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몸이 몇 개야 (2)
“가장 낮은 난이도부터 시작해보자고.”
지금 테스트를 받고 있는 이 셰프들이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알기 위해 가장 낮은 난이도부터 시작하려 했다.
낮은 난이도라 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식당의 메뉴들이었다.
맨하튼 내에 있는 모든 식당의 메뉴를 카피하는 미션에서, 유명한 식당을 빼놓고 할 리는 없을 테니까.
“첫 번째로, 랍스터 요리로 유명한 곳이지. 로칸 랍스터, 그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랍스터 피자를 만들 사람…… 너, 나와.”
로칸 랍스터, 그 레스토랑이 보유한 시그니처 메뉴로는 랍스터 피자와, 랍스터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그것이 뉴욕 전통 먹거리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뉴욕 내에서 대단한 입지를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유명한 레스토랑이 난이도가 낮은 것만은 아니야. 내가 먹어본 요리일 수도 있으니까.”
나에게 지목받아 앞으로 나온 셰프의 표정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꽤나 자신감을 가진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던 셰프가 지금은 긴장에 얼어 있었다.
완벽하게 숙지를 한 것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것인데, 내가 직접 맛본 요리라는 것을 언급하니 그보다 더한 긴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내 정신을 차리곤 나에게 되려 질문했다.
“로칸 랍스터의, 기존 레시피와 달리…… 맛과 풍미를 더 살리는 방식으로 요리해도 되겠습니까?”
“음?”
“저희가 알기론, 이 랍스터 샌드위치의 단가 때문에…… 민물가재의 살을 이용하고, 그곳에 토말리(Tomally)를 발라 풍미를 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저희 주방에 준비되어 있는 것은 9년 이상 산 바닷가재밖에 없습니다. 민물가재의 살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연히 풍미가 올라갈 것입니다.”
토말리는 랍스터 몸 안에 있는 녹색 물질로, 랍스터의 간을 뜻하는 단어인데 실제로 로칸 랍스터라는 식당에서는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민물가재의 살에 바닷가재의 토말리를 바르는 방식으로 풍미를 높였었다.
“단순한 노력을 한 건 아니군.”
바닷가재와 민물가재가 먹는 것들이 다르기에, 그 내장의 맛과 살의 풍미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나 정도의 경험과 민감한 감각이 있어야만 큰 차이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나는 이들의 노력이 레시피를 베끼는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로칸 랍스터라는 식당이, 레시피를 줬어도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민물가재를 사용했다는 말은 안 했을 것이니까.”
실제로 맛을 보고, 그 맛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들까지 생각했다는 것 아니겠나.
“샌드위치의 맛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 맛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이게 민물가재의 살이라는 것을 알아낸 방식인가?”
그 생각의 흐름을 모두 집자, 셰프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이때에는 정말, 내가 오를 수 없는 아득한 벽처럼 느껴진 탓일 것이다.
“마요네즈 소스와 칠리소스의 배율이 중요할 텐데, 그건?”
“모두 숙지하고 있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가 요리를 시작했다.
“피터슨, 스테이크 하우스.”
다음 업소를 읊었을 때는 모든 셰프들이 자신 있다는 눈빛이 되었다가 다시 흐려졌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의 이름에 자신감이 생겼다가, 그 또한 내가 세세히 레시피를 알고 있을 것이란 마음에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다.
앞서, 로칸 랍스터와 같이 질문을 깊이 할 것이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너 나와.”
그 와중에도 깊은 자신감을 보이는 셰프를 지목했다.
“고기 굽기의 정도야 기본이니까 알 수 있을 테고…….”
“피터슨 스테이크 하우스는 두꺼운 시어링으로 유명합니다. 소금과 후추를 사용하지만 간을 하는 용도로만 하고, 양파 특제 소스나, 칠리 특제 소스, 또는 동양의 간장 베이스의 소스를 양념해 구워…….”
마찬가지로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릴 앞으로 다가가 요리를 시작했다.
“숙지를 했을 테지만, 난이도가 있는 요리…… ‘펄스’.”
펄스. 미슐랭 3스타를 가진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드레스 코드까지 갖춰져 있는 곳이었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만큼, 이곳의 코스요리의 레시피를 얻는 것이 힘들었을 것인데, 셰프들은 이곳의 레시피 또한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 저희들이 신선하고 충격적인, 새로운 맛을 찾는 것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레시피를 주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지난번, 기자들에게 했던 얘기들을 토대로 수많은 식당들이 레시피를 보내왔는데, 미슐랭 3스타, 최고급 레스토랑이라 불리는 그곳도 레시피를 건네왔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미슐랭의 최고 등급에 속하는 레스토랑이 코스에 대한 레시피를 온전히 공개했다?
“저희도 놀랐습니다. 맛을 물론이고 그 정통성을 스스로 자부하는 곳임에도……. 레시피를 건네 준 것이요. 반유현 셰프님과 접점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
교수진 중 한 명인 버크 헤지스가 말했다.
“저들의 자부심은…… 제가 뉴욕 출신이라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느꼈죠. 저 주방에 있는 셰프들의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꺾는 것도 반유현 셰프님이라는 것을요.”
버크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자, 나에게 지목받은 세프가 요리를 시작했다.
코스였기에, 나는 총 세 명의 셰프를 지목했다.
그 외에도, 할랄 보이즈, 딜리셔스 인 맨하튼 등 유명 레스토랑을 몇 개 더 말한 뒤에 지목했다.
“노력을 단단히 했다는 건 알았고…….”
셰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말한, 레스토랑들의 메뉴를 그대로 요리하기 시작했다.
그 레스토랑들이 레시피를 건네줬다 하더라도, 이는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뉴욕에 온 뒤로 잠을 세 시간 이상 잔 셰프가 없다는 것은 들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진짜 테스트는 지금부터인데.”
사실, 내가 이들에게 맨하튼 5000여 개의 식당 메뉴를 카피하라 했던 것은, 체벌성이 강했고, 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부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실상은 그것들만을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해, 이들의 머릿속에는 단연 ‘효율’이라는 것이 자리했을 텐데, 이 셰프들이 그 효율성에 대해 얼마나 체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더 컸다.
“아트인 파스타, 워터 블룸, 찰스 엔 레시피, 프라이 팬…….”
나는 맨하튼 내에서 테이블 규모가 작고 유명하지 않은 식당들을 몇 개 더 읊었다.
그리고, 동시에 셰프들을 지목했다.
“왜, 이번엔 자신 없지?”
내가 방금 말한 업소들 중에는, 카피하고 숙지한 레시피가 몇 가지 있었을지는 몰라도 대부분 이들이 모르는 것들이었다.
당연히, 이들이 모를만한 것들만을 내가 읊었던 것이니까.
셰프들은 순간 경직되었고, 나는 그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망했다. 라는 마음으로 가득한 표정이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들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즐거웠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 스스로도 모르는 능력을 개화시켜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탓이었다.
“내가 방금 말한 식당 중에서 ‘프라이 팬’이라는 곳은 중식 볶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야. 테이블은 다섯 개밖에 없고, 오픈한 지도 얼마 안 되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당연히 자네들은 몰랐을 테고.”
나는 전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그곳이 정확히 1년 뒤에는 대단한 맛집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강력한 맛을 품고, 언젠간 메이저로 진입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식당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집이었으니까.
“그곳의 메인 요리는 요우먼따샤(油焖大虾), 고추기름에 은은하게 가재를 튀기듯이 볶은 요리야.”
나는 그곳의 메인메뉴를 말해주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테스트는.”
***
“…….”
“…….”
교수진들 중 아무도, 자신들이 가르쳤던 반유현 팩토리 소속 셰프들이 반유현의 주문을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반유현의 주문을 모두 수행했을 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 모두가 반유현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즐거움보다는, 반유현의 큰 그림과 그의 실력 앞에 한없이 아득해져 버린 자신의 능력 탓이었다.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할 수가 있습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셰프들의 경험과 능력, 그리고 이 도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요리까지도 만들게 하다니.”
반유현이 내린 5000여 가지의 음식을 카피하라는 미션은 사실, 셰프들의 능력을 몇 단계나 뛰어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셈이었다.
셰프들은 맨하튼 내에 있는 5000여 개의 음식을 카피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수백, 수천 가지의 요리를 직접 만들고 맛을 보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다른 요리들을 흡수했다.
이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맨하튼 지역 내의 모든 음식들을 숙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경험을 이용해, 다른 요리를 흡수하는 실력이 능력이 알아서 쌓였을 겁니다.”
아주 단순한 예로 들자면, 콤비네이션 피자를 수없이 먹어본 사람이, 토마토 케찹과 밀가루의 조합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를 토대로 스파게티에 대한 레시피를 생각하며 그 요리를 맛보면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속도가 완전히 빨라지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맨하튼이라는 한정된 도시 안에서는 코드가 있으니까요.”
다른 요리일지라도, 지역의 특성과 주 고객층으로 인해 공통적인 맛들이 있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반유현이 주문했던 요우먼따샤와 같은 것이었다.
“중화요리이지만, 중식풍이 강하지 않고, 고추기름의 매운 향도 약하게…… 셰프들은 스스로 뉴욕, 맨하탄 풍의 요리에 대한 코드를 익혔고, 자신이 숙지하지 못했던 요리라도 그 코드를 씌워 만들어 냈습니다.”
요리의 본질, 상업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요리들, 그 특성들을 익히는 방법을 알게 된 셰프들은 반유현이 말한, 생소한 식당의 메뉴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 생소한 식당을 읊을 때는, 처음엔 당황했을 테지만…… 점차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린 맛들이 구현되는 것을 느끼며 셰프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의 실력을 또 한 번 체감했을 겁니다. 이건…… 반유현 셰프님이 그들의 능력을 ‘개화’시킨 것입니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셰프들로 만들었다는 것이죠.”
반유현은 실제로 처음부터 이것들을 계획했을까.
밑도 끝도 없이 서열 싸움을 하는 셰프들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했던 미션이 이런 효과를 우연치 않게 얻은 것일까.
아무래도, 전자의 이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알베르, 버크, 안젤라, 이 세 명의 교수진은 경외감을 느꼈다.
[ 반유현 팩토리 33명의 셰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층 한식 정찬 레스토랑 런칭 멤버 확정! ]그의 기획력과 추진력에 깊이만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 내일! 반유현 프리미엄, 첫 손님맞이! 과연 어떤 인사들이 등장할 것인가. ]셰프들을 성장시키는 기획을 했음과 동시에, 한식 레스토랑 런칭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레스토랑 런칭을 당장 내일 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교수진 세 명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들의 경험, 내공, 연륜, 그의 행동 근거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