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06)
“응. 1월 말에는 눈덮인 성에서 브이로그 찍으며 쉬다 오는 걸로.”
“흐흐흐. 힘들어도 일할 맛 난다.”
범수가 손을 비비며 말했다.
* * *
“여어.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
김상현 교수가 연구실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김 교수는 나와 희연, 범수가 다니는 교수다.
우리 셋 다 그의 이라는 과제를 수강했다.
그리고 전에 김 교수에게 내가 예고했던 대로, 우리가 채널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과 수집된 데이터로 기말 과제를 제출했다.
“안녕하셨어요!”
김상현 교수는 젊고 성격 좋은 사람이라,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학기 끝나고 한번 보자는 호출이 왔을 때 우리가 흔쾌히 응한 이유다.
뭐, 셋 다 A+을 받은 것도… 이유 중 하나긴 하지만.
“음. 반가워. 반가워. 세 명이 낸 과제들 다 잘 봤어.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고.”
김상현 교수가 웃으며 미리 핸드드립으로 내려놓은 커피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학기 초에 교수님이 조언해주셔서, 저희도 경험 데이터로 과제 쓸 확신이 들었던 거 같아요.”
내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맞아. 맞아.”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풋.”
범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응? 너는 왜 웃어?”
희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아니, 현준이나 희연이가 이렇게 순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걸 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
“하하하!”
웃음을 터뜨린 건 의외로 김 교수였다.
“대충 알겠다. 솔직히 유튜브 채널이 그렇게 잘되면, 아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거야. 별의별 사람을 다 상대해야 할 테니까.”
“어머, 역시 교수님! 진짜 그렇다니까요. 진짜 성격 나빠지기 딱 좋아요.”
“하하하. 그러게. 성격 나빠지는 걸 어찌 관리하는지 모르겠네. 그래도 지금 보니까 상태들 괜찮아 보이는데? 대학생이면 젊은 나이인데 관리하는 비결이 있나?”
“네. 지중해에서 요트 타면 좀 풀리더라고요.”
희연이 대답했다.
“허걱.”
“크크크. 교수님. 농담이에요.”
“아니, 근데 농담인 거 같지만 농담 아니잖아?”
역시 김상현 교수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다.
“엇. 그렇긴 해요. 이번 겨울에는 성을 빌려서 얼어붙은 성 앞의 호수에서 차이코프스키 음악 틀어놓고 썰매 탈 거니까.”
내가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이 친구들… 부럽구만.”
김상현 교수가 커피를 후루룩 마시면서 중얼거렸다.
“어쨌든, 내가 보자고 한 건.”
김 교수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용건을 꺼냈다.
“네.”
“일단 셋이 낸 리포트 너무 좋아.”
“감사합니다!”
희연이 웃으며 외쳤다.
“일단 현준이. 몇몇 MCN들이 착한 척, 유튜버들 도와주는 척하면서 등쳐먹는 거. 그리고 자기들이 MCN인 거 숨기는 거. 이런 사례들 조사한 거. 이건 진짜 현업에 있는 사람 아니면 못 쓰는 거지?”
“네. 그래도 교수님이 도와주셔서.”
“음. 뭘 도와줘. 잠깐 조언한 건데. 어쨌든 솔직히 말하면 대학생 레벨이 아니야. 게다가, 이건 대학원생도 못 쓴다고. 데이터 수집을 못 하니까.”
“네.”
“그리고 희연이. 희연이는 브이로그 이미지메이킹을 했더라고?”
“네. 똑같은 브이로그 형식인데 제 개인 채널하고 채널에 올리는 컨셉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그거 비교했어요.”
“그러니까! 데이터 두 개를 비교하니까 거의 논문이야, 논문. 이걸로 좀 길게 쓰면 석사 학위를 줄 수도 있겠어?”
“어머. 그런 칭찬을.”
“그리고 범수. 범수는 촬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 성격이 얼마나 다르게 나올 수 있는가, 이걸 했더라고?”
“네. 하도 많이 찍으니까요.”
우리 채널에서 가장 바쁜 범수의 말이었다.
“그래, 그래! 사실 이 주제 자체는 다른 게 없는데, 로우 데이터(raw data)가 워낙 풍부하니까 또 굉장히 재밌더라고? 게다가 카메라 장비들이 이렇게 좋으니까, 이 데이터는 현장 실무진에게도 참고하라고 줄 수 있겠어.”
“어. 그건 진짜 이 채널에서 일해서 고마운 일이죠.”
범수가 멋쩍은지 코를 비비며 말했다.
“음. 음. 어쨌든 셋 다 너무 좋아. 일단 셋이 우리 과 학생인 게 너무 고마운데?”
“어휴. 교수님. 너무 숨 가쁘게 칭찬하시니까. 정신 못 차리겠어요.”
희연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하하하! 아냐. 아냐.”
김상현 교수가 또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그래서, 내가 세 명한테 요청 사항이 있어.”
“요청이요?”
“응. 내 개인적인 요청도 있고, 학교를 대표해서 하는 요청도 있고. 둘 중에 어떤 거부터 들을래?”
“어… 개인적인 요청이요?”
“응. 그래. 그건, 다음 학기에 내 강의 또 들으라고. .”
“아, 네. 그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사실 저희가 하는 활동이랑 너무 맞는 수업이라서요. 안 그래도 들으려고 하고 있었어요.”
“응. 응. 그렇구만. 고마운데.”
여기서 약간 묘한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한테 자기 강의 듣는다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이것도 우리의 인기와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하나의 또다른 기회이긴 했다.
“그리고, 학교 차원의 요구는 두 가지가 있는데.”
“네.”
“일단 우리 학교 홍보를 채널에 부탁하는 거.”
이 말을 하면서 김 교수의 말투가 약간 조심스럽게 변했다.
“아.”
“일단 그냥 자원봉사하라는 건 아니야. 학교에서 정식으로 요청할 거야. 그런데 그 요청의 내용에 대해서 내가 미리 논의를 해 보는 역할인 거지.”
“어머. 좋네요. 저는 학교 얘기 나와서, 봉사 좀 하라고 할 줄 알았어요.”
희연이 말했다.
“흐흐.”
김 교수가 애매하게 웃었다.
“엇. 왜 웃으세요?”
“사실 학교 회의에서 그런 소리 나오긴 했어. 학교 학생들이니까 걍 부탁하면 안 되냐고.”
“허걱.”
“근데 그건 나하고 우리 과 교수들이 반대했어. ‘제발 미디어 관련해서 후려치지 좀 말아욧’ 이렇게.”
“어머. 감사해요.”
“어. 진짜요.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희연의 말에 나와 범수도 강하게 맞장구쳤다.
“아직도 영상 같은 건 공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교수들도 그래. 우리 같은 전공 교수들이 그거 나서서 안 막으면 부끄러운 일이지.”
김 교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쨌든, 그래서 예산은 책정이 됐어. 물론 지금 채널 지명도를 보면 적은 금액이야. 그래서 직접 광고를 부탁할 수는 없을 거 같고,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는 좀 보자고.”
“네, 네.”
이런 태도로 부탁하면 나로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저희 신분이 너무 드러나지 않는 차원에서 해 볼게요.”
“엇. 그럼 두 번째 요구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군.”
“뭔데요?”
“두 번째는 우리학교 홍보대사 위촉건이거든.”
“앗. 그건 좀 어려울 수도.”
“응. 나도 채널 모니터해 봤더니, 익명성하고 유명세를 딱 중간에서 아주 절묘하게 이용하더라고?”
내가 L그룹의 서자이면서 동시에 신분을 대놓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역시 전공 교수니 척 보면 아는 거다.
“네. 그래서 사실 어디 홍보대사를 하기는 좀 어려워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응. 이해해. 이건 내가 학교에다 얘기할게.”
“네.”
확실히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가운데 있으니 상당히 편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군.
알게 모르게 문외한들을 상대해서 스트레스가 쌓였으니까.
원래 문외한들이 빌런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있는데.”
김 교수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뭔데요?”
“자네들 중에.”
“네.”
“대학원 들어올 사람 없나?”
“허거걱.”
“그,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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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 말씀은 좀 이른 거 아니에요?”
희연이 난감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르긴? 이제 자네들 3학년에서 4학년 올라가는 거잖아? 대학원 가려면 최소 1년은 준비해야지. 취업 준비하고 똑같이.”
김상현 교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 그런가.”
“근데 자네들이 취업 준비할 거 같진 않거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대기업에 채용된 것보다도 더 전망이 좋은 거 같아서.”
“그렇긴 하죠.”
내가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3명 중에서 당장 취업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 있어?”
“…”
나는 대답하지 않고 희연과 범수를 보았다.
둘 다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흐흐.”
김상현 교수가 웃었다.
“어, 교수님. 왜 그렇게 웃으세요.”
희연이 물었다.
“솔직히, 4학년 올라가면서 취업 걱정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 점에서 3명, 정말 팔자들 좋은 거라고.”
“그건 인정해요. 어쨌든 우리는 4학년 올라가기 전에 취업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친구 덕분에.”
범수가 말했다.
“그래. 그래도 졸업하면서 확실하게 미래는 생각해야 한단 말이지.”
“미래가 대학원이에요?”
희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응. 응. 사실 희연이한테는 좀 관계가 없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네?”
“현준이하고 범수.”
김 교수가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
“지금 채널이 엄청나게 잘되고 있으니까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되지. 근데, 군대 걱정은 해결됐나?”
“헉.”
나와 범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취업하고는 다르게 군대 문제는 구독자와 조회수 올라가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될 텐데?”
이렇게 말하는 김 교수의 얼굴은 얄미울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그렇긴 하죠.”
“게다가, 1년 안에 군대 끌려가면 채널 성장에 타격이 클 텐데? 지금 단숨에 500만 찍었는데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입대하나? 분명 1,000만도 찍고 2,000만도 찍을 포부들이 있을 텐데 말야.”
“허윽.”
범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맞는 말씀이네요.”
내가 천천히 인정했다.
김상현 교수는 확실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뭔가 우리 처지나 머릿속 생각에 대해 꿰고 있다는 느낌이다.
“군대… 그러게. 너네 둘 다 면제 아니었어?”
희연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면제는 무슨 면제. 요즘 세상에 면제받기가 쉬운 줄 아냐.”
범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3학년인데 가지도 않고, 얘기도 안 꺼내니까 그런 줄 알았지.”
“사실 코로나 때문에 미룬 것도 있어.”
“그래. 그런 남자애들도 많더라. 코로나 상황이 2년이나 갈지 몰랐으니까.”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교 졸업하면 알다시피 군대 끌려가야 한다고. 피자가 될 거 아니면 말이지. 게다가 유튜버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피자처럼 보이면 좋을 거 없을 거고.”
김 교수가 계속 여유 있는 투로 말했다.
“피자요?”
“병역기피자. 요즘 유행어도 몰라?”
“허걱.”
“유튜버들이 뭐 그래? 유행어는 민감하게 따라가야죠.”
김 교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거 알고 있긴 하죠. 그게 그 표현이 교수님한테서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을 뿐이지.”
희연이 말했다.
“요즘 교수들은 옛날 교수하고 다르다고? 이제는 학생 말투하고 교수 말투가 구별 안 되는 게 좋은 거야.”
김 교수가 어깨를 으쓱하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대학원은 그런 점에서 꽤 좋은 솔루션일 텐데.”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