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그때 그 사람 (1)
“세계 최연소로 최고 장인 타이틀을 얻은 것도 모자라서…… 두 분야의 최고 장인이 되시다니…….”
가뜩이나 MOF를 수상한 장인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받고 있었는데, 이 행사의 주최자인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에게 다가오니, 이 행사의 주인공이 내가 아닐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수많은 방송, 매체에 출연해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갈라 디너도 숱하게 많이 경험했지만 이런 시선들은 나로서도 꽤나 부담스러웠다.
아니, 부담스럽기보단 이런 시선들은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관심이 아니기에 받기가 싫었다.
“유례없이 미슐랭 스타 19개를 동시 수상하시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는데 평가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MOF에서도 동시 두 부문을 수상하시다니요. 요리의 신이 있다면 반유현 셰프님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웃어 보이면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내가 슬쩍 힘을 빼자 그제 서야 손을 놓고는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오늘 만찬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최고의 셰프들을 불러왔습…… 아, 그러고 보니 반유현 셰프님께는 오늘 만찬에 최고의 셰프들을 모셔왔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하하하하.”
대단한 농담이라도 한 것 마냥, 마터롱은 그렇게 웃어 보이곤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단상에 설치된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96년의 역사를 가진 MOF는 이렇게, 최고 장인이 되신 여러분에게 대통령이 직접 메달을 드리고, 만찬을 함께합니다. 저 역시 임기 기간 내에 프랑스 문화를 발전시켜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대접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가 인사치레 이런 말들을 할 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십니까.”
백발의 노신사였는데,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려 그를 빠르게 훑었다.
손에 지문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예술 세공 부문에서 MOF를 수상한 장인인 것 같았다.
“저는 로렌드 노먼, 이라고 합니다.”
로렌드? 노먼? 이름과 성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시계공입니다. 이 늙은 나이에 MOF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직업을 말하자, 그제 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가업을 시계로 삼는 시계 명문가로서, 로렉스, 브라이틀링, 태그 호이어 등 수많은 브랜드에서 활약한 가문에 속해있는 그였다.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그런 사람이 내게 무슨 볼일이 있는가 싶어서 물었다.
“시계를 하나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예?”
“저희 가문은 대대로, 최고의 위인이나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이에게 시계를 선물합니다. 자신이 살면서 쌓아 올린 최고의 기술을 집약해 만든 시계를 드리죠. 역대 저희 조상님들께서는 나폴레옹, 빅토르 위고, 파스퇴르 등 수많은 프랑스의 위인들에게 시계를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대손손 손재주가 뛰어난 이들이 시계공을 가업으로 받들어 후세에 전하고 있는 집안.
그 집안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시대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에게 자신이 얻은 모든 기술을 집대성하여 시계를 만들어 선사한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들이 만든 시계가 명품임을 증명했고, 그 시계를 받은 사람들도 자신이 이 시대에 중요한 인물임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100년의 삶 동안 이 가문에게 시계를 제안받지 못했었는데, 나는 이제 셰프 그 이상의 사람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시계를 왜 저에게 주십니까. 저 앞에 대통령도 계신데.”
“반유현 팩토리…… 그곳에 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발버둥 치고, 그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위해 자유시장이라는 것을 만드시고…… 저는 그때부터 지켜봤습니다.”
로렌드 노먼은 나를 꽤나 오랜 시간 지켜온 것처럼 내 브랜드의 시스템들을 잘 알고 있었다.
“제 생각엔 반유현 셰프님 만한 혁명가가 전 세계에 없을 줄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는 단연 반유현 셰프님 만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는 무대 위로 올라갔고 두 개의 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었다.
베이커리 부문에서는 나를 포함해 총 두 명, 요리 부문에서는 한 명.
프랑스 역사에 없던 순간을 만들어냄을 만끽하며 소감을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요리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인사치레로 던진 말이지만, 내 말을 받아 적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자니 저들에겐 내 말이 꽤나 무겁게 들리나 보다.
***
“로렌드 노먼님이 셰프님께 다가가서 말을 건넬 때, 마터롱 대통령님의 표정이 살짝 굳었던데요.”
“그야 뭐…… 그 로렌드 노먼 가문의 사람들이 원래는 관습적으로 대통령에게 시계를 선사했는데, 이번에 마터롱 대통령은 그 시계를 유일하게 못 받은 대통령이 될 터니까.”
로만과 오스틴의 대화였다.
로만도 MOF 시상식에 초대되어 나와 함께 축하의 기쁨을 나눴었다.
로만도 시계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지,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참, 제가 전생에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셰프님을 만나서…….”
부담스럽다.
시선을 창가로 돌리고 얼마 있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파리 근교에 있는 넓은 공장 부지.
내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는 각종 소스와 조미료를 생산해 낼 공장이었다.
“셰프님께서 올려주신 레시피를 최대한…… 최대한 이 기계들이 따라갈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대한민국 공정설비 최고의 전문가들, 그리고 검정 스카프의 셰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공장을 방문해 시스템을 완성시켰습니다.”
이곳에서 프로토타입으로 생산될 소스는 두 종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실험적으로 가동을 해서 그 반응들을 보고 점차 늘려나갈 생각이었다.
“이름은 그대로 가자고.”
‘한 숟갈 굴 소스’, ‘한 숟갈 매콤 소스’.
굴 소스를 베이스로 한 소스, 그리고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였다.
전자는 볶음 요리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며, 후자는 매콤한 맛을 내고자 하는 요리에 요긴하게 쓰일 소스였다.
“저는 이 한 숟갈 굴 소스가 대박인 것 같습니다. 어떤 볶음요리에도 쓸 수 있고, 그냥 뭐 식재료만 있으면 최강의 볶음 요리가 되니까요.”
“일부로 그렇게 만들었어. 맛의 수준을 높이기보다 어떤 재료에 넣어도 맛있는.”
“저는, 매콤 소스가 더 좋던데요. 달콤하고 매콤한…… 어쩌면 한국인의 입맛을 세계인들에게 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 같은 맛…….”
공장에 와, 직접 기계에서 나온 소스의 맛을 보니 내가 생각한 맛의 75%는 따라온 것 같았다.
대량 생산이지만 수많은 정교함이 들어갔기에 이 정도 수치가 나올 수 있었다.
“‘반유현’이라는 이름은 붙일까요?”
“붙여야지.”
“반유현-플레이버(flavor).”
세계적으로 나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이제는 정말 누구나 나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한다.
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대한 감사함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었지만.
당연히 나의 목표 안에 있는 사업이었다.
“얻을 것이 한두 개가 아니야. 파리, 반유현 골목을 시작으로 식자재 마트를 계속해서 오픈할 거야.”
레스토랑을 수십, 수백 개를 찍어내는 것보다, 내 브랜드의 맛의 가치를 낮추지 않고 전 세계 대중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현금 자산을 빠르게 불리고, 늘어난 현금으로 확장성을 다시 한번 제고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이미 홍보는 지난 토크쇼로 끝났고, 전 세계 각국의 홈쇼핑 사와 협의해서 다음 주부터 판매 들어가.”
***
“네에! 오늘은 반유현 특제 소스! 벌써부터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유럽 각국에서는 동 시간대에 홈쇼핑이 편성되었다.
판매 개시 첫날부터 폭발적인 판매력을 보여주고, 대형마트나 그에 버금가는 유통사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기 위함이었다.
이 폭발적인 판매력을 보고, 해당 기업들은 어떻게 나의 제품을 유치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또, 저 홈쇼핑들이 나의 식자재 매장인 ‘반유현-플레이버(flavor)’의 광고 채널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아아! 벌써 모든 물량이 판매가 완료되었습니다!”
“폭발적인 판매력입니다! 아아아! 프랑스 파리, 반유현 골목의 ‘반유현-플레이버(flavor)’에 방문하시면 이 소스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MOF를 동시에 두 개 수상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슐랭 스타 23개를 가졌다는 사실과 더불어 두 종류의 소스는 날개가 달린 듯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판매된 양은 980t.
대한민국에서 미국에 수출된 고추장의 양이 약 3000t인 것을 보면, 실로 대단한 수치였다.
“공장은 오늘부터 쉬는 날 없습니다. 바로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차 안에서 보고를 들으며, 반유현 골목에 도착했다.
반유현 팩토리의 성적 우수자들이 운영하는 ‘반유현-화이트’, 다섯 개의 매장과 그 다섯 개의 매장이 한눈에 보이는 위치에 ‘반유현-플레이버(flavor)’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우와아아아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서 있었다.
이제는 ‘반유현’이라는 간판이 새롭게 세워질 때 사람이 없는 것이 상상이 안 될 지경이었다.
딱 두 종류의 소스만을 팔고 있는 이 매장에 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나도 싶지만.
앞으로 이 매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소리를 질러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가 개발한 특제 소스들은 이 매장이 아닌, 다른 유통사를 통해서도 판매될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신 제품들은 ‘반유현-플레이버(flavor)’라는 매장에서 먼저 판매됩니다. 쉽게 말하면 선독점입니다.”
전 세계 어느 대형마트, 어느 백화점이든 조건만 맞는다면 유통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반유현-플레이버(flavor)’라는 이름을 걸고 연 식자재 마트에 프리미엄을 얹을 생각이다.
최신품들을 먼저 ‘반유현-플레이버(flavor)’에 런칭하고, 인기가 빠지거나 매출이 하락할 때쯤에 대형마트에 유통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확실한 프리미엄을 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 파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제 특제 소스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지셨습니다.”
혹시 모르지 않나.
‘반유현-플레이버(flavor)’ 덕분에 이곳의 지명인 반유현 골목이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질지.
***
“품귀 현상 덕분에 SNS도 난리입니다. 이놈의 자랑질 하는 문화에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셰프님인 것 같습니다.”
#반유현특제소스, #반유현특제소get, #플레이버(flavor), #반유현플레이버.
#파리여행반유현. #특제소스존맛탱.
나의 소스를 구입한 사람들이 요리를 만들어,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양송이 볶아 먹었는데, 진짜 맛있음!!
-소고기 볶아 먹어보세요ㅋㅋㅋ 백퍼임.
-와 그냥 다 볶아도 맛있는? 계란 볶음밥 먹어봄!
소, 닭, 돼지, 각종 채소 어떤 걸 볶아도 맛있을 굴 소스를 만들었으니 당연한 이야기들이었다.
-떡볶이에 넣어도 되고, 닭갈비에는 최강임.
-라면에 한 숟갈 넣어봤는데 감칠맛 대박.
매콤 소스도 마찬가지였다. 매운맛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만족할 만한 맛.
“이미 부자셨는데, 이제는 재벌이 되시겠습니다 셰프님.”
“돈은 따라오는 거라고. 내가 분식집 아들 시절에 어머니께 말씀드렸던 건데 그 말이 사실이 되니. 기분이 썩 괜찮네.”
“이제 레스토랑을 런칭 준비를 하시겠죠?”
나의 완전한 비서관이 된, 오스틴이 물었다.
그도 나의 싸이클을 알고 있던 터였다.
“내년 미슐랭 평가를 준비하실 것 아닙니까.”
“맞아.”
“메뉴 구성도 다 머릿속에 있으실 테고, 위치는 어디가 좋겠습니까?”
내 머릿속에 그에 관한 모든 계획들이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오스틴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기대에 맞게 거침없는 대답을 해주었다.
“내 레스토랑을 런칭할 다음 도시는, 미각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예에?”
실제로 그 대답이 1초 만에 나오니, 살짝 당황한 오스틴이었다.
“라, 라스베이거스요?”
“의심의 여지 없잖아. 세계적인 셰프들이 몰리고, 맛의 도시임을 자처하는 곳.”
개 중에서 가장 강력한 레스토랑을 세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