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16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16화
피를 마시고 자라는 국가(1)
전설이 만들어졌다.
그냥 별것도 아닌 사건 갖다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자타공인 인정하는 ‘레전드’가 말이다.
파이널 라운드가 끝나고 밀려드는 인간의 파도를 서핑하는 느낌이란.
이게 바로 스타의 삶이라는 게 체감되더라.
‘…아직 대스타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뭐, 어찌 되었건 간에.
나는 벨기에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봄이와 함께 보냈다.
“도일이 한국 돌아가면 아빠랑 할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애.”
“얼마나?”
“음… 뽀뽀 100번 할 정도?”
그런 건가?
재벌 총수의 뽀뽀 100번이라니.
난 지금부터 억만금을 줘도 결코 체험할 수 없을 경험을 하게 되는 걸까?
속이 조금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도일이가 유명해지니까, 사람들이 우드랜드 광고 엄청 보러왔어. 조회수 3천만!”
“…응?”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우리나라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그룹의 신차 광고조차 100만 뽑으면 잘 뽑힌 축에 속하는데.
“300만이 아니라?”
“3,000만!”
그렇다고 한다.
급하게 핸드폰을 켜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봄이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더라.
분명 내가 출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300만을 찍니 마니 했던 것 같은데.
10배에 가깝게 불어버리다니.
“…내가 만든 곡 중에 조회수가 가장 높아졌구만.”
여튼 간에, 호재였다.
그리고,
“연습은 잘했어?”
봄이 또한 호재를 맞이할 차례였다.
이미 봄이를 위한 곡은 출국 전에 전달해 놓은 상태.
지금껏 작곡했던 곡들을 바이올린에 맞게 수정해 두고, 순전히 대회만을 위한 솔로곡을 써 주기도 했는데,
“…어어어엄~ 청 힘들었어.”
역시나,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하긴, ‘이 정도면 충분히 X같겠지’수준의 테크닉을 넣었는데, 거기에 대고 봄이가 더 더 더 하다 보니 괴악한 작품이 탄생해 버렸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문제는,
“그래도 어어어엄청 재밌었어!”
내가 정상이 아닌 만큼, 역시 봄이도 정상은 아닌 모양이었다.
“잘하고.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되고.”
“응! 아주머니랑 경비 아저씨들이랑 같이 와서 괜찮아.”
“…그건 좀 부럽고.”
봄이는 오늘도 넘사벽급 부자 클래스를 뽐내었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금 헤어졌다.
독일 퀼른에서 열리는 콩쿠르는 퀸 엘리자베스만치 그리 길게 늘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일정을 합쳐 일주일 정도랬나.
나 보러 오느라 괜히 컨디션을 망가뜨린 건 아닌가 걱정이 좀 되었지만,
바로 다음날이 되자, 예선을 씹지도 않고 삼켜 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라.
그리고, 나는.
“돌아갈까.”
“…예.”
“존댓말 안 써도 되는디.”
“제자를 칭했는데, 감히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예절이 아주 머리 깊숙이까지 틀어박힌 유재호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로비로 딱 나오자마자 한 팬 500명이어서 나를 보기 위해 몰려들지 않을까 생각도 했는데.
‘…역시 좀 오번가?’
벨기에 입국장에서 나를 맞아준 게 한 50명 되었으니, 홈그라운드니까 딱 10배 해서 500명.
매우 행복 회로로 점철된 생각이기는 했다.
실제로 나가 보니 썰렁하기도 했고.
“…응?”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단 한 명도 없는 건 조금 이상한데.
“[아니 어떻게…. 스승님이 돌아오셨는데 왜…?]”
의문이었다.
다만 그 의문은,
택시를 잡으려 공항 건물을 빠져나가자마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고야 말았다.
“으, 음주다!”
“음주가 드디어 돌아왔어!”
인파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에.
500명 수준이 아니라, 최소 1,000.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대기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구나….’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런 거구나!
“음주니이이이임이이이이익!”
“나도 당신 곡을 듣고 싶었다고!”
그것은, 뭐랄까.
광기였다.
열기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일그러져 있고, 분노의 편린 마저 엿볼 수 있는, 진득한 ‘광기’ 말이다.
“왜! 첫 콘서트가! 한국이 아닌 건데!”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내가 첫 콘서트를 ‘퀸 엘리자베스’의 파이널 라운드에서 개최한 것이 원인이 된 듯싶었다.
“나도! 콘서트! 가고 싶었는데에에에엑!”
“….”
“으아아아아아에에에엑!”
…원래 사람은 ‘상징성’이란 것에 집착하는 게 본능이란다.
별 권력도 없는 동호회 간부부터, 백화점에 늘어선 수많은 명품까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숨을 거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실수를 크게 했구나.’
나는 요 한 달간 행보의 반작용을 깊게 뉘우칠 수밖에 없었다.
날 지금까지 키워준 팬들은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아직도 코어 팬의 대부분이 한국에 있는데.
정작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 것은, 평생 관심도 없는 벨기에란 나라와 원래부터 인지도와 히스토리가 빵빵한 퀸 엘리자베스라는 대회이니까.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음주니이이이임!”
공항 밖에선 계속해서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봄이가 말했던 ‘난리가 났다’는 말은 이중적이었다.
내 인지도가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팬들의 분노가 거의 폭발 직전까지 몰렸다는 점에 있어서는 부정적이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살리며 부정적인 반작용은 무시해 왔지만,
‘…X됐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 보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걸 수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으아아아악! 콘서트으으으!”
“쉬버어어얼! 끼에엑!”
나는 슬쩍.
공항 입구 문을 닫고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였다.
딱 타이밍 좋게, 척척 해결박사인 최 이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구하러 와주셨군요.”
-아뇨… 저도 X땐… 큰일 난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만.
…척척박사에서 척척석사로.
내 마음속에서, 최 이사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절하되었다.
“역시 X땐 게 맞았군요?”
-예. 아무리 작곡가님이 작곡가로 업계에 발을 들이셨다고 해도, 이제는 스타의 반열에 오르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습니까. 콘서트를 열지 않는 스타가 대중들에게 분노의 대상이 되는 걸 여럿 보아왔습니다. 인기가 많을수록요.
“…방법이 있습니까?”
-작곡가님을 부르는 곳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달아오르다 못해 끓어버리려고 하는 인파들을 진정시키려면 특약 처방을 해야 한다.
이걸 한다고? 진짜 미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지금 들어온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연말 연예대상 수상식의 참여제의 입니다. 탑 싱어에서 활약하신 걸 보면 수상 대상이 되기엔 충분하실 겁니다.
“….”
-다음은 공연 기획사 측에서의 제안인데,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원가만 칠 정도로 가격을 확 낮추어서 민심을 잡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렇다고 한다.
둘 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전자는 인터넷 세상에 관심이 별 없는 사람들에게도 내 이름을 알리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고,
후자는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 정도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가만히 끄덕인 후, 다시금 공항 문을 열었다.
그리고, 최 이사에게 전해 들었던 것을, 아주 당당한 얼굴과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목소리로 말했다.
반응은,
-오오오오!
-드디어! 우리도! 콘서트다!
나름 성공.
광기에 젖어 있었던 표정들이 사그라들고, 환호성이 밀려들었다.
‘…날 죽이려고 달려드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팬으로서 누려야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뿐이었으니, 당연하다고나 할까.
“그럼.”
나는 인파를 진정시킨 틈을 타서 간신히 도망치듯 공항에서 빠져나왔다.
곧바로 향한 곳은 역시나 마이 하우스.
“아들!”
“오빠!”
반겨주는, 나와 얼굴이 닮은 두 여인을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풀렸다.
나는 대차게 포옹 한 번 하고, 거하게 썰을 풀 준비를 했다.
다만,
“우선 밥부터 먹자!”
“….”
나는 척척, 거실에 차려지고 있는 밥상을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통감했다.
‘꼬박꼬박 생활비는 드리고 있지.’
엄마가 일을 줄이시고, 거의 운동 삼아서 일을 다니실 수 있을 만큼.
반찬의 가짓수가 늘고, 항상 쓰시던 스킨로션이 손가락만 한 샘플이 아니라 본품이 될 만큼.
다만,
“….”
그럼에도 칠이 벗겨진 밥상은 그대로였다. 충분히 행복하기는 하지만, 이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그릇된 마음은 아닐 것이다.
유럽에 있는 거의 한 달간, 얼굴이 번떡번떡거리는 인간과 공간을 수도 없이 보아왔고, 우리 집에 있는 사람들도 그리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이사 갑시다.”
나는 정했다.
“…응?”
“벌써? 작곡 같은 거 정산되려면 한참 걸린다는데?”
“미리 슈킹 좀 하면 돼.”
두 사람의 의문에는 대답하지 않고서, 곧바로 회사에 전화해서 돈 달라고 빼액거리고, 은행에도 기웃거리며 돈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론,
“…말씀하신 조건에는 맞는 집인데… 크기는 그렇게 크진 않은데 괜찮으실까요?”
“좋네요.”
“부족하다고 하시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정말 다행입니다.”
월세로 집을 옮길 수 있었다.
막 전원주택이나 시부엉펠리스 같은 데는 아니다.
단지 원래 살던 주공아파트보다 방이 두 개 더 있고, 녹물이 안 나오고, 벽지의 색깔이 깨끗하고 현대적일 뿐.
“하하, 다음에 옮기실 때도 저희 부동산 찾아주시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집주인은 좋아라 하겠어요. 음주께서 사신 집이니… 이것 참.”
내 이름값이 덕 때문인가, 계약은 생각보다 싸게, 보증금도 많이 깎아서 체결되었다.
어머니와 동생은, 마치 적백내전을 치르던 러시아에서 처음 귀족이 사는 곳을 덮친 서민 병사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익숙지 않은 젖히는 형식의 수도꼭지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슬픈 음악을 만들 때보다 더욱 가슴이 시큰거렸다.
‘…이게 옳은 거지.’
확신할 수 있다.
제대로 돈을 썼다고 말이다.
다만,
‘…내가 한 조치는… 제대로 된 게 맞을까?’
과연 한국에서부터 나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대한 보상으로 연말 연예대상 수상 자리에 오르는 것과, 싼값에 콘서트를 여는 것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다는 방증인 건 아닐까.
잡생각은 아니었다.
꼭 해야만 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그리고,
-콩고 민주 공화국의 내전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콩고 민주 공화국 국토 남서부에서 도페바 임시정부를 선언한 자말 캐틴 씨는, 진정한 자유와 안전, 성장의 공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것과 같다는 선포와 함께, 연합 부족에게 자치권을 보장하라는….
부동산의 한구석.
오늘도 평화롭게 BGM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뉴스를 듣자,
“…도페바 임시정부?”
“에잉, 요즘은 어딜 가나 전쟁 때문에 난리네요. 평화롭게 지내면 좀 덧나나~”
나는, 나를 지지해 준 팬들이 만족할 만한, 또 다른 ‘레전드’를 선물할 계획이 떠올랐다.
그야,
“안 그렇습니까? 그냥 서로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되지 뭘 서로 피 튀기면서 싸움박질까지 하는지~”
“….”
난 지금 뉴스에 나오는,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저 작은 규모의 임시정부가,
“피할 수 없으면 싸워야 할 수도 있는 거죠.”
“아… 그건 그렇긴 하죠.”
곧 머지않아, 한 ‘나라’가 될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알맞은 ‘국가國歌’를 만드는 데에 애를 먹는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으니까.