에 받쳐 입고 있던 셔츠와 바지를 보고서 느릿하게 눈 을 깜박였다.
“얘들아, 너희 도움도 필요해.”
소곤대며 떨고 있던 요정들을 부 르자, 애들이 고개를 슬그머니 들 었다.
지금 얘네를 들키는 건 문제가 아 니지.
들켜도 뭐, 자랑스럽기만 할 뿐이 지 않을까.
“친구를 조금만 도와줘. 이따가 뽀뽀한 과일 상자로 줄게.”
(……사, 상쟈?]
“각자 한 상자씩.”
요정들은 역시, 상태변화가 빨랐 다.
환호하며 숑숑 밖으로 튀어나가는 애들을 보며 나는 한결 여유를 되 찾았다.
좋아. 영상에서 본 거로 미루어보 면 이제……오
“요정들의 힘이 로스트들에게는
상극이라더라고요. 신성력도 그렇 고……오 폐하의 그 검은 검도…… 통할 것 같, 폐하?”
그가 마른세수를 하며 아주 심란 한 표정을 했다.
그러더니 헛웃음을 짓다가, 푸핫 하고 웃어 버린다.
“지금 웃었……/
“좋아서.”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 왜 웃고 난리냐고요!
정신 산란하게!
“가지.”
“ 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스트들은 요 정들과 샤를레앙의 검은 검의 힘에 낙엽처럼 썰려 나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의 얼굴에 는 줄곧 미소가 지어져 있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우, 웃으면서 사람을 베신다던 소문이 사실이었어.”
“저건 마물이지만 그래도!”
측근들뿐 아니라 기사들과 병사들 도 그를 위대한 또라이로 보기 시 작했으니까!
아무래도 오랜만에 싸워서 기분이 좋은 것 같은데.
‘책 속에서 돌아온 뒤로는 폭군 소리 안 듣게 좀 노력하는 것 같았 는데.’
힘내요. 파이팅!
나는 신이 난 샤를레앙을 남몰래 애도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