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90)
일단 우리 채널의 행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댓글이 많았다.
‘일단 이제 당분간 우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호도는 걱정 안 해도 되겠어.’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계속 댓글들을 구경했다.
– 근데, 복싱 리그가 인기가 많아? 원래 망한 스포츠 아니었나? 유튜브로 한다고 많이들 볼까?
–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아직도 세계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선수들 있는 종목이 복싱이야.
– 그것도 파퀴아오나 메이웨더 활동할 때 얘기 아니냐? 그게 벌써 몇 년 전이야?
– 그래도 아직 인기 많아. 우리나라에도 팬 많이 있고.
이어서 ‘복싱’에 대해서 갑론을박.
– 김성찬 선수하고 같이하는 거 같은데, 왜 종합격투기부터 안 하는 거야?
– 김성찬 선수는 아직 UFC 소속이잖아. 종합격투기 단체 만드는 데 참여하고 그러면 좀 곤란한 거 아닌가?
– 오. 그런 것도 있겠다.
확실히, 시청자들 여럿이 모이면 내가 생각 못 했던 것도 생각해낸다.
이게 집단지성의 무서움이지.
‘김성찬 선수가 여기에 대해서는 별말 없었는데, 내가 종합격투기 리그부터 만든다고 했으면 자기 입장에 대해 이야기했을 수도 있겠군.’
내가 중얼거렸다.
“일단 분위기는 좋아. 대체로 우호적이야.”
내가 말하자, 범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홍보도 잘되는 거 같고.”
그러자 희연이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한국에 와서 뭐 할지 궁금해했으니까, 사실 뭘 했어도 홍보는 잘됐을 거야. 그런데 복싱 리그 만드는 게 진짜 최선이었을까?”
희연은 복싱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니, 저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음. 만약에 우리가 이번에 복싱 단체 제대로 만들어내잖아?”
내가 희연에게 말했다.
“응.”
“그럼 그건 그냥 복싱 콘텐츠로 시청자들 끌어들이고 수익 올리는 거보다 훨씬 큰일이 될 거야.”
“그럴까?”
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응.”
“어째서 그런데?”
“소설, 만화도 웹으로 왔고, 영화, 드라마도 웹으로 왔고.”
내가 찬찬히 예를 들었다.
“응.”
“그리고 음악하고 미술도 웹으로 왔고.”
“그렇지. 그런데 스포츠만 안 왔다고?”
희연이 눈치 빠르게 내 말을 예측했다.
“응. 맞아.”
“스포츠에서는 관중이 중요하니까.”
“나도 아직 구기 종목은 무리라고 생각해. 팀 경기 같은 거.”
“격투기는 달라?”
“응. 그건 기본적으로 아주 좁은 경기 공간에서, 1대1로 하는 거거든. 기본적으로 큰 경기장이 필요 없어.”
“흐음. 그렇게 보면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희연이 턱을 만졌다.
“두고 봐. 하하.”
내가 웃으면서 말하는데, 범수가 화면을 보다가 외쳤다.
“오우. 악플이 제대로 달렸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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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이라는 말에 모처럼 호기심이 돋았다.
– 이 자식들은 뭘 안다고 복싱에 진출해?
– 그러게. 여행 유튜버나 할 것이지 왜 깝치지?
– 복싱이 왜 복싱인데? 훈련된 선수들이 제대로 관리된 시합장에서 경기하니까 싸움이 아니고 스포츠가 되는 거지! 카메라 하나 달랑 갖다 놓고 그걸 찍으면 스포츠냐?
“어라. 뭔가 악플이 ‘요이땅’하고 한꺼번에 달리는 느낌인데.”
범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흠. 합리적인 의심이네.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긴 들어.”
희연도 수긍했다.
“흐음. 그러려나.”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해당 렉카 채널 영상의 댓글을 처음부터 주욱 훑었다.
물론 이런 렉카 채널의 댓글들이 우호적일 리는 없다.
그래서 영상이 올라온 직후부터 올라온 악플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시각부터 갑자기 늘어나는 건 확실해보였다.
“일단은 배 만지고 있자.”
“응?”
“중립기어?”
내 말에 범수와 희연이 말했다.
“응. 이것만 보고는 잘 모르겠다. 이게 너네가 의심하는 것처럼 누가 인위적으로 개입한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몇몇 댓글이 방아쇠가 됐다?”
눈치 빠른 희연이 말했다.
“그렇지. 신중해야지.”
“우리가 뭐 대응할 것도 아니잖아. 굳이 신중하고 말고 할 필요가 있나?”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상 찍을 때는 신중해야지.”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엉?”
“진짜 이게 인위적인 악플 공작이면, 복싱 단체들하고 너무 안 어울리는 대응 아니냐?”
내가 계속 웃으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그러면 누구를 고용했다는 소리잖아.”
“아하.”
희연과 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재밌는 영상 뽑을 거리가 나올지도.”
“하하. 진짜 앉으나 서나 영상 생각이군.”
“당연하지. 이 사람들아.”
“만약 요즘 유행한다는 조직적 악플 부대라도 붙었으면…”
희연이 운을 떼자 범수가 눈쌀을 찌푸렸다.
“어우. 그러면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니냐.”
그러자 희연이 픽, 코웃음을 터뜨렸다.
“넌 아직도 현준이를 모르냐. 쟤는 지금 신났어.”
“헛.”
“룰루루.”
희연과 범수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자, 나는 장난스러운 소리를 내 줬다.
“얼마 전에 전문 악플 조직에 정신공격 당해서 전문 에뮬레이터 제작자가 자살했다며? 그런 게 진짜 있는 걸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범수가 머리를 긁었다.
“그런 게 있으려면 있겠지. 깡패도 진짜 있고, 킬러도 진짜 있고. 돈 받고 악플 달아주는 사람도 진짜 있지 말란 법이.”
“룰룰루. 그 사람들이 댓글 달아주는 걸까? 재밌겠다.”
“어휴! 이상한 소리 내지 마!”
희연이 내 등짝을 철썩, 때렸다.
* * *
“대단하네요. 진짜 대단해요.”
김성찬 선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지원자 많죠?”
일단 중요한 건 선수 모집.
아무래도 우리 채널은 감당 못할 거 같아서, 김성찬 선수와 이강석 관장에게 모집 담당을 부탁했다.
알바 한두 명 고용할 인건비와 함께.
“네. 그야말로 구름처럼 몰려왔어요.”
“오. 일단 다 뽑을까요?”
“음. 프로복싱 자격증 있는 사람들만 뽑을 건데, 그래도 웬만한 체급에서 랭킹 7~8위까지는 갖출 거 같아요.”
“헤비급까지?”
“헤비급도 5명은 돼요.”
김성찬 선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중량급 선수 찾기 힘든데 그 정도면 진짜 대단한 거네요.”
“아무래도 복싱 헤비급이 종합격투기 헤비급 기준에 비해 가벼운 것도 있긴 하지만.”
김성찬 선수의 말이었다.
“그런데 기존에 자격증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요?”
나는 자격증 소지를 최소 요건으로 한다는 얘기까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었다.
“종합격투기 시합은 대체로 자격증 없이 참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덧붙이자, 김성찬 선수가 대답했다.
“네. 많아요. 왜냐하면 그동안 협회들이 난립하면서 프로 복서 자격증을 남발했거든요.”
“아하.”
“그래서 자격증은 땄는데, 시합은 하나도 못 따는 거죠. 그래서 그냥 태권도 단증 따듯이 따려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렇구나.”
“우리 도장에도 프로 복서 자격증 갖고 있는 친구들 3~4명 있어요.”
김성찬 선수가 웃으며 귀띔했다.
“오.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해도 그렇군요.”
“네. 복싱은 종합격투기에서도 중요한 기본기니까.”
“아하.”
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격증 있는 선수를 일차적으로 선발하는 게 좋은 점이 있나요? 오히려 선수 풀이 좁아지는 거 아닌가?”
“음. 공격이 많이 들어올 거잖아요?”
김성찬 선수가 되물었다.
“그렇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확실히 해야죠. 사실 복싱은 대부분의 단체가 자기들이 먼저 자격을 부여한 다음에, 그 사람들만 시합을 시켜요.”
“오.”
“그래야 안전하거든요. 사실 격투기는 자격 없이 시합하게 하는 거, 안전상으로 리스크가 커요.”
“흠. 그렇겠군요.”
김성찬 선수를 믿고 추진하긴 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그가 없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네. 만약에 누가 크게 다쳤다? 그런데 시합 자격 관련 아무 준비도 안 해 놨다? 바로 단체 문 닫을 수 있어요.”
“그러네요. 게다가 눈에 불을 켜고 공격 포인트 잡으려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
“맞아요.”
김성찬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격증은 필히 조건으로 갖춰야겠네요. 그런데 이게 우리가 준 자격증이 아니잖아요. 문제가 없을까요?”
“거기에 대해 생각을 좀 해 봤어요.”
김성찬 선수가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자격증을 부여해야 해요. 기존 복싱 단체들은 좀 느슨하게 발급했어요. 그걸로 장사하니까. 근데 우리는 좀 빡빡하게 해야 해요. 한 마디로 아무한테나 안 주는 거죠.”
“일단, 우리 단체가 흥행 성공하면 그렇게 해도 되겠죠.”
내가 수긍했다.
“맞아요. 그런데 시합 한 번 개최 안 하고 자격증부터 발급하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돼요. 그러니까, 일단 다른 단체의 자격증을 인정해 주는 거죠.”
“좋네요. 다른 단체에서 우리 단체를 인정해주는 거하곤 별개의 문제인 거죠?”
“맞아요. 다른 단체의 자격증이라도, 우리가 그걸 인정해주느냐의 문제예요. 일단 우리가 인정해주겠다고 선언하는 건, 다른 단체를 부정하지 않겠다는 제스처가 되기도 할 거예요.”
“딱 좋네요. 우리는 사실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단체를 만들려고 하는 거지, 기존 단체하고 싸우려는 게 아니니까.”
내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아마 싸움은 날 거예요. 그리고 우리 단체 시합에 참가하면 자격증 박탈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단체도 생길 거고.”
“흠. 그렇군요.”
“근데 그건 우리가 시합 개최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돼요. 우리는 그냥 인정해주면 되는 거니까.”
“좋네요. 좋네요.”
나는 저절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성찬 선수와 다른 단체들이 어떻게 나올지 시뮬레이션을 해 가며, 대응책을 미리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하려나요?”
“안 하면 다행이죠. 하지만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두고 대응책 마련해 두는 게 나중에 실패할 확률이 낮죠.”
나는 솔직히 감탄했다.
김성찬 선수도 상당히 여러 수를 읽어내는 데 강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차분하고.
“하하. 뭔가 의외라는 표정이네요.”
김성찬 선수가 내 눈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히 좀 그렇긴 해요.”
내가 솔직히 인정했다.
“하하. 격투기 선수들은 별 생각 없이 살 거 같죠? 그런데 또 안 그래요. 작전 짜면, 정말 ‘설마 이런 것까지 상대가 준비한다고?’라고 할 만한 것까지 다 생각해 보고 대응책 다 짜요. 그리고 거기에 맞춰 훈련하고.”
“오. 저도 비슷한 소리 들었어요. UFC에서 이기는 사람은 상대보다 싸움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 잘 짜온 사람이라고.”
“맞아요. 실력들은 다 상향 평준화돼 있거든요. 몸 다 만들고 실력 다 쌓은 사람이 케이지에서 만나는 거니까. 그다음에는 수 싸움이죠.”
“흥미롭네요.”
김성찬 선수와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이런 ‘수싸움’을 같이 준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그에게 이것저것 배워가면서 아주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 *
몇 가지 모니터링과 수정을 거쳐서 정식 홍보 영상을 채널에 올렸다.
– 시작하나 봐.
– 벌써 지원자 수가 장난 아니라는데?
– 나는 우리나라 복서 자격증 소지자가 그렇게 많은지 전혀 몰랐다.
– 그 많은 사람들이 시합 한 번 못 가졌으니.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 시합하면 선수 취급해주고 돈 준다는데 왜 지원을 안 하겠어.
일단 긍정적인 댓글들.
– 요즘에 제일 흥행 잘된 복싱 시합이 유튜버 제이크 폴의 이벤트전이잖아. 이런 상황이 예견됐던 거 아니겠어.
– 근데 이 이런 쪽으로 진출할 줄은 몰랐다.
– 근데 채널 콘셉트랑 안 맞는 것도 아냐. 채널 이름은 기차게 지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