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49)
음식 낭비하는 건 시청자들에게 정말 안 좋게 비춰질 수 있으니까.
“그럼 일단 15인분 시키자.”
내가 이렇게 결정했고, 희연이 전화를 걸어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주문 과정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서다.
희연은 범수나 나와 달리 우리 채널에서 얼굴이 완전히 오픈된 출연진이니까.
“에이… 난 10인분 먹을 수 있다니까.”
범수가 중얼거렸다.
“알았어, 알았어. 모자라면 더 시켜 줄 테니까.”
“그래… 꼭이다?”
범수의 눈이 반짝였다.
“얘는 지금 이상한 데 버튼 눌렸어…”
희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술 4병과 음식 15인분이, 정원 테이블에 깔끔하게 차려졌다.
이 객실은 ‘가든파티’를 실행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호텔 직원들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15인분의 음식을 깔끔하게 정원 테이블에 진열했다.
몇 개의 메뉴는 아예 테이블째로 가져와서 셋팅되기도 하고.
솔직히 나와 범수는 이런 데 와서는 촌놈 아닌가.
룸서비스 음식들이 차려지는 것만 해도 신기해서, 직원들에게 ‘모자이크 출연해도 되냐’ 양해를 구하고 셋팅 과정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정원이 워낙 커서 15인분이 전혀 많아 보이지 않는데?”
“그러게. 40인분 차려놓고 10명이서 파티했다고 해도 될 뻔했다?”
“코로나 시국에 그러다가 고발당해.”
범수의 말에 내가 지적했다.
“아. 그렇군.”
범수가 머리를 긁었다.
“우와. 진짜 양이 별로 안 많네? 원래 룸서비스가 이렇게 양이 적은 거야?”
“아니. 모두 그런 건 아닌데… 여기는 고급이라 그런지 진짜 양이 대놓고 조금이긴 하다?”
희연이 범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10인분도 먹겠는데…”
“어, 제가 간 호텔들은 특별히 룸서비스 양이 적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었는데. 여기는 적긴 좀 적네요.”
현민도 맞장구쳤다.
“그쵸?”
희연이 현민을 보고 확인하듯 물었다.
“야. 우리 앞으로 특급 호텔 갈 때 많을 거 아냐?”
범수가 나를 툭 치며 물었다.
“응. 자주 다니자. 우리 채널 컨셉하고 잘 맞잖아.”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범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룸서비스 리뷰는 어때? 아까 유튜브 살짝 검색해 봤는데, 룸서비스 전문 리뷰나 먹방은 거의 없더라.”
“오. 좋아.”
지금까지 나온 범수의 아이디어 중 가장 참신한 거였다.
“자! 먹어 보자!”
범수가 외쳤다.
“잠깐 카메라 셋팅 좀 하고.”
“응. 얼굴 나와도 모자이크 처리할 거니까, 앵글은 가슴 쪽으로 잡는다? 얼굴은 턱이랑 입 쪽만 잡히게?”
“오케이.”
범수가 내 말에 능숙하게 반응해서, 4대의 카메라 설치가 금방 끝났다.
이제 동해바다 야경을 만끽하며 즐겁게 먹기만 하면 된다.
“자, 일단 건배!”
우리는 샴페인을 흔들어 딴 후, 각자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골라 자기 잔에 따랐다.
한 손에는 샴페인이 든 잔.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와인이 든 잔.
“야, 두 잔 한꺼번에 들고 있으니 제대로 플렉스하는 느낌 난다. 그치?”
범수가 말했다.
“하하.”
“…”
그 말을 듣고 현민은 웃었고, 희연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술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냐? 5만 원어치는 되는 거 아냐?”
“어우 야! 없어 보이는 멘트 좀 자꾸 넣지 마! 현준아. 범수 말은 다 편집해야 된다?”
희연이 못 참고 외쳤다. 그러자 범수가 받아쳤다.
“흥? 편집은 내가 하는 데에?”
“어휴… 죽일까.”
범수는 희연의 말에는 아랑곳않고 잔을 현민에게 내밀었다.
“어쨌든 반가워요! 잘 먹고 마실게요! 현준이가 역시 친구를 잘 뒀지.”
이렇게 말한 후, 희연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 우리 포함해서 말야. 그치?”
“하하. 네. 반가워요. 자주 봐요.”
현민도 웃으면서 잔을 들었다.
– 짠.
술잔을 부딪친 우리는, 음식을 퍼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 18000원짜리 라면! 이거 먹어 보니까 진라면 순한맛인데? 마트에서 묶음으로 사면 한 개 550원 하는 라면이 도대체 몇십 배가 되는 거냐? 진라면이 비트코인인 것이냐? 어디 한 번 제가 먹어 보겠습니다!”
범수가 멘트랍시고 이렇게 외치자, 희연이 다시 짜증을 냈다.
“아, 진짜 거지 같은 멘트 좀 넣지 말고 조용히 먹으라고! 너 나중에 편집본 보고 이 멘트들 들어가 있으면 맞을 줄 알아라?”
“푸하. 넣을 건데.”
분명 동해 바다 야경에서 파티 즐기는 영상으로 기획되어 있었는데, 장르가 묘하게 바뀌는 현상이 발생했다.
양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정말 나하고 희연은 처음에 먹겠다고 예고한 만큼을 먹었다.
현민은 5인분을 불렀었지만 한 3인분 정도 먹고 말았고.
그런데, 범수는…
“야. 이 정도면 다 먹은 거지? 더 시켜 줘.”
다 먹었다.
“아오… 진짜 이게.”
희연이 짜증 나서 머리를 벅벅 긁을 지경이 되었다.
“야. 지금 우리, 동해의 수평선 지평선 한꺼번에 보이는 펜트하우스 정원에서 파티하는 거거든? 근데 왜 갑자기 혼자 푸드 파이팅을 하는 거야! 왜 자꾸 영상 장르를 바꾸냐고!”
희연이 범수에게 외쳤다.
“아니. 이거 양이 적다고.”
“현준이 친구분이 시켜주는 거잖아. 너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한테 염치란 것도 없니, 응?”
“아니, 아까 더 시켜준다 해놓고…”
범수가 울상이 되었다.
“근데 대단하긴 하다. 아무리 양이 적다지만 진짜 10인분 먹었어.”
내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현준아.”
갑자기 범수가 나를 보고 목소리를 깔았다.
“왜.”
“유튜브 채널이 크는 데는 먹방이 최고야. 나 앞으로 먹방 전문 요원으로 써 줘.”
“아오…”
나는 황당해서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묘하게 그 아이디어에 끌렸다. 솔직히 나쁠 거 없지?
“일단 5인분 더 시켜 보자.”
내가 이렇게 말하자, 범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18000원짜리 소고기 라면 먹었으니, 21000원짜리 해물라면 먹어 보자, 그리고…”
범수가 신이 나서 메뉴판을 뒤졌다.
“어휴, 야. 이번 영상 망했다, 망했어.”
희연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걱정 마. 내가 잘 편집해 볼게. 편집의 마술을 기대하라고, 응?”
범수가 희연을 안심시켰다.
펜트하우스 야경과 플렉스와 먹방이 결합된 이 영상은 다음날 업로드되었다.
체크인 영상을 올렸으니 하루 텀을 둔 것이다.
분명히 범수의 멘트 중 희연이 지적한 것들은 대부분 날아갔다.
썸네일만 보면 아름다운 호텔 뷰를 즐기며 파티하는 평범한 플렉스 영상이다.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의 안목을 무시하면 안 된다.
여기에 달린 댓글들은 다음과 같았다.
– 이거 분명 플렉스 영상인데… 왜 자꾸 짠한 느낌이 들지.
– 이 사람들. 분명 특급 호텔 처음 왔어.
– 와인이랑 샴페인 양손에 들고 있는 거부터가 뭔가 짠해.
– 분명 즐기고들 있는데… 묘하게 안쓰럽네.
공감대를 형성하는 플렉스 영상.
우리 채널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상 중 하나가 되었다.
* * *
“야. 조식은 뷔페지. 룸서비스 말고 가서 먹자고.”
범수가 아침부터 이렇게 외쳤다.
“어우… 너 어제 그렇게 퍼먹고 또 조식을 먹자고?”
“무슨 소리! 조식은 호텔의 꽃이야! 영상에 담아야지! 내가 먹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냐!”
범수가 엄숙하게 말하고, 희연과 나를 끌고 라운지에 있는 조식 뷔페 식당으로 내려갔다.
현민은 자리가 정리되고 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었다.
“엇. 저기 현민 씨다.”
“오. 현민 씨!”
뷔페식당 앞에 있는 현민을 발견한 희연의 말을 듣고, 범수가 큰 소리로 불렀다.
“엇…”
현민이 돌아보았다.
그리고 현민의 일행도 돌아보았다.
“에휴.”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현민의 옆에는 그의 둘째 형, 고현석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범수가 외치는 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뭐야?!”
그렇지. 투덜이 캐릭터가 그렇게 나오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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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현준아.”
현민이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희연과 범수에게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
그의 바로 위 형 고현석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현석을 만난 게 달갑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조식 먹으러 와서 굳이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
나는 현민과 현석 쪽으로 다가갔다. 정확히 말하면 식당 입구 쪽으로 걸어간 거긴 하지만.
“야.”
고현석이 나를 불렀다.
“네. 안녕하셨어요.”
내가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미 말투부터 우호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일단 받아줬다.
“너네 먼저 들어가.”
내가 희연과 범수에게 말했다. 안 좋은 분위기 연출될 게 뻔하니까.
“응…”
희연과 범수도 서슬 퍼런 고현석의 얼굴을 힐끗 보고, 군말 없이 먼저 들어갔다.
“빨리 와.”
희연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응. 알았어.”
내가 빙긋 웃으며 답해 주었다.
“너, 펜트하우스에서 묵었다면서.”
“네.”
“하. 없던 돈 갑자기 생기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어라. 선을 넘으려고 하네.
“왜요?”
나도 살짝 얼굴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아, 형.”
현민이 자기 형을 말리려 했지만, 현석은 못 들은 척하고 말을 이었다.
“1500만 원짜리 방 함부로 잡으면 CEO들도 주주들한테 욕 먹어. 그래서 우리도 일반 스위트로 잡는데 상속 좀 분수에 안 맞게 받았다고 거길 기어들어가?”
“어우… 저보다 재산이 몇 배나 많으신데, 쓰지도 못하면 경영자들 삶이 부러울 게 없는 거 같아요.”
나도 결국 받아쳤다.
“뭐야?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 상속받은 돈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야. 계속 불어. 근데 너는 그냥 그 돈 쓰다가 다 퍼내면 끝나는 거잖아? 생각보다 금방 바닥난다. 이 따위로 써대면.”
“에휴…”
나는 짜증이 나서 머리를 긁었다.
“솔직히 돈이라는 게 비즈니스 한다고 무조건 늘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비즈니스도 잘 해야 늘어나지.”
“뭐야?”
고현석 표정이 살벌해졌다.
“어쨌든 저도 비즈니스해요. 그냥 생각없이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사실 계산 잘 안 하지만, 재산이 좀 늘었던데.”
사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L그룹 주식 전반이 상속 작업 끝내고 오르긴 했으니까.
“그건 L그룹 주식이 올랐으니까 그렇지.”
“그거 말고도 주식 좀 옮겼더니 더 오른 것도 있어요. 어쨌든, 펜트하우스 숙박하고 카메라 엄청 사 댔는데도 재산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 걸 보면, 걱정 안 해 주셔도 될 거 같아요.”
“흥. 관종 양아치 색히. 맨날 나불나불 입만 살아가지고.”
“네?”
“아, 형. 그만해요. 남들도 봐.”
현민이 이번에는 고현석의 팔을 잡으며 더 적극적으로 말렸다.
“유튜브인가 뭔가 하는데 내가 보니까 순 쓸데없는 짓이더군. 태생은 못 속인다고. 그런 근본 없는 짓거리하다가 금방 밑천 드러나.”
하지만 고현석이 기어이 한마디 덧붙였다.
“아. 진짜 못 들어주겠네.”
나는 얼굴을 찌푸린 다음,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