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83
283. 몽골군(3)
여몽 전쟁에서 1차 침입 때, 살리타이가 고려로 들어올 적에, 단둥 지역의 봉황성을 지나 들어오는 길의 압록강 남쪽이 함신진이다.
의주성에서 멀지 않은 그곳으로 들어와 바로 철주성과 태주 방향의 두 갈래로 치고 들어왔다.
박진하가 의주성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설사 함신진을 통해 몽골이 들어온다고 해도 의주성에 도달하기도 전에 모조리 몰살하게 되겠지만, 지금 오고 있는 몽골군은 가능한 한 깊이 끌어들일 것이다.
두 진영 중에서 한 진영을 조금 파헤쳐 두었으니 이들이 되돌아갈지, 계속 내려올지 모른다.
일단 그들을 깊이 끌어들인 뒤, 한 방에 몰살시키면 되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어? 정 시장.”
철산 기지에 도착하니, 사포에 있어야 할 정하연이 아들 영환이를 데리고 와 있었다.
그 옆에는 눈이와 가림이도 와 있고, 한설이 쌍둥이 둘을 유모차에 태운 채 서 있었다.
고설하까지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인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호버리를 찾으러 가던 그날 아마도 사포로 돌아갔을 텐데, 또 온 모양이다.
그 옆에는 1군단장과 2군단장이 와 있는 것이 보였다.
심지어 만포를 지키고 있을 4군단장과 해산 지역을 맡은 5군단장도 와 있었다.
“저 왔습니다. 대장님.”
“응, 왜?”
“비호 군단에 출전 준비 명령을 전달하는 것을 사포에서 했습니다.”
그럼, 모든 내용이 전달되었다는 말이다.
“그래?”
“몽골과 전쟁이 시작될지 모르는데, 영환이를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죠.”
3년 전 개경에서 받은 몽골인의 습격.
그동안 그때의 일을 꺼낸 적이 없어서 잊어버렸나 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시장님, 영환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뒷문 쪽으로 내리면서 돌아서 나오는데 시간차가 조금 있었던 박진하가 태영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정하연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
“3년 전에 몽골인 자객들이 저기 있는 제 아들에게 쇠뇌를 쏘아 댔거든요.”
정하연이 표정 없이 한마디 툭 던졌다.
“네? 그거 정말입니까? 다친 데는 없구요?”
박진하가 깜짝 놀라며 방긋방긋 웃고 있는 영환이를 관찰했다.
혹시나 어딘가 다친 곳이 없나 하는 표정이었다.
“대장님하고, 우리 한 실장이 완벽하게 막아 내서, 다친 곳은 없습니다.”
“아, 다행입니다.”
“그.러.나.”
정하연이 한마디씩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며 주위에 있던 고려군 장군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지나간 일입니다만, 그 빚을 갚아 주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했으니, 이제부터 수백 배, 수천 배로 갚아 주어야지요.”
하긴, 몽골군이 고려 양민 100만 명을 죽이고 다닌 일은 이 차원의 이 시대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아, 그래서 여기까지 오셨군요.”
“네.”
정하연이 대답하며 싱긋 웃고는 잔디에게 시선을 주었다.
“잔디야 알지?”
박진하에게 대답함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잔디에게 물었다.
“그럼요, 시장님. 제가 수천 배로 갚아 주겠습니다.”
“그래, 부탁해.”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전쟁을 치를 생각은 아닌 듯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대장님, 회의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 가시지요.”
“그보다, 여기 몽골어를 하는 사람이 있지요?”
석명환이 몸을 돌리며 회의실로 가자고 할 때 태영이 물었다.
몽골군 포로가 글을 아는지 모르지만, 때에 따라 필담을 할 수밖에 없더라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심문이 되지 않는다.
“네, 여럿 있습니다.”
“잘합니까?”
“어렵기는 하지만, 말은 통합니다.”
통역인이 없으면 사포에서 몽골어를 가르치고 있는 카이바라나 뭉흐체첵을 데리고 오거나, 사포군 중에 몽골어에 능통한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몽골어를 좀 열심히 배워 둘걸.
“우선 저기 저놈들 심문을 좀 하고 난 뒤에 회의하죠.”
“어? 몽골군이네?”
태영의 말에 장여상이 시선을 돌렸다.
호버리에 처박히고, 송준일에게 싸대기를 맞아 양 뺨이 부풀어 올라 있고, 입에 재갈까지 물려져 있었다.
거기다 정강이를 분질러 버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그래도 발목에는 피가 나지 않고, 얼굴 외에는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몇 만 규모로 남하 중인데, 그 중에 지휘관으로 보이는 둘을 잡아 왔으니 취조를 해서 정보 확인을 먼저 하도록 합시다.”
박진하가 장여상과 석명환을 보고 말했다.
“아,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장여상이 누군가를 손짓했다.
이원정 2사단장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몽골어 하는 병사들 좀 불러와.”
“넵, 알겠습니다.”
이원정은 장여상에게 경례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이원정은 역사 속에 실제로 등장하고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 진을 치고 있는 1군단부터 시작해 5군단까지, 수많은 역사 속의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테르에서 PC로 복사할 때, PC의 디스크 용량으로는 지극히 일부만을 복사할 수밖에 없었기에 역사보다는 과학 기술 쪽의 자료를 우선으로 복사해 냈다.
그런 탓에 역사 기록물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역사 기록조차도 몽골군들이 파괴하고 태워 없앤 탓에 남겨진 자료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복사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들은 셀 수도 없다.
“그건 많이 아깝지만.”
“뭐가요?”
“응, 역사 자료가 많이 부족해서.”
“아, 네.”
4군단장인 박서와 5군단장 김희제.
이 두 사람도 태영이 역사를 기억하지 못할 뿐 분명히 역사 속의 인물이다.
태영이 2차 몽골의 침입 때에 활로 살리타이를 쏘아 죽여서 몽골군을 철군하게 만든, 스님 김윤후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
아마도 평화 시에는 절간에서 조용히 수행 중이기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하네.”
취조실에 묶어 놓고 제법 심하게 고문을 했는데도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다.
취조실이라고 하지만 21세기와는 전혀 다른, 마치 가축의 축사와 같은 창고다.
“도무지 말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 합류하여 심문 현장에 들어온 석명환도 답답한 모양이었다.
“통역.”
“네, 대장님.”
“내가 몽골말을 잘 몰라서 그런데 말이야. 어감이 많이 다르나?”
“그런 것이 있을지 몰라서 한어를 써서 보여 주었는데도 노려보기만 하고 답을 하지 않으니, 글을 모르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을 모른다?
“그럴 수도 있지.”
삐꺽~
그때 취조실 문이 열리며 몇 사람이 들어왔다.
“아직도 입 다물고 있어요?”
장여상과 박진하를 필두로 7인 정찰조가 들어왔고, 정하연과 한서윤이 뒤따라 들어오면서 물었다.
“아예 입을 열지 않아.”
“그래요? 그럼 좀 흔들어 보죠.”
“흔들어?”
“몸의 평형 기관을 흔들어 놓는 거죠.”
장군들의 표정에는 그게 무슨 소리일까 하는 의미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긴 저들이 고위 장교 교육 과정을 수료하긴 했지만, 달팽이관 같은 것은 잘 모를 것이다.
서윤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투둑~
몸을 묶은 줄은 그대로 결박 상태였지만, 기둥에 묶인 줄이 떨어져 나가고 몽골군이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어?”
“어어어?”
다들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직으로 선 상태로 사람의 몸이 팽이처럼 돌아갔다.
위잉~
몸에 걸친 옷으로 인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대로 나버려 두었다.
그러다가 팽이처럼 회전하는 중에 몸이 수평으로 바뀌더니 마치 밥상 위의 젓가락이 돌아가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몸이 굴러가듯 회전하면서 팽이처럼 회전하는 두 가지로 사정없이 돌아갔다.
훙, 후우우웅~
“$&$%^$%~~~~”
수십 바퀴를 돌았을 때에야, 몽골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x@^@@@@***$&$~~”
몽골군의 몸이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며 굴렁쇠처럼 돌다가 밥상 위의 젓가락처럼 회전하기를 반복했다.
“우웨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지르던 몽골군이 결국은 구토를 시작했다.
몸이 회전하는 중이어서 토사물은 창고 취조실의 곳곳으로 튀었지만, 이쪽으로 튀는 토사물은 서윤이 모조리 막아 낸 모양이다.
뿌웅~ 촤르르르르~
“뭐야? 이거 무슨 소리야?”
뒤이어 토사물에 섞여서 퍼져 오는 냄새.
“변입니다.”
그래 알아. 변인 줄.
토사물의 냄새에도 코를 막던 사람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몇 발자국 물러났다.
뒤이어 사타구니가 젖어 들어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눈에 보이더니, 사타구니에서 흘러나온 누런 액체가 창고 취조실에 뿌려졌다.
“%$$x@%x%x^***$&$~~”
“무슨 소리야.”
돼지 멱따는 소리 뒤에 뭐라고 고함을 치기에 통역관에게 물었다.
“말하겠답니다.”
거의 10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던 놈이, 공중에서 집어 돌리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실토를 하겠다고?
“효과 있네요.”
서윤이 빙긋 웃으면서 태영을 보고 말했다.
“그래, 효과 있네.”
“이제 내려놓을게요.”
“그래.”
몽골군은 바닥에 내려졌지만, 제대로 가만있지도 못했다.
컥~ 으흑~
입을 벌리고 아무것도 넘어오지 않지만 무언가를 토해 내기 위해 입을 벌린 채 몸을 움츠린 상태로 경련했다.
묶인 상태이지만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렸고, 눈은 까뒤집혀서 흰자위밖에 보이지 않았다.
“못 보겠네. 우린 나가.”
“네, 시장님.”
정하연이 몽골군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서윤의 팔을 잡았다.
“마저 심문해. 정리 잘 하도록 하고.”
통역관과 나란히 서 있는 심문관에게 말하고는 정하연과 함께 취조실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토사물과 변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바깥바람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문밖을 나서니 한유하가 영환이의 손을 잡고 서 있다가 서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방긋방긋 웃는 쌍둥이를 태운 유모차 뒤에는 항상 그랬듯이 한설이 서 있다가 환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한다.
“아빠~”
“그래, 영환이는 잘 잤어? 춥지는 않아?”
“네, 아빠는요?”
“아빠도 잘 잤다.”
애들을 한 번씩 안아 올려서 볼을 맞추고, 아윤이와 영현이를 한 팔에 한 명씩 안고는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뭐가?”
집무실에 들어서면서 이상하다고 말한 서윤에게 반문했다.
“거짓말이라도 아무 말이나 대충 하면 우리가 그걸 조사하느라 애를 먹었을 텐데, 그사이에 왜 한마디도 안 한 거죠?”
그게 태영도 신기했다.
“아무튼 이제 실토를 할 거니까, 실토한 내용하고 정찰해서 입수한 것과 비교를 해 보면 대충 그림이 나올 거야.”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죠?”
“오후쯤에는 나오겠지. 자, 이제 두 사람은 돌아가야지?”
“네, 혹시 작전 회의에서 창해 사단장에게 전달해야 할 건 없나요?”
“어차피 거기까지 가려면 몇 달 걸릴 거니까, 그때 전하면 돼. 빨리 진행되면 사람을 보낼 테니, 병사들 훈련에 만전을 기하라고 해.”
“네, 그렇게 전하죠.”
“카라코룸, 대장님이 직접 가실 거죠?”
이번에는 정하연이 물었다.
“응, 맞아.”
“그럼 저는 제 일을 하러 사포로 돌아갑니다. 혹시 예정보다 빨리 진행된다고 해도, 카라코룸 공격할 때는 저도 꼭 참전하게 해 주세요. 그때만 참전하면 나머지는 다들 싸우는 소식만 듣고 기다릴 수 있어요.”
그 정도만 해도 많이 참기는 하는 거다.
하긴 애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몽골인의 습격 때 정말 화가 많이 나긴 했지만, 가능하면 모조리 잡아 와 노예로 부려 먹자고 했었다.
“그래, 혹시 급해지면 광역 무전기로 연락할 테니까, 지정 시간에는 항상 켜 두도록 해.”
광역 무전기.
믈라유 왕국의 피디지 앞에서 건져 온 장비들 중에 있던 1만 킬로 통달이 가능한, 안테나가 있는 무전기이다.
“네, 그럴게요.”
“거기는 저도 참전합니다. 시장님, 같이 가도 되죠?”
옆에 있던 서윤이 태영에게 말하고, 곧바로 정하연에게도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대장님에게 연락 오면 내가 명주로 가든지 연락을 할게.”
태영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해 주었지만, 정하연은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그럼, 준비해서 돌아가겠습니다. 애들 한 번씩 더 안아 주세요. 또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래, 그래. 알았어.”
태영은 영환이와 쌍둥이를 순서대로 안아서 볼을 비비고 눈을 맞추었다.
영환이는 어느새 자라서 다섯 살이나 되었다.
해 놓은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애를 보면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아 참, 이번에 가면서 주양세 데리고 갈게요. 그래도 되죠?”
항상 손끝에 가시처럼 걸려 있던 주양세 이야기를 꺼내면서 정하연을 쳐다봤다.
정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이미 둘 사이에 협의가 있었고, 태영의 허락만 남은 모양이었다.
“왜?”
“주산도, 도주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주산도는 사포 상단 소유로 대산도 아래쪽의 가장 큰 섬이다.
사실상 주산도가 중심이지만, 백화 상단에서 굳이 주산도가 아닌 대산도를 서류에 쓰고, 알려 주는 것은 주산도를 알려 주어 사기를 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산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의 섬 전부를 사포 상단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어서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
“네, 총관 이놈은 잠시만 안심하고 맡겨 두면, 딴짓을 하려고 해서 주양세에게 도주 겸 총관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그러면 나쁘지 않네. 데리고 가.”
“네.”
“진이야.”
“네, 대장님.”
“전화기 모두 준비되었지?”
“네,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포로 가지고 가서, 비밀번호 풀어 보고 하루 동안 해 봐도 안 되면 모두 공장 초기화시켜라. 방법은 알고 있지?”
태영이 가르치기는 했다.
서윤과 유진이가 배웠지만, 이 시대의 사람으로서는 한 번에 기억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만, 가면서 한 실장님에게 좀 더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홍’, ‘지’라고 쓴 종이 띠를 두른 것은 비밀번호 풀어 보려고 애쓸 필요 없이 한 실장 있을 때, 모두 초기화시키면서 새로 설정하는 것까지 처리해 버리도록 해.”
태영이 점검을 하면서, 홍채 인식은 ‘홍’으로 지문 인식은 ‘지’라는 글씨를 써서 띠를 둘러 두었다.
“네, 알겠습니다. ‘아’라고 띠 두른 것은 어떻게 합니까?”
A사 제품.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 자료를 전송할 방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노트북이 있으니 시도는 해 봐야지.
“그건 날 줘. 그리고 초기화된 전화기에는 지도를 모두 복사해서 넣어 줘. 공간에 여유가 있을 테니, 네가 좋아하는 노래 같은 거도 좀 넣어 주고.”
“넵, 지도병에게 전달해 줍니까?”
“그게, 전달만 한다고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아니니까, 각 군단의 지리 담당을 불러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겠어.”
숫자가 저렇게 많으니 어떻게 배분할까?
숫자가 제법 되는데도 A사의 제품 17대가 아까웠다.
“네, 알겠습니다. 맞춰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잠시 후, 두 대의 호버리가 남쪽을 향해 날아올랐다.
“아, 이번에는 임안에서 펼친 활약상을 들어 볼 시간이 없었네.”
“저는 조금 들었어요.”
호버리가 하늘에서 점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중얼거린 태영에게 송한이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그래?”
“네, 보통 한 달에 한번 꼴로 크고 작은 일이 생긴다 하더라구요. 저도 다 듣지는 못했고, 얼마 전에 황궁 안에 있어야 할 도지(都知)와 부도지(副都知)가 상단에 찾아와서 압력을 행사한 모양입니다.”
“도지?”
“내시성에 있는 환관인데, 그 책임자가 도도지, 그 아래가 도지, 부도지, 압반, 이런 순으로 있는 모양입니다.”
송나라 조정의 직제인데, 알 수가 없지.
“그놈들이 왜?”
“상납하라는 의미로 협박을 하고 떠났는데, 그날 밤에 납치해 와서는 지붕이 없고, 출입구가 없는 창고 속에 열흘 동안 가두어 두고 물만 먹인 후에 풀어 준 모양입니다.”
그 정도면 사람이 반쯤 미쳤을 수도 있는데.
“누가 납치한 줄도 몰랐겠네.”
“그렇죠. 둘째 성님이 하신 일인데, 누가 그걸 알아내겠습니까?”
충분히 이해가 간다.
황궁이면 경비가 철통같은 곳인데, 거기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가 열흘간 물만 먹어 바짝 말라서 돌아왔으면, 결과가 재미있었을 것 같다.
아마도 살려서 보내 준 것은 일부러 그런 것이겠지.
고려사에서 서희(徐熙)가 거란의 소손영(蕭遜寧)과의 담판으로 ‘압록강 하류 동쪽 편의 여진족 거주지 280리에 대한 고려의 영유권’을 인정하여 고려에 귀속된 ‘흥화(興化)?용주(龍州)?통주(通州)?철주(鐵州)?구주(龜州)?곽주(郭州) 등 6개 지역을 말한다.’고 ‘국사 편찬 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 ‘우리 역사 넷’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강동 6주는 중국 기록에서 따온 지역입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정리를 하면, 한반도의 서쪽에 있는 지역이므로 우리는 이곳을 서북(西北) 6주(州)로 부르거나, 최소한 서(西) 또는 북(北)이 들어간 지명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역사학자와 역사 연구가들이 강동 6주는 요동(遼東) 지역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로, 북송 시대의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 수록된 지도에는 요동 지역에 강동 6주가 있었던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강동 6주는 중국의 기록인데, 역시 중국의 책인 자치통감에 기록된 강동 6주가 아닌 다른 곳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강동 6주와 이름이 동일한 강동성(江東城)이 어디였느냐 하는 의문이 발생합니다.
요동(遼東)이라는 말은 요하(遼河: 랴오허강)의 동(東)쪽을 지칭하는 말인 것은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강동(江東)이라고 표기한 강(江)을 요하(遼河)로 가정했습니다.
그와 함께, 강동성은 요하의 동쪽인 판진시(盤錦市), 안산시(鞍山市), 랴오양시(遼陽市) 또는 선양시(瀋陽市) 중의 한곳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이렇게 가정하는 것은 소설을 끌어가는 지명으로 이용될 뿐, 기존의 역사 기록을 부정하거나 작가의 역사관을 피력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
이 편에서부터 여몽 전쟁 영웅들의 이름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 편을 쓰기 시작하면서 역사 속의 영웅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를 두고 오랫동안 숙고하였습니다.
결론은, 몽골과의 전쟁에서 그분들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하면서, 악인들은 상관없지만 영웅들의 면면은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역할은 제외하고 이름만 등장시키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독자님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