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37
4화-
“어서 와요.”
스칼렛이 프레타 영애를 반겨주며 상황 설명을 차근히 하는 사이.
샤를레앙은 펜을 집어 들어 바바 의 서신에 대한 답신을 완성했다.
그가 입을 열면 보통 사람들은 공 포에 질리니, 그는 직접 말하지 않 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음, 샤를. 신물을 제압 하는 방법도 물어봐 줄래요?”
“그러지.”
그리고 얼마 후.
나머지 하나의 신물을 수거하기 위해 이동하던 바바의 어깨에 파랑 새가 앉았다.
“일처리가 빠르다니까.”
흐뭇해하기도 잠시.
서신을 펼치기 무섭게, 바바는 내 용도 확인하지 못하고 서신을 접어 품에 넣어야 했다.
“이 대륙도 혼란스럽네.”
대표적인 암살집단이 샤를레앙 황 제의 손에 사라진 이후로는 더욱 그러했다.
그 집단이 이 대륙 권력자의 주력 이었을 줄은.
어쨌거나 그 일로 시작된 혼란은 소국들의 혼란을 불러왔고, 신물은 그 틈을 파고들어 그릇을 찾았다.
그리고.
“저기 오는군.”
딴마음을 먹었지만, 선택한 그릇
과 소통을 하지는 못하는 마지막 신물이 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물의 주인 이.
언젠가 다시 한번.
그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들은 그녀의 추억이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그들이 가지 고 있었다.
하얀 창에 부서지는 달빛에도, 교 문 앞 돌담에 핀 민들레도 그때는 환히 빛났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부 볼 수 없는 이들인 것을.
어리고 약한 왕자를 위하여 그들 은 하나둘 목숨을 바쳤고, 그녀는 그런 그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 었다.
망한 나라의 마지막 왕족에게서 도대체 무슨 희망을 보아서.
그들에게는 찬란한 미래가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가진 것이 많아도 빛바랜 그녀와 달리, 그들은 가진 것 하나 없이도 찬란했다.
그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하나. 둘.
그들 전부가 죽었고, 이제 남은 것 은 작은 왕자 하나뿐이었다.
“그래, 고작.”
어린 왕자는 울지 않았다.
굳은 입가에 알 수 없는 표정을 두른 채로 그녀를 물끄러미 보아 올
뿐이었다.
그래, 저 어린 왕자를 지켜달라 했 다.
하나 남았던 친구의 유언이었다.
“따라와.”
작은 아이이기에 그녀가 안고 달 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머리로는 아는데, 그러고 싶지 않 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너 때문이라며 죽이고 싶은 것을 참고 있었으니까.
“내게 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
다.”
서늘하게 나간 말에 아이가 움찔 했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아이가 따라 오기에 조금 벅찬 속도로 걸음을 옮 겼다.
힘겹게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그러나 여전히 아이를 안아 들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널 지금 죽이면. 그들이 슬 퍼할 테니까.’
그 생각 하나가 그녀를 저지했다.
문득 슬픔이 밀려왔다.
“……보고 싶다.”
멀거니 서서, 따라붙는 아이를 기 다리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필 탈출로는 그녀와 그들의 추 억이 어린 공간이었다. 이 수도 내 에 그렇지 않은 공간을 찾는 게 더 빠르긴 하겠지만.
아이가 다가오기 무섭게 아이의 뒷덜미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최대 한 아이의 살 내음이 닿지 않게 떨 어뜨리고서, 그녀는 최고 속도로 땅 을 박찼다.
아슬아슬했다.
단 5분 만에 도착한 목적지의 입 구에 선 채로, 뒤를 돌았다.
그녀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서, 아이는 신음 한 번, 눈물 한 방 울 흘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말을 걸었 다.
“내 마지막이 이런 모양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내 친구들의 부탁 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여기가 아
니라 저쪽에 속해 있었을 거다.”
아이를 살리는 쪽이 아니라, 죽이 는 쪽에서 아마도 덧없는 복수를 외 쳤으리라.
“너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그들이.”
그들이 전부 널 위해 죽어 나갔다 는 말은 어째 튀어나오지 않아서, 서러웠다.
그들의 죽음을 입에 올릴 수가 없 었고, 또 아이의 얼굴이 무너질 것 같아서.
자꾸만 목이 메었다.
하여 탄식하듯 말을 이었다.
“그들이, 널 사랑한 이유를 모르겠 어.”
그래. 모르겠다. 그들은 왜. 왜 너 따위를 위해.
씨근거리며, 끝내 울음을 참아내는 아이의 어깨를 단단히 쥐었다. 그리 고 덜덜 떨며, 이마를 아이의 이마 에 대었다.
“……반드시 살아남아라.”
새하얗던 아이의 얼굴이, 차츰.
“먼저 갈 테니, 내게 증명해. 네가
이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차츰. 단단해졌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싶었다.
이 아이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 신이 그제야 들었다.
“명심해. 내 목숨값은 아주 비싸.”
실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아이를 놔주었다.
동시에 화살이 날아왔고, 그녀는 아이를 감싸고 문을 열어젖혔다. 그 리고 그 안으로 거칠게 내던진 뒤.
그제야 터져 나온 알아들을 수 없 는 아이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몸을 돌렸다.
쿵!
원래 한 사람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아이가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힌다.
그곳에서 아이는 10년은 보내야 할 것이었다.
실력을 갖추면 나올 수 있을 것이 다.
아이는, 아니, 왕자는 이제 안전하 다.
“제길! 늦었나!”
욕설을 뱉으며 땅에 내려앉는 이 의 낯이 어째 익숙했다.
“어이, 클리든!”
개미눈물만큼의 체력이라도 복구 하고자 숨을 고르며 손을 흔들었다.
쥐새끼같이 생긴 놈이 이를 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다. 작년에 내가 부순 턱 뼈는 안녕하시니?”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심정으로 물으니 그가 움찔하며 손으로 제 턱
을 스윽 가린다.
그에 웃음이 터졌다. 실실 웃으며 말을 잇는다.
“무사히 이를 가는 걸 보니 안녕 하시군. 그나저나 뭐 하고 지내셨길 래 몰골이 더 추레해졌나?”
“네 년. 이 상황에서도 잘도 나불 대는구나.”
“오, 오 저런. 딱히 궁금해서 물은 것도 아닌데 반응이 열렬하네. 전부 터 궁금했는데 나 좋아하냐?”
으득.
저거 너무 이를 가는데. 저러다 턱
뼈 또 아작나지 싶어서 안쓰럽게 그 를 보아주었다.
그와 대화하는 사이 주위의 인기 척이 늘었다.
그녀는 보란 듯이 씨익 미소 지으 며 너스레를 떨었다.
“좋아. 내가 이렇게 기다려줬으니 다들 매너 있게 굴 거라고 믿어.”
“개소리!!”
“말본새 보소. 욕 말고는 말을 못 하지. 쯧쯧.”
쥐새끼에게 면박을 주며 무기와 몸을 대강 풀고 있는데, 누군가 외
쳤다.
“영애!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가 문은 무사할 것이오!”
“오 미친, 이거 회장님 아냐! 반가 워요!”
얼핏 보이는 남색 긴 머리채에 진 심으로 반가워 활짝 웃으며 인사했 다.
나름 좋은 관계를 이어가던 그를 죽기 전에 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찰나 간의 머뭇거림을 지나, 회장 님이 굳은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투항을 권하오!”
“가문이고 뭐고. 그 인간들이 뭐라 고. 다 뒈지라지.”
친구들을 죽인 이들 중에는 그녀 의 그 잘나신 가문의 사람들도 있었 으니까. 누군가의 욕설이 들렸으나 대응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검을 들었다.
근래 들어 갑자기 검의 경지가 높 아진 덕분에 절반 정도는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반은 데리고 가야, 내 친구 들이 날 반겨줄 테지.’
회장님은 특별히 죽이지 않도록 할까.
미친 것 같지만 자꾸만 웃음이 나 왔다.
마치 그들이 곁에 있는 것 같아서.
그녀가 후련히 미소 지었다.
“여기는 대체 왜 온 건데? 아니, 무슨 황후가 이렇게 한가해?”
“흥, 생각해보니까 네가 돌아오지
않고 숨을 것 같더라고.”
“내,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입에 침은 바르고 말하지?”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리고 나만 온 거 아니야.”
그들을 보았다.
“그, 그럼……?”
“샤를이랑, 그때 네 장난질에 희 생된 재상이랑, 플레타 영애도 같 이 와버렸지.”
“그건 또 누구야.”
“영애 말이야? 아……으 우리 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 신물’의 주인인데.”
콰과광!
“이러면 되나요?”
“대단하군.”
“……저 좀 저 영애 담당에서 빼 달란 말입니다, 폐하.”
“잘해봐라.”
“아니, 이보세요.”
그녀는 순식간에 왕자를 가둔 곳 과 그녀를 중심으로 세워진 벽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평생 검 한 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을 것 같은 영애가 주먹으로 이룩한 광경이었다.
“아니, 말 나온 김에 묻자. 그냥 처리하라고만 하면 어떡해? 방법을 말해줘야지!”
“아……/
“아……? 어이없어!”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따라오 는 건 좀……
“뭐.”
“……일하기 싫었군.”
“헤헤.”
“지금 한가하면 너네 신들이 자꾸 태양신을 놀리는 거 좀 말려보지.”
“에이, 그분들이 우리 말을 듣나. 포기해.”
장난스러운 대화와는 전혀 어울리 지 않는 광경이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